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09)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09화(509/599)
[509화] 수전노守錢奴마법을 형성하기 위해 지팡이 끝으로 몰려드는 마력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어김없이 마력이 끊어지고, 그렇게 끊어진 마력은 다른 마력의 실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마법에 흡수되어 안정적으로 생성되던 마법을 내부에서부터 급격하게 뒤틀어 버린다.
원래는 거기서 마법이 터져야했다.
“미친?”
하지만 수전노 에밋은 미리 선언했던 것처럼 자신의 가치를 선보이는 데 쓸데없이 최선을 다 했다.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이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마법을 안정화시킨 것이다.
“음, 버겁구만.”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팽창하던 화염구의 크기가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남과 동시에 내 얼굴로 사출되는 걸 보며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막느냐 피하느냐.
숙련된 전사랑 싸울 때처럼 순간의 판단이 생사를 결정 짓게 될 거라는 걸 머리보다 몸이 먼저 깨달았다. 반사적으로 건틀릿에 마력을 불어넣어 방어 마법을 최대로 발동시키고, 에스테를 내 뒤 바닥에 반 정도 박아 고정한 다음, 한쪽 발을 받쳐 이어질 충격에 대비했다.
-콰앙!
떠오르는 것은 오크들의 진지 위로 다이빙 했을 때 놈들의 주술을 막아 냈던 기억.
“씨발!”
예상대로 코앞까지 닥친 불덩이는, 방어막에 부딪친다고 해서 힘없이 흩어지는 그런 부류의 것이 아니었다.
에스테를 받쳐두지 않았으면 그대로 몇 걸음은 밀려났을 만큼 묵직한 충격. 그러나 다행히도 화염구는 첫 충돌과 함께 산산이 비산했기에 다시 에스테를 뽑고 달려나갈 틈이 생겼다.
아직 뒤로 기울어진 상체와 달리 두 다리는 서둘러 앞으로 나아간다. 억지로 움직이다 보니 자세가 많이 흐트러졌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에밋과의 거리를 좁히는 게 급선무였다.
그 짧은 순간에 방해를 받으면서도 이만한 마법을 뽑아내는 마법사다. 거리를 두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젊어서 그런가? 과감하군.”
흩어지는 화염이 걷히며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한 손으로는 여유롭게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다른 손에 들린 지팡이로 바닥을 ‘툭’ 하고 치는 에밋의 모습이었다.
-쩌적!
그러자 방바닥이 쪼개졌다.
“씨…!”
그냥 쪼개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박살이 나며 쪼개져서 앞으로 강하게 내디뎠던 발이 그대로 쑥 꺼졌다.
급격히 낮아지는 시야와 달리 에밋은 제 위치를 지키고 있다. 저쪽 바닥만 멀쩡한가 싶었는데, 그냥 부유 마법으로 혼자 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딱히 마법을 따로 시전한 흔적은 안 보였으니 아티팩트같은 걸 쥐고 있었나 보다.
슬프게도 에밋과 달리 내가 플라잉 엘드미아가 되기 위해서는 비룡이 필요했으니 다른 수를 찾아야만 했다.
“…발!”
마치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처럼 철렁이는 감각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이를 간 나는, 아낌없이 마력을 쏟아부은 바늘들을 전부 뽑아 띄워 발을 디딜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대로 두 발에 붙여서 날아다닐 수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사출과 고정은 별개의 영역인지라 불가능하다. 그래도 대악마의 모가지를 딴 뒤 추락하던 나를 천천히 하강하게 만들 정도는 되었던 바늘 네 개가 뭉친 덕에 확실한 공중 발판이 되어 주긴 했다.
전부 뽑았는데 왜 네 개만 밟고 있냐고?
확실하게 접근하려면 한 번 더 디뎌야 하거든.
“자네 재주가 정말…”
그런 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에밋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직까지도 여유로운 게 과연 늙은 마법사다웠다. 겨우 두 수만에 이렇게까지 틀어질 수 있다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저리 웃고 있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밉상이다.
“…많군.”
밉상의 뒤로 마력이 뭉치는 걸 바라보며 바늘로 만들어진 발판을 박차고 튀어 오른다. 여력을 남기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저 영감탱이가 무력화되기 전까지는 연비를 따지는 게 아니라 속도부터 내고 봐야 하는 슈퍼카처럼 움직여야 했다.
[응엌?! 무, 무슨 일이야!?]몸에도, 에스테에도 최대 출력으로 마력을 두르고 검을 휘두르자 마치 잠에서 이제 막 깬 것 같은 에스테의 기운 빠지는 목소리가 울렸다. 계속 조용하다 했더니 진짜로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주인이 열심히 일하는데 팔자 좋게 잠이나 자고 있는 검에게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해 줄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냅다 신성력부터 때려 박아 강제로 칼날을 쪼갰다.
신성력과 마력이 담긴 채 십수 개의 그라인더가 되어 버린 칼날이 에밋에게 모여드는 마력을 찢으며 쇄도하자 그제서야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맴돌았다.
“이런.”
[응아아앜?!]어째서인지 같이 당황하는 에스테의 반응 때문에 기운이 빠지는 듯했지만, 최대한 정신줄을 붙잡으며 두 번째 발판을 박찼다.
칼날의 2/3 정도만 날렸기에 아직 에스테는 부러진 직검같은 상태였다. 일부러 신경 써서 대각선으로 남겨 놓은 덕에 아직 제 구실은 할 수 있다.
에밋에게 닿기 위한 추진력도 충분하니, 비산하는 칼날들이 갈가리 찢어놓은 마력을 조정하느라 아까보다 시간을 더 잡아먹을 것이 분명한 에밋에게 이대로 접근해서 붙기만 한다면 무조건 제압할 수 있다.
“이건 안 되겠군.”
그렇게 에밋과의 거리가 손만 뻗어도 닿을 수준에 이르른 순간,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마법이 팽창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이번엔 팽창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덤덤한 에밋의 표정과 그의 주변에 펼쳐진 푸르스름한 방어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늦게 알아차리고 말았다.
[주인!]에스테의 외침과 함께 검에 담았던 신성력이 멋대로 빨려 들어가며 방어막이 펼쳐친다. 반사적으로 건틀릿에 최대한 마력을 불어넣었을 땐 이미 폭발이 에스테가 만든 방어막을 한 차례 흔든 뒤였다.
새하얗게 터져 나가는 시야에 잡힌 에밋은 미간을 팔八자로 모은 미묘한 표정으로 턱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
화염구를 준비할 때 들어온 방해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지언정 에밋은 전력을 다해 마력의 틀어짐을 수정했다. 그마저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조정한 뒤 다른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던진 것에 가까웠다.
원래 에밋의 의도는 늘러붙는 용암과도 같이 잔해를 남겨 용사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거였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에밋은 용사가 검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마법이 박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냥 외우기로 했다. 그리고 불덩이를 맞기 전 용사가 취한 행동과 폭발 뒤에 들려오는 강한 발 딛는 소리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미리 준비한 마법진과 아티팩트를 같이 발동시켰다.
자신의 방 바닥이 아니라 아래층 천장에 그려서 숨겨둔 마법진은 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었고, 아티팩트 역시 확실하게 부유 마법을 가동했다. 덕분에 에밋은 당황하는 용사의 표정을 보면서 잠깐의 유예 정도는 벌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착각이었다.
혹시 몰라 새로이 마법을 준비하면서도 이 정도면 과연 자신의 몸값을 얼마로 책정할지에 대해 잠깐 생각을 하는 사이, 용사의 기행이 이어졌다.
정체불명의 마도구로 발판을 만든다? 그럴 수 있다.
그 상황에서 그런 걸 사용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도 소름 끼치고, 그걸 또 제대로 딛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것도 소름 끼쳤지만 충분히 가능한 행동이었다. 저 정도는 해야 용사라고 불리는 거겠지.
하지만 그의 검이 조각조각 쪼개지며 날아드는 건 상정 외의 일이다.
아차 싶을 틈도 없이 화염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뒤틀림이 일어나며 술식이 찢기는 것을 느낀 에밋이 술식의 안정화가 아닌 폭주를 시도한 건, 순전히 본능적인 판단에 의한 거였다.
대체 몇십 년 만에 내린 비이성적인 판단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이중 삼중의 보호막을 빠른 속도로 시전할 수 있는, 자신 정도의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감히 내릴 수도 없고 내려서도 안 되는 판단.
분명 최선의 선택이었으나, 그로 인한 결과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 에밋은 보호막에 느껴지는 육중한 충격과 시야를 뒤덮는 폭발을 바라보며 내성 한구석 정도는 완전히 박살이 났을 거라고 확신했다.
‘살다 살다 폭주를 의도하는 날이 오다니…’
실력이 부족했던 어린 날에는 살아남아야 하니까. 실력이 입증된 뒤로는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마법사라면 평생 겪지 않아야 하는 ‘실패’를 제 손으로 일으킨 에밋은 매캐한 연기와 먼지 너머로 보이는 참상에 혀를 찼다.
“준비해 둔 게 다 날아갔군.”
한구석이 아니라 자신의 방이 있었던 3층부터 1층까지 아주 대차게 무너져 있었다. 아무래도 안전 장치들과 맞물려 연쇄 반응을 일으킨 모양이다.
똬리를 틀고 있는 마법사의 무서움이라고 할 수 있는 거점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죄다 자신의 손으로 날려먹은 셈이었다.
“…사용된 마력량을 생각하면 역시 위력면에서는 비효율적인 게 맞긴 하네.”
허탈한 와중에도 마법사답게 결과를 판단하며 관자놀이를 긁적이는 순간 사방팔방에서 용사가 쏴댔던 칼날들이 날아들었다.
방어막에 부딪친 칼날들은 다행히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지만, 간단하게 튕겨 나가는 일도 없이 아득바득 마법을 뚫고 안으로 파고들기 위해 혈안이었다.
“시전 중인 마법에 훨씬 더 위력적이라… 마력에 개입하는 건가? 마법사의 천적이 따로 없구먼.”
“그런 것치고는 여유로우십니다?”
낮게 깔리던 먼지구름이 사라지며 건물의 잔해 사이에서 용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실력은 충분히 알겠는데, 혹시 권장가를 제시할 생각 있습니까?”
충격에 튕겨 나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는지 어느 정도 잔해에 파묻혀 있긴 했지만 다쳤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건 내 규칙에 어긋나서 안 되겠네. 대신에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뭡니까?”
이 상황에서도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용사를 보며 한 차례 웃어 보인 에밋은 두르고 있던 방어막을 조정해 용사의 칼날들을 전부 둘러싸며 말을 이었다.
“고용되면 자네랑 싸울 일이 없잖나? 좀 더 어울려주면 자네가 제시하는 가격에서 내가 만족한 만큼 깎아주지.”
마치 비눗방울처럼 칼날을 머금은 채 제멋대로 날뛰는, 방어막이었던 것들을 바라보며 용사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씨발.”
입이 험한 용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