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2)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2화(52/599)
엘드미아 에가.
수도에서 모험가 활동을 하는 이중에서는 이젠 모르는 이가 없는 남자다.
광견狂犬, 광인狂人, 인간 사냥꾼 등등 온갖 흉흉한 이명으로 시작한 그였으나, 이내 실력있는 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명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그 중 걸러지고 걸러져서 남은 이명은 두 개. 광검光劍과 반격反擊.
전자는 보는 이가 입을 모아 말하듯 검이 빛날 때마다 가속된 참격이 휘둘러진다하여 붙은 이명이었고, 후자는 어떤 형태로든 그를 건드리면 반드시 쳐맞았기에 생긴 이명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정상적인 모험가 생활을 한다면 반격의 이명에 걸맞는 모습을 보게 될 일은 없다. 그렇기에 엘드미아 에가는 보통 광검이라는 이명으로 통했다.
하지만 지극히 짧은 순간에, 일행들은 왜 그에게 한 때 인간 사냥꾼이라는 이명이 붙었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길 한가운데에서 모닥불을 피우면서 뭐하고 계시나 친구들?”
어느 정도 거리를 줄인 뒤 자연스럽게 말에서 내린 엘드미아는 웃으면서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경계심이라고는 1도 없는 그 태도에 잠깐 당황한 그들은 곧 웃음을 터트리며 엘드미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엘드미아의 뒷 모습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이내 완전히 방심한 도적들이 그를 둘러싸고 무기를 뽑으려고 할 때, 엘드미아가 움직였다.
‘오러…?’
예카트리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육체로 육중한 워 해머를 휘둘렀을 뿐이지 아직 오러를 깨우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타고난 능력은 육체 뿐만 아니라 감각까지 영향을 끼쳤고, 그녀 본인은 아직 오러를 못 쓸지언정 마나와 오러의 흐름으로 생기는 이질적인 기운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자신이 보고 느껴왔던 오러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엘드미아가 사용했다는 것까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더 육중하고…묵직한 알 수 없는 느낌으로 휘둘러진 힘은 얼핏 보기엔 오러와 흡사했다. 어쩌면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경지에 다다른 오러는 저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라는 점은 변함없었다.
그게 느껴짐과 동시에 엘드미아가 자신의 검은 뽑지도 않은 채 도적들의 무기를 뺏어 세 명을 찔러 죽이고 네 명에게 치명상을 입히기까지 20초도 안 걸렸다.
“기가 막힌 솜씨로군.”
가엔달마저도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행 중에서 가장 다양한 전투를 해왔을 그의 눈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마치 원래 그러기로 합을 맞춰놓은 것처럼 깔끔한 동작으로 검을 뺏어 베고 찌르고 던지는 사이 다른 도적의 무기를 빼앗아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 일련의 과정에는 조금의 주춤거림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감하고 거리낌 없는 행동이 도적들로 하여금 주저하고 당황하게 만들어 새로운 빈틈을 만든다.
그나마 멀쩡했던 셋이 비명도 못지르며 엉거주춤하게 도망을 선택하고 움직이는 동안 죽은 도적들에게 빼앗은 도끼 두 개를 쥐어든 엘드미아는 한 번 가볍게 던져 무게를 가늠하더니 도망치는 이들에게 하나 씩 던지고는 남은 한 명에게 달려들었다.
두 개의 도끼가 정확하게 두 명의 뒤통수를 쪼개는 것과 엘드미아가 남은 한 명의 뒤를 잡아 놈의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뽑아 척추에 찔러넣는 것까지 지켜 본 일행은 진심을 담아 박수쳤다.
◈
솔직히 놈들이 날 포위할 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퀼리브리엄.
존 프레스턴이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싸우면서 여섯 명 사이로 뛰어들어 총질을 하는 모습은 기억에 새겨진 수 많은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걸 총이 아니라 냉병기로 할 수 있는 몸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지.
어쨌든 마력으로 강화된 육체와 방심한 도적들이 낳은 틈은 내 예상 이상으로 완벽한 기습을 만들어냈다. 혹여 라그니스를 만났을 때 생긴 손바닥의 상처가 거슬리지는 않을까 확인해볼 의도도 있었는데 일말의 불편함도 없이 깔끔하게 끝났다. 델트의 목을 쳤던 이후로 기습은 언제나 이점을 낳는다는 내 전투관은 나날이 굳건해져간다.
“대단하군! 숙련된 용병을 보는 기분이야! 내가 오러를 둘러도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못할텐데 말이지!”
긴의 우렁찬 외침과 박수 소리에 가려졌지만 다른 일행들도 내 솜씨에 만족했는지 박수를 쳐줬다. 사실 이제부터 싸워야할 녀석들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지만, 이로써 전투가 시작될 때 마냥 끌려가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의견을 주장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나도 같은 생각일세. 느껴지는 오러는 미미한데 비해 정말 능숙하게 다루는군. 자네가 자급까지 올라가는 건 정말 시간문제겠어.”
그거 오러 아니라 마력이라서 그렇습니다 라고 말할 수 없었기에, 난 손을 털고 웃으며 가엔달의 칭찬에 화답했다.
“도적들 상대로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죠. 그래도 짐짝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네요.”
“짐짝이라니, 오히려 이번 의뢰는 자네가 가장 적격일거라는 생각마저 드는데? 형식상 내가 리더를 맡았다고는 해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야.”
엔그림이 가엔달을 동전 뒤집기로 추첨한 게 아닌 이상 그의 능력을 의심할 이유따위 전혀 없다.
“지휘랑 싸우는 건 별개죠. 전 싸우는 거만 잘합니다.”
애당초 내가 이정도까지 할 수 있는 건 한 평생을 마족 놈 하나 죽이겠답시고 단련해 온 덕이지 잘나서가 아니다.
전생의 기억에 의존해 원래대로라면 상식과 교육에 할애해야 할 시간마저도 전투에 쏟아부은 삶의 결과다.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살인병기였을 정도로 편중된 시간을 보냈으니 이 정도는 해야 정상이다.
당연히 진두 지휘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애먼 기대감이 독으로 바뀌기 전에 확실하게 선을 그어놓기로 했다. 그렇게 적당히 호응하며 말에 올라타자마자 옆에 다가온 예카트리나가 던진 말은 꽤나 놀라웠다.
“나중에 시간나면 길드 연병장에서 대련 좀 해보지 않겠어? 방금 네가 사용한 오러는 좀 특이한 거 같아서 관심이 가네.”
지금까지 내가 오러를 쓰는 걸 보고 특이하다고 말한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다. 남들은 느끼지도 못하거나 그냥 미약한 오러 정도로만 여기는데?
“특이하다구요?”
“어. 당사자는 잘 모르나? 뭔가 묵직하다고 해야할까, 내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오러랑 확실히 달라. 내가 오러는 못 써도 느끼는 건 기가 막히거든?”
“예? 오러를 안 쓰고도 그런 걸 휘두른다구요?”
농담이 아니라 예카트리나의 워 해머는 일반적인 사이즈가 아니다. 달리 표현 할 길이 없어서 워 해머라고 부르는거지, 망치 머리에 모루를 가져다 붙여 놓은 수준의 무식한 크기를 자랑한다. 아마 공성추라고해도 믿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심지어 그 무게를 버티기 위해 나무로 이루어진 구성물은 단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쇳덩이 그 자체인 무기를 순수 근력만으로 전투가 가능한 수준으로 휘두른다고?
“오롯이 근력으로 휘두르지! 내 자랑이야!”
“자랑할 게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저건 나도 오러 안 쓰면 못 휘두를 거 같은데 말이죠.”
“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좋네! 아무튼 꼭 대련하자고!”
아니 진심으로 말한건데 그걸 빈말인 칭찬 정도로 받아들이네.
그래도 기분좋게 출발하는 사람 붙잡고 따질 이유도 없었기에 우리는 도적들의 시체에서 돈 주머니만 좀 턴 뒤 다시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말들을 위해 중간에 한 번 쉬는 것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달려 목적지 인근 숲에 도착하고 나서야 우리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골반이 박살나는 거 같아…”
가장 육체적인 활동과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는 렐리에가 앓는 소리를 내며 말에서 제대로 내려오지 못하는 걸 예카트리나가 웃으면서 안아 내려줬다.
“하긴 나도 좀 힘들더라. 중간에 좀 쉬자고 하지 그랬어?”
“이런 건 어중간하게 쉬는 거보다 확실하게 몰아 쉬는 게 나으니까. 나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성미에 안 맞고.”
이세계에서 마법사를 만난 건 정말 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만나는 이마다 참 인격자만 있는 것 같다.
정찰 경험이 많은 가엔달이 홀로 주변을 정찰하는 동안 캠프를 구성하기로 한 우리는 렐리에는 좀 더 쉬게 내버려 둔 뒤 각자 일을 분담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봤자 당장 할 거라고는 땔감 구하기, 천막 치기, 식사 준비하기 정도였기에 분담 자체는 금방 끝났다. 그나마도 원래대로라면 천막없이 침낭만으로 야영을 했을텐데 우리가 자리 잡은 안전 지대까지 조사를 마친 길드에서 손수 천막을 챙겨주었기에 일이 하나 더 생겼다.
텐트를 치는 야영에는 영 익숙하지 않은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예카트리나와 긴을 두고 나는 자신만만하게 나서서 천막을 준비하기로 했고, 렐리에의 도움을 받아 설치를 마친 뒤 만족스럽게 망치를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와. 이 천막은 이렇게 치는 거구나.”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캠핑을 한 적이 없음에도 내가 자신만만하게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다.길드에서 준건 무려 군대에서 질리도록 봤던 A형 텐트였던 것이다!
이 개같은 형태를 처음 봤을 때는 다시 입대를 한 것마냥 아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군대의 그것과는 비교하는 것조차 죄스러울 정도로 좋은 물건이었다. 가대도 폴대 두 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립식으로 되어있는 ㄷ자 가대여서 렐리에가 대충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망치질 할 때마다 가대가 쓰러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천막의 재질이 딱 봐도 방수 방온이 완벽한 무언가였다. 아니나 다를까 보자마자 이를 눈치 챈 렐리에가 분석한 결과 마법 물품이랜다.
“무슨 마수에게서 구한 재료로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완성도면 도서관 발명품 중에서도 최신작이겠는데요?”
잠깐 빌려주는 것이라 할 지라도 확실하게 지원해주는 엔그림이다. 나중에 다 끝내고 아실리에와 여행을 떠날 때 꼭 하나 장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뚝딱뚝딱 남자용, 여자용 천막을 완성하고 안에 모포를 깐 뒤 짐을 넣고 잠깐 들어가보자 군대에서는 볍씨 한 톨 만큼도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아늑함이 느껴졌다.
“이거 모포도 마법 걸린거에요?’
“아뇨 그건 그냥 모포인데요.”
역시 군대는 모포마저도 병신이었군. 딱 한 번 새 모포를 받았을 때 헌 모포와 비교해서 극명한 차이가 났던 기억이 착각은 아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