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30)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30화(530/599)
[530화] Brave Meets Brave라이토르의 내분은 원래 마왕군에게 있어서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암암리에 마신교를 도우려고 준비했었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겠으나, 라이토르 백작은 ‘죄인은 음지에 무고한 자는 양지에 있어야 한다.’는 사상이 아주 확고한 귀족이었던 탓에 주변의 호응을 끌어내고자 대대적으로 마신교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군 사령부에서는 그들의 세가 커져서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라이토르 백작의 불같은 성정이 결국 스스로의 일을 그르쳤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였다. 라이토르 주변엔 감히 마왕군에 반기를 들고 교단을 지지할 정도로 담이 크거나 신실한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탓에 자연스럽게 고립될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설령 어떻게든 버틴다 하더라도 렌기에 에파가시에라에 위치한 교단의 세력이 라이토르와 합쳐질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게 마왕군의 냉정한 평가였다. 그래서 마왕군은 오히려 라이토르의 목소리가 일정 수준까지 커질 수 있도록 방치했다.
주변에 숨어 있는 반란군들이 헛된 희망 속에서 알아서 무덤으로 모이도록.
실제로 그들의 예상은 대부분 맞아떨어졌었고, 나중을 위해 미리 풀어둔 첩자들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 마왕군 지지 세력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에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렌기에 에파가시에라에 있던 교단의 군세가 파견되어 있었던 마왕군을 괴멸시키고 사라진 순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전보를 받을 틈도 없이 사라진 교단의 세력은 파죽지세로 밀고 나가 비레어 백작령까지 강타한 뒤에 자취를 감추었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특작부가 움직였음에도 꼬리를 잡지 못했다.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은 마왕군은 서둘러 라이토르를 봉쇄하고자 손을 쓰기 시작했으나, 뒤늦게 서두른 탓에 마왕군의 공작은 미흡한 반면 라이토르는 주변의 반란군까지 흡수한 상태로 분쟁이 터지게 되었다.
대놓고 침식체를 투입할 수도 없었다. 피아식별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도 그리 좋은 몰골이 아니라 반감만 일으킬 것이 뻔했으니까. 그나마 잘 드러나지 않은 곳을 습격할 때나 몰래 한 마리 풀어 혼란을 야기하는 게 전부였다.
원래는 그것만으로도 심각한 타격이어야 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목소리를 낼 정도의 실력은 겸비하고 있는 라이토르 백작과 그 가신들만 아니었어도 말이다.
-삐이익!
침식체가 죽었음을 알리는 공방의 경고음이 마치 자신의 마지막 심장 박동처럼 느껴진 인형사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놀라 떠는 것조차 멈추고 말았다.
예로부터 무식함을 대가로 무력을 얻었다고 놀림 받던 라이토르 백작 가문이었으나 지금 그에게 있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악랄하고 악마 같은 놈들이었다. 저 빌어먹을 종자들은 지금까지 무식함을 연기하며 자신을 엿 먹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잘 안 풀리네.”
속으로 세상 모든 욕과 저주를 라이토르에게 쏟아 부으면서도, 인형사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자가 내뱉을 말만 기다렸다. 인형사인 그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마치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두려워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라이토르가 강하긴 한가보군.”
등 뒤에 있는 이들은 그저 환영 마법사에 불과한 그와는 급이 다른 특수 작전 사령부 소속의 요원들이었으니. 젊은 청년의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은 작은 중얼거림에 인형사가 안도하는 사이, 다른 인기척이 느껴지며 이번엔 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처리할까요?”
덕분에 인형사의 심장은 진짜로 멎을 뻔했으나 그보다는 젊은 청년의 대답이 더 빨랐다.
“아니.”
끼익 끼익, 나무 바닥이 움직이는 소리조차 시끄럽게 느껴지는 와중에 젊은 청년이 옆으로 움직여 대충 놓여있던 의자에 앉았다. 안경 너머로 축 처져 있는 눈매를 처음 봤을 땐 참으로 기운 빠지게 생겼다고 생각했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그땐 청년이 특작부의 대장인 줄 몰라서 그랬던 거지만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침식체를 계속 상대하다 보면 저들도 지치겠지. 상부는 라이토르의 아군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광신도를 몰아냈다고 믿길 바란다. 우리가 대놓고 개입하기엔 아직 일러.”
자신의 처우를 결정짓는 대화인 줄 알았던 게 라이토르를 두고 하는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음에도 인형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아무리 단일 개체로 투입했다고는 하나 ‘그’ 침식체를 꾸준하게 처리하고 있는 라이토르 백작 가문이다. 인형사는 그런 이들을 마치 길가의 돌멩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는 특작부의 태도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우리의 목적은 교단이라는 걸 잊지 마.”
그렇게 인형사가 두려움에 몸서리치든 말든, 자리에 앉은 소하 시노어의 머릿속에는 아직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교단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마족령이 넓은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흔적이라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발자국 하나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단이 단체로 미쳐서 수인들의 영역에 기어들어 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지만 그나마 현실성 있는 가정이었기에, 소하는 안경을 고쳐 쓰며 자신의 부관에게 물었다.
“부관. 이라노레프를 죽일 수 있어?”
“저는 불가능합니다.”
무슨 질문을 할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튀어나오는 즉답. 거기까지는 소하도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부대원들까지 포함하면?”
“괴멸합니다. 이라노레프가 아무리 격이 떨어졌다고 한들 용이니까요. 비늘에 흠집조차 낼 수 없습니다.”
“정수는 주입했잖아.”
“왜곡된 정보입니다. 저희가 정수를 주입한 게 아니라, 접촉을 시도한 부대원들을 다 죽인 다음 이라노레프가 강탈한 겁니다.”
하여간 미친 용이었다. 그 정도가 되니까 오랜 시간 마족의 눈엣가시로 군림하며 땅까지 포기하게 만든 거였겠지만.
“교단이 놈을 죽일 가능성은?”
“불가능합니다. 렌기에 총본산의 이단 심판관들이나 성기사들은 잘해봤자 익스퍼트입니다. 교단이 보유하고 있는 마스터 급 전력은 동부 그을린 숲 인근에 위치한 지부에 있는 성기사 한 명이 전부인데, 그는 저희 쪽에서 막고 있으니 성녀와 조우했을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만약 수인들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거나 전멸했을 것입니다.
결코 낙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일이 없는 부관조차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이해한 소하는 자신이 너무 평화에 찌들어 잘못된 예측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용무가 끝난 안전 가옥을 벗어나기 위해 일어나 밖으로 나서다 말고 문득 하나가 떠올라, 지나가듯 덧붙여 물었다.
“전선에 있는 용사라는 놈은 이라노레프를 죽일 수 있을까?”
“지크프리트는…”
“말고.”
엘드미아 에가.
어차피 용사라 불리는 이들은 둘뿐이었기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부관은 이해했다. 하지만 이번엔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불가능합니다. 그는 마스터 급이 아니니까요.”
‘작은 엘드미아’라고 알려진 그 순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특작부는 이티스엘과 제국에서 시도한 작전을 죄다 말아먹다시피한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정말 부단히도 노력했다.
처음엔 마왕군에 반발한 변절자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밀리에 계획한 작전들을 그렇게 연달아 박살 낼 수 없다고 여겼기에.
그게 철저한 우연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결론이 나왔을 때, 지휘부는 직접 결론을 내놓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었다.
“하지만 행동, 행적 하나하나가 다 변수입니다. 눈먼 벼락부터 시작해 실패한 유성 작전과 함께 죽어 버린 불사의 이슬라프, 하루 만에 외성이 뚫려 빼앗겨 버린 레비엥 공방전과 거기서 생포된 빛을 쏘는 이라프, 오크는… 오크 자체가 변수였긴 해도, 그렇게 빨리 막아 낼 거라 예상하지 못했으니 역시 변수라고 할 만합니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게 엘드미아라는 인물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기에 실력만으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용조차, 뭔가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소하는 안전 가옥을 벗어났다.
“놈이 전선에 있어서 다행이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안전 가옥을 벗어나자마자 라이토르의 혼란이 거름망 하나 없이 고스란히 쏟아졌다.
지금 라이토르는 제대로 법이 지켜지지 않는 살얼음 판과도 같은, 무법 지대 그 자체였다.
수시로 고성이 오고 가는 건 기본이고, 자경단까지 들고 일어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혼란을 잠재우고자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 다니는 혼돈의 도가니 한가운데에 있음을 실감한 소하는 미간을 찡그리며 방음 마법이 펼쳐진 안전 가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겨우 추슬렀다.
그나마 직접적인 분쟁이 발생하는 곳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음에도 이 모양이다.
하루빨리 교단이 모습을 드러내서 이 난장판을 벗어갈 수 있길 바라며 거리로 나선 소하는, 부하들이 제대로 거리를 벌린 채 따라오는지 주의를 기울이다가 그만 앞에서 다가오는 행인과 부딪치고 말았다.
부딪치자마자 상대가 인족이라는 걸 알아차린 소하는 습관적으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는지 돈주머니를 확인했다. 그리고 상대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똑같이 돈주머니를 확인하는 걸 보며 뻘쭘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실례.”
인족치고는 키가 굉장히 큰 청년이었다.
일행으로 보이는 늑대 수인 앞에 있음에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큰 인족은 누가 봐도 전사라고 할 만한 체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예의 바르게 길까지 비켜 주었다. 오러가 느껴졌다면 어디 인족들의 땅에서 도망친 기사가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로 예절이 몸에 밴 모습이었다.
“뭐야, 소매치기 아니야 손님?”
“딴 데 보다가 내가 실수로 부딪쳤어. 저쪽도 돈주머니부터 확인하더라.”
한 눈 판 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말이지.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저런 사람은 있는 법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소하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