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31)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31화(531/599)
[531화] Brave Meets Brave라이토르로 향하기로 결정한 이상 뒤가 없는 우리였기에 미리 사람을 보내서 조사를 하자는 의견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언급되었다.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설령 라이토르가 마왕군의 손에 완전히 떨어졌다고 해도 탈환한 뒤 게이트를 써야 했으니 지형 정찰은 정해진 수순이라 딱히 놀라울 것도 없었지만, 그들이 만장일치로 적합한 인재라 지목한 것이 나인 건 아주 많이 의외였다.
‘용사님이 마력과 신성력만 감추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건 나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한, 데오니 성녀님이 말한 이유를 듣고 나서도 변하지 않았다. 나 정도 깽판 쳤으면 몽타주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내 몽타주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만들 수가 없었던 것에 가깝습니다. 마족 중에서는 용사님의 외모를 알고 있는 이가 거의 없었고, 인족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인상착의가 알려진 곳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특작부가 사실은 방만하고 게으른 놈들이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놈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정도로 만들지 못한 이유가 명확했다.
우선, 지금까지 날 마주한 마족들은 대부분 죽었거나 제대로 외모를 기억할 만큼 오래 대치하지 못했다.
그 탓에 마족들의 정보만으로는 내 몽타주를 만들 수 없었다. 그냥 덩치가 좀 큰 인간이라는 정보가 고작이었을 테니까. 이티스엘에서 나를 노리던 놈들조차 내 외모를 알고 활동하기보다 내가 움직인다는 정보를 추적해서 활동한 뒤 마력을 포착하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성녀님의 추측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연히 인족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어야 하는데, 내 주된 활동 장소가 수도였던 탓에 경계가 삼엄하여 제대로 된 추적을 할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모험가 일을 하기는 했으나 대부분은 오가토르프 가문과 라그니스에게 엮여 움직이거나 아카데미에 짱박혀 있었으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쉬이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귀족의 정보를 겉핥기로 함부로 건드렸다간 역추적을 당할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모험가로 활동할 당시의 정보를 뒤적이는 것 정도다. 그런데 그쪽 정보는 이미 내가 오크 게이트 이전부터 워낙 막 나가는 행보를 펼쳤던 탓에 외모든 행적이든 굉장한 과장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그걸 성녀님이 어찌 아십니까?’
‘당시엔 저도 용사님을 조사했었으니까요.’
직접 봤던 것과 조금도 일치하지 않는 정보만 수두룩했다는 게 성녀님의 설명이었다. 솔직히 덤덤하기 그지없는 성녀님의 대답보다는 그다음에 이어진 절묘한 상황이 더 충격적이었다.
어찌저찌 오크 게이트 사건 이후로 나에 대한 정보가 풀리기 시작했는데, 내 행적은 둘째치고 외모에 대한 정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었던 것이다. 도끼를 들고, 검을 차고,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인 상황.
그래, 맞다. 갑자기 증식한 짭드미아들이 원인이었다. 내 살다 살다 그 새끼들이 도움이 될 날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 후로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전장에서 활동할 땐 맨 얼굴보다 뤼밍스의 투구를 꺼내 쓴 시간이 더 길었으니까. 새삼 핸드폰 꺼내서 카메라로 사진만 찍으면 모든 게 끝나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세상이었는지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 모든 가정을 기반으로 칼 칸시와 함께 정찰대가 되어 라이토르에 도착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도시가 개판 난 걸 보며 걷다가, 방금 안경 쓴 마족과 부딪쳤다.
솔직히 식겁했다.
돈주머니 찾는 척하며 무마하긴 했지만 처음엔 암살자 같은 새끼들한테 칼빵이라도 맞는 줄 알았다. 그만큼 안경 쓴 마족은 마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척이 덜 느껴졌었다.
그렇다고 아주 안 드러내는 것도 아닌 걸 보면 그냥 힘을 잘 갈무리하는 쪽에 가까웠을 것이다. 어쩌면 마족령의 실력 있는 모험가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상대방도 똑같이 품을 뒤지며 진짜로 돈주머니를 찾지 않았다면 그대로 간보다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자마자 검을 뽑았을 것이다.
“왜 그래 손님? 알고 보니 진짜 돈주머니 털리기라도 했어?”
“그건 아닌데, 아무리 한눈을 팔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렇게 인지도 못한 채 무방비하게 부딪친 게 신기해서.”
적진이라는 마음으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여겼는데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았다.
좀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편이 좋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인 나는, 스쳐 지나간 마족보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개판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그보다 도시 상황이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네. 마족령은 원래 이래?”
“글쎄. 나도 이만한 내분은 처음이라서 뭐라 말을 못 하겠는데.”
우리는 지금 도시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것도 숨어들어온 게 아니고 멀쩡히 관문을 통해서 들어왔다. 처음엔 내분이 정리됐나 싶어서 속이 쓰렸는데, 다행히도 우리가 도착한 서쪽 관문과 주변 일대는 마왕군 지지자들의 손에 정리가 된 것에 불과했다.
관문지기마저도 통행료라는 명목으로 다른 도시의 세 배에 달하는 비용만 요구할 뿐, 열성적으로 검문을 하진 않았다. 비용도 센데 검문까지 빡세면 사람들이 돈 안 내고 다른 도시로 갈 거라는 결론 끝에 나온 조치같았다.
심지어 그 비용을 별 불만없이 지불하자 뻣뻣했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살갑게 굴기까지 했다. 말하는 걸 대충 들어 보니 우리를 마왕군이 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돈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우수 납세자 정도로 본 모양이었다.
‘동쪽 관문 쪽으로는 가지 말게. 빌어먹을 라이토르 놈들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니까.’
정보를 얻기 위해 굳이 내가 먼저 호감도작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자기 혼자 친밀도를 마구마구 올려 조언까지 해주는 관문지기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우리는 당연히 남쪽 관문으로 향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고,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참 많은 바리케이드와 싸움을 목격했다.
알고 보니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관문 인근이었던 거였다. 어쩐지 멀쩡한 사람들 같은데도 부랑자처럼 거리에 천막을 친 이들이 많다 싶었는데, 안쪽은 아주 많이 난장판이었다.
도둑과 강도. 술통이나 부서진 가구들로 바리케이드를 세운 채 자신의 가게나 집을 지키는 사람들이나 자경단. 마왕군 지지자들과 교단 지지자들의 집단 개싸움 등등.
전문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벗어나 몇 걸음 걷다 보면 동네 아저씨들의 개싸움이 차라리 더 웅장할 것 같은 개판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거리는 그나마 상업 지구라서 상인들이 돈을 모아 고용한 용병단들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 덕에 안전한 거였다.
물론 여기에 들어올 때도 통행료를 내야 했다. 라이토르 백작 가문이 밀리고 마왕군 지지자라는 놈들이 우세인데 이딴 꼬라지인 걸 보면 그놈들에게 제대로 된 체계따윈 존재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이상했다. 대충 주워듣기로 라이토르 백작가는 몸이 똑똑해서 머리가 고생하지 않는 전형적인 부류의 전사 집단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오면서 마주한 어중이떠중이들만으로 그런 이들에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으니, 특작부의 개입은 분명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정황도 이미 봤다.
그렇다는 건 결국 이 혼란 역시 특작부가 의도한 결과라는 뜻이다.
걸어가며 들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마왕군을 지지하는 이들은 특작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그냥 자기들이 잘나서 이기고 있다고 믿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망상도 그런 망상이 없었다.
특작부가 개입한 게 분명하지만 교통정리가 안 되고 싸우는 당사자들은 마왕군의 개입조차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 대체 뭘 위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민하던 나는, 방금 막 지나친 골목길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운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칼 칸시. 이쪽으로.”
“또?”
극단적으로 인기척이 드물어지는 어두운 골목을 따라 간 우리를 맞이하나 것은, 잊을 만하면 쓰러져 있는 언럭키 헐크의 시체였다. 앞에서 발견했던 녀석들과 달리 꽤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시체를 바라보며 팔짱을 낀 칼 칸시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벌써 네 마리잖아. 왜 우리가 가는 길마다 이놈이 있는 거지? 그것도 죽은 채로?”
“이놈들이 있으니까 라이토르가 밀린 거야. 우리가 오기 전엔 중앙 거리까지 라이토르 백작 가문이 점령하고 있었겠지.”
침식체는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다. 내가 발견한 것만 넷이니 실상 도시 전체를 놓고 보면 더 많은 침식체가 풀렸을 것이고, 이를 상대해야 했을 라이토르는 꽤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중간한 병사들이라면 그냥 갈려나갈 수밖에 없는 놈이 상대임에도, 라이토르 백작 가문의 병력은 확실하게 침식체를 상대하며 머릿수를 줄이고 있었다. 분명 굉장한 성과라고 할 만했지만 피해가 전혀 없을 리는 없었다.
칼 칸시는 내 말을 듣고 바로 이해했다는 듯 짧은 감탄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지나치면서 마주친 놈들 수준으로는 백작 가문에 별 위협도 안 될 거 같은데 이상하다 싶었어.”
“이 시체는 그나마 최근이니, 어쩌면 아직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더 늦기 전에 찾아서…”
라이토르 가문에 더 피해가 생기기 전에 다 죽여야 한다.
그리 말하려던 내 말을 끊은 건, 우리 반대편에서부터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와 인기척이었다.
“찾아서, 뭐?”
깡, 깡,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자기 키만한 양손검을 지팡이처럼 바닥에 찍으며 움직이는 건장한 중년이었다.
“너희는 뭔데 그 괴물을 조사하고 있지?”
…엄밀히 따지자면 건장하다는 표현은 조금 어폐語弊가 있었다.
피로에 찌든 중년의 왼쪽 다리에는 멀쩡한 발 대신 쇠몽둥이와 비슷하게 생긴 의족이 달려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