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33)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33화(533/599)
[533화] Brave Meets Brave내 가명이 밝혀진 뒤, 타지는 정말 자신이 말한 대로 모든 경계심을 지운 채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너무나도 확연히 바뀐 대응 탓에 오히려 우리보다 그의 일행이라 할 수 있는 병사들이 더 놀랐다. 골목길을 벗어나자마자 일부러 경계하듯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들은, 한발 늦게 모습을 드러낸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타지를 보자마자 머리 위로 무수히 많은 갈고리를 띄웠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그들조차 내가 응징의 성자라고 타지가 소개하자마자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의심하는 이들도 없진 않았지만 그들은 칼 칸시 선에서 해결이 되고 말았다. 아예 소문으로 듣는 정도가 아니라 정확하게 칼 칸시를 알아보는 이가 있었던 덕에 병사들의 반응과 태도가 타지와 같은 무한한 호의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졸지에 상황은 매우 순탄하게 흘러 갔으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당사자인 내가 좀 불편해졌다. 최대한 눈에 덜 띄고 싶었는데 이런 형태로 시끄러워지다니, 상상도 못 했다.
“물론 당시에 손님이 꽤 화려하게 저지르긴 했지만… 벌써 이렇게 소문이 퍼질만큼 시간이 흘렀었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어.”
나 못지 않게 난감해하던 칼 칸시가 중얼거린 말을 듣고 나서야 나도 마족령에 들어온 뒤로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했다. 빨리 돌아가지는 못할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벌써 두 달을 채워가고 있다니, 오크 게이트로 인해 서부까지 날아갔던 게 정말 예행 연습이 된 꼴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전선을 한 번 밀어 버린 뒤로 전쟁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을지 궁금해진 나는, 적당히 주변의 관심이 흩어졌을 때를 노려 칼 칸시에게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혹시 전선에 대한 새로운 소문 같은 거 없어?”
“신벌 사건 이후로는 좀 애매해.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거든.”
나와 떨어져 있는 동안 가만히 있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어진 대답이었다.
확실히 마왕군 입장에서는 결코 좋지 않은 형태의 대사건이었으니 입소문이 나는 걸 통제할 가능성이 넘치긴 할 것이다. 그게 과연 얼마나 잘되는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칼 칸시가 전문 정보상도 아니니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하며 다음을 기약하려는 찰나.
“과연 개척자로군. 이번엔 꽤 심혈을 기울여서 입을 막는 탓에 정보가 막혔다는 것조차 눈치채는 이들이 드물다고 하던데 말이지.”
내 정체를 안 뒤로 한시도 관심을 놓치지 않던 타지가 대뜸 끼어들었다.
“…타지 님께서는 달리 들은 바가 있으신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이제는 슬슬 부담되기까지 하는 태도였으나 그의 반응은 분명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기에 흘려 듣기 힘들었다.
“맞아. 그게 진짜 ‘신벌’인지 아닌지는 우리에게 있어서 꽤 중요한 사안이었거든. 다방면으로 수소문도 하고 돈도 뿌려가면서 백작님께서 힘을 썼지.”
“중요한 내용같은데 저한테 막 말하셔도 되는 겁니까?”
“내가 말 안 해도 어차피 우리 백작님이 말할걸? 당신이 나타났다고 하면 엄청 좋아하실 분이거든.”
내심 교단 코인을 타고 역배를 노리는 극한의 역배충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었는데, 라이토르 백작은 그런 우려가 미안해질 정도로 유서 깊은 확고한 마신교 신자인 모양이었다.
“오히려 무용담처럼 말한다에 내 남은 다리를 걸지. 개인 사비까지 털었다고 한탄했었던 게 아직도 기억나네.”
그래서인지 타지는 백작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얻었다는 귀한 정보를 입에 담는 데 아무런 주저함도 보이지 않았다. 낄낄 거리며 기억을 되새기는 꼴을 보면 그래도 백작의 측근이라고 사이가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보상을 구하기가 힘들었던 겁니까? 정보가 비쌌던 겁니까?”
“둘 다. 수 년간 밀지는 못했을지언정 밀리지도 않았던 전선의 위축이라는 게 가벼운 사건은 아니니까.”
뭐… 여러모로 극적이긴 했지.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광경을 떠올리는 사이 부하들에게 명령해서 거리를 벌리게 한 타지가 확연히 조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티스엘도 에슈누아 제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채 본격적으로 미는 중이라고 하더군.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를 할 틈도 없이 밀려 버린 것치고는 묘하게 선방하고 있다고 해. 하지만 백작님은 그걸 이상하게 여기셨지.”
“버티는 게 말입니까?”
“마왕군이야 입을 막고 있지만 이티스엘은 한창 좋을 때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쪽에서 들려오는 정보까지 뻗어서 대조했지. 이례적일 정도의 대공세인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잘 막고 있는 꼴이라더군.”
아무것도 몰랐다면 그저 배수진을 친 건가 싶었을 내용이었다. 하지만 신성 모독과 다를 바 없는 일을 자행하며 요상한 짓거리를 한다는 걸 알고 나니 대충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저것들이 튀어나왔지. 그제야 이유를 알겠더군.”
그리고 그건 라이토르도 마찬가지였다. 마주쳐 지나가는 다른 병사들의 경례를 가볍게 받아주며 새삼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인 타지는 꺼끌꺼끌해 보이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고위 성직자들의 도움을 받아 알게 된 바에 의하면 사특한 기운이 섞여 있다더군. 그쪽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죽기 전까지는 함부로 접촉하는 것도 피해야 해. 그냥 부딪치는 걸로는 큰 문제가… 아니지, 그것도 잘못하면 죽을 수 있으니 큰 문제겠지만. 아무튼 그 이상의 피해는 없는 반면 놈들의 피나 체액에 무방비하게 닿으면 어지간한 성직자가 아니면 제대로 치료조차 못 하고 죽게 내버려 둬야 하거든. 심지어 곱게도 못 죽어.”
“…그건 좀 많이 치명적이군요.”
“그랬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타지와 달리 난 새로운 정보에 놀란 감정을 감추기 위해 기를 써야 했다.
렌기에 에파가시에라에서도 침식체는 있었고 내가 도착하기 전에 교전도 있었으나 방금 타지가 말한 것과 같은 괴이한 감염 증상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었다. 그들이 이런 심각한 증상에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여기서 나타나는 침식체들이 내가 알고 있던 놈들과는 또 다른 형태의 침식체일 가능성이 생기고 만 것이다.
이걸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고민하는 나를 도와준 것은 칼 칸시였다.
“성지에서는 그런 이야기 없던데.”
“음? 무슨 말이지?”
“교단도 저 괴물들과 대치하고 사상자가 나왔지만 감염에 대한 경고는 없었어. 죽은 기사나 병사들의 시체도… 좋은 상태가 아닌 게 많았지만 당신이 말한 형태로 곱지 못한 건 아니었지.”
“…다른 종이라고?”
타지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사이, 아까보다 조금 더 많은 병사들이 우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다급하게 뛰어간다.
방금 봤던 병사들과 달리 경례조차 하지 않고 뛰어가는 모습에 저절로 시선이 따라갔다. 이쪽 친구들 군법이 거꾸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면 저런 행동은 비상시에나 가능했다.
“타지 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병사들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거 같습니다만.”
칼 칸시의 말을 듣고 심각하게 고민에 빠지려던 타지의 의식을 붙잡으며 질문하고 나서야 그도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짧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또 나타났나보군.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안내는 병사들에게 맡겨야겠어. 보통 한 마리씩 나타나긴 하는데 가끔 허를 찌르듯이 여러 마리가 나타나기도 하거든.”
뭐가 나타났다는 것인지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그 정도 눈치는 있었으니까. 대신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려는 그의 말을 끊으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도움이 될 겁니다.”
“…으음, 마음 같아서는 사양하고 싶은데… 지금 우리가 많이 아쉽거든. 괜찮겠어?”
응징의 성자 라비셔가 남긴 족적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평범한 인족처럼 보일 것이 분명한 나에게도 진지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병사들이 눈치를 보며 주저하는 걸 보면 그런 반응이 일반적인 건 아님이 분명했다.
“렌기에에서 마주친 놈들과는 싸워 봤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건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전력이라는 뜻이로군. 고마워. 나중에 백작님께 말씀드려서 꼭 사례하도록 하지.”
주저 없이 빠른 결단을 내리는 타지의 모습은 꽤 호감이라고 할 만했다. 그는 병사들과 함께 오라며 말하고는 의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 나아갔고, 아직 마력을 드러낼 수 없었던 나는 평범한 인족처럼 열심히 두 다리로 뛰었다.
“손님. 아까 병사들의 인기척, 어떻게 느낀 거야?”
병사들도 엄연히 마족인지라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며 뒤에 서는 틈을 타, 칼 칸시가 질문했다.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네가 아무것도 못 느꼈다고?”
“어. 조금도 못 느꼈어. 솔직히 손님이 말하는 걸 듣고 나서 신경을 써도 힘들 던데. 거리가 상당했다고.”
이것도 용혈이랑 연관이 있는 건가? 당장 떠오르는 원인이 그거 뿐인데.
미간을 찡그리며 주변 눈치를 보자 칼 칸시도 얼추 내가 무슨 생각인지 알아차리고는 ‘용혈이 너무 변수로군. 몸 상태 잘 파악해.’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대화를 끊었다.
그의 조언에 따라 내 감각과 신체의 변화에 집중하며 도착한 곳은 분수대’였던 것’이 보이는 넓은 광장이었다.
라이토르가 물 낭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이들의 도시가 아닌 이상 저 분수대가 박살 난 건 최근의 일이겠지. 일대를 다 적실 기세로 넘치는 물에서 시선을 돌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여러 시체와 부상자들, 그리고 침식체 둘과 대치하고 있는 타지의 모습이었다.
도착이 늦은만큼 타지와 다른 병사들은 이미 한창 심각하게 전투 중이었으나, 정작 그 광경을 본 나와 칼 칸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사적으로 말하고 말았다.
“느린데?”
“약한데?”
분명 생긴 건 내가 알고 있는 언럭키 헐크와 흡사한데, 놈들의 움직임과 바닥을 내리찍는 힘은 내 기억과 많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