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34)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34화(534/599)
[534화] Brave Meets Brave미묘하게 다른 압박감에 주춤한 우리와 달리 타지를 비롯한 라이토르의 병사들은 다급했고, 동시에 능숙했다.
“가호나 방패 없으면 빠져! 칼츠 이 병신아! 너 말이야 너!”
“장병기로 바꿔!!”
물론 모두가 능수능란한 건 아니었지만, 모여 있는 이들이 스물인데 얼타는 건 한 명이었으니 능숙하다고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마저도 갑작스러운 침식체의 공격을 피하며 반사적으로 반격에 들어가려 했을 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금방 뒤로 빠지는 움직임은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롭다.
방패와 창을 들고 있던 병사와 무기를 바꿔드는 과정마저 매끄럽게 이어나간 칼츠라는 병사는 무기를 바꿔쥐자마자 능숙하게 침식체를 향해 창을 찔러 넣어 방패를 든 동료가 접근할 수 있도록 빈틈을 만들었다.
매서운 일격이 침식체의 명치를 꿰뚫으며 피가 튀는 것과 동시에 방패를 들고 튀어 나간 병사의 검이 침식체의 무릎에 박힌다. 그가 보여 준 순간적인 마력 운용은 폭발적이진 않을지언정 효율적이었고, 단단할 거라 예상되는 침식체의 무릎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검이 박히는 걸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몸을 굴려 침식체의 뒤로 빠져나가는 모습은 과연 한두 번 상대해 보는 솜씨가 아니었다. 내가 언럭키 헐크들을 상대할 때 놈들의 몸에 에스테를 박아 휘젓는 것처럼 저들도 놈들의 회복을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저게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침식체는 내가 알던 놈들과 달리 움직임만 잠깐 멈췄을 뿐,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성대가 나간 것도 아닌 게 분노에 찬 것처럼 가래 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내가 상대했던 놈들과 달리 전투 요원에 가까운 놈들이라 통증에 내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일이 대차게 꼬일 수 있었기에 나는 서둘러 움직이기로 했다.
“잘못 스치면 사망이라는데 괜찮겠어 칼 칸시?”
하지만 칼 칸시에게 의중을 물어보는 걸 잊지 않았다. 자신의 몸뚱이만 믿고 싸워야 하는 무투가 칼 칸시에겐 최악의 환경일 수 있으니까.
명치가 뚫리고 한쪽 다리를 쩔뚝거리게 된 걸 제외하면 움직임에 지장이 생긴 것도 아니었기에 놈들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보는 눈이 많기에 나 역시 차포 떼고 장기를 두는 식으로 능력들을 사용할 수 없으니 지원을 기대하는 것도 힘들다.
어차피 우리가 렌기에 에파가시에라에서 상대했던 놈들과는 다른 병종인 거 같으니 빠져도 상관없을 텐데, 칼 칸시는 건치가 다 드러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피랑 체액만 안 맞으면 되는 거 아냐?”
그리고 나보다도 먼저 뛰쳐나갔다.
얼마 되지도 않은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방금 막 무릎에 칼이 박힌 침식체의 뒤로 다가간 칼 칸시가 크게 발을 구르는 것과 동시에 내지른 주먹이 괴물의 뒤틀린 광배근을 가차 없이 후려친 순간.
-파아앙!
묵직한 샌드백이 터지는 소리와 침식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사실 내가 들은 소리가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퍼엉! 이 아니었을까? 분명 처맞은 건 우측 광배근인데 놈의 살가죽이 부풀어 오르며 형태가 일그러진 건 좌측인 걸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크에에엑!”
창에 찔리면서도 소리 한 번 안 지르던 놈은 갑작스러운 격통만큼은 참지 못했는지 팔꿈치를 크게 뒤로 휘둘러 칼 칸시를 떨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칼 칸시는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돌아가는 놈의 상체를 따라 이동하며 뒤를 잡고는 정확히 똑같은 방법과 똑같은 위치에 바디 블로우를 먹였다.
-아드득!
그러자 이번엔 반대편이 아니라 칼 칸시의 주먹이 박힌 우측 광배근에서 뭔가 제대로 박살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칼 칸시가 나와 주먹다짐을 할 때 무투가로서의 기술을 많이 빼고 싸웠다는 걸 확신하게 만드는 장면에 혀를 내두른 것도 잠시, 저놈은 무조건 칼 칸시 선에서 정리가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남은 놈의 처리를 돕기 위해 에스테를 뽑아 들었다.
[내 차례야?]“아직.”
신난 듯이 입을 열려고 하는 에스테에게 나직이 읊조리자, 녀석은 투덜거리면서도 다시 조용해졌다. 나라고 편하게 싸우고 싶지 않겠냐마는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침식체가 있다는 건 렌기에에서 봤던 ‘공방’이라는 도구를 쓰는 전문 부대가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것도 지근 거리에 있을 텐데 마력이나 신성력을 사용했다간 빼도 박도 못한다.
“우리는 이쪽을 맡는다!”
양손검을 휘둘러 솜씨 좋게 침식체의 발차기를 흘러넘기고 자세를 어그러뜨린 타지의 외침에 병사들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칼 칸시를 지원하는 소수와 남은 침식체 하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다수가 갈라지는 광경에서 시선을 돌리며 오롯이 침식체를 상대하기 위해 집중했다. 누군가가 응징의 성자가 함께 하네 뭐네 소리쳐서 심히 쪽팔렸지만, 아무리 쪽팔려도 죽는 것보단 나았기에 집중을 하는 건 그리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그 집중이 가져온 결과가 평소와는 좀 많이 달라서 주춤거릴 뻔했다.
마력으로 강화할 때와는 다른 감각이었다. 긴장감 속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착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모든 감각이 한없이 예리하게 곤두선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광경이 빠르게 변화하지만 그걸 정신없다고 받아들이거나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게 아닌, 똑같이 빠르게 움직여 따라잡을 수 있었다.
순간 무의식중에 마력이나 성법을 펼치는 실수를 저지른 줄 알았다.
그럼에도 내가 동작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몸에 아로 새겨넣은 검술을 따라 이미 놈의 겨드랑이 아래를 깊숙이 찌른 탓이 컸다.
격통에 울부짖는 반응은 없었지만 놈은 자신이 공격당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반응했다. 단순히 팔을 휘둘러 날 떨쳐 내려는 것이 아니라 상완에 힘을 주고 팔을 몸에 붙임으로써 찔러넣은 검신을 붙잡으려고 시도 한다.
언럭키 헐크와 비교하면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우리 집 근처에서 싸웠던 도끼쟁이조차 이런 반응을 보이진 못했으나… 차이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역시 느리고, 역시 약했다.
놈의 움직임을 보고 검을 뽑는 게 가능하다. 에스테를 비틀어 놈의 어깨 관절을 뽑아버리면서 검을 빼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앞서 싸웠던 놈들은 견제를 통해 다음에 이어질 행동을 어느 정도 학습하고 미리 대처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하품이 나올 만큼 느렸다. 아무래도 찌꺼기라는 것을 통해 만들어 낸 침식체들의 종류가 다양한 모양이다.
“창!”
잠시 딴 데로 빠질 뻔한 상념은 타지의 외침 덕분에 끊겼다. 놈을 피해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어느새 내 뒤에선 병사들이 좌우에서부터 놈의 고관절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한 명이 더 치고 나와 침식체의 출혈에서부터 나를 지키고자 큼직한 타워 실드를 들이민 것은 그들의 능숙함을 떠나서 퍽 감동스러웠다.
그 감동에 보답하고자, 타워 실드 너머로 허리가 숙여진 침식체의 반대편 겨드랑이를 노리고 에스테를 찔러 넣고 똑같이 어깨 관절을 뽑아버렸다. 언럭키 헐크였으면 이미 반대편 어깨가 회복되어 날파리 쫓듯 팔을 휘둘렀어야 했지만 녀석은 여전히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아등바등 팔을 올리려고 할 뿐, 성공하진 못했다.
타지는 의족을 끼고도 정말 높게 도약하더니 행동 불능이 된 놈의 정수리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양손검을 찔러 넣었다. 아직 어깨에서 에스테를 뽑지 못한 탓에 타지의 양손검이 침식체를 침식체 꼬치로 만들어버리는 감각이 검신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나는 소름 끼치는 감각에 한 번, 그리고 내가 그 미세한 변화를 온전히 느낀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며 검을 뽑았다.
“도끼!”
침식체는 양손검꽂이가 되었음에도 살아 있었다. 타지의 검이 양손검치고 얇은 편에 속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인체의 신비전이 열리고도 남을 수준이었는데 말이지.
저걸 보면 분명 질긴 생명력은 어디 안 가는 거 같기도 한데, 뇌진탕이라고 걸린 것처럼 벌벌 떨며 바닥에 고꾸라지는 꼴을 보고 있자하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은 듯했다.
타지는 그런 침식체의 모습에 조금도 주저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그저 침착하게 놈을 눕힌 뒤 거구의 병사가 큼직한 배틀 액스를 들고 오자마자 휘두르는 타이밍에 맞춰 힘껏 검을 뽑아낼 뿐이었다.
마치 대장장이들이 손발을 맞춰 담금질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 끝에 침식체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그 일련의 과정들이 단순히 침식체를 죽이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놈들의 피가 튀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함이라는 건 조금 뒤에 깨달았다.
“과연 응징의 성자라고 해야 하나? 오러도 안 쓰는 인족이 대체 어떻게 그런 업적을 달성하며 성지로 향했나 궁금했는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검술이군.”
최대한 피가 덜 튀도록 의족으로 침식체의 뒷목을 밟은 타지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 보이며 칼 칸시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끄어어…”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반응은 달랐다.
“저쪽도 소문의 개척자답군. 우리 쪽에 무투가가 없다는 게 안타까워.”
타지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반면, 나는 상상 이상으로 뛰어난 칼 칸시의 전투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칼 칸시가 맡은 침식체의 몰골은 심히 끔찍했다. 원래도 뒤틀린 황천의 돌연변이 같았지만 지금은 온몸이 부풀고 무너진 상태로 매우 더딘 회복을 반복하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팔다리에 병사들이 찔러 넣은 검과 창이 박혀 있긴 했으나 그보다 칼 칸시가 두 주먹으로 만든 상처가 더 눈에 띄었다.
“아주 전문적으로 패는 재주가 있었구나?”
간만에 몸 좀 풀었다는 것처럼 개운한 표정으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칼 칸시에게 말을 걸자, 녀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예상보다 몸이 약해서 힘 조절 하기 힘들었어. 하마터면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지 뭐야.”
거대한 피 주머니를 살가죽 밑에 품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몰골로 신음하는 괴물을 뒤에 두고 하기엔 심히 부적절한 발언이었지만 결과가 좋은 탓인지 그의 태도를 걸고 넘어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