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37)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37화(537/599)
[537화] Berserker내가 선물한 감동의 효과는 좀 과하게 좋았다. 백작과 부관 모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무릎을 꿇으며 에파가 님을 찬양하며 앞으로도 신앙을 굽히지 않고 헌신하겠다고 선언하는 작은 해프닝이 생기고 만 것이다.
당혹감을 최대한 숨기며 두 사람을 진정시킨 나는, 우선 특작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함구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행히 라이토르의 내분을 완전히 정리할 때까지 내 존재가 드러나지 않거나, 드러나더라도 그 소식을 전달할 적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입 아프게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한시적으로 저희를 돕는 자문이라는 명목하에 이곳에서 머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미 응징의 성자로서 용사님께서 쌓아 올린 명성도 비범한 수준이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걸로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접촉을 끊을 수도 있고, 특작부의 뒷조사나 불필요한 의심을 피할 수도 있겠죠.”
세간의 평가와 달리 머리 돌아가는 속도가 비범하기 그지없는 라이토르 백작은 오히려 한술 더 떠서 기획안까지 내놓는 적극적인 협조성을 보여줬다. 대체 이만한 인물이 왜 밖에서는 머리가 나쁜 대신 무력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한순간 의구심이 생겼지만, 이내 그마저도 노림수라면 말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연히 문무겸비보단 무武만 지녔다고 인식되는 편이 적들을 상대할 때 편하겠지. 이런 든든한 아군을 놓쳤으면 여러모로 피곤해질 뻔했다.
그것 외에는 교단 측에서 쥐고 있던 몇 가지 정보를 전달해주는 게 전부였다. 침식체들의 차이, 이를 조종하는 공방과 인형사라는 부대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활동 반경 등등을 전달받은 라이토르 백작의 표정은 정말 구원자라도 만난 듯했다.
“공방과 인형사를 찾게 되면 최대한 생포해야겠군요.”
우리 이단 심판관들은 첫 전투에서 포획한 인형사를 정말 알뜰살뜰하게 골수까지 빨아먹었다.
하지만 결국 녀석도 주특기 특화 병종에 불과한 터라 알고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었고, 되도록 많은 놈들을 붙잡아서 교차 검증을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긴 했다.
“아군의 안전을 담보로 할 정도는 아니니 기본 방침은 사살이 우선인 게 나을 겁니다.”
“유의하겠습니다.”
대충 30여 분은 이야기를 나누며 침식체에 대한 정보 공유를 마무리 지은 우리는 부관의 안내를 따라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 여관이 강제 징발이 아닌, 라이토르 백작의 사비로 통째로 구매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된 나는 똥 씹은 표정을 짓는 칼 칸시에게서 돈을 강탈할 수 있었다.
같은 건물의 빈 방을 내준 거였기에 이동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가벼운 인사를 마지막으로 부관과 헤어지고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칼 칸시가 호쾌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손님은 쌈박질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이빨도 잘 터는구만?”
식사도 가져다줄 테니 일단 여독을 풀라는 라이토르 백작의 배려를 충실히 만끽하기로 마음먹고 짐을 풀던 나는 이쪽에도 이빨 턴다는 표현이 있다는 사실에 속으로 웃으며 가볍게 받아치듯 대답해줬다.
“무력으로 해결되지 않을 땐 무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고민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부류지만 같은 편에게는 이런 게 더 잘 먹힐 때가 있는 법 아니겠어?”
껄껄 웃으면서 말을 이으려다 말고 ‘…그게 맞나?’라고 중얼거리며 고민에 빠진 칼 칸시를 뒤로하며 짐을 풀었다.
열심히 고생하며 달려오고 있을 사람들에겐 좀 미안해도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손님 행세를 하며 백작의 명성에 누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때 빼고 광낼 시간이었다.
◈
소하 시노어는 생각했다.
최근 들어 정말, 정말로 일이 잘 안 풀리는 거 같다고.
“이 정도면 마신의 개입을 의심해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예?”
그냥 중얼거렸을 뿐인데 과도하게 놀라며 벌벌 떠는 인형사를 덤덤한 눈으로 바라본 소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혼잣말.”
“아, 죄송합니다.”
딱히 탓한 건 아니었는데 유독 어쩔 줄 몰라 하는 인형사의 반응에 머쓱해진 소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조금 거리를 뒀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특작부를 두려워하는 이들이란 소하에게 있어 이해하기 힘든 부류였다. 적당히 분위기를 풀어 주기 위해 말해봤자 오해만 깊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한 그는 부하들이 돌아올 때까지 생각이나 정리할 겸 안경을 고쳐 썼다.
그러는 사이 공방에 켜져 있던 불빛 하나가 사라졌고,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만 소하의 반응에 인형사의 안색은 더욱 파리해졌다.
“확실히 빨라졌군.”
“죄, 죄송합니다…”
인형사의 탓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줘도 저 모양이었기에 소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최근 사흘 사이 이상하리만치 움직임이 좋아진 라이토르 백작 쪽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근 있었던 변화라고는 개척자라 불리는 수인 하나와 함께 대뜸 나타난 응징의 성자인지 뭔지 하는 인족뿐이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소하가 떠올린 것은 지난번 거리에서 부딪쳤던 인족과 수인이었다.
조합만 놓고 보면 흔한 조합이었으나 우연이라고 하기엔 또 너무나도 절묘한 상황인지라 추가 조사를 지시하자, 정말로 당사자들이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금만 빨리 알았더라도 잡아다가 사령부에 넘기거나 그 자리에서 없애버리는 거였는데. 부질없는 후회가 몰려왔지만, 거기까지는 아쉬운 것에 불과했지 문제라고 할 만한 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유일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그 둘이 지금 상황과 딱히 연관이 없다는 점에 있었다.
예전부터 명성이 좀 있는 편이었던 개척자와 달리 갑자기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정신 나간 인족이 남긴 족적은 얼추 끝자락이라 불리는 무법항에서 렌기에 에파가시에라 인근까지였다.
그 뒤로 한동안 행방이 묘연하다가 갑자기 이곳 라이토르에 나타났다. 마족령에 줄을 긋는 것처럼 입소문을 퍼트리던 초기와 다르게 이번엔 그들에 대한 어떤 소문도 들려오지 않았다.
목격자의 증언이 있는 건 전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무렵이라고 짐작되는 시기에 도적을 죽이는 게 전부였을 뿐. 응징의 성자가 죽였다는 몬스터들은 정말 그가 죽였는지 개척자 칼 칸시가 죽였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그게 놈들의 전부였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갑자기 돌변한 백작 측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전까진 침식체가 나타날 때마다 처리하기 급급하다는 느낌이었던 주제에 지금은 마치 공방의 존재를 눈치채고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듯한 낌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 도적 좀 때려잡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겠는가?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백작이 확신을 하고 움직이는 것인지 우연에 불과한지 알아내기 위해 부하들을 움직인 것이었으나,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아 자꾸만 신경에 거슬렸다.
그런 불편함을 안은 채 가끔 울려 퍼지는 공방의 경고음과 인형사의 침 넘기는 소리 속에서 침묵이 반나절 가량.
약속된 시간에 맞춰 귀환한 부하들의 표정은 어제보다도 더욱 굳어져 있었다.
“공방 하나가 파괴되었습니다.”
그리고 부관이 입을 엶과 동시에 소하의 표정도 굳어졌다.
결국 전투가 벌어지는 곳 인근에 위치할 수밖에 없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불길한 예상을 이어 나가던 와중에 듣기엔 심히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발각?”
“아뇨, 우연인 듯합니다. 인근 건물에서 저희 쪽 지지자들이 불을 지른 게 옮겨붙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입구를 막아 버린 터라…”
“회수할 수 없었나?”
“전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불 끄러 오는 것도 한 세월이더군요.”
적들이 우연을 가장한 거라면 골치 아팠고, 정말 우연이라 하더라도 골치 아팠다.
적들에게 기밀이 유출되거나, 정말 되는 일이 없어지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가옥 하나만?”
“예. 나머지 공방은 무사한 걸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혹시 모르니 한동안은 활동을 멈추라고 지시했습니다.”
“잘했다. 이곳도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 그 외에 특이 사항은?”
어차피 백작의 측근들을 비롯한 주요 전투 병력을 분산해서 수월하게 압박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제 와서 침식체를 며칠 운용 안 한다고 거꾸로 밀릴 상황도 아니었기에 소하의 결단은 과감하게 이루어졌다.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말씀하셨던 개척자와 응징의 성자도 추가로 확인해봤으나… 내부 물자를 옮기거나 구호 활동에만 참여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구호 활동이라고?”
단순히 신앙에 미친놈인가?
알면 알수록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지만 아직 보고가 끝난 게 아니었기에 소하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것을 참아가며 귀를 기울였다.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해 마력을 품었는지 확인해 보고 마도구를 통해 신성력도 검사해봤으나… 특별하다고 할 만한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뭔가 반응이 있는 건 놈이 차고 있는 장비 몇 개 정도였는데, 마도구 몇 개랑 약간의 축복이 깃든 검이 고작이었습니다.”
“신성력을 갈무리하고 있을 가능성은?”
소하의 질문에 부관의 얼굴에 처음으로 난처함이 깃들었다.
“알아, 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지. 하도 일이 안 풀려서 해 본 소리야.”
마력처럼 신성력을 갈무리할 수 있는 건 성직자 중에서도 오랜 시간 성법을 사용하고 품어 온 고위 성직자들뿐이다.
마신교의 인족 고위 성직자라는 기가 막힌 조합을 걱정할 바에야 차라리 용사가 반으로 갈라져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신빙성있는 발상이었다. 자신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리는 부관과 부하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 소하는 손을 내저으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인형사는 뒷 마무리. 우리는 평소대로 합류 지점으로 이동해서 한 번 더 교단의 움직임을 살…”
-똑. 또독, 똑. 똑. 똑.
하지만 그 지시가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들려온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소하와 그의 부하들이 전부다 문 쪽으로 몸을 돌리며 무기를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