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39)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39화(539/599)
[539화] Berserker결코 평범하지 않은 수준의 마도구를 덕지덕지 바른 채 매우 평범한 척하는 불청객들이 내 마력시에 잡힌 것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다.
당초의 계획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전투에서 먼 활동을 하며 교단의 도착을 기다리는 거였다. 그러면서도 혹여나 공방이라 불리던 마도구의 흔적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 주변을 살피던 도중 이틀 연속으로 똑같은 놈들이 눈에 들어와서 뒤를 밟아봤을 뿐이다.
놈들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주변의 미묘한 반응과 움직임을 확인한 뒤로는 확신이 생겼고, 딱 봐도 세이프티 하우스같은 느낌을 풀풀 풍기는 인적 드문 건물로 들어갔을 땐 당첨 뽑기를 뽑았다고 생각했다.
분명 당첨은 당첨이었다.
그게 예상을 벗어났다는 게 문제지.
처음 도시에 온 날 길거리에서 부딪쳤던 놈이 특작부일 뿐만 아니라 요주의 인물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소하 시노어였을 줄이야. 운명의 장난도 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그 옛날 첫 데뷔때 놈이 보여줬던 파괴적인 위력은 에스테 빔처럼 굉장히 한정된 자원을 폭발적으로 사용한 결과일 거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히려 그만한 준비가 되지 않은 지금이 진정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렇게 정확히 다섯 번 검을 섞은 순간까지는 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고 확신했다.
“소하 대장! 안 됩니다!”
뒤에 있던 놈의 동료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소하 놈의 눈깔이 까맣게 물들고, 공간이 일그러지며 한 자루의 창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보자마자 성창 에스테라는 걸 눈치챘다.
그래서 분노했다.
이건 솔직히 불가항력이다. 데오니 성녀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눈깔 까매진 새끼의 마빡에 연거푸 박치기를 시전하셨을 것이다.
“하, 뻔뻔한 새끼들같으니.”
그도 그럴 것이, 성창에 에파가 님의 신성력 외에도 악신의 잔재가 같이 꿈틀거리고 있다.
성창의 등장에 호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소하라는 놈에게서 언럭키 헐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악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성창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예로부터 눈깔을 저렇게 이상하게 뜨는 놈들은 정신머리가 나가는 게 클리셰였으니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바라지도 않았다.
대답 대신이라는 듯, 여전히 검술은 어설프지만 악신 버프로 인해 신체 능력은 올라간 듯한 놈이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른다.
그러자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격이 펼쳐졌다.
“에파가아아!!”
상황이 된다면 생포하려고 했었다. 허나 지금은 그렇게 손속을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유가 싹 사라지게 만드는 검을 피하며 그대로 놈의 목을 치려 했으나, 놈의 검에 담긴 힘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를 막아내느라 내가 뒤로 밀려나버린 짧은 순간을 노린 소하의 입에서, 고함인지 비명인지 구분하기 힘든 처절한 외침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놈이 들고 있던 창이 쏘아졌다.
예상한 공격이었음에도 피하는 게 늦었다. 놈이 한 손에 쥐고 휘두른 검격이 범상치 않았기에 미리 온 신경을 집중했음에도 늦었다.
힘을 갈무리하지 못한 것인지 충격파까지 만들어 내며 쏘아진 일격은 뤼밍스의 투구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내 머리를 찢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놈이 선보인 창술의 완성도가 엄청났다. 놈의 주무기는 검이 아니라 창이었다.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자각 속에서 이번엔 놈에게 생긴 빈틈을 비집고 내 쪽에서 에스테를 찔러 넣었다.
마력과 신성력. 그리고 용혈의 효과까지 겹쳐져서 그 어느 때보다도 예리하고 정확하게 움직인 검은 내가 느끼기에도 감탄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직선을 그었으나, 놈의 대가리를 뚫지는 못했다.
-콰각!
이 미친놈이 눈 돌아가자마자 짐승으로 퇴화한 것인지 기묘한 각도로 고개를 움직이더니 에스테를 물어버린 것이다.
놈이 물자마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압 프레스에 잡힌 것처럼 공격이 멈추는 건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으나 신선함보다는 좆같음이 더 컸기에 감탄하지는 않았다.
“이것도 처먹어봐.”
대신 그대로 놈의 머리통이 날아가길 기도하며 주저 없이 에스테 빔을 갈겼다.
이라노레프에게서 흡수한 악신의 잔재는 침식체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었다. 못해도 이라노레프의 다리 하나에 바람구멍을 낼 정도로 강렬했던 에스테 빔을 두 번까지 쓸 수 있을 정도는 됐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그것도 아무리 소문 무성하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악신의 기운이 느껴지는 놈이라고 한들 사람 새끼한테 그만한 공격을 한 큐에 쏟아 부어 버리는 건 낭비라고 여겼기에 출력을 조절했다.
아무리 조절을 했다고 해도 지근거리에서 아무런 대비없이 직격하면 형체도 없이 사라질 거라 확신하면서.
언제나 소리 없이 적을 섬멸해왔던 빛줄기가 건물과 대지를 꿰뚫으며 위력을 과시했으나…
내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저항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에스테 빔이 사라지는 것과, 놈이 쥐고 있던 창이 또다시 내 머리통을 노리는 것, 그 공격을 피하며 에스테의 검신을 퍼트린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주인, 뭔가 달라.]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는 에스테였으나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나 역시 그리 생각하던 참이었다.
놈의 대가리가 멀쩡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굉장히 불쾌한 기운이 놈의 머리를 보호하는 것처럼 일렁이며 에스테 빔을 튕겨 낸 듯했다.
“거 참 좆같이도 생겼네.”
찐득한 무언가가 엉겨 붙는 듯한 몰골 때문에 처음엔 머리통이 좀 녹아내리기만 하고 살아남은 건가 싶었다.
전혀 아니었다. 에스테가 쏟아 낸 신성력과 맞부딪칠 때마다 장작처럼 타 들어가며 사라지는 그 불쾌한 무언가 너머로, 소하는 너무나도 멀쩡한 얼굴을 한 채 검은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내게 창을 휘둘렀다.
살의를 담은 일격필살의 공격이라기보단 거리를 벌리기 위한 견제에 가까웠으나 악신의 기운에 잔뜩 절여진 놈은 그런 견제조차 무시 못 할 강격强擊으로 승화시킨다.
오히려 이라노레프를 상대할 때보다 부담감이 더 크고 위협적이다. 삐끗하면 몸에 바람구멍이 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두 가지 이점 덕분에 어떻게든 싸움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점은 악신의 기운을 흡수해서 영구기관 뺨치게 돌아가는 에스테다.
지금 놈이 두르고 있는 악신의 기운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위협이라는 걸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지경이다. 너무나도 짙게 깔려 추상적인 개념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육안으로 식별이 될 정도로 흘러넘치고 있으니까.
방금도 이 난장판에서 도망치려던 쥐 한 마리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었다. 원래대로라면 저것만으로도 이곳에 나타나는 침식체들의 혈액에 닿는 것처럼 심각한 상태 이상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에스테는 그 기운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치환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치환된 신성력으로 내게 온갖 강화 성법을 걸고 주변을 정화한다. 흡수한만큼 미친 듯이 뿌려야 했기에 완전한 우위를 점할 수는 없어도 놈의 디버프를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은 엄청난 메리트였다.
두 번째는 놈의 공격에서 느껴지는 단순함이었다.
놈이 휘두르는 창에는 오직 하나의 의도만 담겨있다. 적이 이 공격을 피할 경우, 빗나갈 경우, 혹은 반격이 들어올 경우를 따지지 않고 지금 시도하는 일격에 적이 죽을 것을 가정하고 움직인다.
상대가 지보다 더럽게 약하다면 그걸로 끝이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놈의 공격이 아무리 완성도가 높고 침식체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며 창을 휘두를 때마다 충격파를 만들어 낸다고 한들, 나 역시 놈의 공격을 받아내거나 튕겨낼 정도의 실력은 지니고 있었다.
“네놈이…!”
그 결과, 소하의 공격은 주변을 초토화시킬지언정 날 죽이지 못했고 나는 놈에게 꾸준히 상처를 내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상황이 계속 이어졌으면 참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놈의 몸에 상처가 늘어갈 때마다 놈의 움직임도 변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한낱 꼭두각시처럼 마신의 손에 놀아나 움직이는 것에 불과한 네놈이 내 앞을 막는다고!”
“뭐래 씨발.”
그렇다고해서 편하고 일방적인 엔조이 어택을 즐기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치명상이 안 생길 뿐이지, 놈이 공격은 자꾸 아슬아슬하게 내 방어구를 긁거나 스쳐 지나간다. 잠깐만 집중이 흐트러져서 반응이 아주 조금만 늦어져도 갑옷이든 내 몸뚱이든 둘 중 하나는 처참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지금 대화만 놓고 봐도 그렇다. 놈은 자기의 공격이 안 통하니 아주 뒤까지 돌아간 눈깔에 약간의 총기를 빛내며 나를 힐난하려는 듯 주둥이를 털지만, 정작 나는 단답형 반박 밖에 할 수 없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유가 없어서.
“아무 노력도 없이 얻은 힘에 취해 뭐라도 된 거 같겠지! 네까짓 놈이, 한평생 복수만을 위해 분노와 삶을 태워 온 나를! 막는다고!”
일촉즉발의 상황만으로도 벅찬데 지 혼자 눈 돌아가서 멋대로 열폭하는 놈의 헛소리까지 귀에 들려오니 속에서 천불이 끓는다.
당장 지랄 그만하라고 외치고 싶지만, 미친개처럼 검을 물기까지 하던 놈이 이성을 되찾고 에스테의 칼날을 입에서 뱉어내기 시작하면서 내겐 여유가 없어졌다.
오히려 공기를 찢는 위력은 아주 약간 줄어든 반면 기술의 치밀함은 바짝 올라가서 살짝 버겁다.
이게 분노 버프의 끝을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편한대로 밸런스를 조절하는 선택적 분노조절 장애인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내게 있어 그리 좋은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할 만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신의 변덕 아래에서 진실을 모른 채 죽… 크악!”
나는 점점 또렷해지는 발음으로 또 나에게 개소리를 지껄이려는 소하의 두 다리를 향해 분노를 담아 허리춤에 있던 바늘들을 산탄처럼 사출했다가 회수했다.
제대로 된 방어구를 걸치지 못한 탓에 놈의 양쪽 허벅지에는 시원하게 바람구멍이 뚫려 버렸고, 예기치 못한 기습에 놈의 눈을 덮고 있던 까만 기운이 반 정도 풀려나며 굉장히 당혹스럽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 꼴을 보아하니 바늘에 놀란 게 아니라 어떻게 아무 사전 준비도 없이 바늘이 움직인 것인지 놀란 눈치였다. 휘파람 작전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좆도 모르는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막 지껄이네.”
마을이 불탔던 날, 내 손에 쥐어져 있던 건 마력과 빌어먹게 나약한 몸뚱이 그리고 부모님을 찔러 죽인 적들이 남기고 간 칼 두 자루가 전부였다.
델트에게 비룡 다이빙을 시도했던 날, 내게는 마력과 검 그리고 열심히 단련한 몸뚱이와 세치의 혀로 설득한 조력자 기에스가 있었다. 마력과 칼이 전부였던 때보다 두 개를 더 쥔 것이다.
그 후로도 마찬가지다.
검술을 배우고, 단련을 하고, 바늘을 만들고, 장비를 바꾸고, 카쿨라의 도끼를 강탈하고, 지식을 쌓고, 교류를 가지고, 도전하고, 싸우고, 라이카를 얻고, 마법을 배우고.
난 항상 다음을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고자 노력했다.
비록 이 몸뚱이에 깃든 에파가 님의 가호는 타고 난 것일지언정, 아무 노력 없이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천재 특전 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진짜 엄밀히 따지면 애초에 마력조차 스승님의 만남을 통해 내가 운용법을 터득하고자 노력해서 일찍 깨우칠 수 있었던 거에 가깝다. 안 그랬다면 진즉 죽어서 우리 부모님 옆에 백골로 남아 있었을 걸?
그런 나의 눈물겨운 노력도 모르고, 에파가 님께서 어떤 심정으로 대륙을 굽어살피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뭘 다 안다고 떠든단 말인가.
“내가 이번 생에서 노력 없이 얻었다고 할 만한 건.”
난 살기 위해 항상 내가 쥐고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하며 최선을 다 해 왔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그랬다.
“나 좋다는 여자들밖에 없었어 이 씨발놈아.”
나는 꾸역꾸역 치고 올라오는 괘씸함을 감추지 않으며 바늘과 에스테의 쪼개진 검 조각들을 놈에게 사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