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6)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6화(56/599)
그리고 조금은 지루한 기다림 끝에 우리는 잭팟을 맞이했다.
“와, 그게 오늘이었냐?”
“하하하. 근무 수고하시게!”
11시가 조금 넘을 무렵, 마족이랑 손잡은 놈들이 겨우 술집 하나에 희희낙락해가지고는 무더기로 웃으며 던전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누가보면 세상 성실하게 사는 모험가인 줄 알겠다 아주.
하긴, 어떻게보면 일부러 그걸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고 숭고한 일이라는 착각을 심어주기 위해서.
“오늘 야간 근무는 더럽게 빡세겠군.”
“언제는 안 그랬나?”
“씨발. 늦지만 마라. 지난 번에 한 시간 늦었다가 사람 보냈던 거 기억하지?”
“안 그래도 분위기 안 좋은데 그 정도 눈치는 있지. 6시에 칼 같이 맞춰서 올테니 걱정 말라고.”
“퍽이나 그러겠다.”
이동 인원은 7명. 가볍게 경비들과 인사한 그들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뭉쳐서 숲 속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분명 돌아올 때도 같은 길로 올 것이기에 난 바로 자세를 고치며 가엔달에게 통보했다.
“따라가서 길 좀 확인하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답해주는 가엔달을 뒤로하며 몸을 숙이고 움직였다. 거리를 두는 것도 어렵지 않고, 놈들에게서 인기척을 숨기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무방비하면서도 익숙한 놈들의 모습에서 이 일과가 얼마나 오래 반복되고 유지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마족 숭배자라는 설명만 들었지 이들이 폐던전에 자리 잡고 뭘 했으며 어쩌다가 꼬리를 잡히게 된 것인지는 일절 듣지 못했다. 왕가의 의뢰라고 했으니 어쩌면 그 쪽 나름대로 반역의 씨가 될 법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는걸까? 만약 이들이 마족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다른 형태로도 결국 숙청 당했을까?
“3주에 한 번 외출할 수 있는 게 이렇게나 기쁘게 될 줄은 몰랐다 진짜.”
“돈 문제는 걱정없으니 이러고 있지만서도, 빨리 게이트가 완성되어서 좀 빠져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긴 해.”
다른 건 몰라도 어떤 형태로는 주둥이가 가벼워서 죽음을 맞이했을 거 같긴하다.
게이트? 진짜 이 새끼들은 수도 인근에 마족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를 건설하는 걸 돕고 있었단 말인가? 내가 그 쪽 지식은 전무하다시피해서 이게 원래 짓는데 오래 걸리는건지, 아니면 규모가 커서 오래 걸리는건지 감이 안 온다.
제발 렐리에는 좀 알고 있길 바라면서 추적을 이어나갔지만, 그 사이 신나게 떠들면서도 놈들은 더 이상 유용한 정보를 입에 담지 않았다. 내가 추가적으로 알게 된 것이라고는 놈들이 긴 밀폐 생활을 해오면서 우애만 돈독해졌다는 사실 뿐이었다.
놈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쉬고자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서두르는 편이었고, 숲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잔뜩 취해서 돌아오는데에는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리겠지. 왜 칼같이 맞춰오겠다는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시간 이상 늦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난 조금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마력을 둘렀다.
◈
가엔달에게 돌아가기까지 약 30분, 그와 함께 다시 야영지까지 돌아가는데 10여분이 더 흘렀다.
돌아오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따뜻한 스튜를 맛보며 다시금 동료의 중요성을 상기한 나를 두고 가엔달은 하룻밤 사이 우리가 알아낸 정보들을 전달했다. 거기에 덧붙여 내가 놈들을 추적하면서 들은 게이트의 이야기를 마치자 렐리에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 대해 설명 해 주었다.
“저도 전문분야는 아니라서 구체적인건 모르지만 게이트 자체를 만드는 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아마 녀석들은 그걸 적정 크기까지 확장시키는 게 목적일거에요.”
“확장?”
“일단 게이트를 만들어서 공간 좌표를 고정하고 거기서부터 서서히 통로를 넓히면서 고착시켜서 안전성을 확보하는거죠. 그러니까…바늘 구멍만한 크기로 산을 관통한 다음 그 구멍을 토대로 토굴을 판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확 와닿네. 엄청난 대공사겠군.”
긴의 말대로 정말 한방에 이해가 되는 비유였기에 비마법사인 우리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지금 그 게이트를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토굴이야 앞에서부터 파야하는거지만 게이트는 그 바늘 구멍을 조금씩 넓히는 거니까요. 놈들이 어느 정도의 크기를 원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경과된 시간만 대충 놓고 봤을 때 한 사람이 서서 이동하는데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뚫려있을 거라고 봐도 될 거 같네요.”
“그렇게 열려 있으면 그냥 일렬로 서서 넘어오면 되는 거 아니야?”
예카트리나의 질문은 상상으로는 퍽 웃기는 모양새였지만 타당했다. 개인이 챙길 수 있는 물품만 구비해서 넘어와도 군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던전 입구라는 크기의 한계가 있는대도 놈들이 게이트의 크기를 신경쓰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충분히 가능은 하지만, 마족이 그러지 않는다는 건 다른 노림수가 있는거겠죠. 저희가 지금 거기까지 알아낼 수는 없는 상태인 것일 뿐이구요.”
“다른 건 몰라도 그 노림수가 우리에게 결코 유익하지 않을거라는 건 확실하겠지. 그나마 엘드미아가 들은대로라면 아직 완공은 멀었다는 소리인데…혹시 그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까?”
“글쎄요? 우선 제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이 쪽에 게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다는 것. 그게 마족인지 인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둘 다 가능성이 있어서 애매하네요.”
왕가에서 내건 의뢰. 어쩌면 그 진짜 목적은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반역자의 처단일지도 모른다.
그만한 인물이 왜 왕국에 반기를 든 것인지 알아낼 틈도 없이 단순한 마족 숭배자로 죽길 바라는 것이라는 가설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마침 마법사도 한 명 있다고 하니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는 증축 작업 도중에는 게이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 정도겠군요. 사실 아예 없지는 않지만, 매우 위험하거든요. 자칫 잘못하면 이공간 속에서 사라질수도 있고, 다른 곳으로 튀어나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늘 한 가운데 같이?”
“모든 변수가 다 적용되죠. 깊은 바닷속일수도, 바위에 절반만 박혀서 즉사할수도.”
음. 그건 좀 많이 끔찍하다. 당장 저런 예시가 튀어나오는 거보니 실제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들도 나랑 비슷한 끔찍함을 공유하는 동안 렐리에가 말을 마쳤다.
“확실한 건, 게이트 생성이 가능한 자가 지금 던전 내부에 있다는 것. 그리고 증축 중에는 아무리 변수가 일어나서 끊고 싶다하더라도 바로 끊을 수 없다는 것 정도? 그렇게 끊어버리면 게이트가 아예 박살날테니까요. 아예 포기하고 게이트를 닫아버린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건 저희에게 나쁜 조건은 아니죠.”
어차피 게이트가 멀쩡해도 넘어가기는 커녕 파괴할 방법을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저 쪽에서 급하게 박살내준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에 불과했다.
게이트에 대한 것이 정리되자 우리들이 할 일은 지극히 간결해졌다.
“엘드미아와 예카트리나, 그리고 긴이 귀환하는 7명을 처리해주겠나?”
교대 인원까지 포함하여 경비 4명과 술에 취해 방심한 채 귀환할 7명을 죽이는 것. 길을 찾아 돌아와야하니 난 당연히 포함되지만 굳이 둘 씩이나 더 필요할까 싶다.
“사실 술까지 취했으면 혼자서도 충분하긴 합니다. 좀 더 편해지려면…아무래도 예카트리나의 워 해머가 혼란은 줄 수는 있겠네요.”
“응? 내 거?”
“예. 보고 쫄 수 밖에 없는 크기니까요.”
당장 술 취해서 귀환하는데 눈 앞에 사람이 저거로 짜부라지면 정신을 못차릴 게 분명하다. 취검取劍 타이틀이라도 달고 있다면 모를까, 일반인은 혼비백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군. 그럼 혹시 모르니 예카트리나는 동행을 해줬으면 하네. 만약을 대비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고, 해서 손해일 것도 없으니까 말이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팀으로 움직이는 이상 아무리 혼자 할 수 있어도 팀원이 불안 요소를 없애고 싶어하면 따라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기에 난 두말 않고 수긍했다.
“어디보자. 놈들이 정말 6시에 맞춰 오기 위해 움직인다해도 취한 걸음으로는…아직 4시간 가량 여유가 있는건가? 엘드미아? 습격은 어디 즈음에서 시작할 예정인가?”
“그냥 숲 초입 인근에서 칠 생각입니다. 미리 쳐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그러면 못해도 3시 정도부터는 움직여야겠군. 괜히 가는 동안 힘을 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지. 그러고보니 돌아올 때는 상당히 빨리 돌아올 수 있었는데, 예카트리나가 따라오는데 문제가 없을까?”
“나름…오러를 써서 서두른 것이기에 이어질 전투를 생각하면 조금 무리하게 될 겁니다. 적당히 전투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로만 서두르는 게 낫겠죠.”
신속 정확이 모토인 엘드미아 습격이다. 예카트리나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취객 7명을 다 죽이는데 5분도 안 걸린다. 나머지는 순수 이동 시간에 불과했다.
평소라면 심문이라도 해보겠지만 잠깐 사이 봐왔던 놈들의 유대감을 생각하면 어쭙잖은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놈들이 매우 성실할 경우 느려진 걸음 걸이를 생각해서 4시 언저리. 그렇지 않더라도 평소 해왔던대로 5시에는 마을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겁니다. 군대도 아니고 6시까지라고 해서 딱 맞춰서 오거나 서둘러 올 리는 없으니까요. 갈 때 걸린 시간만큼만 계산해서 움직이겠죠. 한 시간 정도면 합류가 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5시에 다시 합류하거나, 6시 언저리에 합류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이야기였다. 가엔달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음. 자네들이 늦더라도 6시에 교대가 시작되면 바로 경비를 처리해두겠네.”
“예.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제가 달려와서 미리 말씀드릴테니 과감히 실행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마력을 두르고 전력질주 한다면 10분 대로 돌파하는 것도 가능한 거리인데 뭐.
전생이었다면 숲 속에서 전력질주라는 정신나간 짓거리는 못했겠지만 이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