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67)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67화(567/599)
[567화] 사람이 다섯 명이나 모이면…일단 닥치고 적의를 드러냈기에 다 죽이고 보긴 했지만, 솔직히 늑대인간들에 대한 칼 칸시의 반응이 걱정이긴 했다.
전생에서도 늑대인간은 워낙 분류가 다양했으니까. 어디서는 저주고, 어디서는 종족이니, 수인들 입장에서 저들을 동류로 취급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개뿔 신경 쓰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저것들은 세로 리피티의 자식이 아니라 몬스터가 되어 버린 늑대 내지는 저주에 걸린 다른 종족에 가까운 느낌이지. 사실 동족이라 하더라도 닥치고 죽이겠다고 달려들면 그에 상응한 반응을 보이는 게 맞지 않겠어? 손님도 도적들 사정 봐가면서 싸우진 않잖아.”
한방에 납득이 가는 설명과 함께 태연하게 식사를 이어 나가는 칼 칸시는 과연 상식이 가득한 문명인이었다.
“하지만 좀 이상하긴 하군. 칼 칸시의 말대로 늑대인간은 일반적인 형태로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들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래요?”
“그의 설명대로일세. 저주에 가까운 형태의 무언가가 작용해야만 나타나지. 상처를 통해 저주가 전이 되는 형태로 집단을 키워나가는 역병 같은 거라고 보면 되네.”
그리고 그건 결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못해도 악신이나 악마와 연관된 무언가가 힘을 쓴 흔적이라 보는 게 맞다는 것이 에밋의 설명이었다.
“이거 참, 예전이었으면 그런 말을 들어도 먼 이야기처럼 들렸을 텐데 말입니다. 손님이랑 같이 있다 보니 그냥 흘려듣기 힘드네요.”
“그러게나 말일세. 하여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고용주라니까.”
하하 허허 웃으면서 고개를 내젓는 두 사람은, 어째서인지 내가 이미 늑대인간의 원흉이 되는 사건과 엮일 거라 확신하는 모양새였다.
거기에 대고 당당하게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나도 내 팔자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탓에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식사 전에 에밋이 보여줬던 레일 건에 쓰인 술식으로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그보다, 아까 보여줬던 술식은 대체 뭡니까?”
내가 구성한 마법은 절대 저런 출력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최대까지 조정해봤자 폭주하지 않는 선에서 손을 댄 것이기 때문에 늑대인간의 심장마비를 유발할지언정 꿰뚫는 기행을 벌일 수 없다. 그게 겨우 에밋이 개입해서 첨가한 술식 하나만으로 위력이 변질되었다.
지금까지 배운 마법적 지식을 기반으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에밋이 보여 준 성능의 반이라도 따라가기 위해서는 다섯 개의 술식과 더 많은 마력이 필요하다.
“그거? 그냥 임기응변이지. 리베어에서 자네와 맞붙었을 때 사용했던 마력 폭주를 응용해본 거라네.”
“예? 그때 저런 걸 썼다구요?”
“그 왜, 성 일부를 다 날려 먹었잖나. 그때 말하는 걸세.”
당연하다는 듯 설명하는 에밋과 달리 나는 간만에 무수히 많은 갈고리를 수집해야 했다.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봐도 실마리조차 안 보이는데?
그런 내 심정을 표정만으로 파악한 에밋은 적당한 주문을 외운 다음, 고의적으로 마력의 흐름을 틀어 놓아 지속적으로 폭발시키는 과정을 보여 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하위 주문들은 별다른 보정이 없는 날것에 가까워서 간섭을 안정화하지 못하면 무조건 폭발로 이어지지. 이게 보통은 들어가는 마력에 비해 효율이 안 좋기 마련인데, 이것도 꼴에 주문에서 비롯된 거라고 증폭 술식과 엮이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더군.”
“…증폭 술식에 들어가는 마력은 뭐 조상님들께서 대신 만들어 주신답니까?”
“재밌는 비유고, 맞는 말이지. 그래서 자네 주문을 이용했잖나. 외부의 개입이 있으면 발동되는 형태의 단순한 인챈트가 걸린 동전과 함께.”
“오…”
그 동전조차 일반 동전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추가적인 설명을 듣고 나니 확실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는지 에밋의 손 위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실패를 반복하는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공격 마법으로써의 실용성은 없다네. 당장 자네 말대로 증폭 술식에 들어가는 마력을 생각하면 손해보는 장사거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의 주문을 강탈해야 한다는 건데, 거기까지 가면 디스펠의 영역이지.”
“그런 것치고는 굉장한 위력 아닙니까? 화살로 관통한 것처럼 심장이 뚫렸는데. 제가 영창했던 주문으로는 저런 결과가 안 나오잖습니까.”
아직 저 뒤에 쓰러져 있는 늑대인간을 가리키며 말하자 에밋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내 검지 손가락만한 구멍이 뚫렸으니 정말 마법계의 레일 건이 완성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확인차 되물어본 거였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거야 마법을 모르는 몬스터니까 가능한 일이지. 상대가 최저 수준의 대對마법 방어막이나 화살막이 가호 같은 것만 두르고 있었어도 같은 양의 마력을 사용하여 주문을 시전하는 것보다 한참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을 거야. 알잖나. 가슴팍에 구멍이 뚫리지 않아도 생명체가 죽는 방법은 다양하다네.”
결국 마법사답게 효율이 문제였다.
다행히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온 덕에 에밋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번에도 내 얼굴을 보고 납득한 그 역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식기를 정리하며 들은 바에 의하면 애초부터 적의 마법을 방해하고 겸사겸사 물리적인 타격을 주어 빈틈을 만드는 게 목적인 마법이었다고 한다.
정말 별거 아닌 노력과 주문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였던 그 레일 건 하나를 위해 리베어에서부터 여기까지 매일 같이 고민했다는 걸 듣고 나니, 괜히 마법사들이 커리큘럼대로 정해진 마법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땐 천성 전사였는데 이제는 마법사가 다 되었구만. 무식한 주먹쟁이는 서러워서 살겠나 이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낄낄 거리며 요리한 자의 특권, 남들 식기 청소 할 때 누워서 쉬기를 만끽하던 칼 칸시의 표정이 갑자기 돌변했다.
“손님, 뭔가 또 오는데?”
“옘병.”
용혈로 인해 강화된 감각이 은근히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신경을 소모하게 만드는 탓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오프 모드로 두고 있었던지라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신경에 집중하자 짐승들이 수풀을 헤치며 다가오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아직 이 감각을 통해 무언가 파악하는 건 익숙치 않다 보니 야외에서의 정확도는 심각하게 떨어진다. 결국 나는 잠깐 집중해 보다가 빠르게 포기하고는 칼 칸시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뭐인 거 같아? 사람? 몬스터?”
“이족보행. 무거운 발걸음. 보통 저 정도 크기면 지능이 있는 몬스터인데, 그런 놈들치고는 속도가 묘하게 빠른 걸 보아하니 높은 확률로 사람.”
여기서의 사람은 당연히 9할 이상의 확률로 마족이었다. 내가 혀를 차는 것보다도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친 칼 칸시는 자세 하나 바꾸지 않은 상태로 오히려 더 늘어진 척을 하며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손짓하여 알려 준 뒤 내게 말했다.
“손님은 일단 마력이랑 신성력부터 숨겨. 저것들, 우리가 불 지핀 거 보고 접근하고 있는 게 분명해. 아직 거리가 머니까 들키지 않았을 거야.”
내 목적이 마왕군과의 무력 충돌이 아니라는 걸 잊지 않으며 빠르게 상황에 맞춰 조언해주는 칼 칸시는 역시 훌륭한 길잡이였다. 그의 조언대로 정체불명의 누군가들이 접근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척하며 몇 분 정도 지났을까.
무성한 수풀과 나무들을 헤치며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열 명의 마족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누가 봐도 제식으로 갖춰 입었음이 분명한 복장을 찬찬히 훑어본 에밋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군인이로군. 정찰 범위가 넓은 모양일세.”
“그럴 리가 없는데…”
칼 칸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탈영병이 아니고서야 저건 군인이 맞다. 제발 모험가이길 바랐는데 말이지.
분명 놈들의 거점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움직였는데 왜 마주친 것인지 당췌 이해가 안 됐으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이대로 앉아 있는 게 나을지 일어나서 확인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었더니, 태연하게 누워 있던 칼 칸시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어이, 형씨들! 무슨 용무가 있으셔서 그렇게들 뛰어오십니까! 겁나니까 좀 멈춰주면 좋겠는데!”
밍기적 밍기적 일어나며 크게 외치는 칼 칸시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럽다. 처음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주춤거렸던 마왕군이었으나, 이내 칼 칸시가 자리에 서서 모습을 드러내자 눈에 띄게 안도하며 대답했다.
“우리는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마왕군이다! 수상한 연기가 포착되어 정체를 확인하고자 접근했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누구긴 누구야 모험가지! 그보다 댁들 정말 마왕군이야? 마왕군이 여기 왜 있어?”
“신원을 증명할 방법도 있다! 접근해서 우리를 증명하고 그대들의 이야기도 듣고자 하니 협조를 부탁한다!”
차라리 막 들이밀었으면 정당방위라도 주장할 텐데 쓸데없이 정석적이다. 하지만 칼 칸시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그냥 적당한 거리에서 그 증명할 방법이라는 걸 던져서 보여주거나 하면 안 될까? 댁들은 열 명이나 되는 거 같은데 우린 셋이라고!”
“그럴 수 없다! 이 인근은 지금 전쟁 중이다! 불응하면 우리도 강경책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아니 뭔 마족령에서 전쟁을…”
어떻게 할까?
눈빛으로 그리 물어보는 칼 칸시 옆에서 열심히 머리를 굴린 끝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칼 칸시 대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