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69)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69화(569/599)
[569화] 사람이 다섯 명이나 모이면…무의식중에 튀어나온 한 마디는 예상치 못한 파급력을 보여줬다.
“빌어먹을, 뒤로 물러서!”
느닷없이 무기를 뽑아 든 마왕군들은 우리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저 멀리 날아오는 자가용만을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안장 확인! 탑승자 불명! 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쥐고 있는 것 같지만 이티스엘의 비룡이 확실합니다!”
“방향을 봐서는 우리를 발견하고 접근하는 게 분명하다! 폭격에 주의해라!”
더없이 심각한 목소리로 명령하고, 지시를 주고받으며 포진을 형성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장의 정예라 하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진중한데… 하필 그걸 바라보는 게 우리로군.
아무래도 자가용을 본 내 반응이 왕국군을 본 마족령 백성의 당황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인데…
이 어이없는 착각에 헛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에밋과 칼 칸시를 둘러봤더니, 두 사람도 나랑 별반 다를 게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외침에 따라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몸을 푸는 칼 칸시와 마법을 준비하는 에밋의 눈동자가 연신 움직이며 어떻게 행동 할 것인지 물어본다.
어쩌긴 뭘 어째. 뒤를 잡았으면 후려야지.
검지 손가락을 들어서 방금 전까지 나와 대화를 나누던 놈을 가리킨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내 의사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놈들이 이변을 눈치챈 것은 순식간에 파고든 칼 칸시의 주먹에 마왕군 한 놈의 갑옷이 터져 나가고, 에밋의 화염구에 두 놈이 타오른 다음이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이 시작되고나니 오히려 놈들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부릅뜬 눈을 보면 분명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을 터인데도, 놈들은 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든 상황을 이해하고 파악하고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느라 바빴다.
그중에서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린 건 역시 대장으로 짐작되는 놈이었다. 경악하는 건 다른 놈들과 다를 바 없을지언정 놈의 두 다리는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나를 향해 움직였다.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이해는 적을 배제하고 나서 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하고 무기가 없는 인족인 나부터 칠 생각인 게 분명해 보였다.
“크학?!”
그런 놈의 다리를 붙잡은 것은, 내 마력에 이끌려 검집을 빠져나와 녀석의 허벅지를 꿰뚫어 버린 에스테였다.
마트료시카도 울고 갈 기습 속의 기습을 당한 대장놈의 눈이 한 차례 더 커지는 것을 바라보며 이번엔 내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이를 눈치챈 놈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외쳤다.
“용사…!”
빠르게 파고들어 거리를 좁히면서 잔뜩 벌어진 턱을 노리고 사커킥을 날렸으나 놈의 외침을 막진 못했다. 덕분에 놈의 턱을 박살 내다시피 한 다리를 회수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녀석의 곁을 지키던 두 마왕군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단순히 눈만 향하는 게 아니다. 상황을 파악하려는 머리와 달리 녀석들의 몸은 이미 검을 휘두를 준비를 끝마쳤다.
보고, 파악하고, 휘두른다라는 3 단계의 과정을 휘두르고, 보면서 파악한다로 압축하는 데 성공한 숙련된 전사들이다. 그랬기 때문에 놈들이 나를 똑바로 주시했을 땐, 이미 두 자루의 검이 내 목을 베어내기 위해 수평을 그리며 반 이상 휘둘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 검은 내게 닿지 않는다.
“으엇!?”
놈들의 실력으로는 마장금에 개입하는 내 마력에 완벽하게 저항할 수 없기에.
두 손 가득 끌어올린 마력을 뻗어 놈들의 검에 연결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저항과 움직임이, 마력으로 어디를 어떻게 비틀어야 칼날이 내 목이 아닌 허공을 가르게 될 것인지 알려 준다. 거기에 맞춰 마력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분명 목을 노리며 수평으로 호를 그리던 두 자루의 검이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탄 것처럼 크게 방향을 선회하여 내 머리 위로 휘둘러졌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거지만, 마법을 배우고 나니 이 작업도 예전보다 훨씬 더 손 쉬워진 감이 없지 않다. 딱히 술식을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에 개입한다는 개념이 디스펠과 비슷한 맥락이라 그런 모양이다.
“이번에도 마법만으로 싸울 만하지 않았나?”
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휘둘러진 검에 경악한 두 마왕군의 아래턱을 노리고 바늘을 쏘아올리는 것과 동시에 에밋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장 나를 노리는 놈들은 없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첫 기습에 화염구를 맞고 죽어버린 마왕군의 시체에서 일렁이는 불길로 다른 마왕군 하나를 제압하는 중이었다.
예전이었으면 그냥 마법이다, 하고 넘어갔을 광경이지만 지금은 마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절묘한 컨트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짧은 감탄을 내뱉고 말았다.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전투에 임하면 칼 맞고 죽습니다.”
“허허, 틀린 말은 아니로군.”
무력화시킨 대장을 제외하고 남은 적은 셋. 그리 여기며 고개를 돌리기가 무섭게…
-까앙!
…칼 칸시의 날랜 발차기가 굉장한 소리와 함께 마왕군 한 명의 흉갑을 무슨 지점토마냥 우그러 뜨리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척추까지 닿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완전히 형태가 변해버린 갑옷은 그대로 착용자를 절명시키는 흉기가 되고 말았… 아닌가? 저만한 충격이면 갑옷이 우그러지는 것보다 충격에 먼저 장기가 손상되었으려나?
뭐가 됐든 간에 이제 남은 건 자가용을 경계하기 위해 전진 배치되느라 우리와 그나마 가장 거리가 멀었던 두 놈뿐이었다.
“너, 너 이 새끼!”
칼 칸시의 흉악한 발차기에 아군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 분노한 마왕군의 외침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는데, 정작 눈에 들어온 것은 무기를 땅바닥에 내던진 마왕군 하나와 그런 놈을 보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마왕군이었다.
“항복합니다.”
실시간으로 커져가는 자가용을 뒤로한 채 두 손을 들어 올린 항복한 마왕군의 표정은 침착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두려움조차 느끼지 않아서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옆에 있는 놈의 분노가 너무나도 찐텐이다.
“이 더러운 배신자 새끼, 네가 어떻게 감히!”
당장이라도 게거품을 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들거리던 놈의 검이 우리가 아닌 항복한 마왕군에게로 향한다. 심지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배신자부터 죽이겠다는 것처럼 전력으로 뛰어들기까지 한다.
처음엔 일단 항복했으니 살려놓고 생각해 보자, 라는 느낌으로 바늘을 날리려고 했지만 문득 전생에서 읽었던 소설이 스쳐 지나가며 의문이 들었다.
사실은 한 명이라도 살려서 우리의 뒤통수를 칠 기회를 보기 위해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알고 보니 게거품 물고 달려드는 저놈이 자기를 희생했다거나 뭐 그런 상황인 거지. 우리를 속이기 위해 실감 나는 연기와 칼 싸움을 시작하고자 저렇게 화난 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왈! 왈!”
[주인!]…고 고민하는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라이카가 떨어졌다.
“뭐…”
이미 거리를 좁힐 대로 좁힌 자가용에서부터 자유 낙하를 시도한 라이카가 짖자, 방금까지만 해도 분노하고 있던 마왕군마저 갑작스러운 개짖는 소리에 당황하며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게 놈의 마지막 반응이 되었다.
뭐라 더 말하는 것 같긴 했는데, 오크들을 상대할 때처럼 거대화를 시도한 라이카가 중량으로 놈을 찍어 누르며 작은 땅울림을 자아낸 탓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항복했던 놈이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친 건 그렇게 지축이 울린 다음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제 옆을 바라본 놈은 거대한 라이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고, 라이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이 저지른 만행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신나서 내게 달려왔다.
[주인! 목걸이 효과 있었어! 한참 지났는데도 이렇게 힘이 넘쳐!]한 번 폴짝 폴짝 뛸 때마다 땅이 울리는 것도 신경 쓰였고,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알아서 찾아온 것인지도 신경 쓰였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니… 그거 대체 어떻게 목에 걸려 있는 거냐? 신축자재 기능 같은 건 달려 있지 않았는데?”
내가 라이카에게 해줬던 개 목걸이는 평범한 가죽끈으로 만든 거였다. 저렇게 다짜고짜 거다이맥스가 되어 버리면 끊어지는 게 정상인 물건이었다는 소리다.
대체 무슨 신묘한 재주를 부린 건지 의아해하며 녀석의 목 언저리를 만지기를 한 차례.
“……어디 갔어 이거?”
목걸이가 안 잡힌다.
분명 에스테의 파편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력은 느껴지는데, 어디에도 없다. 순간 내 감각이 잘못되었나 싶어 좀 더 신성력을 꺼내 든 다음에야, 난 뭐가 잘못된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신성력이, 목걸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야, 이거 설마…”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신성력을 뿜어내며 다시 정상적인 크기로 몸을 줄인 라이카가, 세상 물정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응! 흡수됐어!]“그게 무슨 말이니 라이카야…”
아니 그게 대체 무슨 과정을 거쳐서 왜 흡수되는 건데.
나와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놈을 보는 것처럼 반응하기 시작했지만, 그딴 것보다 이 이상 사태를 이해하는 게 더 급선무인지라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사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어? 뭐야? 얘 뭔데?]지금까지 신성력을 억누르고 있었던 나에게 맞춰 장기 수면 모드에 들어갔던 에스테가, 라이카를 확인하기 위해 끌어올린 신성력에 반응하며 깨어났다.
[응? 걘 뭐야 주인?] [뭐? 내가 할 소리거든? 주인? 얘 뭐야? 뭔데 나랑 비슷해?]돌겠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