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85)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85화(585/599)
[585화] Devil, Cry.마법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 여기고 발표한 이론은 하루도 되지 않아 철저하게 배척당했다.
‘기본도 안 된 자가 써 내린 망상에 불과하다.’
쓰레기, 이론이 아닌 소설 등등 원색적이고 성의없던 당시의 비난들 사이에서 그나마 가장 길었던 그 모함은 아직도 리치의 기억 깊숙이 박혀 있다.
‘그거야 범재에 불과한 너희들 기준이고. 난 할 수 있다고.’
‘우리가 범재인 것은 맞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네가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
스스로 냉철한 비판을 했다고 믿는 머저리를 필두로 모두가 비웃는 와중에 홀로 씁쓸한 얼굴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던 마법사는 누구였더라.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전부 틀렸고 자신이 옳았으니.
‘애초부터 잘못된 이론이었다는 걸 왜 인정하지 못하는 거냐 비■탈. 넌 지금 광증을 겪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지 못하고 기존에 존재했던 틀에 맞춰 깎아내리기 급급했던 이들에게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평생을 바쳤다. 한때는 저능아도 이해할 수 있을 수준까지 자신의 이론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세상은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만 할 뿐,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뒤틀린 기초 위에 제멋대로 꾸며낸 이론을 얹으며 스스로를 과신한 결과를 봐라. 지금의 너는 이류는커녕 삼류조차 되지 못한다.’
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난제에 부딪쳐 고통받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난이었지만 리치는 포기하지 않았었다.
자신의 천재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평생 노력을 멈추지 않은 끝에 리치는 깨달았다.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 필멸이라는 생명체 본연의 한계에 있는 거였다는 사실을.
마법이라는 학문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은 자신의 천재성과 삶을 모두 바쳐도 이루지 못할 과업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진정한 문제였다.
방향성을 수정하고 보완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남은 시간을 벌기 위해 리치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다.
‘비스탈, 너는 마법사조차 아니다.’
눈앞에서 도망치는 건방진 마법사가 일깨운 기억 속에서, 리치는 정말 오랜만에 자신이 누구였는가를 떠올렸다.
타네벨로 비스탈.
‘마법사들의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만든 자여. 악마에게 혼과 이지理智를 팔았으니, 너는 절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리라.’
아니, 그들은 틀렸다. 자신은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대마법사 타네벨로 비스탈이다!]]죽음을 초월하여 마법에 새로운 지평을 열 존재로서.
[[네까짓 길거리 마법사의 잣대로 감히 판단하면 안 되는 몸이란 말이다!!]]마법이 쏘아진다. 필멸자의 몸으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던 속도와 위력을 지닌 화염구가 비처럼 퍼붓는다.
벌레처럼 늪지 위를 기어 다니는 침입자들은 이를 필사적으로 피하거나 막아 내지만 어차피 오래 갈 수 없을 게 뻔했다. 리치, 타네벨로 비스탈은 그 비루한 모습에 자신을 무시하던 과거의 환영을 대조하며 기분 나쁘게 웃어 보였다.
[[절망해라! 후회해라! 진정한 재능을 알아보지 못했음을 깨닫고 죽어라! 네놈들의 이름은 세상에 남지 못하고 그 위에 나, 비스탈만이 남게 되리라!]]저 마법사는 특별히 더 고통스럽게 죽이리라.
그리 마음먹으며 자신의 위치에 한껏 심취해 있던 탓에 비스탈은 침입자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조금 늦게 눈치챘다.
“저 새끼는 잠깐 눈 돌리면 꼭 맛이 가 있네.”
침입자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방향을 틀고 나서야 눈앞의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된 비스탈을 향해 묵직한 양손 도끼를 조준한 인족은, 바로 지근거리에 착탄하는 화염구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눈깔 똑바로 떠 이 새끼야.”
놈의 언행을 이해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온 도끼는 정확하게 비스탈의 두개골에 틀어박혔다.
어째서 놈이 여기에?
격렬한 충격과 함께 뭔가 시야가 또렷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 비스탈이 가장 먼저 느낀 의문이었다.
이 늪지와 폐허는 비스탈이 리치가 된 이후로 꾸준하게 가꿔온 자신의 영역이자 정원이다. 움직임을 놓칠 리도 없고, 놓칠 수도 없다. 폐신전에서 세닛히구아와 인족은 분명 마주쳤고, 그 후에도 한참 시간이 흘렀었다.
저 마법사가 지껄인 헛소리가 진짜였다고? 그래서 세닛히구아의 기척이 사라지고 놈이 여기까지 돌아왔다?
그럴 리가. 차라리 아직 계약하지 않은 악마가 놈과 계약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네놈! 설마 세닛히구아와 계약한 것인가!”
그 외엔 말이 안 된다. 놈은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다급하게 악마와 계약을 맺었음이 분명하다. 머리를 무겁게 만드는 양손 도끼의 무게조차 잊은 채 던진 한마디에 묘하게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인족이 손을 까딱이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박혀 있던 도끼가 놈의 손아귀로 되돌아갔다.
“어, 맞아.”
순순히 돌아오는 대답에 비스탈은 예상대로라며 코웃음을 쳤고, 칼 칸시와 에밋 그리고 마왕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을 이해할 리 없는 비스탈은 또다시 기분 나쁜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구나 필멸자여! 미리 준비된 것도 아니고 다급하게 악마와 계약하다니!”
악마와의 계약은 준비를 해도 손해를 피할 수 없다. 그 정도 상식조차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황이 너무 다급하여 말 그대로 영혼을 판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비스탈의 입장에서 인족을 비웃기엔 충분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제물을 바친 나조차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단순히 계약을 끝냈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기라도 했다고 여기느냐? 어림없는 소리! 악마는 거래를 지킬지언정 정당한 대가를 반드시 제공해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걱정 마라. 그래서 노예 계약 맺어 놨으니.”
“노예…? 케륵케륵케륵케륵!”
너무나도 멍청한 행동에 진심으로 폭소해 버리는 비스탈의 모습은 참으로 유쾌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에 인족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지고 다른 침입자들은 그런 인족에게 기묘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지만, 비스탈은 이 상황이 즐거워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만 했나? 차라리 내 성물함을 전부 찾아 파괴할 가능성에 목숨을 걸었어야지! 네 알량한 영혼 하나를 팔았다고 해서 악마가 날 죽여줄 것이라 여긴 거냐!”
굳이 비유하자면, 악마는 상인이다. 그냥 상인이 아니라 이익만 쌓을 수 있다면 어떤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고 교묘하게 계약을 피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기까지 하는 악덕상인. 그것도 모르고 저렇게 당당히…
“내 영혼을 왜 팔아 미친놈아.”
“…뭐?”
“헛소리하지 말고, 아까 내가 뭔가 익숙한 이름을 들은 거 같거든? 네 이름이 뭐라고?”
칼 칸시와 에밋은 ‘아.’ 하는 표정으로 이제야 납득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비스탈은 정반대였다. 영혼 대신 뭘 걸었길래 노예 계약이라고 한 것인지 쉬이 상상이 가지 않은 탓에 잠시 사고가 정지된 그를 깨운 것은 인족의 재촉이었다.
“멍 때리지 말고 빨리. 뭔 비스탈이라고 하지 않았냐?”
다짜고짜 도끼부터 던졌던 주제에 이제 와서 이름을 물어 보다니. 참으로 뻔뻔하고 조야한 수작질에 헛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비스탈은 코웃음도 치지 않으며 싸늘하게 대답하려고 했다.
“케륵, 시간이라도 끌려는 것이냐? 그런 허술한 수작에…”
그때, 인족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비스탈의 말을 막았다.
“초보 입문자를 위한 간결하고 손쉬운 마법학.”
마법사의 도발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문장.
“저자, 타네벨로 비스탈.”
무지한 이들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직접 써 내려 갔던 책의 제목.
“진짜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는 건데… 그거 네가 쓴 거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에 놀란 비스탈은 저도 모르게 과거를 반추하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시당하고 또 무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론은 결국 역사가 인정하여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케, 케륵! 그래, 맞다. 내가 바로 위대한 타네벨로 비스탈이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비운의 천재였었지.”
맨 정신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당당하게 자화자찬을 입에 담는 비스탈의 가슴 한 켠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것은 충족감이었다.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다. 틀에 박힌 머저리들의 영혼이 아직 잉글라디우에게 저당잡혀 있다면 당장 끄집어내서 이 사실을 눈앞에 들이밀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역시 에파가 님. 믿고 있었습니다.”
“…?”
그 감격을 비집고 들어온 인족의 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스탈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에파가? 갑자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인족은 진심을 담아 하늘을 우러러 보며 도끼를 쥐고 있던 어깨를 풀었다.
“하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저 씹새의 면전에 집어던질 책이 없으니 대신 도끼라도 던져 소원 성취를 하겠습니다.”
드디어 만났다는 듯, 혹은 아주 잘 걸렸다는 듯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스탈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이던 인족의 눈에 불길이 일렁이는 듯했다.
“너 때문에 하마터면 마법 접을 뻔했잖아 이 돌팔이 새끼야.”
정작 일렁인 것은 눈동자가 아니라 도끼를 든 그의 오른팔이었다.
방호 마법을 펼칠 틈도 없이 또다시 날아온 도끼에 얻어맞아버린 비스탈이 분노를 느낄 틈도 없이, 인족의 일방적인 말이 이어졌다.
“캬루베로스.”
이름인지 주문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읊조림과 동시에 인족의 옆에 나타난 것은 세닛히구아였다. 이번엔 머리가 아니라 갈비뼈에 날아온 도끼를 낑낑거리며 뽑아낸 비스탈은 그 광경을 보고는 가짜 이름인 줄도 모르고 악마와 거래한 멍청한 인족을 비웃으려고 했다.
“부르셨습니까!!”
허리를 90도로 숙여가며 저자세를 취하는 세닛히구아를 보지 못했다면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아니, 너 세닛히구아잖아…
처음에는 자신에게 보여줬던 것처럼 익살스러운 태도로 인족을 놀리는 건가 싶었는데, 그 옆에 같이 끌려와서 금방이라도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것만 같은 익숙한 악마 탓에 뭔가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여어, 잉글라디우. 어서 오고.”
인족이 말을 걸자마자 호흡 곤란이던 잉글라디우는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것처럼 끅끅 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족은 그런 잉글라디우에겐 별다른 관심조차 주지 않으며 짧게 ‘명령’했다.
“저 새끼 유물함 싹 다 긁어 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지는 두 악마를 보며 비스탈이 턱을 닫는 것조차 잊고 멍 때리는 사이.
“넌 저것들이 돌아올 때까지 좀 맞자.”
이티스엘 왕실 임시 구금소에서부터 이어져 왔던 이유있는 분노가 타네벨로 비스탈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