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590)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590화(590/599)
[590화] Demi-저 신상에 대체 언제부터 이만한 신성력이 담겨 있었던 것일까.
아니, 담겨 있는 게 맞기는 한 것일까? 굳이 비유하자면 사방에 퍼진 신성력이 먼지처럼 자욱한 상태라서 그조차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다. 지금 확실한 건 우리 중 그 누구도 놈이 신상에 손을 대기 전까지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고, 어쨌든 놈은 데미리치가 되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견뎌 내는 중이라는 것뿐이다.
1초조차 무수히 쪼개지는 듯한 찰나 시간 속에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건 오만가지 경우의 수. 본능적으로 뻗어 나가는 생각의 가지 중에서 뭐가 최선일지 고민할 틈은 없다.
우선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근원부터 치고 본다. 그리 생각했을 땐 이미 돌팔이가 내지른 비명과 함께 쏟아 낸 번개 같은 무언가를 피하며 신상을 향해 가속한 뒤였다.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봐 놓고서는 멋대로 자기소개나 하고 자빠졌어.”
기묘한 공격이었다.
번개가 쏘아지기 전에 눈에 보인 것은 분명 마법 술식과 흡사하지만 정작 거기에 작용하는 건 마력과 신성력이 섞인 무언가다.
시전 시간이 말도 안 되게 빨라졌다 하더라도 검을 휘둘러 마력의 흐름을 방해할 틈이 없는 것도 아니거늘, 놈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세 걸음 더 딛는 순간 완성된 네 개의 주문 중 뭐 하나 제대로 파훼된 게 없다.
뒤에서 분명 에밋이 디스펠을 시도하고 있을 텐데도 이 모양이라는 건…
“하여간 독자규격은 언제 어디서나 지랄같다니까.”
놈의 마법이 실시간으로 기존의 틀과는 다른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뜻.
[[과연 우리 중 누가 죽음을 극복하게 될지 승부다!!]]네 개의 주문이 여덟 개로 복사되면서 쏘아진 것은 이글거리는 불길을 두르는 광선 같은 것이었다. 술식 구성으로는 분명 화염계 투사체였는데 느닷없이 레이저 광선이 나오는 광경은 충분히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기만 할 뿐, 딱히 위협적인 건 아니다. 피하기엔 시간이 촉박했지만 오랜만에 마력을 주입한 건틀릿에서부터 펼쳐지는 방벽만으로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다. 순식간에 완성된 여덟 개의 마법으로 내 머리통을 터트리기 위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점사시킨 게 놈의 실책이었다.
“지랄을 해라 아주.”
그 짧은 사이 또 완성되어 쏘아지는 마법을 이중 가속으로 피한다. 만화같은 데에서 흔히 있는 것처럼 펄쩍 뛰어서 석상에 닿을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딴 짓을 했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이기에 열심히 뛰었다.
이제는 아무런 부탁이나 설명 없이도 알아서 가호를 걸어 주는 에스테의 도움을 받아 가속된 움직임은 유사 데미리치가 되어 발버둥 치는 돌팔이라 하더라도 쉬이 따라잡을 수 없다.
같은 경지에 오른 채 만전을 기하는 마법사와 전사가 대결하면 누가 우위에 있는가는 유구한 전통 속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논쟁거리지만, 지금 놈은 변수가 존재할지언정 만전을 기하지 못한 마법사다.
“이미 뒈진 놈이 뭘 극복해?”
돌팔이와의 거리는 이제 2미터 안팎. 공격 마법으로는 거리를 벌릴 수 없음을 직감한 것인지 기이하리만치 빨라진 시전을 통해 제 몸에 방어막을 두른 돌팔이었으나 내 목적은 놈이 아니었기에 쌩까고 지나쳤다.
[[뭣?]]그런 내 행동에 녀석이 당황하는 게 느껴진다. 잔뜩 균열이 가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움찔거리던 해골이 내부에서부터 팽창하듯 벌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놈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증거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역시 찰나에 불과하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신성력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놈의 능력치는 대폭 상향되었고, 순식간에 다시 본드 붙인 것처럼 해골을 붙잡은 놈의 주변으로 술식이 움직이며 마법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번엔 놈이 늦었다. 나는 녀석이 마법을 완성하기 전에 석상을 향해 에스테를 찔러넣었다.
“에스테!!”
[하, 한다!!]최후의 발악을 시도한 것은 충분히 변수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나 역시 변수로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사람이다. 격렬한 절삭음과 함께 신상에 박힌 에스테는 그대로 악신의 잔재를 흡수하던 것처럼 신성력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풍왕의 시체에서 악신의 잔재를 빨아들일 때와는 수준이 다르다. 진공청소기로 먼지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신성력을 흡수하는 에스테를 본 돌팔이의 해골이 또다시 벌어지며 술식까지 흐트러졌다.
[[서, 성검?! 네놈! 용사였나!!]]대답할 의무도, 가치도 없었기에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데에만 집중한다.
에스테가 보여주는 흡수력은 분명 경이로운 수준이지만 돌팔이에게 흘러가는 신성력을 단번에 끊어 낼 수는 없다. 무엇보다 대체 이 신성력의 근원이 어디인지 몰라도 직접 접근해서 검을 꽂아 넣고나니 새삼 그 방대함에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그때까지 놈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 씨발아.”
그리 판단을 마침과 동시에 에스테에서 손을 뗀 나는,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균열이 간 놈의 두개골을 똑바로 바라보며 신성력을 가득 담은 주먹을 들어 보였다.
“용사 등장이다.”
그러고는 냅다 이중 가속으로 거리를 좁혀 놈의 두개골을 박살 내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
갑작스러운 변수는 자신이 만들어냈다고 굳게 믿었던 비스탈은 조금도 예상치 못한 용사와 성검의 등장에 한 번, 검에서 손을 놓더니 양손 도끼도 없이 냅다 주먹질부터 때려 박는 용사의 야만스러움에 또 한 번 경악했다.
그리고 그건 용사의 주먹에 얻어맞아 자신의 두개골에 균열이 감과 동시에 또 다른 경악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거리가… 나질 않는다…!’
놈은 그저 단순 무식이라 주먹질을 하는 게 아니었다.
놈이 휘두르던 양손 도끼는 분명 빨랐지만 지금의 비스탈은 데미리치가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인지할 수 있는 범위도 사고도 훨씬 빨라진 상태였다. 지금까지 막혀 있던 사고의 담이 무너지며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아 정신적인 상쾌함마저 느낄 지경이다.
장담컨대 놈이 예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도끼를 끌고 와서 싸우기 시작했으면 충분히 막아 내고 반격을 하면서 거리와 시간을 벌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주먹질은 달랐다.
코앞에서 쏘아지는 석궁 화살도 놈의 주먹보다는 느릴 것이다. 지금까지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고 싸웠던 것은 연막 작전이었던 것인지, 이젠 주저 없이 가호까지 두르며 한층 더 강화된 신체 능력으로 달라붙는 엘드미아의 움직임은 마법사가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먹질이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비스탈은 정확히 똑같은 위치에 두 번의 주먹질이 닿는 순간 그대로 머리통이 깨져 죽는 게 아닐까 진심으로 두려워했다.
신성력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융합하는 과정을 겪느라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균열이 간 비스탈의 몸은 보이는 것처럼 쉽게 바스러지는 상태가 절대 아니다. 일반적인 물리 공격은 흠집조차 낼 수 없으며, 내구도와 함께 마법에 대한 내성까지 올라 어지간한 마법은 그냥 맞고 견디는 게 가능한 수준이다. 흡수하고 있는 게 신성력인 덕에 낮은 수준의 성법조차 견딜 수 있다.
그걸 오직 두 주먹만으로 파괴한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조금씩 바스라지고 깨지고 있는 건틀릿과 그 안에 담긴 놈의 주먹이, 어지간한 성무구보다 더 큰 신성력과 마력을 품었다는 소리다.
[[용사라고, 이 상황에! 이 순간에! 하필 용사라고!!]]신전 지하에 담긴 그릇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신성력에 두 악마가 게거품을 무는 것을 보며 가능성을 보았다.
단번에 바스라지지 않은 자신의 육체와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점점 또렷해지는 정신 그리고 그럴 때마다 더욱 견고하고 빨라지는 마법을 느끼며 성공을 예감하고 희열을 느꼈다.
자신의 마법을 끈질기게 방해하던 마족 마법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감격했고, 그런 마법이 마치 살아 생전 숨 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이어졌을 무렵엔 이미 이 상황을 타개한 뒤 자신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이어갈 계획을 짜고 있었다.
[[대체 왜!! 왜 하나부터 열까지 세상은 나를 방해한단 말이더냐!!]]그게 지금 두 주먹과 한 자루 검 앞에서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어이가 없네 씨벌놈이.”
지금까지 보내온 세월을 통 틀어서 가장 불합리하고 억울하기 그지없는 상황 속에서 결국 폭발해버린 비스탈이 외치는 순간, 숨쉴 시간조차 아껴가며 주먹을 날리던 엘드미아의 손아귀가 그의 목뼈를 움켜쥐었다.
당연히 그로 인한 타격은 없어야 정상이었지만 비스탈은 어째서인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왜긴 왜야 이 새끼야. 니가 천하의 개쌍놈이니까 그런 거지.”
[[허튼…]]소리 마라, 라고 하고 싶었다.
엘드미아가 그대로 비스탈의 머리통을 바닥에 내려찍지 않았으면 그리 말했을 것이다.
“끼, 끼에에엑…”
그러자 어째서인지 저 멀리서 신성에 짓눌려 끙끙거리던 잉글라디우가 제 머리를 움켜쥐며 곡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