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6)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6화(6/599)
전해 들은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학부모는 아니었던 듯하다.
마왕군과의 전쟁은 끝날 줄 몰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수준은 아니어도 지난 3년간 많은 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두들겨 팬 놈들과 그로 인해 나를 찾고 있는 녀석들은 세상 물정 모르고 모험을 떠나겠답시고 뛰쳐나와 고생을 사서하는 중인 친구들 일 거 같다고, 아실리에는 추측했다.
성인의 기준이 16살인 세상이다.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중2병 속에서 정신 못 차리고 영웅병에 걸린 것처럼 뛰쳐나온 혼돈의 망아지들이었다.
“전쟁 고아들일 가능성도 있잖아?”
“그런 애들이 오그웬에 있을 리가 없지.”
아실리에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봄으로써 자기 말이 함축적인 의미라는 걸 조용히 알려 줬고 나는 이해했다.
하긴. 이 근방은 우리 마을이 박살 난 거 외엔 딱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전쟁 고아라는 특수 케이스에 부합하는 건 오직 나 혼자라는 이야기다. 애당초 나조차도 아실리에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나보다 네 다섯살 더 먹었다 한들 그런 상황에 놓인 애들이 아무런 도움도 없이 이 먼 오그웬까지 홀로 올 가능성은 희박할 게 분명했다.
즉, 녀석들은 정말 그냥 세상 모르는 안타까운 병신들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서서히 커지는 도시라는 건 그런 애들한테 기회의 땅이긴 할 거야. 폭력 집단 같은 것도 적거나 없을 테니, 잘만 똬리를 틀면 부랑아들 사이에서는 왕처럼 군림하지 않을까?”
“그런 게 흔해?”
“흔하지. 전쟁이니까.”
건실하게 살지는 못 할 망정 그런 시답잖은 기회나 노리다니 진짜 세상이 말세인가 보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엘프마저 알 정도라니 종족의 수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만나야지.”
지극히 당연하고도 고민할 필요 없는 문제라서 즉답하자, 아실리에가 관자놀이를 짚었다.
“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걱정은 안해. 오러 같은 게 없어도 넌 또래 중에서는 특출나다고 해도 될 거야. 하지만 실전이라는 건 언제나 변수가 일어나기 마련이잖아?”
“그러니까 어릴 때 체험이라도 해야지. 걔들이 설마 칼이라도 뽑아 들까.”
성인인 걸 떠나서 돈의 문제다. 결국 그렇게 돌고 돌아 마을에서 깡패짓이나 하려고 모이는 애들이다. 이미 모여 세력을 형성한 것도 아니고 모이는 중인 애들.
대장 외에 누군가 단검이라도 들고 있으면 용한 거다. 설령 뽑았다 한들 도시에서 살인까지 저지를 미친놈이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기회지 이건. 안전하기 그지없는 실전 체험의 기회.”
애당초 내가 그 녀석들을 꼬맹이라고 부른 건 정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먹고 자란 게 다르다. 아예 작정하고 8살부터 사회로 사출될 16살의 그날까지 단련과 훈련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게 나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은 결고 짧은 세월이 아니었다. 키가 더 큰 녀석은 있을지 몰라도 10살이 넘어가며 운동량도 늘어난 내 몸은 튼튼함 그 자체였고, 결코 흔하지 않았다. 머릿수가 많아지면 몸만으로는 힘들지 몰라도 애당초 질 가능성이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싸움이다. 약한 놈들 괴롭히는 취미는 없지만 시비를 먼저 거는 걸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건 내 신념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사람한테 둘러싸이거나 싸울 때의 감각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몸이 굳기 마련이니 좋은 경험이다. 난 천재가 아니니까.
그렇기에 진심으로 웃으며 하늘이 내려 준 기회에 신나하고 있자 아실리에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넌 정말 속을 알 수가 없다.”
“너무 걱정하지 마 누나. 동생을 믿어요. 난 주먹부터 나가는 양아치가 아니라니까.”
싸우지 않아도 되면 안 싸우면 된다. 어차피 배운 기술로 모험가 일을 해 먹고 살게 되면 한평생 싸우는 삶이 될 것인데 뭐하러 평온한 이 순간을 폭력으로 점철하겠는가? 난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 우리 동생이 어떤지 다는 몰라도 그런 건 알지. 점심 무렵이면 얀스씨의 대장간 앞에 고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내일 한 번 가 봐.”
그간의 경험으로 날 또래 애들마냥 취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런 아실리에를 위해서라도 원활하게 해결하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벽난로를 청소했다.
◈
그 뒤 혹시 모를 싸움을 대비해 무리하지 않고 잠든 탓에 일찍 일어날까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푹 자버렸다.
평소처럼 아침의 일과인 운동과 숲에 설치한 함정을 확인한 다음 아실리에가 만들어 준 아침 식사를 마친 나는 적당한 시간에 맞춰 말을 타고 오그웬으로 향했다.
간만에 속도를 내서 말을 모니 2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경비를 서고 있던 익숙한 인물에게 손 인사를 건네자 화답이 돌아왔다.
“엘드미아 아니냐. 어제 분명 아실리에씨가 왔었는데 어쩐 일로 네가 오니?”
“누가 절 찾는다길래 뭔가 싶어서 놀러왔죠.”
“흐음. 사고 치지 마라.”
“아저씨도 참 걱정이 태산이야. 사람 만나는데 무슨 사고가 나겠어요?”
“네 나이 또래들은 자면서도 사고를 치는 거야 이 녀석아. 요즘 안 그래도 이상한 녀석들이 늘어났으니 조심해.”
3년간 우리의 얼굴을 익힌 경비들도 많이 늘어났다. 너스레를 떨며 마을에 들어선 나는 그대로 얀스씨가 운영하는 대장간으로 향했다. 이상한 녀석들이라는 건 역시 나한테 맞았던 놈들이려나?
서서히 점심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한창 활발한 도시를 구경하며 대장간에 다다르니 딱 봐도 알 수 있는 무리가 구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여섯 명의 아이들은 마르고, 지저분했으며 눈 뜨는 게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한 녀석은 분명 나한테 맞았던 놈들 중 하나였다.
적당히 말에서 내려 대장간 앞에 묶어둔 뒤 녀석들에게 다가가자 그 녀석이 눈알을 부라리며 시비를 걸었다.
“뭐야 새끼야? 저리 안 꺼져?”
“나 찾는다고 해서 와 줬는데? 갈까?”
여섯 놈들의 눈썹이 기이하게 꿈틀거리다가 이내 아! 하는 표정으로 통일되었다. 아마 머리를 잘라서 한 번에 못 알아봤나보다. 맞았던 녀석이 외쳤다.
“너 이 개새끼! 잘 만났다!”
쭈그려 앉아 있던 놈들이 그대로 일어나며 우르르 나한테 몰려오기 시작한다. 딱 봐도 포위하려는 꼴이었기에 성큼성큼 뒷걸음질로 물러나니 다른 녀석이 외쳤다.
“씨발, 도망치냐 병신아?”
“뭐래니? 딱 봐도 너희가 날 둘러싸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안 둘러싸이려고 움직이는 거지.”
그렇게 뒷걸음질 쳐서 말이 있는 데까지 가자 녀석들은 어설프게 시도한 포위망을 유지한 채 나를 노려보았다. 수 초가 지나도 아무것도 안 하길래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어야 했다.
“뭘 봐? 용건 있으면 빨리 말해. 너희들이 찾는다길래 온 거지 난 너희한테 볼일 없어. 나 바빠.”
그 꼴이 하도 답답해서 한숨을 쉬며 말하니 주근깨가 가득한 녀석이 실실 쪼개면서 입을 연다. 눈빛도 흐리멍텅한 게 어딘가 좀 부족해보인다.
“병신 새끼. 쫄았냐?”
참으로 생긴 대로 노는 녀석이었다.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비약적인 사고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일그러졌다.
“아니 멍청하면 말을 꺼내지 말고. 제발 너희 중에서 가장 똑똑한 녀석이 내 말에 대답을 좀 해라. 쟨 왜 헛소리를 하냐?”
“뭐래 병신이?”
“찾는다길래 와서 용건을 말하라고 했더니 쫄았냐고 되물어보는 돌대가리가 대체 뭐라는 거야. 할 말 없어? 이렇게 노려보는 게 일이면 난 가도 되지?”
“이 씨발놈이!”
정말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주근깨가 인상을 팍 쓰며 주먹을 휘두른다. 하긴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지.
-빠악!
“컥!”
그 주먹이 얼굴도 아니고 내 배를 치길래 그냥 맞고 그대로 죽빵을 갈겨 줬다. 예상대로 별로 아프지도 않고 지저분한 주먹에 맞아 먼지만 좀 묻어서, 툭툭 털어내며 나머지 녀석들을 살펴보았다.
다섯 놈의 시선이 전부 죽빵을 맞고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는 녀석에게 꽂혀 있다.
“자. 최고의 돌대가리가 입을 닥쳤으니 이제 제대로 대화를 좀 해보자. 난 왜 찾았냐?”
“우, 우리 대장이 널 찾는다. 따라와.”
우물쭈물하다가 드디어 맞았던 놈이 입을 열었지만, 내용은 참 시원찮았다.
“내가 왜?”
“뭐?”
“너희 대장이지 내 대장이 아니잖아. 뭔데 오라 가라야?”
내 입에서 나온 게 사실이기 때문일까? 갑자기 녀석이 부들부들 떨더니 경기를 일으키는 것마냥 외쳤다. 후후 팩트폭격에 몸서리치는 모습은 참으로…
“씨발 닥치고 따라와! 그 엘프창년 뒈지는 꼴 보기 싫으면!”
“…뭐?”
뭐? 엘프 뭐?
순간 사고가 따라가지 못해서 내 표정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얼빠진 표정이었나보다. 그게, 마치 자신들이 이겼다는 신호인 것처럼 다섯 놈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병신 새끼. 모를 줄 알았냐? 너 그 엘프년이랑 같이 산다며. 그년 어디로 돌아다니는지 다 알고 있어. 이해했냐 병신아?”
“그 씨발년이 몸 팔아서 니 길러준다며? 공짜로 돌림빵 당하는 꼴 보기 싫으면 닥치고 따라와.”
한참을 그대로 서 있고 나서야 녀석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우겨우 녀석들이 말하는 엘프창년과 엘프년과 씨발년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하. 그러니까 쟤들이 지금 아실리에를 엘프창년, 엘프년, 씨발년이라고 부른 거였구나!
뒈지고 싶어서 몸부림치다가 기어이 쳐 돌아버린 것인가?
“나는 엘드미아 에가다.”
“뭐?”
“병신 새끼 갑자기 뭐라는 거야.”
상황파악 못하고 지껄이는 녀석들을 차마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진짜 뒷목이 다 뻐근해졌다. 나는 일단 머리끝까지 피가 몰린 걸 억지로 끌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그냥 외워.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계획 변경이다.
이놈들은 오그웬에 내 신념을 새겨넣기 위한 제물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