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60)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60화(60/599)
포탄처럼 쏘아진 나는 폐던전 게이트의 문을 구성하고 있는 돌 더미에 한 번, 바닥에 두 번을 더 튕긴 뒤에야 데굴데굴 굴러 겨우 안착할 수 있었다.
진짜 씨발 구라 안 치고 뒈지는 줄 알았다!
“저, 저 개새끼들은 대, 대체 뭘 집어 넣으려고 했던거야?”
폭탄? 그거 설마 폭탄이었나? 아직도 멍멍한 귀와 충격으로 어질거리는 머리를 겨우 다잡으며 게이트를 돌아보자 매우매우 불안정한 스파크를 튀기면서 절찬리 붕괴 중인 상태다. 현기증까지 일어나서 그런가 게이트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세상에! 에가 씨! 괜찮은 거에요?”
유일하게 성으로 날 부르는 걸 보아하니 렐리에겠지. 충돌의 후폭풍으로 뒤늦게 몸이 벌벌 떨리는 상태인 나를 두고 크게 걱정하는 눈치였다.
“아, 아주 조금 안 괜찮은 거 같은데 큰 문제는 없는 듯…”
“아니, 이게 큰 문제 없을리가 있나! 자네 지금 손발 덜덜 떨고 있는 거 알고는 있는건가?!”
“세, 세 번을 돌덩이에 튕겼으니 이, 이정도는 상정 내…”
“이 친구 지금 정신 없어서 자기가 얼마나 튕겨 날아 왔는지 모르고 있나보군.”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예카트리나! 들지 마! 머리를 다쳤을지도 모르니까 함부로 움직이면 안돼!”
결국 렐리에의 응급처치를 받고 내가 정신을 차린 건 게이트가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한 뒤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내가 게이트에서부터 예배당 입구까지 튕겨 날아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체 얼마나 큰 폭발이었는지는 몰라도 충격파만으로 여기까지 날아오다니. 마력으로 한 껏 강화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
“대체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외상은 얼마 없었음에도 혹시 모른다며 무려 자신의 포션을 무상으로 양도해 준 가엔달이었기에 어지간한 건 즉답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번에 내가 겪은 이상한 감각부터 포함해서 뭘 말하고 뭘 걸러야하는지 고민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일단 마력에 대한 부분은 싹다 도려낸 뒤 건너편에 있던 마족들과 얼추 기억나는 주변 풍경 그리고 폭탄으로 의심가는 거대한 구체에 대한 것만 설명하기로 했다.
“군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꽤 많은 마족들이 있었으니까요. 주변에 건물이 있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어딘가의 숲 속 같은 곳이었습니다. 천막을 치고 야영지를 세워놓은 거 같은데…하루 이틀이 아닌 거 같았습니다. 그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수로도 파 놨었고, 기본적인 진지 구축은 마친 상태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수 개월 간 지냈다고 하기엔 놈들의 행색이 꽤나 깔끔한 편이었다.
“거기서 만든건지 만들어 놓은 걸 옮긴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날아올 정도의 폭발을 일으킨 걸 게이트를 이용해 이쪽으로 가져오는 것이 놈들의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크기가 좀 큰 구체였는데 거리가 있어서 정확한 크기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구체를 운반하기 위한 수단과 게이트까지 이어져있던 경로를 봤을 때 충분히 예배당 안에는 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겠죠.”
“세상에…놈들은 그걸 여기서 터트릴 생각이었던건가?”
“모르겠습니다. 그냥 다른 마법을 위한 매개체인데 터져서 그 꼴이 난건지 애당초 터트리는 게 목적인건지.”
생각해보면 마법사 놈이 펼치던 작은 마법도 실패하자마자 작지 않은 폭발을 일으켰다. 그 구체의 크기가 마법의 크기라고 생각한다면…폭탄이 아니라 하더라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긴 할거다.
“그게 검을 던지니 터졌다구요?”
유일한 마법사인 렐리에의 입장에서는 영 탐탁지 않은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럴만도 하지. 그 정도로 위험한 물건을 검 하나 던지면 유리병 깨지는 것 마냥 깨지게 두는 돌대가리들이 있을리가 있나. 분명 내가 알지 못 하는 방법으로 이것저것 보호해 놓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깨졌다.
그리고 내가 검을 던질 때 마족들은 그걸 비웃는 게 아니라 절망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절망이 검에서 오는 게 아니라 검에 휘감겼던 마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마치 무협지에서 검기네 검강이네 하는 걸 다루는 것처럼 검에 마력을 담았던 거다.
내가 알기로 이 세상엔 그런 기술이 없다. 무기 성능이 기똥차게 좋거나, 마법을 인챈트하는 건 몰라도 오러를 이용한 도구의 강화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간의 영역 내에서는 말이지.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내가 검에 마력을 담았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난 얼 빠진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납득이 안가지만 에가 씨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죠…아마 뭔가 준비가 안된 상태였거나…하필 운 좋게 방벽이 풀린 상태였을지도.”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어서 미안해 죽겠다.
그 뒤로 한참 혼자서 웅얼거리며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는 렐리에를 뒤로한 채 어느 정도 이야기를 정리하고 일어나자 그들이 치룬 전투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누가 죽였는지 뻔히 보이는 시체들만 있을 뿐 생존자는 없었다. 긴도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셨다.
“한 명이라도 살려두고 싶었는데 아쉽단 말이지.”
“손속을 두기 힘든 놈들이었으니 말이죠. 상성이 나쁘다고 해야할 지…솔직히 저는 살짝 위험했습니다. 마침 예카트리나가 도와줬으니 망정이지 크게 다칠 뻔 했어요.”
“하하! 확실히!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는 놈들이었죠!”
렐리에가 손가락만 빨고 있진 않았겠지만 마족들 사이에 마법사는 없어보였으니, 결국 전사 셋이서 넷을 틀어 막았다는 소리다. 아예 전문적으로 합을 맞춰 다녔을 놈들인데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쾌거라 부를만 하다.
“증거는… 마족들 머리 몇 개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길드에서도 한 번 더 조사를 할테니 말이야.”
“게이트까지 확인 된 이상 안 하고는 못 버틸테니까요.”
결국 정보라고 알아낼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게이트 반대편을 보고 마족이라는 놈들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우리는 챙길 수 있는 건 최대한 챙긴 뒤 어두운 숲 속을 헤치며 야영지로 돌아왔다. 솔직히 시체만 없었어도 던전 안에서 놈들의 침상을 뺏어 잠들었을테지만 거긴 너무 개판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번엔 정령들에게 부탁할 수 있을 거 같으니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제가 일어나서 알리겠습니다. 오늘은 불침번없이 자도록 하죠.”
내 몸 상태가 개차반이라서 그런지 정령들이 평소보다 호의적인 태도로 선심을 베풀기에 이번만큼은 감사히 받기로 했다. 덕분에 나 뿐만 아니라 일행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장작을 추가로 넣지 않았음에도 밤새 꺼지지 않은 모닥불에서 정령의 위대함을 실감하며 간단하게 요기를 떼운 뒤 수도로 귀환했다.
◈
길드는 우리가 귀환한 뒤에도 많은 편의를 제공했다.
사건을 보고 받은 엔그림은 고생한 우리들을 위해 목욕탕부터 식사까지 많은 것을 준비 해 주었고, 그 사이 장비의 수선같은 것 마저도 길드원들을 통해 대신 맡겨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라고 여길 정도로 큰 일을 해주셨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될 뻔 했는데도 훌륭하게 막아주셨으니까요. 분명 굳이 저희가 말하지 않아도 추가 보상이 나올 수준입니다.”
하긴, 최소 수도 인근에서 대폭발이 일어날 뻔한 사건을 조기에 종식시킨 게 만만한 건 아니지. 무엇보다 딱 봐도 마족령인 곳에서 그 정도 폭발이 일어났으니 마족들 피해도 만만치 않을 거다. 게다가 그런거 만들고 보호하던 놈들이니 나름 중요 부대였을텐데, 연관성만 입증되면 금화 한 두 개는 우습게 더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거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지능의 소유자였기에, 싱글벙글 웃으며 정말 원 없이 먹고 마시며 파티를 벌였다.
“엘드미아! 다음에도 꼭 같이 의뢰를 받으면 좋겠네! 빈 말이 아니라, 척후 역할을 할 줄 아는 전사를 만나본 게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니까!”
웨펀 마스터라는 이명과 주량은 별개라는 것을 증명한 가엔달은 말 그대로 머리 끝까지 벌겋게 물 든 주제에 긴의 페이스에 맞춰 연신 술을 들이키며 제안했다.
싸우는 것 외에도 추적술 같은 걸 익혀야하는데다가 파티원을 편하게 할 수도, 나락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는 중압감이 함께하는 보직이다보니 척후는 드물다. 당연히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척후는 더더욱 드물다. 보통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적당히 합을 맞춰가며 척후 역할을 뗌질하는 게 고작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엔달처럼 제대로 척후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비중이 몰리게 된다. 웃돈을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의지를 하게 되니 그간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가 사정 상 이런 큰 의뢰를 자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확답은 못 하지만 기회만 닿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사람이 다섯이나 모이면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쓰레기가 있는 법이라는 대현자 지로보 선생님의 가르침을 숭배하는 내 입장에서도 이번 파티는 완벽했다.
애당초 모험가라는 놈들이 급조한 파티에서 손발 맞춘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첫 단추를 아무리 엔그림이 열심히 분석해서 끼워 맞춰 놓았다 하더라도 불안 요소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나 깔끔하고 부담없이 끝났으니 아무리 행운이 엮였다 하더라도 평가가 후할 수 밖에.
“대련하는 것도 꼭 잊지 말라고! 아니다! 지금 당장 하자!”
“정신나간 소리 하지 말고 고기나 먹어.”
가엔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한껏 취한 예카트리나의 입에 고기를 밀어 넣는 렐리에를 보며 우리는 웃었다.
오가토르프 가문에서 일하며 모험가를 1년 반이 넘도록 해왔지만, 처음으로 가장 모험가다운 경험을 했다는 사실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인생이 이런 맛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다음에 편지를 보낼 때 아실리에한테도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