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602)
첫 번째 문제는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로 인해, 라이카가 지크프리트 파티와 함께 이동할 수 없게 된 점에서 비롯됐다.
갑자기 열병이라도 걸린 듯 상태가 안 좋아진 라이카를 데려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불분명한 적진 한가운데에서 리치와 싸우며 큰 흔적을 남길 엘드미아를 방치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크프리트는 과거 엘드미아가 제국에서 에스뮈에를 구하다가 실종되었을 당시 사용했던 방법으로 그의 위치를 특정하기로 했다.
바로 아실리에의 귀걸이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제국 전역을 수색해야 했기에 수많은 마법사들이 쓰러졌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가능한 선택지였고, 제국의 지원 역시 변함이 없었기에 그들은 어렵지 않게 엘드미아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와 달리 간이 게이트를 통한 즉각적인 전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부대와 떨어진 이후로는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 라이카가 가져온 지도와 대조해 경로를 특정하고 최대한 빠르게 합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탓에 지크프리트 파티는 꽤 서둘러 이동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흔적을 남기는 실수를 하지는 않았지만 ‘관측’되었다.
지크프리트 파티가 부주의했던 것은 아니었다.
“환영 마법사들이 위치를 특정했습니다.”
“거리는?”
“저희와는 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서둘러 이동해도 반나절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저 미흡했을 뿐이다.
용사라든가 이름난 영웅이 아닐 뿐, 마왕군 역시 지긋지긋한 전쟁 속에서 살아온 이들이었다.
전쟁 초창기에 마왕군을 가장 애먹인 것은 왕국군의 첩자와 별동대였다.
마나와 오러 때문에 존재감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 마족령에도 인족이 살다 보니 한 번 섞여 들어가면 꼬리를 잡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에 대응하기 위해 마왕군도 발전했다.
마나와 오러를 포착하기 위해 마도구와 마법을 개발했고, 악신의 잔재를 활용하는 기술에서 첨단을 달리는 환영 마법사들은 신성력까지 포착해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 그들에게, 이제 세 가지 힘을 다 지니고 있는 용사를 포착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쏘르의 변절로 인해 사령부와의 연락이 끊기지 않았어도 억지로 특직작부를 소환하여 대응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일 뿐이었다.
그래도 이 상황이 기회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제국의 용사가 무엇을 목적으로 왕국군과 떨어져 행동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지만, 이 역시 나중에 해결할 문제다.
목줄이 조여지는 것을 두 손 놓고 구경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역전의 가능성을 보았으니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다.
제국의 용사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들의 행동을 과감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추리고 또 추려낸 병력으로 승산이 있다는 확신 속에서 끌어모은 마법사와 정예의 수는 약 600명이다.
처음에는 작전에 투입되면서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판단을 끝낸 별동대의 지휘관은 주변을 경계하는 부하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전달했다.
“별수 없지.
우선은 상정했던 것보다 빠르게 조우할 수 있으니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해라.”
개별적으로 챙겨온 식량과 숙영도구를 버리라는 지시였지만, 그의 부하들은 주저 없이 그의 명령을 따랐다.
거기에 불신은 없었다.
그저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만 있을 뿐이다.
“이 근처의 몬스터들은 아군이 통제하고 있으니 이동에만 집중한다.
문제가 있을 시 육성으로…”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지휘관의 뒤에서 낮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제 있습니다.”
너무나도 태연한 목소리였음에도 그가 즉각 검을 뽑아 들며 빠르게 횡 베기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뒤에 아무도 없어야 한다는 판단을 빠르게 내렸기 때문이었다.
부하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심지어 부관인 마법사조차 점검에만 치중하고 있는 와중에 번개처럼 휘둘러진 검은 목소리만으로 정확하게 적의 위치를 특정하고 목을 노렸다.
하지만 그 검이 전부 뻗어지기도 전에 양손 도끼에 가로막히는 광경을 보며 지휘관은 어금니를 악물었다.
전력으로 시도한 기습이었음에도 자신보다 느리게 움직인 도끼가 먼저 경로를 방해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했기 때문이다.
“좀 치네?”
예상치 못한 방문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짧은 감상만 입에 담은 채 도끼를 ‘내리 그었다’.
휘둘렀던 검을 깎아내듯 타고 흐르며 크로스가드를 베어 넘긴 도끼질이 건틀릿마저 썰어버리며 그의 오른손을 검지부터 소지까지 날려버렸다.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인족으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마력을 눈치챈 지휘관의 입에서는 경악 섞인 경고가 터져 나오려 했으나, 그보다 상대의 행동이 더 빨랐다.
지휘관의 오른손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도끼가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 부하들 중 누군가에게 틀어박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도끼를 놓은 손이 그대로 지휘관의 목울대를 움켜쥐었다.
“500명 넘는 놈들이 이 정도 수준이면 지크프리트가 좀 위험하겠는데?”
“A.4”
마신의 용사, 엘드미아 에가.
이곳에 있으면 안 될 존재의 허리춤에서 무언가가 쏘아지는 것과 동시에 지휘관의 눈앞으로 놈의 오른 주먹이 날아들었다.
“?”
그 일격만으로 머릿속에서 쾅! 하는 충격음이 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충격보다 목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이 사라진 것에 집중하며 두 다리를 움직이고 손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신체는 주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머리부터 꼬꾸라진 자세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지휘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무언가에 전신이 포박된 채 벌벌 떨고 있는 마법사 부관과 부하들의 시체였다.
분명 방금까지 살아 있었던 아홉 명이, 검도 제대로 뽑지 못한 채 다 죽어버린 광경 속에서 의식만은 또렷한 지휘관의 귀에 습격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평소에는 그렇게 기습, 기습하더니 이번에는 왜 부른 거야?”
“눈에 안 보이는 적들만 수백인데 얼추 실력을 알아야 조심하지.”
“그럼 나머지는?”
“지휘관 실력 보니 견적 나와야지.”
머리를 얻어맞았기 때문인지, 저 마신의 끄나풀이 내뱉는 말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지휘관의 전신이 벌벌 떨렸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그만큼 마신의 용사가 내뱉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어, 어어게…”
“와… 손님 주먹을 맞고 말을 하려고 하네.
두개골이 쪼개진 줄 알았는데.”
“말했잖아.
좀 친다니까.”
억지로 몸을 돌리며 위로 올려다본 지휘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늑대 수인과 노년의 마족, 그리고 마신의 용사다.
그 뒤엔 이런 상황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미형의 여인과 순찰대의 복장을 입고 있는 마족도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런 것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등장은 지크프리트를 노리려는 마왕군의 비밀 작전을 눈치채고 역으로 기습한 것처럼 보였다.
상황을 모르는 그에게 엘드미아의 존재는 당연히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어게…아고 이어아..”
오른손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강렬한 통증과 얻어맞은 머리를 가진 그는 내릴 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결론은 지크프리트조차 마왕군을 유인하기 위한 함정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추측이었다.
“어떻게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나 본데?”
“나도 그렇게 들은 거보면 맞나보다.”
소수라고 해도 정예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이들을 방금 몰살시켰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태연하게 대꾸하며 다리를 들어 올리는 엘드미아를 바라보는 것이 지휘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추가타를 먹여 그를 확실하게 기절시킨 엘드미아는 에밋의 마법에 속박되어 어중간하게 허리를 숙인 채 꼼짝도 못 하고 있는 마법사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어 나갔다.
“원래는 너한테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내용이 꽤 많았는데, 방금 기절한 저 친구 덕분에 하나가 줄어버렸군.
이게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가려나?”
죽은 동료들의 시체와 순식간에 무력화된 지휘관,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아무런 기척도, 마력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데 모여 마법사의 저항 의지를 갉아먹는다.
이는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저항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그렇게 모든 것을 체념한 마법사의 의식은 자연스럽게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닌 현재 상황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억울함을 토로하려 했다.
그걸 막은 것은 엘드미아의 협박이었다.
“아, 말을 못 하지.
별건 아니고… 네가 내 의문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하면 넌 저 기절한 친구랑 달리 죽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는 의미야.”
동시에 마법사가 입을 놀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던 속박 마법이 일부 풀리며 목 위로는 자유를 되찾게 되었다.
천천히 자신을 향해 움직이는 마법사의 고개와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며 짧게 고개를 끄덕인 엘드미아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질문한다.
“어떻게 할래?”
죽음을 목전에 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법사는 직감할 수 있었다.
저건 자신을 초조하게 만들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방금 그들끼리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짐작컨대 어떤 형태로는 작전이 유출되었음이 분명했다.
입을 다물어봤자 저들은 아무 아쉬움도 가지지 않고 자신을 죽일 것이다.
“제,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죽임을 당할 바에야 제국의 용사를 찾는 데 쓰이는 이정표가 되어서라도 사는 게 낫다.
빠르게 판단을 마치고 대답한 마법사를 바라보는 엘드미아의 표정에 만족감이 번졌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그의 예상에서 많이 어긋난 것이었다.
“말이 잘 통하니 좋네.
그럼 이제 다른 부대 위치 좀 추적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