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67)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67화(67/599)
뭐, 지 좋다는 여자들 엉덩이를 주무르든 가슴을 주무르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런 것보단 당장 눈 앞에 펼쳐지는 학생들의 대련이 더 관심사에 가깝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대련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치열했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일반적인 청급 모험가까지는 명함도 못내밀고 씹어먹힐 수준이다. 간간히 오러를 쓸 수 있는 학생들도 있는 거보면 적급은 되지 않을까?
“어때, 왕국 기사? 제국의 수준은 만족스러우신가?”
아무리봐도 자기가 지은 별명같은데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어필하는 에테네라였지만, 하나하나 반응해봤자 더 그럴 게 뻔해서 무시하고 대답하기로 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교육의 방식 차이인건지는 몰라도 굉장히 실전에 능숙하게 대응하는군요. 왕국 모험가들은 청급까지도 쉽게 이기겠는데요.”
대련장은 비단 상처나 무기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지형까지도 만들어냈다. 늪지대, 설산, 사막 등 온갖 지형의 생성이 가능했으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가감이 있다 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정도까지 첨단의 마도공학을 학생들에게까지 도입할 수 있는 걸 보면 역시 제국은 제국인가보다.
“오, 비유가 굉장히 구체적이네? 우리 왕국기사 씨는 모험가들하고도 연이 있나?”
“애당초 기사가 아니니까요. 업무 상 모험가 일도 하고 있습니다. 오기 전에 한 의뢰가 잘 처리되었으니 청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사건만 놓고보면 적급도 줄 수 있을테지만,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오오. 겨우 15살이라면서 경력이 장난 아닌데? 근데 그러면 우리 기사님은 우리들이랑 수준이 비슷하다는건가?”
누가 젊은 사내 놈 아니랄까봐 강한 거 따지는 걸 좋아하는 에테네라였다. 난 당연히 거기에 휘둘려 줄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웃어주었다.
“글쎄요.”
어차피 곧 있으면 대련하면서 알게 될텐데 미리 말해봤자 뭐 하겠어. 에테네라도 거기까지 생각한건지 호탕하게 웃을 뿐 더 이상 나에게 질문하지는 않았다.
대련은 대부분 마법사와 전사끼리 이루어졌다. 덕분에 난 이세계에 와서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법사의 전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모험가 중에서 간간히 보이는 마법사들하고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숙련된 학생들은 단축 영창과 주문 저장을 매우 능숙하게 사용하며 전사들을 상대했다. 더군다나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의 수도 굉장히 광범위해서 비슷한 방법으로 싸우는 학생이 드물 정도였다.
짬 좀 찬 모험가 마법사들조차 전열에서 전사가 지켜주지 않으면 주문 외우는 것조차 버벅이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역시 그 놈들이 모지리였던 게 맞나보다.
전반적인 승률은 마법사가 더 높은 편이었으나, 오러 사용자에 한해서는 전사의 압승이었다. 그 오러 사용자가 단 네 명 뿐이라서 그렇지.
“어때? 우리 학년 중에서는 최고로 통하는 귀족 나으리들이야. 전부 선남선녀라서 인기도 많아.”
확실히 얼굴들도 반반하고 대련 전후로 보여주는 자세로 보아 인성도 좋아보이지만, 딱히 그렇게까지 예쁘거나 잘 생긴지는 모르겠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실력은 한 명 빼고는 그냥저냥 그랬다. 오러를 일찍 깨우친 탓인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 검술이 좀 허술하다는 게 감점 요소였다.
“제국의 귀족 분들은 오러를 좀 일찍 깨우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탓인지는 몰라도 검술에서 살짝 아쉬운 감이 있네요.”
“워워. 갑자기 쎄게 치고 들어오잖아 왕국 기사!”
“보고 떠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너스레를 떨며 떡밥을 물리려는 에테네라를 사전에 끊어내며 웃어보이자 녀석은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물러섰다.
보면 볼수록 웃기는 놈이네 이거? 이런 넉살을 지녔으면서 실력도 좋으니까 여기 있는 거잖아?
“그럼…이제 어느 정도 감도 잡았을테니 변경백께서도 체험해보시겠습니까?”
그렇게 학생들이 반절 정도 대련을 마쳤을 때 지들리가 넌지시 말을 건네왔다. 그러자 여학생들 사이에서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라그니스가 앞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매우 유익한 경험이 될 거 같아서 기대되네요.”
라그니스는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도 공중 납치라는 결코 흔치 않은 극적인 경험을 한 탓에 상황에 따른 침착함은 어느 정도 갖춰질거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내심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환상이라지만 일방적으로 쳐맞는 건 조금 그럴테니까.
물론 지들리의 말대로 라드넬반데스의 교육 철학이 실전에 기인한다면 지난 1년 좀 넘는 시간 동안 많은 훈련을 거치면서 재능있다는 소리를 들어온 거겠지만…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불안하네 이거.”
“음? 뭐라 했어?”
“그냥 혼잣말이었습니다. 변경백께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저도 몰라서 기대되네요.”
짐짓 태연한 척 하면서도 마치 자식의 학예회를 바라보는 부모가 된 심정으로 나는 대련장에 올라서는 라그니스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오그웬에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가볍게 올려 묶은 그녀의 모습은 전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날렵해 보였다.
하이 웨이스트 형태로 배까지 올라오는 가죽 바지 위로 가슴 팍에 하얀 프릴이 풍성하게 장식된 진한 와인빛 셔츠가 그녀의 머리카락과 상당히 잘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남학생들이 시선이 그녀의 각선미 쪽으로 쏠리는 중이다.
“그럼 변경백의 상대는…”
“제가 하고 싶군요.”
당당하고 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은 꼴로 용사에게 엉덩이를 헌납하고 있던 여귀족이었다. 눈높이가 비슷하면 별로 티가 안 날테지만…난 눈높이가 다르니까 그냥 뻔히 보이는 수준이다.
음…본인이 당당하면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서도 참…그렇다.
그냥 치녀라고 부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교수님을 통해 레비엥 변경백의 재능에 대해서 익히 들어온 만큼, 꼭 한 번 대련을 해보고 싶네요.”
“흠. 좋지. 올라와라 에셀루아.”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금발머리가 인상적인 치녀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대련장에 올라서자마자 매우 익숙한 동작으로 격식에 맞춰 예를 표했다.
아무리 사람을 겉보기로 판단하면 안된다고는하나, 방금전까지 야외에서 엉덩이를 주물러 지고 있던 여자에겐 참 안 어울리는 격식이었다. 이어서 환상으로 구현한 그녀의 무기는 딱 봐도 마법지팡이었다. 아무래도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걸 감안해서 굳이 전사를 붙이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저 근육 하나 느껴지지 않는 몸뚱이도 모자라서 거대한 엉덩이랑 가슴을 가지고 전사라고 할까봐 노심초사하긴 했다. 만약 그녀가 전사였으면 내 안의 무언가가 산산히 박살났을 게 분명하다.
“잘 부탁드립니다 변경백.”
“잘 부탁드립니다 에셀루아.”
귀족다운 인사가 끝나고 지들리의 신호에 맞춰 대련이 시작되었…
-파앙!
“꺄악!”
…다? 엥? 쟤 왜 날아가?
얼빠진 표정으로 가볍게 허공을 날아가 대련장 밖으로 떨어지는 치녀를 바라보던 지들리가 벌린 입을 그대로 움직여서 승부가 끝났음을 알렸다.
“에, 에셀루아. 장외.”
그리고 그러기가 무섭게 학생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영창?!”
“굉장해! 저렇게나 깔끔하다니! 방금 그 마법은 또 뭐고?!”
“라드넬반데스의 수제자라는 게 사실이었구나!”
“이제 막 성인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저런 성취를!”
벙찐 나와 달리 모든 학생들이 순식간에 환호하며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는 듯 싶었다.
왜 너희만 신났어. 나도 좀 신나보자. 왜 나만 안 신나? 왜 나만 몰라?
“왕국 기사! 이게 뭐야! 변경백님은 완전 수준이 다르잖아!”
“아, 아니. 저도 처음 보는데요.”
방금 뭔가 공기같은 게 터지는 소리가 났고, 그 충격으로 치녀가 날아간 게 맞아? 그것도 아무런 영창도 없이? 그게 마법이 맞긴 해?
“괴, 굉장해요! 이렇게나 수준 높은 연산을 주문없이 해내다니! 처음 봤어요! 감격했습니다!”
심지어 날아간 치녀마저 화를 내거나 분해하기는 커녕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다시 대련장으로 올라가 라그니스의 손을 붙잡고 연신 흔들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쿨한 것 하나 만큼은 굉장히 호감가는군. 그런 치녀에게 손을 붕붕 휘둘리면서도 귀족의 품격에 맞는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라그니스는 도도하게 서 있었다.
정말 내가 알고 있던 라그니스가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감사합니다.”
심지어 그녀는 그 어떠한 겸손의 말도 없이 덤덤히 칭찬을 받아들이며 내려왔다. 그야 물론 귀족끼리의 결투같은 것에 손속을 두는 건 예의없는 거로 취급되긴 해도 말이지…
“엘드미아.”
갑작스러운 부름이었지만 이미 업무 모드인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제깍 튀어나와 그녀의 손짓에 따라 고개를 숙여 귀를 가져가 대었다.
“용사랑 싸워. 그리고 이겨.”
“에? 뭐요?”
라그니스? 상대는 용사인데? 아무리 하는 짓이 꼬운 면이 있고 내가 승승장구하고 있더라도 그건 좀 무리한 요구가 아닐? 까?
물론 아까 녀석하고 대화할 때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고, 실제로 얼마든지 붙을 생각이 가득하긴 했지만 그렇게 명령조로 말씀하시면 조금 쪼들리는데요?
“에셀루아가 말했잖아. 처음 봤다고. 용사의 마법적 재능은 어떨지 몰라도 실전 능력은 나보다 아래라는 뜻이지.”
자연스럽게 내가 허리에 찬 검을 받아주기 위해 부른 것처럼 연기하는 라그니스에게 맞춰 검집을 풀어 넘기자, 격려하듯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동작과 달리 냉랭한 목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첫인상이라는 게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걸 저 꼬맹이한테 알려줘야하지 않겠어?”
“아니, 그래도 용사인데…”
“학생들이 경외를 품을 만큼 강하지도 못하니까 분위기가 이런거야.”
“별다른 노력도 없이 자기들보다 월등히 강해서 생기는 반발일수도 있습니다만.”
“그랬으면 티가 났겠지.”
그녀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와 별개로 나름 타당하게 느껴지는 논리를 펼쳤다.
“그보다 쟤 너랑 동갑 아니면 한 살 더 많은데…”
눈만 웃고 눈동자가 얼어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차마 목구멍으로 말이 이어져 나오지 않았기에 난 그냥 입을 다물고 고개나 끄덕였다.
뭐야, 내가 알던 라그니스 돌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