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7)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7화(7/599)
오그웬의 골목은 복잡하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인구도 늘어나고 새로 짓는 건물도 늘어나면서 이리저리 꼬이기 시작해서 더 복잡해졌다. 그나마 넓은 길은 나름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슬럼가가 따로없는 수준의 골목이 꽤 많은 편이다.
지금 내가 가는 곳은 그런 길이었다. 인적 없는 골목길을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아가던 나는 갈림길에 선 채로 물었다.
“이쪽?”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그러자 내 오른손에 머리채를 붙잡혀서 말 그대로 질질 끌려오던 녀석이 애원한다. 이번 사건의 원흉이 된, 한 달 전에 나에게 맞았던 놈을 가중된 괘씸죄를 명목으로 길 안내에 쓰고 있는데 영 시원치가 않다.
“누가 보면 사람 죽인 줄 알겠다. 내가 너희를 죽였니? 그냥 뼈 몇 개 부러뜨린 게 전부잖아? 그래서, 이쪽이라고?”
녀석의 머리통을 들어 올리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는다. 녀석을 내 손으로 질질 끌고 다니는 이유는 단순하다. 도망 못 치게 정강이 뼈 두 개를 깔끔하게 분질러 놓았기 때문이다. 머릿수만 믿고 인적 없는 골목길로 당당하게 들어간 녀석들은 그렇게 반 병신이 되었다.
처음엔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녀석이었지만 더 큰 폭력과 고통 앞에서 조용해진 것도 벌써 5분 전 일이다.
“흑…흑…살려주세…”
하지만 그 결과가 동문서답인 건 달갑지 않다. 이미 이런 일에 내 시간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은 나에겐 더더욱 달갑지 않은 일이다.
아실리에에 대한 폭언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실전 체험의 계획은 내다 버린 지 오래다. 난 조금이라도 빨리 이 불쾌한 놈들에게 나의 신념을 주입시키고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네 손을 남겨둔 이유는 방향을 지시하라고 남겨둔 거야. 그러니 두 개 다 멀쩡할 필요는 없지. 부러질래?”
“히익! 저, 저쪽이에요!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에요!”
네 명의 정강이를 분질러 놓는데 20초도 안 걸렸다. 어디에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육체 강화는 이제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나이 네 다섯살 많은 걸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오러를 통한 육체 강화라는 건 그런 것이었다. 10살 남짓한 꼬마애도 제대로 습득만 한다면 몬스터를 죽이고 사람의 뼈를 작살내는 게 가능해진다. 어느 정도 훈련한 녀석들도 움직임은 따라 오겠지만 충격은 못 버틴다. 심지어 난 정제된 오러로 발동하는 게 아니라 마력으로 발동하고 있으니 출력부터가 다르다. 성장기인 몸을 신경 써서 조정을 해도 이 정도는 가능했다.
그런 전투력을 지니고 정신 연령도 서른을 넘긴 나였기에. 원래대로라면 그냥 적당히 죽빵 배빵 한 대 씩만 치며 실전 체험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아실리에 욕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건 절대 단순 도발의 목적이 아니었다. 주워들은 단어를 그저 욕하기 위해 내뱉은 게 아니라,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새끼들의 말이었다. 내가 약했고, 정말 녀석들에게 대항하지 못했으며, 아실리에가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었다면 당장 실천에 옮겼을 놈들이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불쾌한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흥얼거리자 머리채를 잡힌 몸이 경기를 일으키며 따라 부른다.
“흑…흑…이, 이제 와서 후, 후회한들 뭐 하리…”
“나는 바보가~ 돼 버린 걸~”
“흐어어엉!”
일부 소절만 불렀는데도 이렇게까지 자기 잘못을 후회하고 통곡하게 만드는 걸 보면 참된 명곡임이 분명하다.
“후회는 빠를수록 오래 고통스러운 법이지.”
그러게 왜 부모 잃은 고아의 유일한 버팀목을 모욕해?
그렇게 얼마 안 걸어가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뭐여. 창고?”
“넌 뭐 하는 새끼…어?”
“지, 지크멜?!”
다 낡아빠진 허름한 창고였다. 아주 큰 건 아니지만 절대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창고. 어디 망한 상단의 부동산이라도 되는 건가? 관리가 안 된 걸 보면 아마 맞을 것이다. 그 문 앞에서 껄렁껄렁하게 서 있던 두 녀석의 시선이 내가 쥐고 있던 녀석으로 떨어지는 걸 보니 길은 잘 찾아왔나 보다.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채에서 손을 놓고 털었다.
녀석의 쥐어뜯긴 갈색 머리카락이 한 움큼 떨어진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넌 필요 없으니 알아서 꺼지세요.”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누구?”
“에, 엘드미아 에가!”
“어떻게 해야 한다?”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돌대가리는 아니었나보군. 만족스러운 학습 결과를 확인한 뒤 손을 휘휘 내젓자 녀석은 바닥을 기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부러뜨렸지만 재수 없으면 장애가 남겠지. 구걸이 시원치 않으면 얼마 못 가 길바닥에서 죽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칼부림이 흔한 세상에서 남의 지인을 돌려 먹네 뭐네 지껄이면 그 자리에서 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법이다.
“들었냐?”
“뭐, 뭐?”
“너희의 친구 지크멜이 떠드는 거 들었냐고.”
대답이 없다.
침묵은 긍정인 법이니 난 그대로 튀어 나가 두 놈의 턱을 양손으로 후려쳤다.
자세고 기술이고 필요 없었다. 그런 수준의 꼬맹이들이다. 비명 한번 못 지르고 쓰러진 녀석들을 옆으로 걷어차며 창고 문을 열자, 살풍경한 창고 안에 열 댓명의 꼬맹이들이 사방팔방 퍼져 있었다.
퀴퀴한 공기가 맴 돈다. 천장에 환기를 위한 창문 같은 게 있었지만, 그거로는 택도 없을 정도로 많은 먼지가 있는 듯했다. 솔직히 이런 장소에 짱박혀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재차 당황스럽긴 하다. 그냥 방치된 창고를 쓰고 있는 건지 뒷배가 있는 건지 무척이나 궁금해졌지만 일단은 미뤄두기로 했다.
중앙에는 적당히 멀쩡해 보이는 나무 상자로 의자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 놓았는데 딱 봐도 대장인 놈이 앉아 있는 자리였다. 저런 자리에 앉아서 양옆에 계집애들을 끼고 있는데 대장이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놀라운 일이겠지.
내가 패 왔던 놈들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인다. 체감상 18살 정도 되는 거 같은데? 확실히 애라기보단 어른에 가깝다.
근데 그런 놈이 저 쪼그마한 애들 부려 먹으며 왕처럼 군림하는 거야? 저건 또 저거대로 웃기는 놈일세.
“니가 우리 애들 팬 놈이냐?”
그래도 양아치들 대장 노릇을 하는 놈답게 눈치는 있었다.
“어. 그게 나야.”
활짝 열었던 창고문을 닫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퍼져 있던 놈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했다. 대장과 계집애들 빼고 15명.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다. 처음 나한테 맞았던 놈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길잡이 지크멜처럼 따로따로 퍼트려서 마을을 뒤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못해도 서른 명은 넘는 집단이라는 건가? 적은 숫자는 아닌데, 대체 경비대는 뭘 하고 있길래 이런 걸 방치하는 건지 의문이 드는 걸 다시 한번 뒤로 미루었다.
녀석들에게 무기라고 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실리에만 안 걸고 넘어졌더라도 그냥 동네 골목대장 노릇하며 평안한 삶을 살았을 텐데.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새끼 존나 당당하네. 근데 왜 혼자냐?”
“조금은 똑똑한 줄 알았는데 돌대가리인가? 걔들이랑 친구 먹어서 혼자 왔겠니? 병신 만들고 혼자 왔지.”
말이 통하는 지능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일말의 희망이 사라졌음을 깨닫고 시무룩하게 대답해주니 녀석이 인상을 쓴다. 그 얼굴을 보고 나니 확실히 체감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또래보다 키가 크고 좀 성숙해 보일지언정 결국 11살이긴 했다. 외견상의 위압감은 앳된 얼굴 탓에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두들겨 맞았음에도 집단으로 덤빌 생각한 거겠지. 녀석과 주변 놈들의 얼굴에는 가소롭다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애새끼가 상황 파악이 안 되냐? 니가 지금 뭔 상황이고 뭔 짓을 했는지 몰라? 그 새끼들이 아무 말도 안 해주디?”
“이야! 너 이 대가리는 나빠도 일 처리는 빠른 친구였구나!”
“뭐?”
하락세였던 기분이 급상승한다. 걔들이 나한테 해준 말이라고는 대장이 찾는다와 아실리에를 걸고 넘어지는 것 뿐이었는데 저렇게 말하는 걸 보아하니 역시 그녀와 관련된 지시를 내린 건 저 녀석이 맞나보다. 물론 모험가 노릇을 하는 아실리에가 이딴 놈들에게 잡힐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하지만 내 신념은 가능성을 보고 움직이는 미적지근한 게 아니다.
안 일어났으니 괜찮다가 아니다. 아예 생각조차 못하도록 뿌리를 뽑아버리는 게 목적이지. 난 즐거운 마음으로 등에 메고 있던 연습용 장검을 꺼내 들어 방금 닫았던 창고 문손잡이에 끼워 넣었다.
“뭔 지랄을…어?”
그리고 그대로 장검을 접어 수제 자물쇠로 만들었다.
끼긱 끼긱 소리를 내며 장검이 접힌다. 이미 지난 나날의 훈련을 통해 휘어지면 휘어졌지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는 건 검증을 마친 상태였다. 솔직히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이놈들 주머니를 털면 뭐라도 나올 테니 적당히 수리비는 나올 것이다.
“반갑다. 나는 엘드미아 에가라고 한다.”
그렇게 유일한 출구를 막고 뒤를 돌아보자 그대로 굳어 있는 거리의 양아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소롭다는 표정은 사라졌었다. 대신 의심과 의문, 그리고 드문 드문 경악이 담겨 있을 뿐.
정신 차릴 때까지 기다려줄 만큼 착하지는 않았기에, 마력을 연료 삼아 다리 근육을 팽창시켜 그대로 양아치들의 왕좌 위에 앉아 있는 대장을 향해 달렸다. 거리는 대략 10미터. 나의 갑작스러운 뜀박질에 어어 거리던 양아치들이 황급히 막아서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잡으려는 손길도, 몸으로 막으려는 머저리도 전부 피하며 2미터 가량 거리가 남았을 때 온 힘을 다해 날아들었다.
“이제 잘 가라 씨발아.”
가속된 신경 속에서 얼빠진 놈의 얼굴에 당혹스러움과 공포감이 늘러붙는 과정이 보였다.
싸움? 난 마왕군 지휘관 정도는 잡아 죽일 실력을 갖추기 위해 살아가는 놈이다. 3년간 단련해 놓고 이딴 새끼들이 공격에 반응할 틈을 줄 수준이면 그냥 죽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녀석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으며 명치에 날아 차기를 박아 넣었다.
-콰직!
소리라기보단 감각에 가까웠다. 갈비뼈마저 작살내며 명치 깊숙이 박힌 발이 심장에까지 충격을 줬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감각이었다. 그대로 의자를 부수며 뒤로 나자빠진 건 대장이 아니라 대장이었던 시체에 불과했다.
꿈틀거림 하나 없는 녀석을 확인한 뒤 주변을 둘러보니 놈이 양옆에 끼고 앉아 있던 여자애들을 비롯해 창고에 남아 있는 양아치들 모두가 그 광경을 보고 굳어 있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시선들이 내 쪽으로 몰렸다.
“사실 저 새끼가 대장이 아니었고, 너희 중에 대장이 있으면 손 들고 말해.”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