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76)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76화(76/599)
제국 에슈누아의 차기 황제가 누구냐고 제국인들에게 물어본다면 1 황녀와 2 황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황실에서는 모든 이가 입을 모아 1 황녀인 에스뮈에 비스팀 텔 누아를 차기 황제로 취급했다.
그건 그녀를 제외한 황제의 여덟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그녀는 황제의 뒤를 잇기 위한 대부분의 소양을 갖추고 있었다.
지성, 카리스마, 마법적 소양 등. 검술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그녀였지만 가장 빛나는 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그 지성이었다.
오직 냉철한 두뇌 하나 만으로 황실의 분쟁을 종식 시키고 파벌을 분쇄한 뒤 황위 계승에 대한 분쟁의 뿌리를 말려 죽여버리기까지 겨우 3년 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차기 황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는 용사와 관련된 업무들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쳐간다. 사건이 터져도 그녀가 가장 먼저 보고 받고, 용사를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것도 그녀고, 그 주변에 생기는 자질구레한 하루 일과들을 보고 받는 것 역시 그녀의 일이다.
그래서 에스뮈에는 용사를 싫어했다.
용사의 방탕하기 그지없는 행실 때문은 아니다. 에스뮈에는 여동생인 에셀루아를 잘 알고 있었다. 용사가 인격적으로 파탄이 난 존재였다면 결코 그 옆에 서 있지 않을 인물이다. 그러니 들리는 보고가 어떻든 간에 용사라는 인물은 속에 구렁이를 키우며 방탕함을 연기를 하는 것에 가깝다고 에스뮈에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용사라는 인물이 자신의 사후에 태어났으면. 혹은 훨씬 먼저 태어나서 진즉에 마왕을 물리쳤으면 자신의 넘쳐나는 업무 중 하나는 줄었을 것이기에, 같은 시대에 태어난 그를 증오할 뿐이었다.
그녀는 업무과중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용사는 그런 그녀의 업무를 돌발적으로 증식시키는 가장 큰 원흉 중 하나였으니까.
불과 이틀 전까지만해도 그랬다.
“아아아아아아악!!!”
“화, 황녀님! 고정하시옵소서!”
“여가!! 지금!! 고정하게 생겼느냐!!”
눈처럼 새하얀 백발은 아무리 헝클어뜨리고 쥐어 뜯어도 비단처럼 부드럽게 빛나며 풍성함을 유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몸가짐을 관리하는 전속 하녀는 에스뮈에가 아무리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도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책상을 내려치며 발버둥치는 건은 별개였다. 자신의 울분을 참지 못해 주변을 작살낼 기세로 날뛰는 에스뮈에의 행동은 주변의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망가뜨릴테니까.
모든 뛰어난 재능 속에서도 검술은 배울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하며, 동생들보다 작고 빈약한 육체의 소유자가 바로 에스뮈에였기에.
하녀는 그녀가 어디 크게 다치기 전에 재빨리 달려들어 그녀의 발버둥을 몸으로 막았다. 분노한 에스뮈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아둥바둥거렸지만 부질 없는 몸부림이었다.
“대체 이 자는 뭐란 말이냐! 왜 당연하다는 듯이 용사를 이기는 건데?! 루드라의 병신은 대체 왜 갑자기 죽어 나자빠지는 거고!!”
당초의 목적은 용사와 이티스엘의 변경백 사이에 접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선대 레비앵 변경백과 달리 마나에게 사랑받는다고 여겨지는 소녀다. 그 배틀메이지 라드넬반데스조차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의 교육에만 열을 올릴 정도라는 이야기가 제국에 퍼진 그 날부터 그녀는 훗날 마왕을 토벌하기 위한 용사파티의 일원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물론 라그니스 본인은 모르는 이야기겠지만, 그렇게 되게끔 만드는 게 에스뮈에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자 가장 잘 하는 일이었다.
국왕파와 귀족파 사이에서 발생하는 알력다툼과 차후 이어질 전쟁에서 이티스엘에 환멸을 느낄 빌미만 잘 만들면 얼마든지 제국의 품으로 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용사가 흥미만 느끼고, 자신은 알 수 없는 용사의 본심을 에셀루아처럼 눈치챌 정도로만 자주 만나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그런데 계획에도 없던 존재가 튀어나와 용사의 모든 관심을 가져가버렸다.
엘드미아 에가.
하이엘프들의 수호부를 달고 다닌다는 정체불명의 남자. 그것만으로도 요주의 인물로 격상 시켜야하는 와중에 방문 첫 날 용사를 이겼다.
라그니스의 신변을 조사할 때 거론된 이름이었기에 아예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스뮈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딱 수도에서의 활동 기록까지였고, 그저 오가토르프 가문과의 인연이 이어지며 그녀를 위해 잠시 빌려준 고용인에 불과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외형적인 특징으로 한 쪽에 백금빛 귀걸이를 차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지언정, 어느 정신나간 인간이 그것만 듣고 하이엘프의 수호부일 거라고 짐작한단 말인가? 애당초 인간이 그걸 얻었다는 기록조차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녀조차 선대 황제 중에 하이엘프와 혼약을 맺고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난 선조가 있었기에 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어 알아챌 수 있었던거지 그렇지 않았으면 알아챌 방법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낭만이라는 걸 믿고 있었을 때 그런 거만 찾아 읽던 찰나의 일탈이 이렇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그녀였다.
“대체 이딴 머저리가 어떻게 루드라의 차세대 마법기사단장의 재목이라며 칭송받고 있었던 거냐! 루드라 놈들은 죄다 어깨 위의 것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가!”
마법기사 그윌브 뷔스 벨루인. 루드라의 젊은 사자. 한 달만 지났어도 자작으로 불리고 있었을 남자. 겨우 18살임에도 그 정도로 인정받는 재능의 소유자였다. 영웅의 시대라며 이야깃거리 좋아하는 이들이 언급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천재 중에 한 명이었다.
그랬기에 계획대로 초대해서 용사와 만나게 해볼 요량이었다.
“뭐가 천재냐! 병신 머저리 같으니! 이 놈에 대한 보고서를 쓴 건 누구냐! 대체 어딜 봐서 ‘귀족의 자부심이 조금 과도함.’으로 치부 될 수준이란 거냐! 업무 태만이다! 엄벌에 처해버릴테다!”
“황녀님 제발…!”
18살임에도 150조차 안 되는 작달마한 키의 소유자였기에 에스뮈에의 발버둥은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녀가 분노에 차서 휘두르는 팔다리는 인형조차 제대로 파고들지 못 할 정도로 약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녀가 내뱉는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에스뮈에와 하녀의 몸싸움 아닌 몸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노집사는 조용히 사람을 시켜 조사원이 누구인지에 대한 문서를 준비하도록 시켰다.
“씨익…씨익…올렌드!”
아니나 다를까 체력이 좋지 못한 에스뮈에는 금방 지쳐 떨어졌다. 아직 분이 풀리지는 않아보였지만 그녀가 노집사의 이름을 부른 이유는 명확했기에, 그는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루드라에는 이미 서신을 보냈습니다.”
“뭐라고 보냈나!”
“그윌브 경의 죽음과 사유. 그리고 정당한 결투였음을 증명하는 내용과 시신과 소지품의 양도 시기 및 이 사태에 대해 논할 사절의 요청 등을 적었습니다.”
“기간은!”
“오늘 내로 당장 준비해 올 것을 강조했습니다.”
“아주 좋다! 당장 외출을 준비하도록!”
“비록 서두르라고 했으나 사절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만…”
말 끝을 흐리며 허리를 들어 올리던 올렌드는 입고 있던 업무용드레스를 거의 찣을 기세로 벗어 던지려는 에스뮈에와 울상을 지으며 반 쯤 비명을 지르는 하녀를 보고는 한숨과 함께 다시 허리를 숙였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에스뮈에가 호통쳤다.
“죄를 놈들이 지었는데 여가 먼저 기다릴 리가 있겠느냐! 엘드미아다! 아카데미로 갈 준비를 하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대로 허리를 숙인 채 180도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는 올렌드를 향해 에스뮈에가 추가로 말했다.
“그윌브에 대한 보고서를 올린 자들에 대한 문서도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이미 준비 중입니다. 마차에서 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좋다!”
부디 그들의 잘못된 보고에 타당한 사유가 있었길 바라며, 올렌드는 방을 나섰다.
◈
“엘드미아 경!!!”
“제발! 제발 저희에게 가르침을!”
“저랑 결혼해주세요 엘드미아!”
“에가 경 부디…!”
씨발. 씨발. 씨발.
그 반지의 제왕같은 새끼. 생각보다 엄청 유명한 놈이었다.
뭐? 루드라의 젊은 사자? 차라리 루드라의 똥개라 그래라!
또 다시 엘드미아의 매력에 빠져 광기가 휘몰아칠 것까지는 예상했지만 놈의 유명세 때문에 그 광기는 내 예상을 아득히 초월 해버렸다. 아침 수업부터 끝도 없이 시달리는 와중에도 동화 속 기사님 모드를 풀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진이 빠질대로 빠져버린 나를 바라보며 라그니스가 웃어보였다.
“그래도 그 어이없는 자신감을 이해할 수는 있게 되었네.”
“정말 영양가 없는 정보에 불과하구나.”
정보는 불량식품 그 자체일 지언정 놈의 죽음은 라그니스에게 매우 유익했다. 잘잘못도 확실한 마당에 제국조차 우리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초특급 우물 안 개구리 그윌브 덕분에 루드라 왕국에서 보상까지 뜯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루드라 내부였으면 모를까, 제국까지 와서 그 꼴값을 떨었으니 다음에 올 사절은 아마 머리털이 다 빠지는 기분일걸?”
심지어 그냥 오합지졸로 평가 받는 놈도 아니고 루드라의 차기 마법 기사단장 유력 후보인 놈이 그렇게까지 안하무인으로 모욕을 시전했으니 이티스엘에서 작정하고 물고 늘어지면 전쟁을 목적으로 모욕했다고 밀어붙이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라더라.
그래도 거기까지 능력이 있는 놈이었다는 게 신기하다.
“실력 형편 없던데. 셰릴하고 싸워도 열 합 정도 버티다가 질 수준이었는데 말이지.”
“…실전 경험이 부족했나보지.”
“흠. 그런가?”
강체인지 뭔지 하며 버프를 덕지덕지 바른 몸은 좀 튼튼하긴 했으니까. 아마 얻어 맞아본 경험이 적은데다가 날 얕잡아보고 있다보니 제 실력을 다 발휘 못 하고 죽은 거겠지.
기억 한 켠에 내 공격에 반응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했던 델트가 기억에 남아있어서 그런가? 거기에 못 미치는 놈들은 죄다 시원찮아 보인다.
이세계 강함의 기준이라는 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