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RAW novel - chapter (8)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8화(8/599)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대신 비명과 공포로 혼돈의 도가니가 펼쳐졌다.
“으아아아 대장이 죽었어!”
“꺄아아아아악!”
“엄마아아!”
“어떤 새끼가 부모 잃은 고아 앞에서 엄마를 찾아 씨발?! 가진 자의 여유야?! 감히 내 앞에서 기만질을 해?!”
버럭 소리를 지르니 혼돈의 도가니였던 창고에 정적이 흘렀다.
“지금부터 부모님을 찾는 년놈들은 부모 잃은 아이의 분노를 맛보게 될 것이다. 방금 엄마 외친 새끼 누구야.”
순식간에 모두의 손가락이 한 녀석을 가리켰다. 공포에 떨며 부모님을 찾던 녀석은 졸지에 사색이 되면서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너 이 새끼 엄마 찾을 정신머리가 있는 놈이 여기서 이 지랄을 쳐? 이리 안 와?”
성큼성큼 내려가자 양아치들이 갈라지며 내가 막아 놓은 창고 문 쪽으로 우르르 도망친다. 일부는 마치 제물이라도 바치듯이 녀석을 내 쪽으로 밀기까지 했으며, 녀석은 그 와중에 도망칠 생각조차 못 하고 벌벌 떨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지저분한 금발의 더벅머리 때문에 앞도 보기 힘들어 보이는 답답한 헤어스타일의 녀석이 사정거리에 오자마자 대차게 꿀밤을 먹인 뒤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으악!”
“으악은 새끼야 뭘 잘했다고 엄살이야! 너 전쟁고아야?”
“아, 아뇨! 아닙니다!”
“그럼 뭔데?”
“…어, 그…”
잘 먹지 못했을 텐데도 다른 녀석들보다는 덜 마른 몸. 나보다 5센티는 더 큰 듯한 키. 푸석푸석한 피부와 얼굴과 달리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머릿결. 다 해졌지만 분명 처음은 꽤 나쁘지 않은 옷이었을 상하의 등등. 모든 증거를 포착하자 머리에 링을 단 착한 엘드미아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했다.
-이 새끼 가출 청소년이야! 죽여 버려!
어? 아무래도 생긴 거랑 다르게 착한 엘드미아가 아니라 나쁜 엘드미아였나 보다. 그러자 반대쪽 귓가에서 뿔을 단 엘드미아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역시 외모로 판단하는 건 좋은 버릇이 아니다.
-맞아 맞아! 이 개 같은 세상에서 부모님 살아 있고 집안 멀쩡한 걸 감사히 여기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버려!
뭐야. 착한 엘드미아 어딨어.
“모, 모험가가 된다고 지, 집을 나왔…”
“뭐 임마? 모험가? 뒷골목 양아치의 하수구 탐험이 네 모험이냐? 지금 생사의 모험을 겪고 있는 건 모험이긴 하겠는데, 이걸 원했어? 너도 쟤처럼 될래?”
“흑흑 사, 살려주세요.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쟤처럼 될 거냐고 묻잖아 왜 대답을 안해 이 새끼야!!!”
양아치 특성은 동문서답인가 갑자기 또 열 뻗치게 만드네?
“아니오!! 쟤처럼 되고 싶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헛소리해서 죄송합니다!!”
“너 지금 내가 부모님도 제대로 못 지킨 고아라고 우습게 보는 거지? 우리 부모님 돌아가셨고 너희 부모님 살아계신다고 내가 만만한 거지? 그래서 내 말 씹고 동문서답하는 거지?”
“아뇨! 절대 아닙니다! 몰랐습니다! 죄송합…! 흑! 흐어엉!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머리채를 쥐고 이리저리 흔들자 기어이 다시 눈물을 터트리며 양손을 모아 빌기 시작한다.
신기하네? 여기서도 죄를 고하며 용서를 구할 때 양손을 모아서 비비나? 의외로 범차원적인 제스쳐였네 이거.
“집 나온 지 얼마나 됐어?”
“두, 두 달이요.”
“두 달 만에 오그웬의 양아치 새끼로 전직했다고? 너 몇 살인데?”
“여, 열다섯…”
남자아이 열다섯 살이면 어디 가서 제발 일 좀 시켜달라고 빌면 일당 받는 잡일 정도는 준다. 특히 최근 들어 일거리가 늘기 시작한 오그웬에서는 널린 게 일이라서 멀쩡한 집 애들도 용돈벌이 삼아 이웃 장사꾼들을 도우며 지낼 정도다.
그런데 이 새끼는 그마저도 안 하고, 그냥 한량처럼 여기에 널브러져서 남들 약탈하는 일이나 하고 있었던 거다.
“이 씨발 열다섯? 열 다서엇? 그 나이를 처먹고 건실한 일을 하며 돈을 모아 목적대로 모험가를 꿈꾸지는 못 할 망정 이 지랄을 쳐 양아치 새끼야?!”
“히익. 죄송합니다. 양아치 새끼라서 죄송합니다!”
“저쪽으로 가서 엎드려 뻗치고 있어!”
다른 놈들도 확인해야 하니 일단 머리채를 놔주고 대장의 의자(였던 것)을 가리키며 고개를 돌리려고 했는데, 녀석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에?”
“에? 너 지금 의문형을 날렸냐?”
살려주는 것도 감사히 여길 마당에 지금 체벌이 싫다고 반항하는가 싶어 눈에 힘이 들어갔지만, 다행히 거기까지 상식이 결여된 놈은 아니었다.
“죄, 죄송합니다! 엎드려 뻗치라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런 거면 이해해주지. 저기서 엎드려 봐.”
모르는 걸 할 수는 없지. 치솟아 오르려고 했던 분노가 말끔하게 가라앉은 나는 친절하게 녀석의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어 그래. 그 상태로 팔로 상체를 들어 올려…그래. 그게 엎드려 뻗치는 동작이야. 허리 쫙 피고. 이제 네 몸뚱이가 바닥에 닿으면 바닥에 묻어버릴 거니까 잘 버텨라.”
마지막 경고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가출 청소년에게서 고개를 돌려 나머지를 바라보자,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처럼 죄다 굳어 있는 부랑아이자 양아치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너희들은 고아냐 가출이냐?”
엘드미아 에가의 병아리 감별소가 열렸다.
아실리에의 예측은 거의 정확했다. 17명의 인원들 중 고아는 계집애 한 명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가출 사유라고 할 만한 이유로 가출한 애조차 계집애 하나와 남자애 둘이 고작이었으며 나머지 13명은 모험병이 도진 사춘기 꼬맹이들에 불과했다.
이세계의 사춘기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13명이 엎드려 뻗치고, 3명이 무릎 꿇고 손들고 있으며, 1명은 무릎만 꿇고 있는 상황을 덤덤히 지켜보고 있자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최초의 마왕군 습격 희생자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탓에 전쟁고아가 된 나조차 건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너희는 좀 선을 많이 넘는다.”
생각해 보니 정말 거창하게 불쌍한 타이틀이다. 아실리에가 아니었다면 살기 위해서 그대로 종교시설이라도 찾아가야 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때는 오그웬의 위치도 몰랐으니 제대로 마을을 찾아갈 수 있었을지조차 알 수 없다.
능력도 없으면서 멀쩡한 집을 대체 왜 튀어나와.
“저는 집이 엄청 멀지만 마차삯이 없어서 여기서 살아야 합니다. 그런 상황인 놈은 엎드린 채로 손 들어라.”
아무도 자세를 풀지 않는다.
“저는 여기서 뒈지는 한이 있더라도 집에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는 집이 아니라 지옥입니다. 차라리 죽여 주십시오. 라고 생각하는 놈은 엎드린 채로 손 들어라.”
역시 아무도 자세를 풀지 않는다. 죽음을 각오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한 것은 자존심이든 이 생활이 마음에 든 것이든 뭐든 기타 다른 요인으로 인한 것에 불과했다.
엎드린 놈들의 평균 연령은 14세였고 집을 나온 지 가장 오래된 놈이라고 해 봐야 3달이었다. 그나마도 독보적으로 길었을 뿐 나머지는 2달 미만에 불과했다.
“내가 누구라고?”
“엘드미아 에가!!”
“엘드미아 에가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
신념 주입은 끝났다.
양아치 대장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굳이 이름으로 부를 필요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 대장으로 통했다고.
실상 내 연습용 장검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도 대장 놈이 원인이였다. 뜬금없이 검사의 혼이 불타오르기라도 했는지 검을 훔쳐오라고 애들을 내 보낸 날 하필 나를 만났고, 한평생 제대로 검을 본 적 없던 놈들은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른 채 그냥 만만하게 생긴 놈이 들고 다니니 약탈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역시 양아치 새끼들다웠다.
심지어 지크멜은 간신 중의 간신이라서 나를 수색하는데 일조하며 남아 있던 것뿐이고, 그때 나에게 얻어맞은 나머지 놈들은 죄다 도망갔다고 한다. 결국 수색 중인 다른 인원 같은 건 없고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인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조금 허탈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예상을 초월한 이세계 사춘기의 한심함보다는 덜 허탈했다. 나는 한숨과 함께 자리를 벗어나 창고 문을 막고 있던 연습용 장검을 피고, 문을 열었다.
“엎드린 새끼들 다 집으로 꺼져. 나 기억력 좋다. 오그웬에서 니들 얼굴 보이면 지크멜 새끼처럼 두 다리를 분질러 놓을 거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면 집에 안 가도 된다. 그게 아니면 부모님께 몽둥이로 개처럼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집으로 가라.”
일언반구도 없이 전력 질주로 창고에서 도망치는 녀석들을 굳이 돌아볼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안 도망치고 아직도 엎드려 있는 녀석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신경이 쏠렸다.
3달이라는 가장 긴 가출 이력을 지닌 놈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눈에 보일 정도로 벌벌 떨면서도 일어나지는 않는다.
“뭐야? 넌 왜 안 가?”
“지, 집에 갈 수 없습니다!”
“아까 손 안 들었잖아.”
“죽, 죽고 싶지 않아서 못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냥 그 정도로 절박하냐는 의미로 했던 말인데 아무래도 시체 하나가 바닥에 놓여 있다 보니 두려움이 너무 컸던 듯싶다. 그래도 속일 생각 없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뭐 나름의 사정은 있는 거겠지.
“쟤들이랑 같이 무릎 꿇고 있어.”
벌떡 일어나서 무릎 꿇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까지 들고 있는 녀석을 보며, 나는 남아 있는 녀석들 앞에 섰다.
“성실하게 살 기회를 얻을래 아니면 반병신으로 기어 나갈래?”
선택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