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13)
제113화. vs 양동주
홍연석은 아직 통화 중인 백준과 다른 콜로세움 직원들의 눈치를 한번 본 뒤, 용한길의 귀에다 대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
조용히 듣던 용한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쁘지 않구먼.”
그리곤 아쉬운 듯이 말을 이었다.
“실패자들을 투입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
“그나마 차선책으로는 제일 괜찮군.”
용한길의 말을 듣고 홍연석이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놀랐다.
비단 홍연석뿐만이 아니라, 어떤 대한 클랜의 간부라도 이 자리에서 ‘실패자’라는 단어를 들었다면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만큼 ‘실패자’란 존재들은 대한 클랜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용한길이 홍연석에게 말을 이었다.
“출구 쪽 균열이 생성되는 대로, 비행장에 남아 있는 예비 병력을 전부 데려오도록 하게.”
“전부를요?”
“왜냐하면….”
이번에는 용한길이 주변 눈치를 보더니 홍연석의 귀에다 속삭였다.
용한길의 말을 모두 들은 홍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 지시하겠습니다.”
홍연석이 곧장 몸을 돌리며 사라졌다.
용한길은 다시 시선을 들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으로 돌렸다.
여유롭게 걷고 있는 김진성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용한길은 속으로 생각했다.
‘본래라면 마지막 출구에 배치된 ‘그 균열’을 극복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드는 용한길이었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른 공허의 영역을 완전히 뒤덮던 검은 마기 물결을 지워내기 위해, 머리를 작게 흔들었다.
* * *
“…….”
아무도 없는 고요한 통로.
김진성은 눈을 감은 채로 한껏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계속 서 있던 김진성이 이내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바로 앞에 출구 포탈이 있는 건 확실하군.’
지금까지 그는 공명 상태를 유지한 채로 미궁 내 마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감지하는 중이었다.
던전 출구 포탈의 위치를 알아낼 때까지 공명 상태를 유지했다가, 마침내 풀어낸 김진성이었다.
[내가 말한 위치를 찾아냈느냐?]그때 들려오는 단틸리온의 물음에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정면에, 마기보다 마나가 더 많이 섞여서 일렁이는 지역이 있다.’
조금 전 단틸리온이 설명했던 것과 일치했다.
마계던전의 출구 포탈은 외부 환경인 중간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에 마기보다 마나가 더 많이 섞여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확인해보니 정말로 마계던전에서 마나가 더 많이 섞인 지역이 한 곳 감지되었던 것이다.
‘대충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긴 한데….’
김진성은 곧바로 그림자숨기 스킬을 쓴 후 워프 홀을 생성해 내었다.
15초 후 워프 홀 안으로 들어간 김진성은, 생성된 출구 밖으로 나온 뒤 그림자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김진성을 향해 단틸리온이 의아하게 물었다.
[왜 바로 출구 포탈 쪽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이냐?]그의 말대로, 김진성은 워프 홀 출구를 바로 출구 포탈 쪽이 아니라, 조금 거리가 떨어진 쪽에 생성한 것이다.
정확히는 김진성이 마기를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의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출구 쪽에 생성했다가 또 함정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공허의 영역을 만났을 때처럼 특정 지식이 없으면 대처가 어려운 균열을 다시 맞닥뜨리는 것은 이제 사양이었다.
빨리 탈출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들더라도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김진성의 판단이었다.
[허…. 나이답지 않게 꽤 신중하구나, 애송이.]‘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사람의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목숨 개수를 늘리는 방법을 내가 알고 있긴 한데….]‘…그런 게 실존한다고?’
[물론이다! 나, 마신 단틸리온은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마계에 귀속된 존재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너는….]‘그래도 계약 안 해.’
[…….]순간 말문이 막힌 단틸리온이 침묵하는 동안, 김진성은 조심스럽게 출구 포탈이 감지되는 쪽으로 걸어갔다.
복도의 모퉁이를 돌자, 마침내 출구 포탈이 있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망할 애송이 자식! 내 도움이 없인 아무것도 못 할 녀석이….]‘…뭐야, 또 균열이야?’
그때 김진성이 앞을 바라보며 눈을 찡그렸다.
앞에서 회색 균열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던 것이다.
곧 벌어진 균열 안에서, 엄청난 양의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느낌이 안 좋은데.’
전방이 순식간에 연기로 뒤덮였다. 그 모습에 김진성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연기로 뒤덮인 공간 쪽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이 ‘공허의 공간’을 처음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것도 아까 네가 말한 대한 클랜 소속이라는 인간 놈들의 작품인 것 같군.]머릿속에서 단틸리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저건 이 던전에서 생길 만한 균열이 아니야. ‘공허’와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의 높은 레벨의 던전에서나 생성되는 균열이다.]‘…많이 위험하겠군.’
김진성은 회색 균열을 보며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균열은 절대로 콜로세움 제작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김진성이 알고 있는 콜로세움 제작진은, 밸런스에 대해 아주 예민한 것으로 유명했다.
절대 이렇게 출구 바로 앞에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장애물을 설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도대체 대한 클랜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것들을 설치한 거지?’
김진성이 속으로 의문을 품을 그때, 단틸리온의 대수롭지 않아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하지만 난이도는 공허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의 너라면, 어쩌면 더 쉬울 수도 있지.]‘음….’
단틸리온의 말에 김진성은 고민에 빠졌다.
‘조금만 더 가면 출구 포탈인데….’
김진성은 균열 뒤편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으로 일렁이고 있는 거대한 포탈이 보였다.
암바게스 섬에 도착했을 때 떨어졌던 던전 입구 포탈과 똑같은 모양인 걸 보니, 출구 포탈이 확실해 보였다.
‘문제는 포탈 주위 전체가 저 회색 연기로 뒤덮여 있다는 거야.’
포탈로 가려면 어떻게든 저 회색 균열이 만들어낸 연기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 안에 들어가면 ‘공허’와 비슷한 난이도의 위기를 또 한 번 더 겪어야 했다.
‘젠장. 이러면 애써 돌다리 두들기듯 천천히 온 이유가 없잖아?’
[아니, 덕분에 한 가지 방법이 더 생겼다.]김진성의 속으로 투덜대는 말에 단틸리온이 대답해왔다.
[바로 다른 인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놈을 저 회색 공간 안에 집어넣는 거지.]‘…다른 사람으로 실험을 해보란 소리야?’
[그래. 어차피 다른 인간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지 않으냐? 너만 무사히 통과하면 되는 것 아닌가?]‘그건 맞는데….’
김진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참가자를 강제로 실험체로 만드는 데에 윤리적인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지하 투기장 때부터 너무나 많은 잔혹한 현실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온 김진성이었다.
‘다른 참가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누군갈 납치하기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이지성 파티를 제외하면 어떠한 참가자도 그의 ‘위치 감지’에 확인되지 않았었다.
처음에는 전부 공허에 휩쓸려 죽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공명 상태로 마기의 흐름을 감지해보니, 그냥 이 미궁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넓을 뿐이었다.
‘미궁이 워낙 넓어서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또 시간 한참 걸릴 것 같고….’
[아니면 네가 직접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음….’
[하나만 묻지.]그때 단틸리온이 질문해왔다.
[앞으로 더 강해지고 싶으냐?]‘당연하지.’
김진성은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가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파이트 클럽 때부터 콜로세움 프로그램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환호받을 수 있는 이유.
매체로만 접하던 유명한 VIP 손님들이 앞다투어 그를 영입하려고 달려드는 이유.
모두 김진성이 그 어떤 참가자들보다 특출나게 강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걸 누릴 수 없었다는 걸, 김진성은 잘 자각하고 있는 상태였다.
‘신대륙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한 거 아니야?’
더욱이 이곳은 신대륙이다. 지금까지 괴물 소리를 들었던 김진성의 능력이 얼마나 통할지 장담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김진성은 신대륙에서도 지금과 같은 대접을 받기 위해선, 현재 수준으론 어림도 없다고 이미 자각하고 있었다.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김진성의 대답에 단틸리온은 바로 의견을 꺼냈다.
[그렇다면 한번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더 높은 레벨 던전에 들어가면 자주 마주치게 될 균열 중 하나이니까.]그 말에 김진성이 회색 균열을 바라보며 잠깐 고민했다.
그러더니 이내 결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김진성이 당당한 걸음으로 회색 연기로 자욱한 전방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약은 안 해.’
[이 자식이 진짜! 도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냐?! 어?!]버럭 소리치는 단틸리온의 목소리에 김진성은 피식 웃어버렸다.
그도 알고 있었다. 투덕거리기는 해도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는 단틸리온도 진지하게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을 말이다.
‘뭐, 정 설명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마신을 소환하면 되니까.’
[이 건방진 애송이가 끝까지…!]부들거리는 단틸리온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회색 연기 안으로 들어온 김진성의 주변 환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공허의 공간’으로 인해 온통 주변이 보라색으로 뒤덮였을 때처럼, 이번에도 주변이 전부 회색으로 물든 것이다.
그런데, 공허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왠지 주변이 더 흐릿한 느낌이군.’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전체적으로 시야가 흐릿해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치 꿈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도 들고…. 도대체 뭐 하는 곳이야?’
[대답해줄 수는 있지만 직접 체험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게 너의 실력을 늘리는 데 더 도움이 될 테니까.]‘음….’
[아마 오래 지나지 않아 금방 깨닫게 될 거다.]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노예!”
뒤쪽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김진성의 행동이 순식간에 굳었다.
마치 뇌가 정지되는 느낌.
너무 익숙하다 못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그래서 절대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
김진성이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껄렁대는 발걸음으로 김진성을 향해 다가오는, 교복을 입고 있는 덩치 큰 남성의 모습.
“요즘 좀 잘나간다고 어깨 존나게 올라갔더라? 그래 봤자 내 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어?”
위협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남성의 얼굴을, 김진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양동주…!’
학창시절 내내 그에게 지옥을 선사했던 양동주가, 그의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