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23)
제123화. 후환
프랑코의 목을 베자마자 김진성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23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스킬인 ‘마나 봉쇄’를 획득했습니다.
▷ 마나 봉쇄 : 목표물 한 명의 마나를 봉인해 사용할 수 없게 만듭니다. 목표물의 마나 봉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마나가 소모됩니다.
▶ ‘마나 봉쇄’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 기존의 스킬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건 무조건 얻어야겠는데.’
김진성은 한 치의 고민 없이 마나 봉쇄 대신에 어떤 스킬을 삭제할지 고르기 시작했다.
‘…석화 가루를 버리는 편이 낫겠군. 이건 포르기네이로 변신하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니까.’
곧바로 석화 가루 스킬을 지운 뒤, 비어진 슬롯에 마나 봉쇄를 집어넣은 김진성.
그리고는 환영의 안개에 갇혀 빠진 헌터들을 돌아보았다.
‘한번 사용해볼까?’
김진성은 곧바로 가장 가까이 있던 프랑코의 동료에게 마나 봉쇄 스킬을 사용했다.
환영의 안개에 갇힌 채 사방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허우적대던 그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멈칫했다.
“…어?”
마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느려져 당황한 것 같았다.
환영의 안개에 갇혀 마나가 봉쇄되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버둥거리는 그를 향해 김진성이 바로 등 뒤까지 접근했다.
김진성이 대놓고 단검을 뽑아 들 때까지도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나를 봉쇄하니 은밀한 접근 특성을 활용하지 않아도 눈치채지 못하는군.’
조금 전 환영의 안개에 빠진 프랑코에게 접근할 때는 ‘은신’ 스킬을 사용한 상태로, 마나 감지가 불가능한 ‘은밀한 접근’ 특성까지 활용했었다.
환영의 안개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주위의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은신조차 사용하지 않았는데 접근한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러면 더 편하게 사냥할 수 있지.’
김진성은 곧바로 ‘넥 커터’ 스킬을 이용해 적의 목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푹!
그렇게 깊숙하게 박아 넣은 뒤, 곧장 사선으로 휘둘러, 또 한 명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내었다.
이후 그는 같은 방식으로 남은 적들을 사냥해갔다.
넥 커터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한 명씩 머리를 잃고 쓰러지는 적들.
그렇게 김진성은 마지막 남은 이반의 등 뒤로 접근해 단검으로 목을 찔렀다.
“컥…!”
촤악-!
이반의 머리가 뚝 떨어져 땅바닥을 굴렀다.
곧 김진성의 눈앞에 또 다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205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특성인 ‘그림 감정’을 획득했습니다.
▷ 그림 감정 : 시야 안의 그림이나 문자를 감정하여, 숨겨진 그림이나 문자 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래서 카렌의 숨겨진 문신을 알아차렸던 거였어.”
김진성이 고개를 돌려 카렌을 바라보았다.
카렌 역시 환영의 안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용 문신 뒤로 불타는 악마 문신이 숨겨진 게 그제야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아까 그림자숨기 상태로 봤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괜찮은 특성인데.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어.’
김진성의 시선이 알림창의 아래 부분으로 향했다.
나머지 다섯을 처치하고 얻은 특성들에 대한 설명이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선택받은 괴력의 소유자 : 영구적으로 힘 40 증가.
▷ 천재 무술가 : 영구적으로 힘, 체력 35 증가.
▷ 선택받은 맷집 : 영구적으로 피부 방어력 45 증가.
….
‘…전부 기본 능력치를 올려주는 특성이군. 그래도 꽤 쏠쏠한데?’
이전에 해적들을 처치해서 얻었던 능력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보상이 좋았다.
게다가 비스 크리마 포인트도 200이나 얻었다는 것이 주요했다.
‘어중간한 스킬보다는 이렇게 능력치를 올려주는 게 훨씬 낫지.’
앞으로 겪어야 할 높은 레벨의 마계던전을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능력치 영구 증가 특성을 얻는 것은, 가장 정직하고 확실하게 강해지는 방법이었다.
곧 김진성의 시선이 카렌을 향해 돌아갔다.
‘이놈을 죽이면 과연 뭘 줄까?’
유일하게 서 있는 카렌을 바라보면서 김진성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혼자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상대할 정도였으니, 최소한 높은 능력치 증가 특성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야.’
잠깐 고민하던 김진성이 고개를 저으며 환영의 안개 스킬을 해제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변의 회색 안개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때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카렌은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곧 상황 파악을 마쳤는지 그는 김진성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당신이 날 구해줬군. 정말 고맙소.”
그때 김진성이 카렌에게 가볍게 손을 홱 뻗었다.
▶ 보유 스킬인 ‘마나 봉쇄’를 사용했습니다.
▷ 이제부터 목표물은 마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동시에 카렌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체내의 마나가 또다시 봉쇄됐음을 깨달은 것이다.
‘도대체 왜…?’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카렌을 향해 김진성이 입을 열었다.
“혹시 도망칠까 봐 걸어놨어. 내가 사람을 잘 못 믿어서.”
김진성은 동굴 구석 쪽 바닥에 떨어져 있는 헌터용 족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카렌에게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족쇄를 카렌이 저도 모르게 받았다.
“선택해.”
곧, 프랑코에게 들었던 것과 동일한 말이 카렌에게 들려왔다.
“내 말을 따를 건지, 아니면 저기 시체들이랑 똑같은 신세가 될 건지.”
“……!”
“아까 듣기론 네 머리만 갖고 가도 현상금을 받을 수 있는 거 같던데….”
카렌은 눈썹을 꿈틀했다. 사실상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원하는 게 뭐요?”
카렌이 굳은 얼굴로 김진성에게 물었다.
“원래 이 대륙에서 살았었다면서?”
“…그렇소만.”
“그럼 이 대륙의 수도인 셀레포 시티에 대해서도 잘 알겠네?”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그에게 김진성은 한마디 했다.
“안내해.”
원래는 리오가 소속된 파티원들의 뒤를 따라 셀레포 시티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죽은 상황이라 마땅히 안내해줄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물론 이번엔 부탁이 아닌 강제적인 명령이라는 점이 달랐지만 김진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목숨도 구해줬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오히려 당당한 눈빛으로 카렌을 쳐다보는 김진성이었다.
* * *
그 시각, 입국 관리소의 모니터실.
초조한 표정으로 연신 모니터와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는 남성이 하나 있었다.
바로 파블로였다.
“왜 이렇게 안 나와?”
프랑코 등이 들어간 동굴 입구 쪽 상황을 송출하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파블로는 발을 동동 굴렀다.
‘곧 있으면 직원이 온다고!’
다시 시간을 확인하는 파블로.
12시 45분. 이제 곧 담당 직원이 점심을 먹고 돌아올 시간이다.
그 전에 파블로는 모니터실에서 나가야 했다. 이곳은 특정 직원 외 출입이 금지된 곳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곳에 있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파블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어!’
그때, 동굴 입구 쪽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운 표정을 짓던 파블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진이랑 카렌…?’
멀쩡한 모습으로 입구 밖으로 나온 것은 바로 김진성과 카렌이었다.
그들은 이윽고 발걸음을 옮겨 모니터 밖으로 사라졌다.
그 이후 동굴 밖으로 나오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혹시나 하고 조금 기다려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왜 둘만 나오는 거야? 설마…?’
다급히 프랑코에게 전화를 거는 파블로. 하지만….
– …전화기가 꺼져 있어 전화를 받지 못하는….
들려오는 목소리는 프랑코가 아닌 자동 응답 음성이었다.
파블로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작전 때는 절대 전화기를 꺼놓지 않는 놈인데…?’
이쯤 되면 파블로 입장에서 나오는 결론도 하나밖에 없었다.
‘계획이 실패했다!’
그의 시선이 바로 옆 모니터로 향했다.
방금 모니터 끝에서 등장한 김진성과 카렌이, 입구 관리소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파블로의 눈에 들어왔다.
‘만약 진짜 계획이 실패했다면, 저 둘이 프랑코를 포함한 크루원들을 전부 죽였을 가능성이 커.’
그렇지 않으면 둘이 저렇게 멀쩡히 걸어 나오는 것이 말이 안 됐다.
‘그렇다면 관리소로 돌아오자마자 나를 찾아서 추궁할 게 뻔한데…?’
거기까지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입국 시험 때 외부인을 끌어들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해고당할 사유가 충분했다.
거기에 외부인들이 입국희망자들을 사냥하는 걸 도왔다는 사실마저 들킨다면?
그 즉시 파블로는 감옥에서 평생 썩게 된다. 심하면 즉결 처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큰일이다! 어떡하지?’
파블로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 *
잠시 후.
김진성과 카렌이 다시 입국 관리소로 돌아왔다.
“…응?”
안내 데스크 앞에 선 김진성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분명 아까는 파블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처음 보는 여성 직원이 있었던 것이다.
“신원 카드 주세요.”
여성 직원이 사무적인 목소리로 손을 내밀었다.
둘이 내민 신원 카드를 본 그녀는 그들의 얼굴을 슥 훑더니 연이어 말했다.
“3번 시험 응시하셨네요. 몬스터를 잡은 증거품 제출해 주세요.”
그 말에 카렌이 들고 있던 자루를 내밀었다.
여성 직원은 자루를 연 후, 옆에 놓인 긴 집게를 집어 들어 안의 전리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20개 맞네요. 입국 시험 통과하셨습니다.”
여직원이 이내 둘의 신상 카드에 합격 도장을 찍을 그때.
“파블로는 어디 있습니까?”
김진성이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파블로요? 아는 사이셨나요? 방금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병가 내고 병원에 갔어요.”
그 말에 김진성과 카렌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눈빛을 교환하는 둘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미리 눈치채고 튀었군.’
그때 여직원이 신상 카드를 둘에게 내밀었다.
“카드 받으시고, 안쪽 대기실 들어가서 잠깐 대기하시면 됩니다.”
둘은 여직원이 가리킨 안쪽 대기실로 향했다.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지금까지 입국 시험을 통과한 인원이 한 명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파블로는 어떡할 거요?”
카렌이 김진성에게 물었다.
“프랑코 일행과 엮인 걸 보면, 분명 그놈도 트리운포 클랜과 연관되어 있을 텐데.”
“…….”
“그리고 내가 아는 트리운포 놈들은, 복수 대상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죽일 놈들이요. 지독하기로는 신대륙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놈들이지.”
카렌의 말에도 김진성은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진환 님.”
그때 창구에 앉아 있던 직원이 김진성을 불렀다.
직원 앞으로 걸어가자, 직원이 두 개의 물품을 내밀었다.
“헌터 시계와 스마트폰입니다. 던전에 입장하시려면 헌터 시계는 필수니, 절대 잃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김진성은 바로 헌터 시계를 손목에 찬 후 스크린을 터치해 보았다.
그러자 화면이 밝아지면서, 글씨들이 좌르륵 떠올랐다.
이름 : 이진환
나이 : 20
직업 : 헌터
마계던전 : 아직 경험 없음.
시련의 탑 : 아직 경험 없음.
글씨들 바로 밑에는 복잡한 문양의 네모난 코드가 하나 있었다. 신대륙만의 신분 식별 코드인 듯했다.
곧 스마트폰 화면까지 켠 후 이리저리 만져보는 김진성.
그사이 카렌 역시 뒤따라 헌터 시계 등을 받고 착용을 마친 모습이었다.
“셀레포 대륙의 시민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출구는 오른쪽입니다.”
직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김진성은 카렌과 함께 걸어갔다.
출구 밖으로 나오자, 꽤 드넓은 규모의 번화가가 김진성의 눈앞에 펼쳐졌다.
엘나콘 항구 도시의 번화가를 천천히 둘러보던 김진성.
“이제 어떻게 할 거요?”
그런 그를 향해 카렌이 물었다.
바로 셀레포 시티로 향할 건지, 아니면 파블로 건을 처리하고 갈 건지 선택하라는 뜻이 담긴 질문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