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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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 크리마
김진성이 지하로 끌려온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지하에서의 그의 생활은 단조로웠다. 경기가 없으면 항상 소각실로 들어가 최후를 앞둔 소년들을 직접 죽이고, 시체를 태우고···.
그 외에는 정말 할 게 없었다.
딱히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박성태처럼 대장 놀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으며,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는 시간을 자신의 각성 능력을 연구하는 데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내 능력이 정말 좋은 편이라는 건 알겠어.’
다른 애들은 정말 많아야 전투 스킬을 두 개 정도 가지고 있는 게 전부였다.
반면에 김진성은 스킬과 특성을 한계 없이 모조리 먹어치울 수 있는 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비스 크리마 포인트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단 말이지.’
신체 능력치 창에서 제일 하단에 표시된 비스 크리마.
정확한 정보는 아직 몰랐지만, 악인을 죽일 때마다 포인트가 올라간다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포인트를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지금은 비스 크리마 포인트로 신체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마저도 6개월간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중상을 입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김진성은 회복 말고도 분명 다른데에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특성의 이름이 비스 크리마가 아니라 단순히 ‘회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궁금증을 가진 상태로 몇 달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비스 크리마에 대한 정보가 더 오픈되었다.
여느 때처럼 죽기 직전의 소년들을 목 졸라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알림창이 떠올랐던 것이었다.
▶ 비스 크리마 포인트가 500이 되었습니다.
▶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사용해 사용자 고유 특성 스킬인 ‘마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마기 : 활성화 시 모든 신체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활성화하는 동안 꾸준히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마기라···.’
알림창을 보자마자 김진성은 바로 사용해보고 싶었지만, 일단 꾹 참았다.
‘사용하자마자 포인트가 얼마나 많이 깎일지 모르잖아.’
이런 건 정말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사용하기 위해 최대한 포인트를 아껴두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시간은 흘렀다.
* * *
그리고 오늘, 고준경이라는 최강자와 대결하는 날이 온 것이다.
예상대로 확실히 고준경은 강했다.
‘강력한 한 방을 가진 스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6개월간 고준경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그의 스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의 뼈까지 부러뜨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백 명이 넘는 소년들의 스킬을 흡수해서 엄청나게 두껍고 튼튼해진 그의 뼈를 말이다.
‘뭐, 이런 안 좋은 상황에 대해 염두에 두긴 했지만.’
사실 비스 크리마 포인트로 회복할 수 있다는 걸 믿고 대놓고 맞아준 것도 있긴 했다.
그런데 HP 회복을 위해 사용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포인트를 너무 많이 먹는다.
‘설마 1포인트당 HP를 1밖에 회복 못 시킬 줄은 몰랐네.’
다 회복하고 나니, 600이 넘던 포인트가 200 정도밖에 안 남아있다.
이러면 또 회복 쪽에 포인트를 사용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빨리 끝내기 위해 ‘마기’ 특성을 사용한 것도 있다.
‘그런데 마기 특성, 이것도 생각보다 포인트를 빨리 잡아먹는데?’
1초에 1포인트가 줄어드는 등의 터무니 없는 소모는 아니었지만, 분명 빠른 속도로 포인트가 사라지고 있었다. 대략 30초에 10포인트 씩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절대 여유를 부릴 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강해지는지 테스트는 해봐야지.’
마기 특성의 전반적인 능력치를 테스트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냥 한 방에 끝내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김진성은,
“그만 놀라고 슬슬 덤비지, 그래?”
입을 열어 오늘 처음으로 고준경을 향해 도발을 시작했다.
“또 겁먹은 거냐? 어젯밤 내 앞에서 무릎 꿇었을 때랑 표정이 똑같네.”
“···!”
“하긴 뭐, 니가 나한테 앞서는 게 하나라도 있냐? 1대1도 밀려, 패거리 숫자도 밀려, 아, 하나 앞서는 거 있네! 경기 전날 기습하는 비겁함.”
계속 도발하던 김진성은 이내 결정타를 넣었다.
“따지고 보니, 나한테 뭐 하나라도 ‘리더’로서 이기는 게 없잖아? 이딴 놈을 리더라고 따르는 애들이 불쌍하다. 쯧.”
리더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고준경의 두 눈동자에 스파크가 팍 튀었다.
그걸 목격한 김진성은 도발에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역시. 얘는 리더라는 단어에 제일 민감해.’
살다 보면 반드시 우두머리를 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인간들이 몇 있다.
딱, 김진성을 지독히 괴롭혔던 양동주가 그랬다.
그리고 그가 6개월간 지켜본 고준경은, 성격도 그렇고 여러모로 양동주와 많이 닮은 놈이었다.
‘자, 와라.’
김진성은 일부러 천천히 앞으로 전진해갔다. 그러자 고준경 역시 똑같이 앞으로 전진해왔다.
두 눈동자에 분노의 불길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모습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틈만 보이면 바로 그 ‘한 방 펀치’ 스킬을 사용할 느낌이다.
‘한 번 마기의 방어력을 테스트해볼까.’
김진성은 일부러 빗나가게끔 주먹을 휘둘렀다.
피해낸 고준경은,
‘뒤져라, 개새끼야!’
속으로 외치면서 곧바로 ‘일격 필살’ 스킬을 사용했다.
남아있는 모든 마나를 짜내어 휘두른 그의 주먹이, 눈부신 속도로 김진성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김진성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느리다.’
아까 전, 자신의 뼈를 부러뜨렸던 그 주먹의 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느껴졌다.
그만큼 김진성의 모든 세포가 ‘마기’로 인해 극도로 민감해진 것이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고준경의 주먹이, 이내 마기로 똘똘 뭉쳐있는 김진성의 턱에 꽂혔다.
또다시 꽂히는 정타에 관중들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어?”
매우 당황해하는 고준경.
턱뼈를 부러뜨리기는커녕, 머리가 옆으로 조금도 돌아가지도 않았다.
‘뭐지? 특성 안 사용했나···?’
혹시나 하고 자신의 남은 마나를 확인해보았다.
0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마나를 모두 사용한 건 확실했다. 그런데 왜···?
놀란 것은 김진성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예상외의 방어력인데?’
팔을 부러뜨릴 정도의 강력한 펀치에 아예 데미지를 입지 않는 수준이라니···?
생각보다 마기, 이거 엄청나게 강한 것 같다.
‘이 정도면, 공격할 때 마기를 많이 불어넣을 필요도 없겠는데.’
어느 정도 계산이 끝난 김진성은, 이번엔 공격을 해보기로 했다.
마기가 살짝 들어간 김진성의 주먹이, 무방비 상태인 고준경의 왼팔로 향했다.
그 공격에 고준경은 반응조차 못 했다.
빠르다는 걸 느낄 새도 없었다. 김진성이 주먹을 휘둘렀다는 걸 깨달았을 때에는,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준경의 왼팔이었던 것이 바닥에 툭 하고 쓰러진 이후였다.
‘헐.’
김진성의 두 눈이 커졌다.
뼈가 부러진 걸 넘어서, 아예 팔뚝 전체를 터뜨려버린 것이다.
“······뭐야?”
고준경도 상황 파악이 아직 안 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왼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관중석 역시 충격에 물들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말문이 막혀 비명도 못 지르는 관중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렇게 모두를 경악에 빠뜨린 당사자인 김진성은,
‘이거, 아예 티끌만큼만 마기를 주입해야겠는데.’
라고 판단을 마친 후, 주먹에 담긴 마기를 절반 정도 덜어내었다.
그때, 고준경은,
“파, 팔이···내 팔이···!”
현실을 깨닫고는 충격에 빠져 절규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오른팔에 또다시 김진성의 주먹이 적중했다.
빠각!
“악···!”
부러지는 소리와 고준경의 비명이 같이 들려왔다.
크게 덜렁이고 있는 오른팔··· 뼈가 완전히 부러진 모습이었다.
그제야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대충 감 잡았어.’
이후 주먹 쪽에 마기를 조금 더 빼낸 김진성은, 고준경을 향해 쉬지 않고 펀치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고준경은 화들짝 놀라 피하려 했지만, 김진성의 주먹 속도는 그가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곧 경기장 내에서는 일방적이고, 잔혹한 구타가 이어졌다.
퍽! 퍼퍼퍽!
“이건 너무 약한가?”
빠악!
“이건 좀 센 거 같고, 그러면···.”
뻑!
“오, 이제 좀 적절한 듯?”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끊임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김진성.
이미 양팔을 잃은 고준경은 저항 한 번 못 하고 계속 처맞기만 했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패는 듯한 장면에, 조 대표는,
“···.”
너무 놀란 나머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상태로 바라보고 있었다.
백 대표 역시 놀란 상태였는데,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도대체 무슨 스킬이지? 아니,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건 맞는 건가?’
김진성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한 그는 계속 고개를 갸웃했다.
특성을 사용하면 반드시 변해야 할 눈동자 색깔이 전혀 변화가 없지 않은가?
‘설마 마나가 검은색인 건···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정답 바로 코앞까지 다다랐던 백 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검은색 마나면 ‘마기’라는 소리인데, 인간의 몸으로 마기를 보유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 그간 헌터들이 겪은 경험들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이렇게 내 흥미를 유발하는 놈을 만난 적이 최근에 있었던가?’
속으로 생각하는 백 대표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던 그때.
빠각!
또 한 번 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울렸다.
하지만 어디가 부러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이미 고준경은 온몸의 뼈가 다 박살이 난 상태였으니까.
사실 사람의 몰골이라기보다는 고깃덩어리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잔혹한 것도 마음에 드는군.’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독기는 필수다. 어리숙한 성격은 제아무리 강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도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특히, ‘콜로세움’ 안이라면 더더욱.‘
백 대표가 그리 생각할 때.
김진성은 고준경의 몸 위에 올라탄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1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스킬인 ‘충격 완화’와 ‘일격 필살’을 획득했습니다.
‘얘는 비스 크리마를 10포인트 주네.’
지금까지 한 번도 5포인트 이상 받은 적이 없는데, 의외였다.
설마 처치하는 악인의 경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얻는 악의 정수의 양도 많아지는 건가?
뭐, 앞으로 강자를 많이 만나보면 알게 될 일이다.
“고맙다. 덕분에 제대로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어.”
그는 쓰러진 고준경의 시체에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애초에 질 거라고 생각은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챔피언답게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고, 위협적이었다.
김진성은 심판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심판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파이트 클럽의 새로운 챔피언! 김! 진! 성!”
곧 장내 아나운서의 커다란 외침이 경기장을 가득 울렸다.
* * *
PPV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역대 가장 많은 관객 수, 가장 많은 시청자 수, 가장 많은 배팅금을 기록한 대회.
2년 만에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한 대회.
김진성이란 슈퍼스타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대회.
모든 게 조 대표가 원하던 대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후우···X발···.”
막상 지금 조 대표는, 대표실에 혼자 지친 얼굴로 앉아 한숨만 계속해서 푹푹 쉬는 중이었다.
“이거 어떡하지? 김진성 이 새끼 생각보다 너무 강한데···.”
이유는 김진성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경기보다, 결과가 예측이 안 되는 치열한 라이벌전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무적의 챔피언’이었던 고준경이 인기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오늘 보니, 김진성이 그 고준경보다 몇 배는 더 월등히 강하지 않은가!
‘당장 다음 경기 때 김진성을 누구랑 붙이냐고! 아, 머리 아파···.’
똑똑똑.
“네.”
그때 노크와 함께 한 남성이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백준이었다.
조 대표는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아니, 백 대표님! 아직도 안 가셨습니까?”
“네. 말씀드릴 게 있어서, 관중들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아~! 일단 앉으십시오! 저기, 커피라도 한 잔···.”
“괜찮습니다.”
사양한 백준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늘 경기 잘 봤습니다. 정말 운영을 잘 하시더군요. 초창기에 투자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실 백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이 클럽은 시작도 못 했죠. 하하하···.”
“그때, 투자금을 받아가시면서 저와 한 계약, 기억하십니까?”
“어떤···아, 혹시 투자금 반환 관련된 계약 말씀이십니까? 그건 계약서를 봐야 알겠지만, 아마 내년부터···.”
“그거 말고, ‘선수 제공 계약’ 말입니다.”
순간 조 대표의 행동이 멈췄다.
‘선수 제공 계약’.
무슨 계약인지 당연히 알고 있다. 조 대표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니까.
물론, 백 대표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완전히 까먹고 있었지.
“오늘 오기 전에 계약서를 다시 한번 봤는데, 정확히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을은 갑이 원하는 선수 한 명을 아무 대가 없이 제공하는 데 동의한다.’”
“어···.”
“지금, 그 계약대로 한 명을 데려가려고 합니다.”
“누, 누굴···?”
조 대표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준은 대답했다.
“김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