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차기 마스터
에스테반이 프란시스코를 돌아보며 물었다.
“경기 끝날 때쯤 다시 와서 인터뷰한다고 한 게 아니었나?”
“네,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다만, 기다리는 장소에 대해서는 상의한 적이 없긴 합니다만….”
말끝을 흐리는 프란시스코의 대답에, 에스테반은 다시금 TV를 쳐다보았다.
중계 속 유준호는,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여유롭게 손까지 흔들어 보였다.
“저렇게 대놓고 알롭스키에게 접근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길래…?”
에스테반 입장에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심지어, 이렇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걸 보면 알롭스키를 본인들의 클랜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아니다.
대한 클랜이 미치지 않는 이상 그간 아무 관련도 없었던 트리운포 클랜과 대놓고 척질 행동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안 되겠군. 티안.”
“네.”
“정보부에 연락해서, 대한 클랜이 왜 알롭스키에게 접근하려 하는지 최대한 알아내라고 얘기해.”
“네.”
부마스터인 티안이 곧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정보부에 연락했다.
그때, 에스테반은 이어서 프란시스코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현장에 있는 헌터들 몇 명 보내서 대한 클랜 애들 좀 호위하라고 해. 저렇게 대놓고 앵글이 걸리는 곳에 있는데 신경 안 써주기도 그렇잖아?”
“알겠습니다, 마스터.”
* * *
“트리운포 측에서 신경 좀 써주는군요.”
유준호가 커피숍 주변을 호위하기 시작한 트리운포 클랜 헌터들을 창문 밖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긴, 카메라에 얼굴이 잡힌 이상 트리운포 입장에서도 우리한테 신경을 안 쓸 수 없겠군요. 이거, 너무 민폐를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다 알면서 하신 행동 아니었습니까?”
홍 팀장의 되물음에, 유준호는 대답 대신 소리 죽여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내 커피를 한 모금 빨아들인 이후 유준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왜 이렇게 공개적으로 행동하는지 아십니까?”
홍 팀장은 말없이 쳐다보았고, 유준호는 혼자 알아서 술술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알롭스키가 유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런 공개적인 만남 외에는, 알롭스키를 만나기 힘들어질 것이 뻔하거든요.”
“만나기 힘들어진다고요…?”
“트리운포 쪽에서 알롭스키를 다른 클랜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맨 처음 대한 클랜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네. 당시 마스터께서 몇 달간 옆에 끼고 살다시피 하셨죠.”
“하하하…. 전 지금 알롭스키가, 트리운포에서 그 정도 과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홍 팀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1라운드 때부터 모든 활약상을 지켜봤었다. 그리고, 알롭스키의 활약상은 다른 선수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만약 저런 인재가 대한 클랜에 들어왔으면, 클랜 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유준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클랜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철통방어를 하겠지.’
당장 다른 클랜 간부들이 접선하는 것부터 통제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준호의 말이 모두 이해가 되는 그였다.
“즉.”
유준호가 말을 이었다.
“만약 알롭스키가 김진성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어찌할 방도가 없어졌다는 소리입니다.”
그 말에 홍연석의 눈이 커졌다.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유준호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만약 김진성이 맞는다면,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말을 하다가 멈춘 유준호가 갑자기 마나를 끌어모았다.
동시에 주변에 얇은 마나 막이 생성되는 것이 홍 팀장의 눈에 들어왔다.
“…해코지하거나, 체포하거나, 혹은 암살하거나 하는 행동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소리죠.”
그제야 말을 이어가는 유준호.
보아하니, 주변을 호위하고 있는 트리운포 쪽 헌터들이 혹시나 엿들을 수 있으니 미리 방음 스킬로 둘 주변을 보호한 듯했다.
“그 순간 트리운포와 험악한 관계가 될 게 뻔하니까요. 그리고 고작 김진성 한 명 때문에 무려 메이저라 불리는 대규모 클랜과 척을 지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후속 조치를 하시려는 겁니까?”
“일단은 만나서 얘기해 봐야죠. 김진성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을 해봐야 하니까.
아니라면 앞으로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만, 만약 맞는다면….”
유준호가 대답을 이었다.
“앞으로 트리운포와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성이 생기겠죠.”
말뜻을 이해한 홍 팀장의 눈이 커졌다.
“…김진성이 그 정도란 말입니까? 메이저 클랜의 위상을 혼자의 힘만으로 드높일 정도로요?”
놀란 목소리로 묻는 홍 팀장의 말에 유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콜로세움 프로그램을 통해 본 김진성은, 능력을 제외하고서라도 신체 능력이 매우 좋고, 판단력도 뛰어나며, 대담하고, 리더십까지 갖춘 인물입니다.
타고난 재질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헌터 자리에 도전하기 손색이 없는데, 거기에 보유한 능력마저 사기죠.”
죽은 상대방의 고유 능력을 흡수하는 능력.
콜로세움 예선 1차부터 본선 경기까지 지켜본 모두가 확신하고 있는 김진성의 능력이다.
“심지어 이곳은 신대륙입니다. 콜로세움보다 흡수하기 좋은 ‘재료’들의 질과 양이 더 풍부한 곳이죠.
만약 알롭스키가 김진성이라면, 막내 대결이 끝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트리운포에서 가장 강한 멤버 중 한 명으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무려 ‘환영의 안개’ 능력을 흡수해서 바로 홍 팀장과 부하들에게 사용하던 모습을?”
“…….”
“생각해 보십시오. 나중에 김진성이, 높은 레벨의 마계던전에 들어가 마왕들의 능력까지 흡수한다면….”
“……!”
순간 상상해 봤던 홍 팀장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왕 한 명을 처치하는 데 메이저 클랜의 모든 전력을 다 기울여야 하는 현재 처지인데, 그런 마왕의 힘을 흡수한다…?
“그런 괴물 같은 인재가 속한 클랜과는 친하게 지내는 편이 무조건 좋습니다. 적으로 두면 아주 골치 아파질 것이 뻔하니까요.”
“…….”
“이제 왜 제가 직접 홍 팀장까지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좀 됩니까?”
홍 팀장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는 유준호.
그런 그를 향해 홍 팀장이 물었다.
“하지만 용 마스터님이 생각하는 김진성에 대한 처우는, 반드시 생포 혹은 사살이지 않습니까? 만약 알롭스키가 김진성이 맞는다면, 마스터님을 설득하지 않고 부마스터님의 의견대로 진행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요?”
엄연히 대한 클랜의 대표이자 1인자는 용한길이다.
용한길이 계속 본인 생각대로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면, 요즘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기세 좋은 유준호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의견을 굽힐 수밖에 없다.
“그거야….”
우우웅~!
막 유준호가 대답하려던 그때, 테이블 위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홍 팀장의 스마트폰이 울리며 낸 진동이었다.
“…마스터님도 양반은 못 되는군요.”
발신자를 확인한 유준호가 피식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다름 아닌 마스터, 용한길의 전화였다.
유준호와는 달리 발신자를 본 홍연석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분명 허락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화를 내실 것이 뻔한데….’
난감한 심정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든 그가 막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그때였다.
“제가 받겠습니다.”
유준호가 그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더니,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갔다.
– 홍 팀장! 도대체…!
“접니다, 마스터.”
유준호가 말하자 순간 용한길의 외침이 뚝 끊겼다.
잠시 침묵 후.
– …도대체 왜 둘 다 말도 없이 거기에 가 있는 것이냐?
한결 너그러워진 목소리로 변한 용한길이 질문해 왔다.
물론 여전히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 차 있는 건 분명하지만 말이다.
“알롭스키가 김진성일 수도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서요. 제가 직접 트리운포 쪽에 인터뷰 요청을 했습니다.”
– 뭐? 아니, 그런 중요한 일정을 나랑 상의도 없이 너 혼자 독단으로 했단 말이냐?!
“이제 간단한 인터뷰 정도는 저 혼자 독단으로 해도 괜찮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그건…!
사실이었는지, 갑자기 말문이 막혀 잠시 침묵하는 용한길.
– …그렇다면 홍 팀장은 왜 거기까지 데리고 갔단 말이냐? 홍 팀장이 얼마나 바쁜지 알지 않느냐? 너 혼자서만 움직이면 될 자리를 왜…!
“일정을 보니 유일하게 오늘 스케줄이 없는 팀장이라 데리고 왔습니다. 이런 자리에 팀장은 반드시 한 명은 포함하라고 마스터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그, 그거야 그렇지만 홍 팀장을 일반 팀장이랑 똑같이 생각하고 사용하면 어떡하나!
“딱히 상관이 있나요? 오히려 실무 경험이 부족한 저한테는 경험이 풍부한 홍 팀장 같은 사람과 함께 다녀야 업무 시 안정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지지 않고 술술 답변을 이어가는 유준호의 모습. 옆에서 지켜보는 홍 팀장이 ‘대답 진짜 잘하네….’라고 속으로 감탄을 터뜨릴 정도였다.
– 끄응…!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꼴이라니…!
결국에는 항복 선언을 하는 용한길의 목소리에 유준호는 소리죽여 큭큭큭 웃었다.
“사고 치지 않고 인터뷰만 따고 안전하게 돌아갈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돌아오자마자 바로 연락해!
“네, 네.”
전화를 끊은 유준호는 스마트폰을 넘겨주면서 말했다.
“봤죠? 제 말이면 꼼짝 못 하는 거. 아까 알롭스키가 김진성이면 마스터를 어떻게 설득할 거냐고 물어봤죠?”
쳐다보는 홍 팀장을 향해 유준호는 웃으면서 대답을 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스터가 가장 총애하는 저라면 충분히 설득 가능합니다. 그 점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후 윙크하는 모습에, 홍 팀장은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렸다.
‘하긴, 유준호의 말이라면 용 마스터님이 항상 끔뻑 죽기는 하지.’
용한길이 평생토록 그렇게 찾아 헤매던 수제자이자 애제자.
자신이 원하던 모든 점을 갖춘 완벽한 후계자를 늦은 말년에서야 드디어 만난 상황.
그런 유준호의 의견에는 그 고집 센 용한길도 언제나 한 수 접어주기 일쑤였다. 항상 본인보다 클랜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사상과 원칙도 유준호 앞에서는 항상 예외였다.
‘뭐, 이렇게 재능 넘치는 사람 앞에선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한참 선배인 홍 팀장이 보기에도 유준호는 완벽했다.
헌터로서, 그리고 리더로서도 말이다.
괜히 용한길이 2년 만에 유준호를 부마스터 자리에 올린다고 했을 때, 홍 팀장을 포함한 그 누구도 반대 의견 없이 진심으로 축하한 게 아니었다.
이미 대한 클랜 내 모든 이들은 유준호를 차기 마스터로 머릿속에 각인시킨 상태였다.
“아, 그리고 방금 통화 내용은 진심입니다?”
“…어떤 게 말입니까?”
“실무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는 당분간 홍 팀장 같은 노련한 분이 필요하다는 것 말입니다.”
“아….”
유준호는 홍 팀장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앞으로 홍 팀장님과 같이 다닐 일이 많을 거예요. 제가 완벽히 실무 경험를 쌓을 때까지는 말이죠. 그때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는 홍 팀장의 모습을 유준호가 든든한 눈빛으로 바라볼 그때였다.
“오!”
“드디어 사용했다!”
“엄청나게 치열한데?”
창문 밖에서 갑자기 감탄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보니, 전광판에서 송출되는 막내 대결을 보고 있는 관중들이 낸 목소리였다.
“뭐지?”
유준호는 다급히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서 다시 막내 대결 생방송을 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