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영체화
‘영체화’는 전 백두 클랜의 마스터, 홍성흔을 대표하는 고유 능력이었다.
본인의 손으로 쓰러뜨린 생명체를 다시 아군으로 소환시키는 능력.
살아 있을 때의 경지 그대로를 영체화 상태에서도 보여줄 수 있으며, 심지어 영혼 상태라 물리 공격으로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이런 사기적인 능력의 소환수를, 전성기 시절의 홍성흔은 무려 백 마리 이상을 전장에서 소환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전 세계의 그 누구도 홍성흔이 있는 백두 클랜과 대규모 전투를 펼치는 것을 꺼렸었다. 물론 그렇다고 일대일 대결에서 홍성흔이 약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 명성이 어마어마했다.
‘그 아버지의 능력을 딸인 홍현진이 그대로 물려받았었지.’
홍성흔은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다. 심지어 홍현진은 막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홍현진이 차기 마스터가 되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똑같은 고유 능력을 물려받은 것을 포함해 타고난 실력, 지능, 정치력 등 모든 면에서 오빠들보다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성기 홍성흔이 보여주던 영체화 능력을 지금 홍현진이 다 보여주진 못하겠지만….’
지금 김진성처럼,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홍현진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있는 편이었다.
그만큼 4대 클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곳이고, 그만큼 인기가 높으며, 당연하게도 마스터와 그의 가족들은 일거수일투족이 매스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었다.
퍼펑!
그때, 전방에서 연이어 두 번의 폭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든 김진성의 눈에 남은 한 명의 천사가 두 개의 광선포를 동시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물론 그 광선포는 각각, 영체화 된 천사 소환수와 슈트를 착용한 홍현진이 하나씩 발사한 것이었다.
‘‘영체 능력 복제’군.’
소환한 영체의 능력을 복사해, 사용자가 사용하는 능력, 영체 능력 복제.
과거 홍성흔이 자주 사용하는 능력이었는데, 그걸 홍현진이 똑같이 재현하고 있었다.
[이 자식…! 감히 금지된 마술을 쓰다니!]상처 입은 천사 가디언이, 영체화 된 천사 소환수를 노려보며 이를 빠득 갈았다.
이후 높이 들어 올린 창끝에 마나를 모으더니, 이내 바닥에 힘껏 내리꽂았다.
퍼어엉!
굉음과 함께 빛으로 이루어진 마나가 물결처럼 원형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내 순식간에 홍현진 근처까지 도달한 마나 물결.
그때였다.
영체화 된 천사가 홍현진의 앞을 가로막더니, 이내 실드 모양으로 온몸의 형체가 변한 것이다.
콰과과과!
그 실드에 부딪힌 마나 물결이 거센 파동과 함께 커다란 충돌음을 연이어 냈다.
마나 물결의 힘이 꽤 강력한 탓에 실드가 위태위태하게 흔들렸지만, 결국에는 물결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실드는 깨지지 않고 버텨내었다.
이후 다시 천사의 모습으로 변하는 소환수의 모습을 본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게 영체 방패군.’
일반적인 소환수와는 달리, 신체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영체의 특징을 이용한 사용자 보호 실드 능력, 영체 방패.
역시, 과거 홍성흔을 대표하는 능력 중 하나였다.
‘…오호?’
곧 지켜보던 김진성의 두 눈에 이채가 돌았다.
다시 천사 모양으로 돌아온 소환수가, 그대로 홍현진과 하나로 합체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슈트를 착용한 홍현진이 영체 천사 몸 안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었다.
‘영혼 합체까지?’
“하아아압!”
곧 홍현진이 기합과 함께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들어 올려진 영체화 천사의 창이, 이내 가디언을 향해 발사되듯 찌르기 공격을 했다.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 때문에, 막 범위 공격을 끝마친 가디언 천사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내는 데 실패했다.
푹!
창은 그대로 천사 가디언의 심장 부위를 관통했고,
콰아앙!
이후 곧바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영체화 천사가 보유한 마나를 끌어모아 섬멸탄 스킬을 한 번 더 사용한 것이다.
폭발 여파가 사라진 후, 홍현진의 곁에는 한 마리의 영체화 천사가 더 늘어난 모습이었다.
총 두 마리 소환수의 모습을 확인한 김진성은 속으로 확신했다.
‘이 정도면 보스가 있는 곳까지는 내가 안 도와줘도 되겠군.’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후…. 계속 갈까요?”
힘겹게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홍현진이 김진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김진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홍현진은 바로 몸을 돌려, 산 정상 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는 홍현진의 뒤를 영체화 천사 둘이 전혀 뒤처지지 않고 똑같은 속도로 뒤따랐다.
그리고 김진성은, 셋이 시야에서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내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한 듯 감쪽같이 사라졌다.
* * *
이곳은 그린 구역에 있는 한 호텔의 안.
VVIP 손님만 들어올 수 있다는 최상층의 스위트룸에는 두 명의 남성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어서 오세요, 홍 팀장님.”
“이인자 회의는 잘 마치셨습니까?”
반갑게 맞이하는 대한 클랜의 유준호 부마스터를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하는 1팀장, 홍연석.
“네, 저도 막 마무리 짓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반응은 어떻던가요?”
“딱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라면…. 한 70%는 부마스터님을 따르겠다고 한 모양이군요.”
“정확합니다. 일단 앉으시죠.”
유준호는 거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원형 탁자에 앉으며 홍연석을 맞은편 자리로 안내했다.
“어차피 오늘 있었던 내용을 암호화해서 마스터님께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 같이 얘기하면서 암호문도 함께 작성하도록 하죠.”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갑작스러운 홍 팀장의 질문에 유준호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스파이일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현재 센터 구역에 자리 잡은 메이저 클랜의 모든 간부가 스파이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기도 하고요.
그런데 최소한의 장비 검사조차 안 하시는 건….”
“홍 팀장님은 괜찮습니다.”
유준호는 홍 팀장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대한 클랜 헌터를 직접 총괄하는 위치인 홍 팀장님이 스파이다?
그러면 그냥 대한 클랜은 해체하는 편이 낫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하하하….”
보통 헌터 클랜 내에서 1팀장이라는 직책은 국가 보직으로 따지면 국방부 장관급과 같았다.
헌터라는 직업 자체가 직업 군인과 별다른 바가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 군인들을 총괄하는 직책이 얼마나 막중한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려 천 명이 넘는 헌터들을 거느리고 있는, 자타 공인 최강의 헌터 클랜에서 1팀장의 위치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실제 국방부 장관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홍연석이 스파이라면, 사실상 대한민국의 국방은 박살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이인자 회의 얘기부터 하자면…. 말 그대로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32명만 뜻을 함께하는 데 성공했어요.”
“그중에 알파 클랜은 없는 모양이군요.”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유준호의 대답에 홍 팀장은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한 결과겠죠. 천하의 알파 클랜이 지휘권을 다른 클랜에게 넘겨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종속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미천한 반도 놈들한테 말이죠.”
유준호의 말에 홍 팀장은 피식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최소한의 목표는 모두 달성했습니다. 겐신 클랜 쪽이 주도하고 있는 ‘용한길 반대 모임’ 자체를 반대하는 데는 회의실 내의 모두가 찬성했으니 말입니다.”
“알파 클랜도 찬성했나 보군요.”
“물론이죠. 그쪽도 겐신 클랜보다 우리 대한 클랜이 훨씬 다루기 쉽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이럴 때는 평소에 알파 클랜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가끔 한 번씩 주머니를 뚫고 나오려는 송곳 같은 겐신 클랜보다, 항상 온순하게 말을 잘 따르는 대한 클랜이 알파 클랜 입장에서는 훨씬 더 다루기 편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겐신 클랜 모임보다 현재 저희를 따르는 클랜 수가 훨씬 더 많고, 평균적인 전력도 강한 편입니다. 거기에 알파 클랜까지 우리 클랜 쪽을 선택했으니, 겐신 클랜 쪽 모임을 어떤 방법으로든 금방 와해시킬 수 있을 겁니다.”
“와해시킨 후 그쪽 멤버들을 최대한 부마스터님 편으로 끌어들이신다고 들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해봐야죠. 어차피 저 말고 ‘선봉장’이 되려는 클랜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유준호의 말에 홍 팀장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서기는 쉽지만, 그만큼 목숨도 가장 위험한 위치인 ‘선봉장’ 자리.
유준호가 그 ‘선봉장’을 하겠다고 나선 순간, 이제 결과는 모 아니면 도였다.
모두의 인정을 받는 차세대 리더로서 우뚝 서느냐, 아니면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느냐.
남은 결과는 그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선봉장이 된 순간, 최악의 결과로는 제 목숨마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 꼴 안 당하기 위해서는 발 벗고 뛸 수밖에요.”
“…말씀드렸지만,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저한테 말씀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시잖습니까? 제가 누군지.”
“그건 그렇지만….”
홍 팀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바로 선봉장에 서려는 자가 다름 아닌 ‘유준호’라는 거다.
현재 신대륙에서 유준호라는 세 글자가 가져다주는 무게감을 모르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뭐 틀리게 적은 건 없겠죠…?”
말을 마친 유준호는, 동시에 적고 있던 암호문을 다시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딱히 없는 것 같군요. 뭐, 다 쓰고 한 번 더 검토해 보죠. 이제 홍 팀장님 차례입니다.”
“네.”
홍 팀장이 미리 지시받았던 임무의 결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부마스터님의 예상대로, 현재 4대 항구 쪽에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세계 각국의 대형 클랜들이 몰래 잠입해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한국 클랜도 있습니까?”
“네. 백두 클랜이 엘나콘 시티 쪽에 지부를 차렸다고 합니다.”
“백두라….”
유준호가 한 손으로 펜을 돌리면서 머릿속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혹시 홍현진 마스터도 왔습니까?”
“네. 오늘 오전에 부하 한 명이 B13 구역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접선을 한 것 같습니다.”
“누가 확률이 가장 높은 것 같습니까?”
“여러 정황상, 아무래도….”
말끝을 흐리는 홍 팀장의 뒷말을, 유준호가 대신 대답했다.
“김진성입니까?”
“…그렇습니다. 김진성과 홍현진, 둘 다 저희 대한 클랜이 무너지면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적의 적은 동료다…. 이 말이군요.”
“제 예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그때, 탁자 위에 올려놓은 홍 팀장의 스마트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홍 팀장은 바로 손가락으로 터치해 화면을 바라보더니, 이내 눈썹을 꿈틀했다.
“…지금, 저희 독점 구역인 시련의 탑 45층 던전에 누군가가 몰래 잠입한 것 같다는 보고입니다.”
홍 팀장의 말에, 이번엔 유준호가 눈썹을 꿈틀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