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24)
제224화. 나는 아직도 목마르다
“최근, 모든 작전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야.”
레드 구역에 세워진 한 호텔의 스위트룸.
흰 벽면에 빔 프로젝터를 비추며, 박도준이 김진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반정부 집단들의 꾸준한 테러가 계속 성과를 내고 있어.”
박도준이 센터 구역 지도가 떠오른 스크린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모든 메이저 클랜의 본사 건물 중 최소 한 군데는 반파 이상의 피해를 봤어.
즉, 모든 메이저 클랜을 상대로 반정부 집단이 어떻게든 한 번 이상은 테러를 성공시켰다는 소리지.”
실제로 지도 곳곳에서 건물이 파괴되고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꽤 큰 성과야. 동시에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
첫 번째, 반정부 집단의 실력이 메이저 클랜 테러에 성공할 만큼 올라왔다는 점.
두 번째, 모든 메이저 클랜이 한 번씩 테러를 당할 정도로 현재 분위기가 반정부 집단 쪽으로 넘어왔다는 점.
세 번째, 이렇게 반정부 집단이 활개를 치고 다님에도 아직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까지.”
“세 번째가 적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하겠군.”
“내 생각도 그래.”
김진성의 의견에 박도준도 동의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했지. 첫 번째는….”
“팔라딘 본청의 파괴 및 그레이엄 청장의 사망. 두 번째는 랭커 중 한 명이 스파이로 의심받는 상황이라, 긴급회의를 개최하지 못하는 점.”
“…역시, 똑똑하군.”
자신의 할 말을 술술 대신 말하는 김진성의 모습에 박도준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감탄했다.
“맞아. 쉽게 말하자면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아예 사라져 버린 거지. 그레이엄이 없으면 알파 클랜의 마스터인 헤밍스턴이 주축이 되어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니까.
이건 확실히 나의 동화(同化) 스킬이 큰 역할을 했어. 이 정도는 자축해도 되겠지?”
“…풋.”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묻는 박도준의 모습에 김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확실히, 그가 용한길에게 건 동화 스킬은 현재 센터 구역 클랜 연합에 치명타를 입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대륙 전체의 질서가 휘청이는 마당에, 마스터들 사이에 ‘내부의 적’이 있다는 의심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다.
“물론, 팔라딘들을 완전히 와해시킨 네 공이 더 크긴 하지만.”
이내 박도준이 다시 공을 김진성에게로 돌렸다.
실제로 팔라딘 본청을 포함해, 최근 수도 내 팔라딘 지부를 김진성 혼자서 많이 파괴한 덕분에, 현재 팔라딘이란 집단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참고로, G-1 구역 팔라딘 관청도 최근 김진성이 파괴한 지부 중 하나였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수도 외곽 지역은 적군 중 그 누구도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래서 백두 클랜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클랜 연합’ 구축도 수월하게 진행되는 중이야.”
“홍현진이 생각보다 더 잘해주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어.”
박도준이 스크린 화면을 넘겼다.
마스터들 다수가 앉아 있는 커다란 회의장의 상석에 당당한 자세로 앉아 있는 홍현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 생각보다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던데?
뭐 외교 능력이야 한국 4대 클랜 마스터 중 한 명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치지만, 경지마저 엄청나더라고.
그저께는 무려 ‘아르만도’를 1 대 1 대련으로 때려눕혔어! 미국 내 두 번째로 강한 클랜인 텍사스 클랜의 마스터인 아르만도를 말이야!”
“대결에서 이기는 사람이 연합의 수장을 맡기로 했다면서?”
“어.”
이미 김진성은 다 아는 얘기였다. 개인적으로 홍현진과 따로 꾸준하게 연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르만도를 이긴 이후부터 반정부 클랜 연합 구축이 더 수월해졌다는 말도 들었다.”
“당연한 얘기지. 사실상 최근 진출한 헌터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을 1 대 1로 때려잡은 거잖아. 이보다 더 확실한 실력 검증 방법이 어디 있겠어?”
실제로 홍현진이 아르만도를 대련에서 이겼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 기존에 고민하고 있던 클랜들이 모조리 그녀의 뜻에 따르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이로써 홍현진은 새로운 약육강식 집단의 우두머리 자리에 우뚝 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단번에 강하게 만든 거야? 듣자 하니 너한테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던데?”
“솔직히 내가 한 건 없어. 단지 조언만 했을 뿐, 그냥 본인이 알아서 껍데기를 깨고 날아오른 거지.”
김진성은 대충 둘러댔다.
굳이 사실을 얘기해서 홍현진의 현재 경지가 본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안 밝히는 게 홍현진에게 훨씬 이득이다. 행여나 소문이 퍼진다면, 그녀를 따르는 다른 클랜 마스터들이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뒤따르는 클랜의 마스터들이 현재 홍현진의 경지를 진짜라고 믿고 있어야, 이후 홍현진이 컨트롤하기 훨씬 편하다.
그리고, 그래야 김진성이 홍현진이 이끄는 반정부 클랜 연합을 컨트롤하기 편하고 말이다.
“그러면 반정부 클랜 연합은 이제 완성된 건가?”
“완전히는 아니고, 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은 더 필요하다고 하더군. 본인들 대륙에 남아 있는 병력을 전부 끌어모아 데려오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던데.”
“일주일이라…. 그때까지 기존 메이저 클랜 측에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나 있어.”
대답하면서 박도준은 다시 스크린 화면을 넘겼다.
유준호.
대한 클랜의 부마스터인 그가 다른 클랜의 이인자들과 함께 다급히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바로 유준호가 계획하고 있는 이인자들끼리의 연합이야.”
박도준이 레이저로 유준호의 얼굴 쪽에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설명했다.
“최근 용한길과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유준호는 스파이, 혹은 감시 쪽 스킬이 걸리지 않았을 확률이 높은 각 클랜의 이인자들만 따로 모으고 있어.
확실한 건 유준호 역시 용한길이 스파이, 혹은 감시 스킬에 걸렸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거지.”
“…이인자들 모임에 들어갈 만한 멤버 중 동화 스킬에 걸린 사람은 없어?”
“없어. 아쉽게도.”
대답하는 박도준은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제는 동화 스킬과 거리가 먼 유준호와 1팀장, 홍연석이 요즘 같이 붙어 다니면서 따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야.
이후 내용을 정리해서 용한길에게는 암호화된 문서로 전달을 하니까, 내가 알아보기도 힘들고.”
“암호는 아직 다 해독하지 못했나 보지?”
“그것까지는 나도 잘…. 솔직하게, 암호문 해석에만 매달릴 수 있는 상황이면 며칠 안 가서 전부 해석이 가능해.
하지만 요즘은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바빠서….”
말하면서 두 눈을 매만지는 박도준. 눈두덩이가 피로로 부어오른 걸 보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암호를 아예 100% 못 읽는 건 아니거든? 일단 내일 이인자들끼리 모이는 2차 회의가 열린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어.”
“위치는 모르고?”
“어. 해석하려고 노력 중인데, 대한 클랜 쪽도 꽤 중요한 정보인지라 암호를 어지간히 꼬아놨더라고. 그래서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그건 꼭 알아내야 해. 다른 건 몰라도 이인자들끼리 뭉치는 걸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알아.”
유준호를 중심으로 이인자들끼리 뭉친다면, 애써 단절시킨 센터 구역 메이저 클랜들끼리의 연락망이 다시 활성화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들이 다시 뭉친다면, 설사 ‘반정부 집단’과 ‘반정부 클랜 연합’이 힘을 합친다 하더라도 전력과 자원, 지리의 이점 등 모든 면에서 밀릴 수도 있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내일 전까지 위치를 알아볼게. 그런데, 위치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대책은 있는 거야?
다른 모임도 아니고 센터 구역 메이저 클랜의 이인자는 거의 다 모이는 자리야.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알잖아?”
박도준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건드린 쪽이 역풍 맞을 수 있는 전력이지.”
어쩌면, 내일 모이는 이인자 집단 전체의 전력이 몇 주 전 긴급회의 때 모였던 마스터들의 전력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강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마스터와 부마스터 간에 차이가 거의 없는 클랜도 많은 편이고, 무엇보다 내일 모이는 인원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 자정에, 네가 알고 있는 반정부 집단의 주요 수장들을 모두 소집시켜 줘.”
“직접 만나려고?”
“어. 이번에는 직접 만나서 작전을 짜는 게 맞아. 그리고, 혹시 네가 해석 중인 암호문 좀 보여줄 수 있어?”
“암호문? …잠깐만.”
박도준은 옷걸이에 걸어 놓은 재킷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접혀 있는 문서 한 장을 꺼내었다.
이후 책상 위에 펼쳐 놓자, 처음 보는 형식의 괴상한 문양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것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이 중에서 6분의 1 정도만 해석했어. 그 내용 중에 내일 이인자 회의가 열린다는 게 적혀 있었고.”
“…역시.”
“음?”
갑자기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김진성을 쳐다보는 박도준.
그가 쳐다보거나 말거나, 김진성은 암호문을 바라보며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이 문양들 뒤에 숨겨진 글자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게 맞았어.”
▷ 그림 감정 : 시야 안의 그림이나 문자를 감정하여, 숨겨진 그림이나 문자 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대륙에 들어온 날, 입국 심사 때 동굴에서 기습했던 트리운포 클랜원들을 처치하면서 얻었던 특성, ‘그림 감정’.
그 특성 때문에, 현재 김진성의 시야에는 암호문 문양 뒤편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글씨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펜이랑 종이 한 장 가져와. 그리고 내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적어.”
* * *
몇 시간 뒤.
[…의외로군.]마계던전으로 이동한 김진성의 머릿속에는 단틸리온의 흥미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
[지금 네 경지가 어느 수준인지는 알고는 있고?]“어.”
계속되는 단틸리온의 질문에 김진성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지금도 지구에서 최강의 자리에 도전할 만한 실력이라는 건 알아. 운이 좋다면, 헤밍스턴도 1 대 1로 상대해서 이길 수 있겠지.”
[그런데도 더 강해지고 싶다는 것이냐?]“세 번 대답하게 하지 마라.”
[뭐라?! 이런 싸가지 없는…!]김진성은 역정을 내며 목소리가 올라가는 단틸리온을 향해 말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인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지금 실력으로는 부족해.
그래서 부탁 좀 하자.”
[뭘 말이냐?!]“나를 마계던전 최하층으로 옮겨줘.”
그 말에 단틸리온은 침묵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