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54)
제254화. 에필로그 (2) – 메가라포라
다음 날 정오.
어느 드높은 빌딩 앞에 한 젊은 남성이 서서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터라, 누구도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성공했네. 이 비싼 강남땅에 빌딩까지 세우고 말이지.”
중얼거린 그는 이내 빌딩 정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문에는 ‘파인더 클랜’이라는 글씨가 영어로 새겨져 있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용무로 오셨나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카운터 앞 안내원이 그를 향해 물어왔다.
“대표 만나러 왔습니다.”
“대표님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정선입니다.”
“김정선 님…. 아, 네. 저를 따라오세요.”
곧 청년은 미녀 직원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같이 탑승했다.
내릴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직원은 안으로 들어서는 청년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안으로 걸어가자, 또 다른 여성 직원 둘이 그를 맞이했다.
“김정선 씨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대표님, 김정선 씨입니다. 네, 들어가세요.”
수화기로 보고한 뒤 사장실로 청년을 안내하는 두 여성 직원.
그렇게 모든 절차를 마친 뒤에야 청년은 사장실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 오셨군요!”
그가 들어서자, 안에 있던 젊은 남성이 버선발로 청년을 향해 달려왔다.
파인더 클랜의 한국 지사 대표, 박진웅.
그가 이렇게 극진하게 대접하는 상대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 명 되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의 청년은 반드시 이렇게 극진하게 대접해야 한다.
“이번에는 왜 정문으로 들어오셨습니까, 진성 님? 이전처럼 편하게 직통 워프진 이용해서 오시지….”
파인더 클랜을 전 세계 최고의 정보상으로 만들어준 장본인, 김진성을 최고로 극진히 대접하지 않으면 누구를 극진히 대접한단 말인가.
“한번 정문으로 와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받을 건 다 준비되었나요?”
“물론입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박진웅은 곧바로 책상으로 다시 뛰어가, 잠겨 있는 마지막 칸을 연 뒤 두 개의 작은 물건을 들고 다시금 김진성 앞으로 왔다.
“일단 요청하신 정보입니다. 이번에도 암호화된 USB에 담아 뒀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건 홍 마스터님께서 준비하신 선물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내민 봉투를 받은 김진성은, 바로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다.
“…카드군요.”
“네. 백두 클랜 어비스 카드입니다. 뭔지는 아십니까?”
“들어는 봤습니다.”
백두 클랜과 관련된 인물 중 VVIP에 해당하는 극소수에게만 제공된다는 최고 등급 카드.
백두 클랜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그리고 최고의 극진한 대접으로 받을 수 있는 카드가 지금 김진성이 들고 있는 ‘어비스’ 등급 카드다.
“주니까 감사하게 받긴 할 텐데, 제가 이걸 쓸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군요.”
“하하하, 하긴, 진성 님은 물욕이 별로 없으신 분이시니까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겠죠. 나중에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겠군요.”
카드를 폰 케이스 안에 꽂아 넣은 김진성은, 다시금 박진웅을 쳐다보았다.
“제가 요구한 게 두 가지 더 있었을 텐데요?”
“물론이죠. 설마 제가 까먹었겠습니까?”
박진웅은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다만, 따로 요구하신 그 정보는 굳이 제공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무슨 뜻이죠?”
“제가 함께 따라갈 예정이라서요.”
“같이요? 진웅 님이 직접?”
의외라는 표정으로 묻는 김진성에게 박진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성 님의 야심 찬 계획을 시작하는 첫걸음에 저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제가 동행하는 게 불편하시거나 그러시는 건…?”
“불편하긴 하네요.”
“헉…!”
“하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또 않군요. 좋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인사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보니, 정말 따라오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면 언제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어느 시간이라도 비우겠습니다.”
“뭐, 곧 점심이니 지금 할까요? 끝내고 같이 점심이나 한 끼 하시죠.”
“좋습니다! 점심은 제가 사죠. 자, 가시죠!”
박진웅은 곧바로 정장 외투를 걸쳐 입으면서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 * *
곧 고급 세단 한 대가 빌딩의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대를 잡은 박진웅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김진성은, 말없이 한참을 창밖만 바라보았다.
“…서울 거리도 많이 활기를 되찾았군요.”
한참 후 열린 김진성의 입에서 나온 말에, 박진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새로운 이차원(異次元) 포탈에서 몬스터들이 출몰하지 않는다는 정보가 퍼진 이후, 항상 집에 박혀만 있던 시민들이 마음 놓고 밖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진성 님이 어렸을 적보다는 훨씬 활기찬 분위기겠네요.”
“치안도 많이 좋아졌다면서요?”
“네. 오히려 최근에는 신대륙이 생기기 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경찰들이 거의 다 최소 B급 이상 헌터들이다 보니, 범인들이 경찰들 무서워서 함부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박진웅의 말에 미소 짓던 김진성의 시선이 문득 한쪽으로 향했다.
“…원래 저기, 대한 클랜 건물 아니었나요?”
김진성의 말에 박진웅의 시선도 똑같은 곳으로 향했다.
‘데모닉 클랜’이라는 글씨가 영어로 새겨진 건물을 확인한 박진웅이 대답했다.
“네. 그런데 최근에 기세가 줄어들어서 한국 내 본사 건물을 팔려고 내놨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잘 나가는 ‘데모닉 클랜’이 구매했나 보네요.”
“본사 건물을 팔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모양이군요.”
“뭐, 당연한 결과죠. 새롭게 생겨난 타 차원 포탈의 원인이 기존 신대륙 연합 클랜원들의 짓임이 밝혀지면서, 연합의 주축이던 대한 클랜 역시 국민들의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정부에서도 대놓고 대한 클랜을 내치고 백두 클랜을 새로운 파트너로 함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요.
아시다시피, 대한 클랜이 한국 정부한테서 받은 도움이 한두 개입니까? 그런데 갑자기 지원이 뚝 끊기고, 신대륙 내 세력도 전멸해 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용 마스터를 포함한 간부들도 전부 죽어 버렸으니….”
박진웅의 설명에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더는 대한 클랜 본사 건물을 바라보지 않았다.
“…아, 맞다. 그 말씀을 안 드렸네.”
곧 박진웅이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김진성에게 바로 말했다.
“그거 아십니까? 곧 콜로세움 서바이벌 시즌 13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 말에 김진성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시죠? 진성 님이 탈출하고 시즌 12가 완전히 망해버려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잖습니까.”
“그랬나요?”
“아, 모르셨구나…. 진성 님이 탈출한 이후, 콜로세움의 철통같은 방어망에 구멍이 생겼다는 인식이 퍼졌어요. 콜로세움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치명상을 입은 거죠.
그래서 백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 전원이 한동안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냈었는데, 최근 신대륙 일이 모두 정리되고, 진성 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시들해진 틈을 타 슬슬 새 시즌을 시작하려는 모양인가 봐요.”
설명을 듣던 김진성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또 죄 없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겠군요.”
콜로세움과 파이트 클럽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여봤던 김진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강제 노역자’로 끌려온 이들 중 적지 않은 퍼센티지의 사람들이 죄 없이 억울하게 끌려왔다는 것을.
“이래서 제가 ‘강제 노역자’라는 신분을 없애려고 하는 겁니다.”
“알죠, 압니다. 저 역시 동생을 잃어서 잘 압니다.”
동생 얘기를 꺼내는 순간 박진웅의 표정도 잠깐 굳었다가 펴졌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진성 님의 계획을 도우려는 것 아닙니까?”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없앨 수 있을까요?”
“가능할 겁니다.”
김진성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사실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습니다. 강제 노역자 신분이 된 이들 중 억울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요.
다만 정부가 묵인하니까, 그리고 강제 노역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힘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다들 어쩔 수 없이 넘어갈 뿐이죠.
하지만 저는 가능합니다.”
김진성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현재 전 세계 그 누구보다 유명한 제가 많은 증거를 수집해서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자연스레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겁니다.
거기에 신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에클라 연합도 저의 편을 들겠죠.
그러면 백두 클랜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설명을 들은 박진웅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현재 진성 님의 유명세와 인맥이라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긴 하겠네요.”
“그래서 일부러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것도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김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진웅은 이내 감탄을 터뜨렸다.
“와~! 저는 그냥 유명세가 싫어서 조용히 지내시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김진성은 세라핌을 처치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모든 인터뷰와 섭외 요청을 거절하고는 조용히 숙소 안에서만 지냈다.
칩거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집요하게 찾아대던 언론도 결국에는 포기해 버린 시점이 지금이었다.
“원래 뭔가를 터뜨릴 때는 한 번에 기를 모아서 터뜨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용히 지내고 있다가 갑자기 언론 앞에 서면, 더욱 극적으로 이목이 쏠리겠죠. 제거 노리는 건 그거 하나였습니다.”
“대단하세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진웅이 놀란 표정으로 계속 감탄사를 터뜨리는 동안, 차는 어느새 서울 시내를 벗어났다.
그들의 목적지는 인천의 어느 허름한 건물 앞이었다.
* * *
덜컹.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입구 뒤에 앉아 있던 험악한 인상의 덩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누구세요? 어떻게 오셨….”
파지지직!
“끄아아악!!”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주저앉는 덩치.
그렇게 만든 김진성이, 덩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여기 리벤지 클럽 맞지? 불법으로 강제 노역자 애들 가둬두고 싸움 붙이는 곳.”
“흐으…. 무, 무슨 소리를…!”
지지지직!
“브르르르르!”
또다시 감전된 덩치는 눈깔이 반 뒤집힌 채로 온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번에도 대답 안 하면 심장 터질 때까지 감전시킬 줄 알아.”
“마, 맞습니다! 리벤지 클럽 맞아요…으으…!”
“애들 싸움 붙여서 배팅금 벌어들이는 게 짭짤하다며?”
“그,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배팅금은 맞습니다!”
“대표 이름은?”
“야, 양성호입니다!”
뻐억!
모든 정보를 다 들은 김진성은 발로 쓰러진 덩치의 머리를 걷어차 기절시켜 버렸다.
이후 정면을 쳐다보니,
“누구야?!”
“침입자다! 잡아!”
“애들 다 데려와!!”
덩치의 비명을 들었는지, 안에 있던 동료들이 전부 다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 * *
콰당탕!
곧 대표실의 문이 부서질 듯이 요란하게 열렸다.
문을 연 당사자인 덩치 한 명은 눈깔을 뒤집은 채 완전히 기절해 버린 상태였다.
“나 원, 이건 뭐 몸 푸는 수준도 못 되잖아?”
한심하게 쓰러진 덩치를 바라보던 김진성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비교적 정상 체형으로 보이는 양복 입은 젊은 청년 하나가, 검을 뽑아 김진성을 향해 겨누었다.
“너, 넌 뭐야?! 뭔데 여길 쳐들어왔어?!”
말을 더듬는 청년의 시선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극도로 당황하고 있다는 표시였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양성호야!! 너 내가 이 근방에서 얼마나 유명한 줄 알아?! 얼마나 인맥이 넓은지 아느냐고?!”
“알아.”
짧게 대답한 김진성은, 이내 쓰고 있던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 던졌다.
동시에 청년의 눈이 부릅떠졌다.
“서, 설마…!”
“양성호. 양중근의 둘째 아들.”
청년이 놀라거나 말거나, 김진성은 낮은 목소리로 계속 국어책을 외듯이 말을 이어갔다.
“양중근이 죽은 이후 여론의 눈을 피해 쥐 죽은 듯이 살다가, 반년 전부터 모아놨던 자금으로 불법 파이트 클럽을 차렸다지?
심지어 내가 갇혀 있던 파이트 클럽과 똑같은 방식을 채택했다며?”
“…기, 김…진성…?”
“너는 눈치도 없냐? 양중근과 철천지원수 사이인 내가 멀쩡히 한국에 돌아왔는데도 대놓고 이딴 데를 계속 운영해?
하긴, 눈치가 있었으면 한국에 계속 남아 있을 생각조차 안 했겠지만….”
곧 김진성은 양성호를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물었다.
“어서 결정해. 내가 먼저 갈까, 아니면 네가 먼저 올래? 참고로, 우리 둘이 싸운다는 결말은 변하지 않아.”
“으, 으으으…!”
“하나. 둘….”
거기까지 김진성이 숫자를 세었을 때였다.
“이, 이야아아!!”
공포심을 이기지 못한 양성호가, 전력을 다해 김진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정확히 김진성의 목으로 날아왔고,
까앙!
“컥…!”
강철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양성호는 날아왔던 방향의 반대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순간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고통스러워하는 양성호를, 김진성은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이놈의 집안은 아비나 아들이나 하나도 노력을 안 하네. 그래도 최소한 아비는 뛰어넘을 줄 알았더니….”
말끝을 흐리면서 김진성은 천천히 양성호를 향해 다가갔다.
뚜둑 거리며 양손의 관절을 푸는 김진성의 모습을 양성호는 떨리는 두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다가오는 김진성의 모습은 마치, 그에게 있어 저승사자가 점점 다가오는 듯했다.
* * *
덜컹.
이번에도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윽…!”
“우욱…!”
동시에 안으로 들어온 다수의 경찰 모두가 코를 부여잡았다.
단 한 명, 김진성만이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코에 손을 대지 않았을 뿐이었다.
“진짜 내가 있던 곳이랑 똑같군.”
좁아터진 중앙 휴게실. 그 주변에 빼곡한 감옥 같은 철창문들.
그리고, 저 멀리 소각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풍겨오는 살이 타고 썩어가는 악취….
“예전에는 이런 데서 어떻게 반년이나 버텼는지 모르겠네.”
“자, 다들 나와라!”
“전원 이곳을 탈출한다! 지시에 순순히 따라라!”
김진성의 중얼거림은 경찰들의 외침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안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입구 쪽으로 달려가던 그때, 김진성은 반대쪽에 있는 소각장으로 홀린 듯이 걸어갔다.
도착해서 문을 활짝 여니, 방금 직전까지도 시체를 태운 듯 활활 타오르는 소각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각로를 쳐다보던 김진성이 시선이, 이내 인기척을 느끼고는 아래로 향했다.
‘…어라?’
동시에 눈이 커졌다.
바닥에 늘어져 있는 수많은 시체.
그리고 그들 사이에 주저앉은 채로 김진성을 올려다보고 있는 한 아이.
그 모습은 마치….
‘예전 파이트 클럽 소각장에 있던 내 모습 그대로잖아.’
시체들을 죽인 후 주저앉은 채로 얻은 능력을 속으로 정리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지금 눈앞의 장면과 같이 오버랩되는 기분이었다.
‘…잠깐만.’
김진성은 혹시나 해서 시체들의 목을 확인해 보았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전부 목 졸라 죽인 흔적이 있다?’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든 시체에 똑같이 남아 있는 손가락의 흔적.
굳이 이들이 죽기 직전에 먼저 목 졸라 죽일 이유가 있을까?
악인을 죽여서 능력을 얻는 김진성 같은 고유 능력자가 아니고서야….
‘…설마?’
그때, 김진성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바로 며칠 전 단틸리온을 만났을 때 들었던 얘기였다.
[메가라포라(Megarapora)라는 존재가 있다.너와 같이, 모든 생명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능력을 흡수해서 강해지던 괴물이지.
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넌 마계에서 살아가던 괴물이고, 메가라포라는 천계에서 살아가던 괴물이다.
그리고 한 가지 차이점이 더 있다.
그 새끼는 누구를 잡아먹어도 능력을 흡수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너는 악인만 잡아먹어야 강해지지 않느냐? 정확히는, 온몸에 마기가 조금이라도 맴돌고 있는 존재를 잡아먹어야 강해지지. 애초에 ‘비스 크리마’라는 것이 악의 정수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메가라포라는 달라. 그 새끼는 마기가 있든 없든 잡아먹으면 죄다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어떻게 보면 너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지.
그런데 얘기를 듣기로는, 이놈이 50년 전에 윤회에서 벗어나 천계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천계에서 윤회를 멈췄다는 소리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태어났다는 뜻이야.
그곳이 마계인지, 중간계인지, 아니면 네가 사는 지구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만약 놈이 지구에 다시 태어났다면, 어쩌면 너를 능가할 만한 또 다른 재앙의 등장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지구라는 중간계가 뒤집힐 만한 소식일지도 모르지….]
거기까지 기억을 떠올린 김진성은, 바로 강신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온몸을 뒤덮는 반투명한 마신 한 명이 소환되었다.
[누구인가!]“나다, 김진성.”
[오오! 드디어 나를 불러주는군!]“마신 엘리고스. 너는 상대방의 고유 능력을 확인하는 힘을 보유했다고 했지?”
[잘 알고 있군! 그러면, 이 눈앞 꼬마의 능력을 확인해 주면 되는 건가?]“그래.”
[좋아!]곧 엘리고스는 김진성의 팔을 들어 올려,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소년의 손목을 잡았다.
동시에 김진성의 눈앞에 이런 알림창들이 떠올랐다.
▶ 상대방의 고유 능력을 확인 중입니다….
▶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상대방은 ‘고유 능력 흡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고유 능력 흡수 : 상대방을 죽이면, 상대방이 보유한 고유 특성 혹은 스킬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죽일 시 버츄 크리마(virtue crema)를 획득하며, 버츄 크리마는 특정 고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맞네, 이 새끼야.’
알림창을 본 김진성은 확신했다.
눈앞의 이 꼬마가, 메가라포라의 환생이라는 것을 말이다.
“형은…. 혹시….”
그때, 꼬마가 커진 눈으로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김진성의 정체를 눈치챈 듯한 모습.
하지만 그 전에 김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은 뭐니?”
“저요? 저 박다훈이라고 해요.”
이름을 들은 김진성의 눈도 역시 덩달아 커졌다.
“박다훈? 여기 리벤지 클럽의 챔피언이라는…?”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박다훈이 이내 본인이 궁금했던 걸 질문을 했다.
“혹시 김진성…. 아니세요? TV에서 보던 얼굴과 똑같이 생기셨는데….”
그 말에 김진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김진성이다.”
대답하는 그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최근 들어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