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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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전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마치 정지된 듯, 둘 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김진성의 목에 바짝 붙어 있는 강민혁의 대검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목이 베일 정도의 거리에서 대검은 미동조차 없었으며, 김진성도 가만히 강민혁을 쳐다볼 뿐이었다.
“······.”
잠시 후, 강민혁의 시선이 김진성의 눈동자에서 떨어졌다.
천천히 내려가던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김진성의 칼날이었다.
‘···빠르군.’
강민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침음을 삼켰다.
자신의 기습적인 대검의 움직임을 이렇게 빠르게 대응할 줄이야.
피잉!
둘의 첨예한 대립은, 둘이 있던 곳으로 날아온 방어군의 도탄에 의해 끝이 났다.
텅!
강민혁이 대검을 살짝 움직여 총알을 막아낸 것이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김진성만 목을 겨눈 자세로 변한 상황.
“···.”
말없이 행동을 지켜보던 김진성은 강민혁의 목에서 검을 치웠다.
이후 먼저 움직인 쪽은 강민혁이었다.
김진성을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몸을 돌린 후 전력 질주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풀숲 안으로 사라지는 강민혁을, 김진성은 전혀 쫓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강민혁과 멀어지는 쪽으로 달려가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악인이 아닌 걸 다행으로 알아라, 강민혁.’
솔직히 강민혁이 악인이었으면 방금 대립 때 둘 중 하나는 죽었다.
그리고 상황 상 죽는 사람은 강민혁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김진성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강민혁은 높은 확률로 악인이 아니다.
강찬의 자식이자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유망주 중 한 명이었던 강민혁은, 매스컴을 통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거의 다 공개된 상태다.
오히려 힘만 믿고 나대는 다른 유망주들과는 다르게 인성 쪽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게 강민혁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클랜에게 복수한 걸 가지고 악인으로 치부할 수도 없고.’
요즘 같은 험난한 세상에 살인했다고 악인이면 악인 아닌 지구인이 없을 것이다. 어떤 의도로 살인했냐가 제일 중요하다.
김진성이 판단하기에, 강민혁은 악인으로 두기에는 꽤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싸워도 쉽게 결판이 안 날 것 같아.’
김진성과 강민혁의 경지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김진성은 자신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긴다 해도 높은 확률로 김진성도 피를 볼 가능성이 크다.
괜히 큰 부상을 입었다가 곧바로 다른 참가자에게 기습을 당해 죽으면 그것보다 억울한 게 없을 것이었다.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김진성의 현재 마인드였다.
‘그나저나 왜 나를 견제하려 한 거지?’
김진성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한 가지 의문.
게다가 죽이기 위해 바로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고, 왜 목을 겨누는 수준의 견제만 한 것일까?
그 시각.
먼저 김진성 근처에서 떠나 달리고 있는 강민혁은···.
‘방금 전 상황···위험했다.’
아까 서로 검을 겨누며 대립할 때를 머릿속으로 복기하고 있었다.
‘그놈의 검이 내 목에 닿을 때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대검이 목으로 향하는 걸 알고 바로 반격을 한 김진성.
그리고 그의 반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강민혁.
겉으로는 둘이 동시에 겨눈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이런 차이가 존재했다.
‘방금 싸웠다면 죽는 건 나였을 것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까 전 상황에서 서로 목숨을 걸었다면 십중팔구는 강민혁 본인의 패배였을 것이다.
‘역시 세상은 넓군.’
그의 아버지가 생전에 항상 하던 말이 떠올랐다.
세상은 넓고, 괴물들은 많다고.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앳된 나이에 벌써 자신을 넘어서려고 하는 기량을 가진 김진성.
강민혁에게 김진성은 아버지가 말했던 괴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견제를 했던 건가.’
솔직히 조금 전은 강민혁, 본인답지 않았다.
언제나 전력을 다하는 그가 이도 저도 아닌, 그저 목을 겨누는 정도의 위협을 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이건 본인도 모르게 김진성에게 ‘공포심’을 느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의 김진성이 아닌, 훨씬 더 성장한 미래의 김진성에게 말이다.
‘다시 만난다면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김진성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면, 다음에 만났을 때 오히려 격차가 훨씬 더 많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 *
[아, 이렇게 김진성과 강민혁의 연합이 끝이 나고 맙니다! 둘이 마지막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었는데, 피를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정말 둘 중 한 명이 죽는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해보자면, 예선 A조의 최고 스타로 뽑히는 둘 중 한 명이 벌써 죽는 건 좀 아쉽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맞습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자, 그러면 이쯤에서 2구역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해드리겠습니다.]캐스터는 개인 모니터 화면 위에 뜬 정리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2구역 장벽 공략에 들어간 총 38명의 선수 중, 29명이 무사히 장벽을 통과했습니다!] [이건 방어군 측의 완벽한 패배네요. 1구역과 3구역에서 원군까지 보내왔는데 말이죠.] [저 절망에 빠진 듯한 방어군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앞으로의 미래를 예감한 듯한 모습입니다!]TV 화면 속에서 좌절한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는 장벽 위 방어군들의 모습.
그걸 지켜보던 모니터실의 PD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선수 측의 승리네.”
“시청자들도 반응이 비슷해요. 무력한 방어군들 전원을 탈락시켜야 한다는 채팅이 막 올라오고 있어요.”
“그러면, 바로 지금 탈락 처리를···.”
PD가 거기까지 말을 꺼냈을 때였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뒤쪽의 장승욱이 그들을 제지하더니, 받던 전화를 마저 이어받았다.
“네, 네. 음···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뒤 PD들 쪽으로 걸어가는 장승욱.
그를 향해 PD 한 명이 물었다.
“대표님이랑 통화하셨어요?”
“네. 일단 다른 장벽 상황부터 확인해보죠.”
“네.”
PD는 곧바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TV 화면에 4번 구역 상황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역시 PD에게 의견을 전달받은 해설진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이쯤에서 다른 장벽 쪽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페이드가 근처에 있었던 4번 구역인 것 같은데요···.] [여기도 상황이 종료된 것 같죠?]모니터 안에 보이는 4번 구역 장벽 위도 시체들이 꽤 많이 보였다. 딱 봐도 한바탕 전투를 치른 뒤의 모습이다.
[여기 방어군들도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걸 보니, 선수들이 많이 통과한 듯해 보입니다!] [하이라이트 장면이라도 보고 싶은데요. 아, 나오네요.]곧 TV에는 대략 한 시간 전쯤의 4번 구역 장벽 위 상황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평온하게 감시를 서고 있던 4번 구역 장벽 위 방어군들.
그런데 갑자기,
푹!
“컥···!”
무언가 꿰뚫리는 소리와 함께, 방어군 한 명이 목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뭐야?!”
“기습인가?”
화들짝 놀란 방어군들은 더욱 삼엄하게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걱.
“허억?!”
“또 기습당했다!”
노력이 무색하게 또 한 명의 방어군이 목이 잘려나갔다.
이후 계속해서 피해자는 늘어만 갔다.
푹! 하고 뭔가 박히는 소리가 들려오면 꼭 한 명의 방어군이 목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이다.
“아니, 도대체 어디서 공격하는 거야?!”
“야, 그쪽 똑바로 감시 안 해?!”
“너희나 제대로 해!”
일방적으로 피해만 누적되자 결국 방어군들 사이에서 슬슬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깐만. 설마 여기 스파이 있는 거 아냐?”
“뭔 개소리··· 어? 잠깐만. 설마···?”
“그치? 아무리 찾아도 적이 안 보이는데 이렇게 쉽게 사람이 죽어가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럼 누구지? 야, 방금 죽은 애 근처에 누가 서 있었어?”
기어이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진다.
“내가 안 했다니까?!”
“왜 화를 내? 화내니까 더 수상한데?”
“너야말로 아무 증거 없이 생사람을 잡는데? 그러는 네가 범인 아니야?”
“뭐 이 자식아?”
“이 새끼가 범인이야! 야, 이 자식 품 뒤져봐. 분명 단검 숨기고 있을 거야!”
“안 놔?! 안 놔, 이 새끼들아!”
퍽!
“악! 이 자식이···!”
결국에는 실랑이가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몸싸움은 이내 치열한 혈전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리 와, 이 새끼야!”
“그래 간다! 넌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아니, 싸우지는 말고··· 아악! 이 새끼가 나를 찔렀어?!”
“일단 쟤부터 죽이고 시작해!”
이내 4번 구역 장벽 위는 총성과 베이는 소리, 비명과 고함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이 사태를 만들어 낸 당사자인 페이드는 곧바로 근처에 숨어있던 선수들에게로 돌아와 말했다.
“서로 싸우는 지금이오.”
“허··· 진짜 저 상황을 만들었네.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소?”
거기까지 말한 뒤 페이드는 몸을 돌려 장벽으로 뛰기 시작했다.
“좋아, 빨리 갑시다!”
“모두 돌격!”
“와아아아!”
선수들 역시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 장벽 쪽으로 달려갔다.
[···아, 이렇게 4번 구역 장벽을 통과했던 것이군요! 페이드의 은신 능력을 활용한 분열 작전에 방어군 측이 제대로 당했습니다!] [페이드 혼자 상황을 다 만들었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용병 계에서 괜히 베테랑 암살자로 평가받는 게 아니네요.]해설과 함께 4번 구역 쪽 하이라이트를 집중해서 확인한 장승욱은,
“나머지 7번 구역 확인해보죠.”
라고 지시했다.
곧 PD에 의해 TV 화면에는 7번 구역 장벽 쪽 상황이 송출되기 시작했고···.
“···!”
“어머!”
“헐?”
모니터실 직원들의 눈이 모두 커졌다.
해설자들도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7번 구역 장벽 위의 방어군 숫자는 100명 그대로였다.
아니, 정확히는 99명이었다. 한 명은 장벽 밖에 서 있었으니까.
[그런데 저 장벽 밖에 서 있는 방어군은···.]해설자의 시선이 그 방어군의 손에 들린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으로 향했다.
[설마, 혼자서 선수들을 다 죽인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캐스터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 * *
하지만 해설자의 예상이 정답이었다.
“으···으으···!”
여기는 7번 구역 장벽 앞.
왼쪽 다리와 왼쪽 팔이 모두 잘린 선수 한 명이,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면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오지 마! 오지 마···제발···!”
뒤로 몸을 끌면서, 전방에서 다가오는 한 명의 방어군을 공포에 젖은 두 눈으로 바라보는 남성.
방어군의 옷에는 7-49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저건 괴물이야···괴물···!”
아직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혼자서, 50명이 넘는 선수들을 도륙할 수가 있단 말인가?
심지어 장벽 위에서 다른 방어군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다.
달려드는 선수단을 향해 혼자 떨어져 내려온 뒤, 혼자의 힘으로 전부 쓸어버린 것이다.
사실 전투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왔던 모습은, 일방적인 학살 그 자체였다.
“도대체 왜···하필 방어군에 이런 괴물을···!”
서걱.
그는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했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방어군 소속 참가자가, 기계처럼 그의 목을 베어 버렸던 것이다.
* * *
– 헐
– 진짜 혼자 다 죽였네?
– 와 누구지?
– 가면 써서 얼굴도 안 보여
– 저 정도면 김진성이나 강민혁보다 더 쎈 거 아냐?
하이라이트를 본 시청자들의 채팅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모니터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와! 누구지 저거?”
“유니폼 보니까 7구역 49번인데요?”
“빨리 프로필 확인해봐요!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돼!”
분주하게 직원들이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는 그때.
유일하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장승욱이 PD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러면 6, 7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 방어군은 탈락이죠?”
“네.”
규칙상 이번엔 의견의 여지가 없었다. 1, 3, 5구역 방어군들이 전투가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합류해서 대비했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지금 참가자들 무전기 통신 연결 좀 해주세요.”
“네. 뭐라고 전달할까요?”
“음··· 제가 직접 하죠.”
곧 장승욱은 근처 의자를 끌고 와서 PD가 앉아있던 마이크 앞에 자리잡았다.
곧 PD가 손으로 OK 사인을 주자, 장승욱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참가자 여러분들을 주목해 주십시오. 특히, 방어에 실패한 1, 2, 3, 4, 5번 구역 참가자들은 지금부터 하는 제 말을 잘 들으시길 바랍니다.”
장승욱이 하는 말은 무전기를 통해, 예선전이 열리는 숲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탈락이 확정된 방어군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한 번 더 드리려고 합니다.”
장승욱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탈락이 확정된 방어군들은 즉시 선수들을 찾아서 처치하십시오. 처치에 성공한 방어군 소속 참가자는, 예선 1차 통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