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2)
102. 백수제(2)
#102
“도플갱어가 최초로 대중 앞에 전시되는 거잖아. 그것도 알파와 오메가 한 쌍이 전부.”
“도플···뭐?”
도플갱어라는 말을 들은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릴 적에 이릴이 들려주던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존재였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뒤바꾸는 정체불명의 생물.
“그게 진짜 있는 거였냐?”
“···정말 몰랐구나. 그럼 그 말도 안 되는 능력도 잘 모르겠네?”
“능력? 모습 바꾸는 거?”
“응. 그런데 도플갱어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서 모습을 바꿔. 알파는 대상자가 사랑하는 존재로, 오메가는 증오하는 존재로. 흥미롭지 않아?”
“뭐?”
로난의 얼굴이 굳었다. 마르야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말을 이었다.
“자기도 모르던 속마음을 알려 주는 거지. 우리 또래라면 누구도 그냥은 못 지나칠 거야.”
“···증오하는 대상으로 변한다고?”
“그렇다더라. 뭐야, 알파가 아니라 오메가에 관심이 있는 거야?”
“누굴 사랑하는지를 알아서 뭐 해. 쓸데도 없는걸.”
“흥, 잘나셨어. 받기만 하겠다 이거지?”
마르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난의 관심은 오메가 도플갱어에만 기울어 있었다. 매사에 불만이 많은 그였지만 증오라는 거창한 표현을 적용할만한 대상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마음을 다잡는 용도로 나쁘지 않겠군.’
찰나 아하유테의 희멀건 면상이 뇌리를 스쳤다. 그것만으로도 이마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건가?’
마르야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거의 상식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었지만, 전생에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신묘한 생물이 있었다면 밀렵꾼 출신 동기들의 구설수에 반드시 오르내렸을 터였다.
로난이 고민에 빠져 있던 와중이었다. 머리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던 마르야가 나지막한 웃음을 흘렸다.
“후후, 어쨌든 도플갱어 때문에라도 이번 백수제는 반드시 개최될 거야. 돈 냄새도 쏠쏠하게 나고 말이야.”
“돈 냄새?”
“응. 축제 기간에는 학생들이 점포를 열 수 있잖아. 이미 크게 잡아놨지.”
마르야는 그 와중에도 장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역시 제국에서 제일가는 대부호가 되는 사람은 마음가짐부터가 달랐다.
그러고 보니 카라벨 상단의 규모도 처음 봤을 때보다 몇 배는 커졌다고 했다. 대장장이 도론의 자투리 무구를 독점해서 판매하고, 바이디안 산맥에서 번 돈을 굴리는 데 성공한 덕이었다.
‘장하군.’
물도 안 줬는데 알아서 잘 자라는 것이 억센 야생화를 보는 것 같았다. 최근 들어 신경을 많이 못 썼는데 너무나도 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상인과 전사 양면으로.
문득 뿌듯한 미소를 지은 로난이 마르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굳은살 박힌 손바닥이 정수리에 닿는 순간이었다. 눈을 휘둥그렇게 뜬 그녀가 기겁하며 물러섰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기특해서.”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이렇게···! 너 뭐 잘못 먹었어?!”
벌써 두어 발자국 정도 멀어진 마르야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진 것이 어지간히도 놀란 듯했다.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거 머리 좀 만졌다고 되게 뭐라 하네. 손 씻었어.”
“그,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 아직 물도 덜 말렸는데···!”
마르야는 어쩔 줄 몰라하며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자기가 먼저 바싹 달라붙은 주제에 머리 좀 만진다고 저러는 꼴이 우스웠다. 그리고 이미 다 젖었는데.
“나, 나 왔어 로난. 무슨 일이야?”
끼익. 그때 동아리의 문이 열리며 아셀이 들어왔다. 그는 방금까지 수업을 듣다 왔는지 양팔로 두꺼운 책 서너 권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불현듯 아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닿았다.
“···에?”
“귀, 귀염둥이 왔어?”
마르야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미묘한 기류를 읽은 아셀이 제자리에 멈춰섰다. 마법사 특유의 관찰력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마르야의 새하얗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아직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아셀은 그것이 로난에게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눈치챘다.
‘거짓말.’
아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로난의 어깨는 비라도 맞은 것처럼 푹 젖어 있었다.
로난은 세상 진이 다 빠진 몰골로 책상에 걸터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나게 지쳤거나 무언가 황홀한 경험을 한 직후가 아니고서야 지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으···으으···.”
별안간 아셀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힘이 빠진 팔 사이로 책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이건 정말 너무했다. 소매로 눈가를 닦은 아셀이 문고리를 붙잡았다.
“···방해해서 미안. 먼저 갈게.”
“엥? 기껏 왔는데 어디 가?”
“나, 나는···.”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큼직한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물을 쏟아낼 것처럼 축축했다. 로난이 미간을 찌푸렸다.
“헛소리 하지 말고 이리 와. 선물 주려고 부른 거니까.”
“···다음에 받을게.”
“얘가 오늘 왜 이러지? 뒤지게 맞고 올래?”
“으으···으우우···.”
아셀이 훌쩍거리며 다가왔다. 로난이 뒷주머니에 꽂혀 있던 바쥬라를 꺼내 들었다. 막 제본한 것처럼 빳빳한 표지와 속지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 베어지고 구겨져서 폐지나 다름없는 상태였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기분 나쁘군. 확실히 금서는 금서야.’
혹시나 싶어서 반짝이는 마나를 주입했더니 이렇게 되었다. 하여튼 정체를 알 수가 없는 마나였다. 바쥬라를 받아든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이게 뭐야?”
“니가 좋아하는 마법책이야. 더럽게 힘들게 구했으니까 읽어 봐.”
“···책이 다 까만색이네?”
눈을 동그랗게 뜬 아셀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썩 어울리는 모습을 본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칼도 쓸 줄 아는 놈이 휘둘러야지.’
로난으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쥬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내용이 어렵다거나 모르는 단어가 많은 수준이 아니었다. 책에 담겨진 지식 자체가 자신을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로난은 똘똘한 아셀에게 바쥬라를 넘겼다. 하는 짓거리가 답답해서 그렇지 머리 하나는 좋은 놈이었으니까.
언젠가는 바쥬라를 이해하고 무한한 힘인지 뭔지 하는 것을 손에 넣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별안간 낱장을 뒤적이던 아셀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대, 대단해. 어떻게 이런 마력 체계를···!”
“어엉?”
“로, 로난. 도대체 어디서 이런 책을 구한 거야···?”
아셀의 목소리가 떨려오고 있었다. 아직 책을 넘겨준 지 일 분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너 그거 읽을 수 있냐?”
“으, 응···아직 첫 장만 눈대중으로 해석한 거긴 한데.”
“해석?”
아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쥬라에 적혀 있는 모든 내용이 암호화 처리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로난이 느낀 기이한 감각도 그 때문이었다. 마나 로직을 해석한 자만이 글씨를 읽고 감춰져 있던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소, 솔직히 말하면 엄청나게 어려워. 뒷장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야.”
“못 읽을 정도야?”
“그, 그 정도는 아니고···시간만 준다면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암호를 해석하는 것과 내용을 이해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만···.”
“니가 마탑주보다 낫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로난이 헛웃음을 쳤다. 설마했는데 정말 바쥬라를 읽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어느 날 동아리에 들어왔더니 눈동자가 까맣게 물든 아셀이 부원들의 시체 위에 서 있지만 않는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다들 잘 하고 있어.’
불현듯 로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료들은 상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었다.
비단 이 두 사람뿐만이 아닌 브라움이나 오필리아도. 재수 없는 슐리펜도 저마다의 노력을 거듭하며 강해지고 있을 터였다. 무릎을 짚으며 일어선 로난이 마르야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르야. 간만인데 대련이나 하자.”
“엑, 지금?”
“엉. 몸이 근질거려서 도저히 안 되겠다. 따라나와.”
“자, 잠깐만!”
로난은 마르야의 손목을 붙든 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바쥬라에 몰입한 아셀은 두 사람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서 독서에만 집중했다. 머지않아 훈련장이 있는 쪽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어디에 걸려 넘어진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칼이 더 느려졌잖아.”
반쯤 열린 창문 너머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스름한 땅거미가 교정을 너르게 뒤덮고 있었다. 소란스럽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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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백수제가 다가올수록 필레온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고조되었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구나. 세상에, 말로만 듣던 백수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줄이야.”
“저번에 그 만티코어도 오겠지? 으으···.”
교내 어디를 가나 축제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좋아하거나 보고 싶은 동물들을 주제로 토론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남자친구랑 같이 가 보려구. 나로 안 변하면 그냥 죽여 버려야지.”
“크크, 오메가 도플갱어한테 갔는데 너로 변하는 거 아냐?”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역시 도플갱어였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변모하는 신묘한 생물을 싫어하는 학생은 어디에도 없었다.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장소가 필레온 아카데미라는 사실 또한 재학생들의 자긍심을 고취해 주었다.
“동물 비스킷···포장마차에 풍선 가게는 됐고···귀염둥이, 이제 뭐뭐 남았지?”
“기, 길거리 초상화만 남은 거 같아.”
“맞아. 사람은 구했는데 이젤을 못 구했었지? 가지러 가자!”
“가, 같이 가!”
마르야는 자신이 아는 인맥을 모조리 동원하여 개점 준비에 들어갔다. 축제를 즐기는 이들은 파는 것이 각기 다른 아홉 개의 점포가 모두 그녀의 소유임을 꿈에도 모를 터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즐기지 못하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었다.
백수제가 열리기 전날 밤.
제 1 투기장은 비어 있어야 할 시간대임에도 사람이 북적북적하게 몰려 있었다. 아데샨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로, 로난. 정말 해? 역시 너무 많지 않을까?”
“괜찮아요 선배. 이 정도는 돼야 실력이 늘죠.”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로난과 아데샨 뿐이었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로난을 에워싸고 있었다. 원래는 3학년 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는 훈련 도구인 마공학 기사였다.
“그, 그럼···한다?”
투구의 가느다란 틈새 너머로 푸른 안광이 새나오고 있었다. 입학시험 당시 상대했던 마도로스 경과 같은 종류였다. 아데샨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기사들을 움직이는 주문을 영창했다.
“···움직여.”
그 순간 기사들의 안광이 일제히 붉은색으로 변모했다. 로난이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굴렸다. 카가강! 아홉 개의 칼날이 그가 있던 자리에 내리꽂혔다.
로난은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회피나 방어 위주로 기사들을 상대했다. 후웅! 번득이는 칼들이 로난의 팔다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파고들었다. 기사들이 한곳에 모인 것을 확인한 로난이 오른발을 굴렀다.
“먹어라!”
쿵! 반구형의 파장이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반짝이는 뿌리가 범위 내에 있던 기사들의 다리에 엉겨붙었다. 쿠궁! 쿵! 균형을 잃은 기사들이 서로 충돌하며 넘어졌다.
“서, 성공이야!”
아데샨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고작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훨씬 실력이 향상되었다. 촤악! 로난이 무력화된 기사들에게 검기를 발사했다.
한계치 이상의 피해를 입은 기사들이 동작을 멈췄다. 뿌리가 아홉 명 모두에게 들러붙은 것을 본 로난이 헛웃음을 쳤다.
“허억···빌어먹을···헉, 드디어.”
마나는 고갈되다시피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성취가 있느냐 없느냐였으니까. 숨을 몰아쉬던 로난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이고···헉, 죽겠다···.”
“고생했어.”
그는 두 번째 코어와 베낀 오러를 단련하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성장 속도 자체는 그렇게 느리지 않았다.
되려 로난 본인의 마나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림자의 마나를 각성하면 이런 기분일까. 쓰러진 기사들을 둘러보던 아데샨이 두 손을 모으며 감탄했다.
“정말 대단해. 고작 보름 만에 이런 성취를···!”
“허억···선배 덕이죠···이번에는 균형 괜찮았어요?”
“으응. 그런데 조금 들뜬 감이 있더라. 출력을 조금만 낮춰도 괜찮을 것 같아.”
아데샨의 조언에 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진짜네···후, 고마워요.”
“후후, 내가 도울 수 있어서 기뻐.”
아데샨이 웃었다. 그녀는 유일하게 오러를 베낄 수 있다는 로난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로난이 숙고 끝에 밝히기로 한 것이었다.
“언젠가는 나비로제 교관님의 만사도 복사할 수 있을까?”
“젠장, 그건 아직 엄두도 안 나네요. 당장 이 나무뿌리도 제대로 못 다루고 있는 판국에.”
“내가 도와줄게. 차근차근 해보자.”
“헤, 고마워요.”
히죽 웃은 로난이 제자리에 드러누웠다. 어둠에 잠겨있는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없어서 말할 때마다 목소리가 울렸다.
아데샨은 특유의 통찰력을 이용해 로난의 성장을 보조하고 있었다. 경지에 이른 통찰을 기반으로 한 그녀의 조언은 대부분 큰 도움이 되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데샨이 로난의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내일부터 백수제네. 시간 참 빨라.”
“그러게요.”
“참 신기해. 너를 만난 뒤로 십 년에 걸쳐 일어날 일이 한 번에 일어나는 것 같아.”
“기분 탓이에요.”
로난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아데샨은 사근사근한 웃음을 흘릴 뿐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로난, 혹시 축제 기간에도 훈련만 할 거야?”
“음···글쎄요. 간간이 구경도 하고 그러지 않을까요? 보고 싶은 것도 있고.”
“그렇구나.”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하도 조용해서 먼지가 떠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머뭇거리던 아데샨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혹시 나랑 같이···”
그녀가 뭐라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쾅! 별안간 투기장의 문이 활짝 열리며 꺼져 있던 조명이 한 번에 들어왔다.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가 막히는군. 오밤중에 여기서 뭘 하는 거냐.”
“교, 교관님?!”
화들짝 놀란 아데샨이 몸을 일으켰다. 로난이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윤곽의 여인이 문간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나비로제가 말을 이었다.
“저번에는 수업 시간에 다리를 주물럭거리더니, 이제는 밀회까지 하는 건가? 나이에 맞지 않게 과감하군.”
“미, 밀회라니요···! 그런 거 아니···”
“무슨 일이에요?”
로난이 라만차를 집어넣으며 일어섰다. 농담으로 받아치기에는 나비로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라면 괜찮겠지. 도플갱어들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