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14)
114. 피는 모래를 적시고(5)
#114
시커먼 수정이 굴의 벽면과 천장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었다. 모두가 찾아 헤매는 다인하르 산 마석이었다. 생전 본 적 없는 규모에 로난의 눈이 둥그렇게 떠졌다.
‘어지간한 성이나 영지도 사겠네.’
해주를 천 번쯤 하고도 남을 양이었다. 한 덩이만 뚝 떼어가도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별안간 원주민들 사이로 덩치 큰 청년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쿨럭, 이방인. 왜 여기까지 온 거냐.”
로난과 머리 하나는 더 차이 나는 거구였다.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얼굴은 알게 모르게 천둥과 닮아 있었다.
근육질의 상체 위로 다인하르 원주민 특유의 문신들이 새겨져 있었다. 우락부락한 손에는 웬 단검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로난은 그가 천둥을 납치한 괴한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천둥한테 못 들었냐? 도와주러 왔다니까.”
“대단한 거짓말쟁이군. 그 지옥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쿨럭, 어차피 본 목적은 검은 돌인 걸 알고 있다.”
“속고만 살았냐?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로난이 말꼬리를 끌었다. 쿨럭! 다시금 깊은 기침을 토한 사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네가 꿈꾸는 천둥을 구해준 건 알고 있다. 보답으로 원하는 만큼 돌을 챙겨서 돌아가도 좋다. 대신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이래야 다인하르 원숭이들답지. 아주 제멋대로야.”
“만약 말을 듣지 않겠다면···”
별안간 사내가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철컥. 쇠붙이가 절걱이는 소리와 함께 단검의 길이가 세 배로 늘어났다. 그는 늘어난 칼끝을 로난에게 겨누며 읊조렸다.
“죽이겠다.”
“허세 좀 그만 부려 인마. 내가 도망만 다녀도 니가 먼저 죽겠구만.”
“···뭣이?”
“너 다쳤잖아. 쫒아갈 때 봤어.”
로난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추격전을 벌일 때부터 사내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크으으으···감히···.”
간파당한 사내가 이를 악물었다. 실제로 그의 등에는 주먹만 한 쇠붙이가 두어개 박혀 있었다. 반짝이는 마나가 묻어나는 것이 네뷸라 클라지에와의 교전 당시 맞은 듯했다.
환부에서 풍겨나오는 악취가 상처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본 로난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그 몸으로 사람들을 구한 거냐? 대단한데.”
“쿨럭, 닥쳐라···!”
굴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나 아이, 혹은 부상자들이었다. 정황상 천둥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도 사내가 구한 듯했다. 로난이 말을 이었다.
“너 그거 내버려두면 죽어. 고쳐줄 테니까 기다려 봐.”
“크으···방해하지 말고 나가라!”
“형님! 그러지 마라!”
사내가 팔을 치켜들었다. 지켜보던 천둥이 비명을 질렀다. 촤아악! 그 순간 로난이 내려왔던 경사면을 타고 그림자 하나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누구냐!”
사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긴장하고 있던 원주민들이 반사적으로 시위를 놓았다. 카각! 허공에 불씨가 튀어 오르며 양단된 쇠뇌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또 막혔다!”
당혹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번에 다섯 개의 쇠뇌를 쳐낸 그림자가 사내를 향해 쇄도했다.
“속도가···!”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황한 사내가 칼을 휘둘렀다. 썩 나쁘지 않은 공격이었으나 그림자는 너무나도 가볍게 공격을 피하며 파고들었다. 둘의 형체가 겹치려는 찰나였다. 로난이 한숨을 내쉬듯이 중얼거렸다.
“죽이지 마.”
그 순간 그림자가 멈춰 섰다. 툭. 사내의 손에서 단검이 떨어졌다. 서늘한 식은땀이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허억, 헉···이게 무, 무슨···.”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굵은 침을 삼킨 사내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푸르스름한 칼날이 그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다. 슐리펜이 살기를 거두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로난. 뭐가 어떻게 된 거냐.”
“에잇, 좀 평화적으로 해보려 했더니만.”
로난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불쌍한 놈들이라 될 수 있으면 대화로 풀어보려 했는데 이미 망한 것 같았다. 슐리펜의 살기에 짓눌린 원주민들은 차마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하여튼 냉철해 보이면서도 뒤가 없는 놈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평소대로 해야할 듯했다. 로난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됐으니까 그냥 그러고 있어. 시타는?”
“뺘!”
말하기 무섭게 날아온 시타가 로난의 어깨에 앉았다. 고개를 끄덕인 로난이 사내의 뒤편으로 돌아갔다. 그가 원주민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다들 가만히 있으쇼. 댁들이 개수작 부리는 순간 이 건실한 청년 목은 날아가는 거야.”
“무, 무슨 짓을 하려는···크아아아악!”
사내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로난의 손에는 네뷸라 클라지에가 박아넣은 쇠붙이가 쥐어져 있었다. 삼일간 곪은 피와 고름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으, 더러워.”
“크오오옥!”
그리 말하며 로난은 나머지 쇠붙이를 뽑았다. 슐리펜이 칼을 들이밀며 사내가 난동을 부리는 것을 저지했다. 더는 박힌 쇠붙이가 없는 것을 확인한 로난이 시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됐어. 시타, 힘 한번만 더 쓰자.”
“뺘아!”
회답한 시타가 위로 날아올랐다. 네 장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붉은 빛무리가 사내를 비롯한 원주민들을 뒤덮었다.
“이, 이건?”
“상처가 낫고 있다···!”
이변을 느낀 사람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빛무리에 휩싸인 부분의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타박상이나 찰과상은 물론, 곪아서 다 썩어가는 상처에도 새 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적과도 같은 광경을 목도한 사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너, 너희는 도대체···.”
“말했잖아. 도와주러 왔다고.”
로난이 그의 등을 퍽퍽 두드렸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상처가 있던 자리는 맨질한 새살로 뒤덮여 있었다.
별안간 사내의 눈가에 물기가 차올랐다. 그는 완치된 부족민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은인이다. 무기를 내려라.”
****
“뺘이이이···.”
“고생했어. 니가 사람보다 낫다.”
치료를 마친 시타가 로난의 어깨 위에 착지했다. 한번에 많은 인원을 감당해서 그런지 상당히 지쳐 보였다. 로난은 헥헥대고 있는 시타의 입안에 미리 챙겨온 포션을 두 방울 떨어뜨렸다.
“바렌 특제야. 먹고 힘 좀 내봐.”
“뺘우웅!”
단번에 기력을 차린 시타가 다시 날아올랐다. 하여튼 효과 하나는 끝내주는 포션이었다. 로난은 고개를 돌려 부산스러워진 실내를 훑어보았다.
“전부 나았다. 이제 안 아프다.”
“이거 봐라 성난 돌풍, 다리가 움직인다!”
“무리하지 마라. 또 다친다.”
상처가 나은 원주민들이 기뻐하고 있었다. 어쩐지 뿌듯하면서도 씁쓸한 광경이었다. 한명 한명 씩을 살핀 사내가 로난에게 돌아왔다.
“다 나은 거 확인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됐어. 넌 이름이 뭐냐?”
“성난 돌풍. 꿈꾸는 천둥의 형이다. 내 동생을 구해준 것도 정말 고맙다.”
“어쩐지 둘이 닮은 것 같더니 형제였구만. 로난이다. ”
로난이 악수를 건넸다. 성난 돌풍이 손을 맞잡았다. 팔을 위아래로 흔들던 로난이 헛웃음을 쳤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
그 다인하르의 원주민들에게 은인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담배를 꺼내문 로난이 입을 열었다.
“생존자는 이게 전부냐?”
“내가 아는 바로는 그렇다. 뿔뿔이 흩어졌으니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아마 없을 거다.”
성난 돌풍이 입술을 비틀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쇠붙이를 가리켰다.
“이상한 옷 입은 놈이 저거 쏘는 괴물들을 끌고 다녔다. 그놈이랑 괴물들이 다 죽였다. 다른 남자는 아무것도 안 했다.”
“괴물?”
“그래. 검은 돌 삼킬수록 강해졌다.”
돌풍은 사흘 전의 일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천둥의 말마따나 네뷸라 클라지에의 신도 두 명이 다인하르로 밀고 들어왔다. 학살을 자행한 것은 그들 중 한 명뿐이었다.
생전 본 적 없는 괴물 세 마리가 그를 따르며 쇠붙이를 사방에 갈겨 댔다. 다인하르의 모든 전사가 항전에 나섰지만, 어떤 공격도 막아내는 방어막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방어막은 별의 가호겠고···괴물이라. 이번에도 몬스터를 다루는 건가.’
사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괴물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별의 가호를 사용한다는 건 최소한 지부장급의 실력자라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내 또한 마음에 걸렸다. 혀를 찬 로난이 연기를 내뱉었다.
“알려줘서 고맙다. 그럼 그 개자식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
“그건 왜 물어보나. 설마 그놈들 잡으려고 하는 건가?”
“엉. 애초에 그래서 온 건데.”
“안 된다!”
별안간 성난 돌풍이 소리를 질렀다. 화들짝 놀란 천둥이 그를 가로막았다.
“형님. 진정해라.”
“위험하다. 그놈들 이길 수 있는 상대 아니다. 은인들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
“아니다 형님. 이 사람들 전부 강하다. 거의 족장님 수준의 전사들이다.”
“꿈꾸는 천둥···!”
“아니, 더 강하다. 저 파란 머리는 칼만 휘둘러도 폭풍이 일어난다. 로난은 더 그보다 두 배는 강하다고 했다.”
천둥은 필사적으로 돌풍을 설득했다. 다 죽어가던 놈들이 남의 생사를 걱정하는 꼴이 우스웠다. 로난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 미안한데 니들이 뭐라 해도 찾으러 갈 거야.”
“···너.”
“괜히 힘 빼기 싫으니까 얼른 알려주기나 해. 진짜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라?”
로난은 원주민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욱한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일 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가만히 침음을 흘리던 돌풍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안다.”
“오.”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천둥 또한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그를 올려보았다. 로난이 눈썹을 으쓱이며 물었다.
“거 진작 말하지. 위치만 알려 줘.”
“그럴 수 없다. 무조건 나랑 같이 가야 한다. 외부인은 거기까지 다다를 수 없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놈들 심장이 있는 쪽으로 들어갔다.”
한순간 천둥의 얼굴이 굳었다. 원주민들이 격하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힌 천둥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님. 그게 사실인가?”
“은인 속이지 않는다. 분명히 봤다.”
“그럴 수가. 거기를 왜···.”
반응이 심상치가 않았다.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장이 뭐길래 그래?”
“···성지다. 대대로 지켜올 것을 맹세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성지?”
“그래. 모든 검은 돌 거기서 나왔다.”
로난의 눈이 커졌다. 이건 전생에서도 들은 적 없는 이야기였다. 두리번거리던 돌풍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단검을 집어들었다.
“가자. 내가 직접 안내하겠다.”
****
“조심해라. 떨어지면 끝이다.”
“무슨 바위산 안에 이딴 길이 있냐···.”
로난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어째서 돌풍이 외부인은 갈 수 없다고 단언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안내를 받지 않았다면 애초에 길이라고도 생각지 않았을 지형이었다.
그는 개구리처럼 벽에 바짝 붙은 채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겨우 발 한 쪽만 디딜 수 있는 샛길 옆으로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드리워 있었다. 발에 채여 떨어진 돌멩이는 몇 분이 지나서야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퍼뜨렸다.
“심장으로 가는 길은 다 이렇다. 어디서나 갈 수 있지만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난 돌풍이 말했다. 그 또한 다른 이들과 같은 자세로 좁은 길을 통과하고 있었다.
로난과 슐리펜은 돌풍을 따라 ‘심장’이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원주민들을 지키는 임무는 시타에게 맡겨 둔 채였다. 마찬가지로 개구리 자세를 유지하던 슐리펜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수치스럽군.”
“그래도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참아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좁은 길은 금방 벗어날 수 있었지만 더더욱 지랄 맞은 지형이 그들을 맞이했다. 징검다리 아래 고여 있는 액체가 끓어오르는 것을 본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염병, 이거 설마 용암이냐?”
“아니다. 빨간 물이다. 닿으면 뜨거우니 조심해라.”
“용암이잖아. 시발.”
그나마 걸을 만한 길이 나온 것은 두 시간 가량이 지난 뒤였다. 거대한 통로는 말 서른 마리가 경주를 해도 괜찮을 만큼 넓었다. 묵묵히 그들을 안내하던 돌풍이 입을 열었다.
“···고맙다.”
“뭐?”
“봤으면서도 외면한거 계속 마음에 걸렸다. 너희가 사람들 구하고 지켜준 덕에 심장 갈 수 있게 되었다. 외부인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됐어 인마. 심장인지 뭔지 하는 곳에 도착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 약속한 거 기억나지?”
“알았다. 약속 지킨다.”
돌풍이 주억거렸다. 네뷸라 클라지에를 잡아 족쳐줄 테니 절대로 끼어들지 말라는 게 로난의 요구 사항이었다. 헛짓거리를 벌일 것 같은 천둥은 아예 밧줄에 묶어 놓고 온 채였다.
머지않아 통로가 끝나며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로난과 슐리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도착했다. 여기가 심장이다.”
거의 새로운 그란 카파도키아에 버금가는 넓이였다. 그곳처럼 멋진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 외의 요소가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있었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를 조명이 공간 전체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벽면과 바닥. 천장은 모두 새하얀 금속으로 뒤덮여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건축 양식이었는데, 어째 중간 평가 당시 봤던 이상한 건물의 외벽과 질감이 비슷해 보였다.
“기둥···?”
주변을 둘러보던 로난의 시선이 거대한 열주에 닿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육각 기둥 수십 개가 공간의 끝까지 세워져 있었다. 천장까지 닿아 있는 기둥들의 둘레는 필레온의 첨탑에 비견될 정도로 굵었다.
“이런 건 꿈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로난이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도저히 현실이라 느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비현실의 중심에는 모든 다인하르 마석의 어머니라는 검은 수정이 둥둥 떠 있었다.
어지간한 농가보다 거대한 수정은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져 보일 정도의 마나를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 앞에서 웬 사내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로난이 황급히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
“정지.”
일행이 멈춰섰다. 로난이 가만히 사내를 응시했다. 처진 어깨 위로 반짝이는 마나가 불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쳐들어 왔다는 네뷸라 클라지에 중 한 명이 분명했다.
‘왜 한 명뿐이지? 그나저나 무슨 힘이···.’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여지껏 보아온 어떤 신도보다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브리기아나 와이번에 타 있던 늙은이도 아득히 웃도는 수준이었다.
로난이 칼자루에 손을 얹으려는 차였다. 뒷짐을 지고 있던 사내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어서 와라.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