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28)
128. 비명을 찾아서(5)
#128
‘이건···!’
로난의 눈이 커졌다. 구원자의 검법은 나비로제 류와 매우 닮아 있었다. 남부의 대밀림에서 마주쳤던 떠돌이가 가르쳐 줬다는.
다만 수준 면에서 아득한 차이가 났다. 그 짧은 참격만으로 알 수 있었다. 나비로제 류는 로난이 지금껏 보아온 검술 중 가장 괜찮은 편에 속했지만, 구원자의 검에 비하면 조잡한 아류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존재하지도 않는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따라 할 수 있을까?’
한 번 보고 베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은 처음이었다. 로난이 검로가 그려낸 미로 속에서 헤매던 와중이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토막 난 뿔을 챙겨 놓아라. 귀중한 소재니까.”
“알겠습니다.”
대화가 끝났음에도 사내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던 사내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제가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랬겠지.”
“알고 계셨으면서 말리신 겁니까?”
“나바르도제 님은 죽일 수 없었을 테니까.”
정곡을 찔린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만약 일족의 죽음에 분노한 나바르도제가 직접 오기라도 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한 줌의 재가 되었을 터였다. 침묵하던 사내의 입이 다시금 벌어졌다.
“···구원자님이라면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그쯤 해라.】
불현듯 구원자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위엄 서린 목소리였다. 한순간 뿜어져 나온 위압감에 사내가 어깨를 움츠렸다.
“···죄송합니다. 주제 넘는 소리를 했군요.”
“괜찮다. 가서 쉬도록.”
구원자의 목소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허리를 숙여 인사한 사내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구원자가 알리브리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알리브리헤. 엘시아랑 ■■과 함께 몇 개월만 인근의 공사를 감독해 주시겠소?”
“뭐야, 어딜 다녀오려는 건가?”
“아무래도 나바르도제 님을 찾아뵈어야 할 것 같소. 아픈 손가락이라고 해도 그녀의 일족을 건드린 건 사실이니.”
“하하, 처세가 훌륭하군. 별 신경 안 쓰실 것 같기는 하지만 그 편이 안전하기는 하지.”
알리브리헤가 껄껄 웃었다. 그는 드래곤의 법도를 존중하려 하는 구원자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알리브리헤는 자신의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단언했다.
“맡겨만 둬. 참, 중부의 카이낙스를 지날 때는 조심하는 게 좋아.”
“왜 그렇소?”
“얼마 전에 새파랗게 어린 놈 하나가 레어를 틀었거든. 비옥한 땅이라 인간들이 사사건건 찾아올 거라 해도 도통 말을 안 들어.”
알리브리헤가 투덜거렸다. 그의 미묘한 표정을 읽은 구원자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싫지는 않은 모양인가 보군.”
“하하, 들켰나? 혈기가 왕성한 게 소싯적의 나를 연상케 하더군. 같은 블랙 드래곤이기도 하고.”
“인사나 해둬야겠군. 이름이 뭐요?”
“오르세. 날개가 네 장이라 한눈에 알아볼 거야.”
오르세라는 이름을 들은 로난이 헛웃음을 쳤다. 다시금 그가 겪고 있는 과거의 까마득함이 체감되었다.
‘가관이군. 어린이 마룡이라.’
초대 황제와의 결전에서 패배한 오르세가 서녘으로 떠난 사건은 역사보다는 신화나 동화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구원자가 발걸음을 돌렸다.
“그럼, 다녀오겠소.”
엘시아를 비롯한 측근들이 그를 배웅했다. 그가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팟! 별안간 로난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제기랄, 뭐야?’
장님이라도 된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로난이 막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는 차였다.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며 마을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구원자의 시야가 아니었다. 영상은 시점을 이리저리 바꾸며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을 비춰 주었다. 꼭 나비로제의 중간 평가 당시 촬영한 중계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뭘 보여주려는 거지?’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상 속에서의 시간은 어마무시한 속도로 흘러갔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엘시아의 말마따나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정령들이 끌어 온 강물이 마을을 굽이치며 흐르기 시작했다. 점차 세를 불려가던 마을은 어느덧 도시라 부를 만한 거대한 공동체가 되었다.
족장은 촌장이 되고, 촌장은 영주가 되었다. 드래곤을 쫓아낸 날에 심었던 씨앗은 거목이 되어 그늘을 드리웠다.
벽돌로 지어진 도시의 성벽 위로 칠각성이 그려진 깃발이 나부낄 무렵이었다. 구원자와 그 일당은 조용히 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연기처럼 사라지겠다는 그들의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에 탈출했음에도 뒤따라온 사람들을 보며, 구원자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들이 믿고 따를 만한 위인이 아니오.”
“구원자여. 이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 중 당신의 기적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대들이 이룩해 낸 기적이오. 선조들께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잠을 마저 청하러 가시오.”
“같은 별을 바라볼 수 없다면, 당신의 등이라도 바라보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구원자의 만류에도 사람들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구원자는 알아서 하라는 말만 남긴 채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로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세가 불어났군.’
그들은 한참이나 대륙을 떠돌다가 머나먼 북부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작은 부락을 이루고 살아가던 원주민들이 당황하며 외쳤다.
“너, 너희는 누구냐!”
“척박하지만 강인한 땅이군. 그대들을 도우러 왔소.”
구원자가 말했다. 일찍이 보아 왔던 일이 반복되었다. 불가에 천막을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던 촌락은 수 년 만에 훌륭한 성채로 탈바꿈되기에 이르렀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자 그들은 곧 북부를 떴다. 그 무렵에 스스로를 신자라 칭하는 이들은 몇 배로 늘어나 있었다.
구원자는 계속해서 공동체를 번창시키고 떠나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와 나란히 걷던 알리브리헤가 입을 열었다.
“우리 말이지, 아무래도 조직의 이름을 정해야 할 것 같아.”
그들은 다시 번창시킬 곳을 찾아 대륙을 떠돌고 있었다. 아득하게 뻗은 서부의 대초원 위로 파란 하늘이 드리워 있었다. 구원자가 눈썹을 으쓱였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소?”
“뭐, 다들 원하더라고. 소속감도 생기고 좋잖아?”
“세간에서는 이미 성운 교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소만.”
“그건 멋이 안 나잖아. 게다가 우리를 이단 취급하는 놈들이 지어준 이름이고.”
알리브리헤가 눈살을 찌푸렸다. 옆에서 걷던 엘시아와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도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도 알리브리헤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렇습니다. 교단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아무래도 경계심을 품기 마련이죠.”
턱을 매만지던 구원자가 뒤를 돌아봤다. 그를 뒤따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상을 뛰어넘는 머릿수에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썅, 이게 도대체 몇 명이야.’
적어도 수천 명은 되어 보였다. 나이와 성별, 종족의 구분 없이 모여든 사람들은 구원자의 옷차림을 모방하여 하나같이 새하얀 로브를 입고 있었다. 대초원을 가로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꼭 목동을 뒤따르는 양떼처럼 보였다.
“이름이라···.”
구원자가 침음을 흘렸다. 하늘을 바라보며 걷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뷸라 클라지에.”
“호오, 무슨 뜻이지?”
“성운 교단. 세간에서 우리를 부르는 이름을 옛 언어로 발음한 것이오.”
“뭐야, 결국은 똑같잖아.”
알리브리헤가 픽 웃었다. 잠시 멈춰선 구원자가 자신의 바로 뒤를 따르던 아이를 목말 태웠다. 티 없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하하!”
“뜻만 잃지 않는다면 이름 따위야 어떻소.”
하늘은 맑고 바람은 상쾌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뭉그러지는 풀의 감촉이 썩 괜찮았다. 가만히 지평선을 응시하던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믿소. 설령 자멸하는 것이 본능인 어리석은 종족이라 할지라도···.”
뜻 모를 읊조림을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시야가 암전되었다. 한순간 눈앞이 어두워지나 싶더니 다시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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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로난은 눈을 떴다. 시뻘건 하늘이 이마 위로 펼쳐져 있었다. 타닥. 탁. 어디선가 덜 마른 장작이 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불현듯 매캐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로난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웅! 사납게 불어닥친 열풍이 앞머리를 젖혔다. 오감이 돌아온 것을 알아차린 로난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건···.”
몸 또한 돌아와 있었다. 눈높이가 익숙한 걸 보아하니 구원자가 아닌 로난 본인의 몸이었다.
라만차와 이미르. 두 자루의 애검도 양쪽 허리춤에 온전하게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기뻐할 겨를은 없었다. 지옥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시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가 서 있는 곳은 어느 절벽 위였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아서 주위의 참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도시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처참하게 파괴된 성벽 안쪽에서 생존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꾸물럭거리는 불길은 시체와 잔해를 집어삼키며 그 세를 더해가고 있었다. 용오름처럼 치솟은 연기가 별과 달을 가리고 있었다.
도시를 굽이치는 강은 붉게 물든 채 끓어오르고 있었다. 열기와 흩날리는 불씨 탓에 눈을 뜨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망하군. 잠시 자리를 비운 새에 이렇게 될 줄이야.”
고개를 돌리자 익히 봐 왔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구원자와 그의 측근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를 내려보고 있었다.
‘젠장!’
로난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숙였다. 구원자의 얼굴은 일렁이는 그림자로 변해 있었다. 멍하니 참상을 지켜보던 알리브리헤가 입을 열었다.
“또 전쟁인가?”
“네.”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주억거렸다. 그의 말마따나 저 멀리서는 아직도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죽고 죽이며 토해내는 함성이 바람결에 뒤섞여 있었다.
“이걸로 몇 번째지? 멸망을 지켜본 게.”
“나라 단위로만 백 번은 족히 넘을 겁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건국에 이바지한 나라는?”
“칠 할이 넘지요.”
퉤. 알리브리헤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말없이 참상을 지켜보던 엘시아가 입술을 짓씹었다.
주변의 지형을 둘러보던 로난은 이곳이 그가 처음으로 찾아왔던 마을임을 눈치챘다. 구원자의 몸으로 빙의해서 드래곤을 무찔렀던. 침묵을 유지하던 구원자가 드디어 입을 뗐다.
“가자.”
“가다니,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남아 있는 사람들을 구해야지.”
“도시의 사람들은 다 죽었습니다.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침략한 이들 중에는 생존자가 존재한다. 다친 이들을 버리고 가더군.”
알리브리헤와 엘시아의 얼굴이 굳었다. 가까스로 심호흡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신도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조속히 성지로 복귀하셔서 사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필멸의 목숨에 우열 따위는 없다. 따라와라.”
구원자가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따라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뒤편에서 노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절하겠습니다.”
구원자가 고개를 돌렸다. 말을 한 것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였다. 그는 쥐어짜 내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더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저들의 어디에서 지켜야 할 가치를 찾아볼 수 있습니까. 수천 년 동안 구원자님을 따라다니며 뜻을 헤아리려 했지만, 이제는 한계입니다.”
“한계라.”
“그렇습니다. 이런 건 구원이 아닙니다.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행동이지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 봐도 필멸자들은 스스로의 몸을 수렁에 밀어 넣을 뿐입니다.”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말을 이었다. 그는 로난이 보지 못한 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줄줄히 읊기 시작했다. 흔해빠진 인간사의 나열이었다. 서로를 죽이고, 사소한 이유로 전쟁을 벌이고, 제멋대로 멸망하는···.
다만 격정 어린 말투에서는 깊은 증오가 묻어나 있었다. 게워내듯 말을 쏟아낸 사내가 구원자를 노려보았다.
“네뷸라 클라지에는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적어도 이건 올바른 구원의 방식이 아닙니다.”
“그대들도 같은 생각인가?”
구원자는 알리브리헤와 엘시아를 돌아보았다. 머뭇거리던 두 사람이 시선을 피했다. 그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가.”
“구원자님···.”
세 사람 사이에서는 미리 이야기가 오간 듯했다. 가만히 세 사람을 바라보던 구원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이별이군.”
“···정말 이대로 가시는 겁니까?”
“그래. 더는 말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그대들 나름대로의 답을 찾기를 기원하지.”
구원자는 주저없이 절벽 가장자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같이 해온 동료들과의 이별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허무했다.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처절하게 외쳤다.
“구원자여!”
“별의 가호가 그대들과 함께하기를.”
하지만 구원자는 걸음을 멈추기는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때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의 형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본능적인 섬뜩함을 느낀 로난이 뭐라 외치려는 찰나였다.
“잠깐···!”
푹! 늪에 돌을 떨어뜨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시간이 멈춘 듯한 적막이 절벽 위에 내려앉았다. 구원자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새하얀 칼날이 배를 뚫고 빠져나와 있었다.
“커헉.”
“알겠습니다. 제가 답을 찾겠습니다.”
사라졌던 사내가 구원자의 뒤에 나타났다. 칼끝이 찢고 나온 자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구원자의 귀에 얼굴을 가져다댄 그가 무미건조하게 속삭였다.
“그러니, 힘은 두고 가시지요.”
“■■···.”
구원자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무래도 평범한 검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는 한쪽 팔로는 구원자의 목을 누르며 검이 빠져나오지 않게 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기운이 검신을 타고 흡수되고 있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씨발···!”
여기서부터는 본능에 의거한 행동이었다. 로난이 땅을 박차며 달려나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이 개새끼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뭐?”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두 개의 칼날은 이미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황급히 검을 뽑아낸 그가 팔을 들어 올렸다. 카아앙! 사나운 금속음이 절벽 위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