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92)
195. 북부로(1)
#195
“인사해라. 내 아내다.”
“···아내요?”
로난의 눈이 커졌다. 숨어 있던 여인이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구릿빛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뒤늦게 여인에게서 느껴지던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고는 헛숨을 들이켰다.
“맙소사.”
다름이 아니라 실제로 본 적이 있던 것이다. 어두침침한 자로딘의 연구실의 유리관 안에 잠들어 있던 그 여인이었다. 자로딘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살려 내고자 했던 그의 아내.
이름이 수냐였던가. 로난이 기겁하며 물었다.
“이런 젠장, 이제 완전히 살아나신 거예요?”
“그래. 아직 기억과 정신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말이지. 기본적으로 사람을 무서워해서 아무도 없는 새벽에만 잠깐씩 산책을 하고 있다.”
자로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 나올 정도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눈을 떴다고까지는 들었는데 2년 동안 이런 성취가 있었을 줄이야.
“그나저나···많이 변했군 로난. 몰라볼 정도야.”
“키가 조금 자라기는 했죠.”
“아니, 내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본인의 코어가 생기다니.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 수년은 더 걸리리라 추측했거늘.”
자로딘이 미간을 좁혔다. 로난은 문득 그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팍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이 사람이 마나 분야의 압도적인 일인자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특히 심장 부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군. 이제는 일반 학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마나를 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나?”
“그렇죠.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요.”
“경이로운 속도군···조만간 새로운 마나 연공법을 고안해서 가르쳐 줄 테니 알아두고 있어라.”
여전히 냉철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잘 지냈냐는 안부 따위는 대충 넘기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마법사다웠다.
하긴 저런 집념이 있었기에 누구도 이룩해내지 못한 부활이라는 업적을 세운 거겠지. 계속해서 로난을 살피던 자로딘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런데···왜 나바르도제 님의 기운이 네게서 느껴지는 거지? 기분 탓인가.”
한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잠시 심장에 태초의 불씨가 이식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딱히 사실대로 말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의 탐구욕으로 미루어 보아 앞날이 매우매우 귀찮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로난이 시선을 피한 채 입을 열었다.
“어···그럴걸요? 조금 전까지 같이 있다가 오기는 했어요.”
“그건 나도 들었다. 하긴 그럴 리가 없지. 인간의 몸속에 태초의 불씨라니.”
로난이 굵직한 침을 삼켰다. 역시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자로딘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저주가 모두 풀리면 어떻게 될 지 상상도 가지 않는군.”
로난은 모르고 있었지만 자로딘은 감탄을 넘어서 약간의 공포마저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로난은 전체 잠재력의 4할 정도를 가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나서 인사를 한 것이 처음이지 활약상은 익히 들어왔는데, 그 모든 것이 고작 4할의 힘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제국에 두 번째 샛별이 떠오른 건가.’
자로딘이 침음을 흘리던 차였다. 저주라는 말을 들은 로난이 갑자기 손가락을 튕겼다.
“맞아. 세크리트 교수님은 도대체 어디 간 거예요?”
“음?”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 2년의 해주를 끝마치고 나와서 가장 먼저 대화를 한 사람인데 지금까지 얼굴을 보지 못했다.
세파라치오가 먼지로 뒤덮여 있는 걸로 봐서는 자리를 비운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듯했는데, 워낙에 많은 일이 있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있던 차였다. 자로딘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분이라면 나도 연락을 듣지 못한 지 제법 되었다. 워낙에 변화무쌍한 분이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오래 걸리는 것 같군.”
“어디에 갔는지는 알아요?”
“북부다. 제도에서 겨울을 몰아낼 방법을 찾는다면서 떠났었지.”
이번에도 북부였다. 엘시아의 경우도 그렇고 사람을 홀리는 무언가 북녘의 땅에 잠들어 있기라도 한 걸까.
“고마워요.”
“별일 없을 거다. 굉장히 강력한 마법사니까.”
자로딘이 말했다. 어차피 무슨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었기에 로난은 그저 감사하다는 말만 전달했다. 운이 좋으면 북부에서 마주치겠지 뭐.
본론을 마친 두 사람이 마침내 근황 이야기로 돌아가려던 차였다. 수냐가 자로딘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겼다.
“자로딘.”
“음? 왜 그러시오. 부인.”
자로딘이 몸을 돌렸다. 목소리 톤이 확 다정해지는 것이 오싹했다. 수냐는 소매를 잡은 채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로난이 눈썹을 으쓱였다.
“뭐야, 내가 잘못 들은 거예요? 방금 분명 이름을 부른 것 같은데.”
“수냐가 말할 수 있는 두 개의 단어 중 하나다. 가만히 보면 나만큼은 기억하는 것 같아.”
“나머지 하나는 뭔데요?”
“그건···”
자로딘이 뭐라 대답하던 순간이었다. 가만히 그를 올려보던 수냐의 미간이 확 일그러졌다. 소매를 놓은 그녀가 자로딘의 명치에 정권을 날리며 외쳤다.
“나빠!”
“커어억!”
퍽! 수냐의 주먹이 자로딘의 복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웨어 자벌레 따위는 감당할 수 없는, 로난도 감탄할 정도로 정확한 타격이었다. 짧게 신음한 자로딘이 양손으로 배를 움켜쥐며 고꾸라졌다.
“끄윽···끄으으···.”
“나빠!”
하지만 수냐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자로딘을 발로 차서 넘어뜨린 그녀는 아예 그의 가슴 위에 올라 타서 본격적인 구타를 시작했다. 주먹이 부지깽이 같은 몸뚱이를 두들길 때마다 자로딘의 입에서 단말마 같은 신음이 새나왔다.
“크욱! 끄어억!”
주먹이 꽂히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한 방 한 방에 체중이 실려 있는 것이 전문적으로 격투술을 배운 사람인 듯했다. 그러고 보니 원래는 자로딘의 전위를 맡았다고 했던가. 로난은 황급히 그녀의 양 팔을 뒤에서 잡아 제지했다.
“썅,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빠! 자로딘, 나빠!”
수냐는 덫에 걸린 표범처럼 바동거렸다. 체구에 비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강했지만 로난의 속박을 벗어나는 것은 무리였다. 걸레짝이 된 자로딘이 입을 열었다.
“놓아 줘라···크흐, 이건 내 업보니까···.”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그딴 소리가 나와요? 똥을 지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겠어요?”
“내가···아내에게 했던 짓을···기억하고 있지 않나···우우웁!”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낸 자로딘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한순간 그와 연구실에서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하.”
로난은 자로딘이 저질렀던 악행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내를 맞이해 놓고 원주민이라 쪽팔리다는 이유만으로 없는 사람처럼 대했었다.
‘아내가 확실하군.’
가만 생각해 보니 조금 더 맞아도 될 것 같았다. 로난이 팔에서 힘을 푸는 순간 야생 원숭이처럼 도약한 수냐가 자로딘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아악!”
“으윽···!”
자로딘이 이를 악물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대지 마법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지만 그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내를 상처입히는 것은 한 번으로 족했다.
그럼에도 얻어맞는 것은 고통스러웠기에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날아오던 주먹의 방향으로 미루어 보건데 이번에는 오른쪽 늑골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위장을 헤집는 충격은 발생하지 않았다. 자로딘이 눈을 살짝 떴다. 다시 천사처럼 평온한 얼굴로 돌아온 아내가 자신의 소매를 가볍게 쥐고 있었다.
“···부인?”
“자로딘. 배고파.”
수냐가 말했다. 자로딘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그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기존에 뱉던 것과는 다른 단어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로난도 당황을 금치 못했다.
“바, 방금 배고프다고 한 거 아니에요?”
“···그래. 세 번째 단어다.”
자로딘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수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름대로 역사적인 순간인 듯했다. 소매로 눈가를 문질러 닦은 그가 로난을 보며 말했다.
“아무튼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군 로난. 종종 보자.”
“어···그래요.”
로난은 벙찐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자로딘이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갑시다. 부인.”
“나빠!”
그러자 수냐가 다시 자로딘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아무래도 아직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듯 했다. 굉장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자로딘은 이를 악물고 넘어지는 것을 버텼다. 심호흡한 그가 입을 열었다.
“맞소···나는 나쁘지. 후우, 그대에게 정말···못할 짓을 저질렀소.”
“자로딘?”
“그러니까···흐읍,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나는 더 이상 그대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않을 거요···.”
자로딘이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수냐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큼직한 눈망울만 깜빡이고 있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자로딘은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화가 풀렸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수냐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거 참.”
로난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광장을 벗어나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 냉철한 자로딘을 저런 두부 같은 남자로 만들어 버리는 걸 보면 사랑이 참 무섭기는 했다. 로난이 기숙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이 망하면 안 될 이유가 늘어났군. 귀찮게 됐어.’
고개를 들자 파종하듯 빛을 뿌리고 있는 별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자그마한 새벽달이 첨탑에 걸려 반짝이고 있었다.
드리무어 요새에서 본 것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제법 봐줄 만 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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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왜 그러나 로난 군. 부디 이 늙은이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게나.”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왜 자꾸 그러세요.”
드리무어에서 돌아온 뒤로부터 일 주일이 지났다. 더없이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나바르도제와 무슨 일이 있었냐며 크라티르와 황제가 집요하게 캐묻기는 했지만 로난은 끝끝내 한결같은 답변을 고수했다.
“불의 어머니께서 인간을 따로 데려갔는데 그럴 리가 있나. 이렇게 부탁할 테니 제발···!”
“거 참, 황제 폐하한테도 똑같이 말했다니까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로난은 팔 일의 설득 끝에야 크라티르를 떨쳐낼 수 있었다. 확실히 마법사라 그런지 사흘만에 포기한 황제에 비하면 구질구질한 면이 있었다. 물론 두 사람 모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지만.
‘아직 인류가 받아들이기에는 이른 정보야.’
보고서를 읽던 로난이 입매를 뒤틀었다. 열람을 마치면 자동으로 소각되는 마법이 걸려 있는 종이에는 근 닷새간 네뷸라 클라지에의 지부 세 개가 토벌되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 세 지부 중 두 개는 자이파가 이끄는 부대가 해치운 것이었다.
‘아직 나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노친네가 기운도 좋군.’
교단을 말려 죽이겠다는 로난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병상을 박차고 일어난 자이파는 말 그대로 네뷸라 클라지에를 갈아 마시고 있었다.
로난이 여명의 권한으로 지시를 넣은 제국군 부대 또한 제법 괜찮은 실적을 보이고 있었다. 네메아 소령과 러셀에게서 받은 정보를 취합하여 추려낸 위치 정보는 상당히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어차피 큰 지부는 내가 직접 가야 하는데. 무리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다만 섣부르게 거대 지부를 건드렸다가 좆되는 게 아닌가 걱정은 되었다. 그가 중소 규모의 지부만 처리하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만약 어중간하게 몰려갔다가 다르만 같은 놈이 나타난다면 또다시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가 날 터였다.
‘그래도 잘 해주고 있으니 뭐.’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지금은 딱히 대안이 없었다. 사람과 운을 믿는 것을 제외하고는. 더군다나 그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따로 있었다.
‘한 달? 아니, 두 달 정도가 걸리려나. 감이 안 잡히는군.’
로난은 드리무어에서 돌아온 날 즉시 북부로 떠날 계획을 세우는 데 착수했다. 다인하르에 갈 때 못지않게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최종 목적지인 유령의 바다는 물론이거니와 그 전에 도달하게 되는 헤이란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극한지였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곧 여름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은 북부의 설원도 한결 누그러지며 푸른 속살을 드러내는 시기.
여정을 떠난다면 이때밖에 없었다. 서류를 정리하던 아데샨이 로난을 보며 웃었다.
“오랜만에 보니까 참 좋다. 나도 일이 바빠서 시간을 못 내고 있었거든.”
“그러게요.”
그녀는 오직 학생회장만이 앉을 수 있는 백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한 번 주억거린 로난이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찻잔을 단번에 들이켰다.
뭘로 끓였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다시 봐도 생소한 학생회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문만 들었지 직접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언제 봐도 참 돈이 많은 시설이야.’
다른 아카데미가 다 이런지는 모르겠는데, 세상 으리으리한 것이 국회가 열리는 장소라고 해도 믿어질 것 같았다. 방과 후의 시간대라 그런지 남아 있는 사람은 그와 아데샨 뿐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아아···별 건 아니고 전달해 줄 사항이 몇 개 있어서. 네가 지금까지 한 일이 워낙에 대단했었잖아? 각지에서 연락이 오더라고.”
아데샨이 자랑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그는 두 자릿수의 귀족가와 기사단, 세 자릿수의 상공업체에서 로난을 만나 보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로난은 방과 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로 불려왔다. 마침 아데샨에게 용건이 있었기에 그는 별 군소리 없이 차만 홀짝였다.
“아하. 다 됐다.”
마침내 서류를 전부 정리한 아데샨이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의자를 끄는데 소리가 안 나는지가 의문이었다. 생김새도 품행 거지도 단아한 것이 학생회장이라는 직위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럼 하나씩 설명해 줄게. 먼저 몬드리안 남작가는 졸업하고 오면 바로 정식 기사로 채용하겠다고 제안했어. 여름 방학 때 견학만 해도 수고비로 이 정도를 주겠다고 하니 참고해. 그런데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여기뿐만이 아니라···”
로난과 마주 보고 앉은 아데샨은 그에게 들어온 제안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은 그가 졸업한 뒤를 노리고 있었지만, 그냥 여름방학에 한 번만 들러 달라는 요청도 제법 있었다.
“우아, 굉장하다. 이만큼이나 내겠다고?”
만찬 자리를 빛내 달라거나 아들의 검술을 봐 달라거나 하는 식이었는데, 일반인은 상상도 하지 못할 보수를 내겠다 말하고 있었다. 정말로 며칠 정도는 시간을 할애해서 부업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아데샨이 다소 부러움이 묻어나는 투로 말했다.
“잘 됐다 로난. 이제 앞날은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모두가 너를 원하고 있어.”
“글쎄요···.”
로난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괜찮은 제안이었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그의 목적은 서류가 아니라, 서류를 들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가만히 아데샨을 바라보던 로난이 입을 열었다.
“선배.”
“응?”
“이런 건 됐으니까, 방학에 저랑 여행이나 가죠.”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