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209)
212. 북부의 왕(6)
#212
혜성처럼 쏘아진 찌르기가 바르카의 가슴을 꿰뚫었다. 제이거의 방에서 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검격이었다. 체내에 불을 지르는 듯한 격통에 바르카가 헛숨을 들이켰다.
“허억···!”
“뒈져 버려.”
로난은 칼날을 수직으로 비틀어 세운 뒤 그대로 들어 올렸다. 붉은 검신이 뼈와 내장을 가르며 빠르게 북상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리가 아래서부터 반으로 쪼개질 터였다. 초인적인 저력을 발휘한 바르카가 측면으로 몸을 날렸다.
“크아-악!”
촤악! 궤도가 틀어진 칼날이 그의 우측 옆구리를 찢으며 튀어나왔다. 이 속도에 반응하다니 역시 자이파의 동생이었다. 칼을 한 바퀴 돌려 잡은 로난이 혀를 찼다.
“끈질기기는.”
“내가,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터진 옆구리에서는 내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찌 즉사는 면했다지만 충분히 치명상일 텐데 참 대단한 근성이었다.
그때 바르카의 어깨 위로 피어오르던 반짝이는 마나가 한층 거세졌다.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규모가 거의 주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팔을 한 번 크게 휘둘러서 로난을 밀쳐낸 바르카가 노기 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
찰나 바르카의 체격이 거의 두 배로 부풀었다. 로난이 눈썹을 치켜떴다. 과거의 전장에서 아하유테가 사용했던 능력 중 하나였다.
‘저게 놈이 받은 권능인가.’
가슴과 옆구리의 상처 또한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팽창하던 로브가 찢어지며 흉터로 뒤덮인 상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자이파보다 근육질이 된 바르카가 발톱을 휘둘렀다.
“죽어라!”
아까보다 훨씬 강하고 예리한 공격이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별 상관은 없었다. 로난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달려들며 응수했다. 유려하게 방향을 튼 검신이 바르카의 왼팔을 훑듯이 지나갔다. 서걱! 깔끔하게 절단된 팔뚝이 갑판 위로 떨어졌다. 더운 피를 뒤집어쓴 로난이 무심하게 읊조렸다.
“아직 밑천이 남아 있으신가?”
“흐어억! 어, 어떻게···!”
경악한 바르카가 잘려나간 자신의 왼팔을 쳐다보았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놈, 정말 인간이 맞는 건가.
무언가 대책을 강구해야 했지만 작전을 세울 시간이 없었다. 스각! 곧바로 날아온 로난의 참격이 바르카의 목울대를 횡으로 가르며 지나갔다.
“커···억!”
바르카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다행히도 몸을 뒤로 뺀 덕에 참수는 면할 수 있었지만 목뼈의 절반 정도를 잘리고 말았다. 쏘아지듯 분출된 피가 바다를 적셨다.
‘이대로는 죽는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제야 바르카는 육탄전으로는 로난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를 결단한 그가 남아 있는 오른팔로 갑판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배가 반으로 쪼개지며 박살이 났다. 솟구친 물보라가 하늘을 가렸다.
“씨발, 뭐야!?”
“그르륵···!”
바르카는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균형을 잃은 로난이 넘어지려는 찰나였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흰돌고래 한 마리가 머리로 그의 등을 떠받쳤다. 덕분에 그는 물에 빠지지 않고 고래의 등 위로 옮겨 탈 수 있었다. 뒤쪽에서 아데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난! 괜찮아?!”
아데샨은 또 다른 돌고래를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돌고래를 정신 장악하여 행동이 잽싼 로난을 먼저 보내고 뒤늦게 따라온 것이었다.
그녀 역시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있었다. 확연히 창백해진 안색이 눈에 띄었다. 얼굴을 한 번 문질러 닦은 로난이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미친놈이 갑자기 배를 부숴서···.”
치명상을 입고 바닷물에 몸을 던지다니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수면을 뒤덮은 잔해 탓인지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현듯 주변을 둘러보던 아데샨이 경악성을 내뱉었다.
“저, 저기!”
“네?”
로난은 고개를 돌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20m쯤 떨어진 유빙 아래, 저 깊은 물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바르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절박하게 허우적거리는 그의 손에는 새하얀 두루마리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우웅! 머지않아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차원문의 모습에, 로난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하, 저 개새끼가.”
그제야 로난은 저 자식이 일부러 물에 빠진 것을 눈치챘다. 반사적으로 칼자루를 움켜쥔 로난이 정신을 집중했다. 라만차의 검신이 노을의 색으로 물들었다.
“이리 와라.”
파아아···! 상대를 끌어당기는 빛무리가 해저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바르카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를 대신해서 끌려온 살이 통통한 대구 한 마리가 로난의 눈앞에 나타났다.
“젠장, 이래서 물속으로 들어간 건가.”
공중에서 퍼덕거리던 대구가 물 속으로 돌아갔다.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물 때문에 빛이 굴절돼서 그런지 조준이 정확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한 번 오러를 발동하려는 차였다. 옆에 있던 아데샨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걸로는 안되겠어 로난, 가자!”
“네?”
로난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자신과 아데샨을 태우고 있던 돌고래들이 물 속으로 잠수했다. 갑자기 들어가는 탓에 물을 조금 먹고 말았다.
“푸거억···!”
얼굴이 뜯겨나갈 것처럼 차가웠다. 간발의 차로 지느러미를 붙든 덕에 튕겨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아데샨의 전음이 울려 퍼졌다.
[이쪽으로 건너와서 나를 잡아, 어서!]로난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계획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데샨의 돌고래로 옮겨탄 로난이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흰돌고래의 몸이 탄환처럼 쏘아졌다. 헤엄에 특화된 바다의 전령은 눈 깜짝할 새에 바르카와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혀 버렸다.
바르카의 몸은 이미 다리만 남긴 채 차원문 안쪽으로 사라져 있었다. 팔에 마나를 끌어모은 아데샨이 채찍을 휘둘렀다. 촤르륵! 몸을 완전히 펼친 강철의 뱀이 바르카의 왼쪽 발목을 휘감았다.
“우우웁!”
당황한 바르카가 다리를 버둥거렸다. 아데샨의 계획을 알아차린 로난이 채찍의 손잡이를 함께 잡아당겼다. 체격의 차이가 워낙 많이 났기에 두 사람이 바르카가 있는 쪽으로 끌려갔다.
[더 세게!]아데샨이 재차 외쳤다. 지느러미에서 손을 뗀 두 사람은 돌고래보다 빠른 속도로 물 속을 가로질렀다. 바르카의 모습이 차원문 속으로 사라졌다.
슈악! 아슬아슬하게 로난과 아데샨을 집어삼킨 차원문이 입을 닫았다. 위장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과 함께 로난의 눈앞이 새카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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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어억!”
시야가 밝아졌다. 호흡이 가능한 걸로 봐서 물 속은 아닌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로난이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바닥이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우웁···.”
입을 벌리자 머금고 있던 바닷물이 쏟아졌다. 바르카도 아데샨도 보이지 않았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데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선배.”
아무래도 공간을 건너뛰어 오면서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누워 있는 그녀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곧바로 달려간 로난이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흐으읍!”
입술과 입술이 수 차례 맞닿았지만 이상한 생각을 가질 틈은 없었다. 숨을 불어넣고 가슴을 압박하는 것을 열댓 번 정도 반복하던 와중이었다. 용수철처럼 상반신을 튀어 올린 그녀가 눈을 떴다.
“쿨럭! 하악···하아아···!”
“씨발···다행이다.”
로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으로 돌아누운 아데샨이 바닷물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천만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질문했다.
“로, 로난···우웁, 바르카는?”
죽었다 살아나자마자 저런 말을 하다니, 굉장한 집념이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아직도 채찍의 손잡이가 쥐어져 있었다. 의식을 잃은 와중에도 놓고 있지 않던 것이었다. 로난이 말했다.
“당장은 안 보이는데 분명 근처에 있어요. 잠깐, 그거···!”
“응?”
로난의 눈이 커졌다. 그의 시선은 아데샨이 들고 있는 채찍의 반대쪽 끄트머리에 머물러 있었다. 따라서 고개를 돌린 아데샨이 헛숨을 들이켰다. 끊어진 발목이 채찍에 휘감겨 있었다.
“바, 발목을 자르다니···!”
“진짜 지독한 새끼네 이거.”
로난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절단면이 지저분한 것을 보니 강제로 뜯어버린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공간을 이동하던 도중에 절단해서 우리와는 다른 곳에 떨어진 것 같았다. 두리번거리던 아데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여기는···.”
“네. 아무래도 생각보다 멀리 온 거 같아요.”
사방이 얼음이었다. 불규칙하게 갈라진 얼음 벌판은 꼭 거대한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케 했다. 여지껏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어둑한 하늘 아래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도저히 살아 있는 자의 목소리라 생각되지 않는 으스스한 귀곡성은 그들이 지금 있는 장소를 짐작케 했다. 아데샨을 부축해서 일으킨 로난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망령의 바다.”
“공간 이동이 실패한 걸까? 왜 이런 곳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혈계침은요?”
“아, 잠깐만.”
품을 뒤적이던 아데샨이 혈계침을 꺼내들었다. 바닷속에서 분실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바늘을 확인한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로, 로난. 지금 움직이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가까워.”
“뭐야, 정말요?”
“응. 혈계침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야.”
“하긴 팔다리가 하나씩 잘린 놈이 얼마나 멀리 갔겠냐만은···.”
핏자국이 없는 이유는 아마 상처가 바로 얼어붙어서일 터였다. 로난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과연 그녀의 말마따나 멀지 않은 곳에서 바르카의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서둘러 채비를 마친 두 사람이 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원체 강하게 불어서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로난을 힐끔 돌아본 아데샨이 속삭이듯 읊조렸다.
“그 아까···고마워.”
“엉? 뭐가요?”
로난이 질문했지만 아데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물을 먹고 사경을 헤맬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입술을 한 번 매만진 아데샨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앗, 저기 봐!”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아데샨이 전방으로 검지를 뻗었다. 범선 한 척이 얼음 바다 위에 누워 있었다. 뱃머리부터 후미까지의 길이가 100m는 될 법한 거대한 선박은 꼭 태고에 살아가던 고래의 주검처럼 보였다.
깃발이 뜯겨나가 있어서 소속은 확인할 수 없었다. 포문이 잔뜩 달린 걸로 보아 전함으로 사용되던 배 같았다. 혈계침의 바늘은 정확히 저 범선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머지않아 배 앞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 박력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선박을 찬찬히 훑던 아데샨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이 안에 있어.”
“좋아요. 빨리 끝내죠.”
혈계침의 바늘도 정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불현듯 로난이 칼자루를 잡아당겼다. 그는 더 이상 바르카의 헛수작에 걸려들 생각이 없었다.
“흡!”
힘을 끌어모은 로난이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급류처럼 쏟아져 나간 검기가 수직으로 세워진 갑판에 직격했다. 머지않아 포연이 날아가며 낡아빠진 선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괴, 굉장해···.”
“그러게요.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아데샨이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예상을 웃도는 위력에 로난 또한 헛웃음을 쳤다. 조금 전에 심장에 작열통을 느낀 이후로 전체적인 기술의 위력이 늘어나 있었다.
이게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힘인가. 두 사람은 동굴처럼 변한 선내를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해묵은 나무 특유의 냄새가 팽배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좌초된 배 같아.”
“이런 걸 또 어디서 찾았대.”
기울어진 선내는 텅 비어 있었다. 양옆의 단면으로는 허전한 공간과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대포들이 보였다.
“엉?”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로난이 제자리에 멈춰섰다. 뜯겨나간 바닥 아래로 드러난 얼음과, 거기에 나 있는 바닥문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바닥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 아래로는 웨어타이거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넓이의 계단이 얼음 바다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천 년은 묵은 듯한 선박과 달리 바닥문은 그다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배는 눈속임이고 이게 진짜 은신처로 향하는 입구 같았다.
바르카의 기운은 정확히 저 아래쪽에서 전해져 오고 있었다. 시선을 한 번 교환한 두 사람이 계단 아래로 향했다. 뚜벅뚜벅.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빛나는 검을 횃불 삼아 들고 있던 로난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함정이 아니겠죠.”
“응. 그때와는 느낌이 달라.”
아데샨이 확신에 찬 투로 대답했다. 하긴 로난이 느끼기에도 함정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애초에 바르카가 조금 전까지 여기에 있었다는 것이 여실하게 느껴졌다. 벽과 바닥 군데군데 묻어 있는 발톱 자국과 혈흔이 그를 방증하고 있었다.
계단은 머지않아 끝났다. 드넓은 복도가 두 사람의 앞에 펼쳐졌다.
좆같은 얼음굴과는 달리 석재로 된 포석이 제대로 깔려 있었다.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마감 처리가 된 벽면에는 빛을 내는 발광석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박혀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개새끼, 자기 집은 제대로 꾸며 놨구만.”
“···역겨운 냄새.”
아데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말마따나 정체된 공기 속에는 각종 악취가 묻어나 있었다. 시취와 독초, 각종 동물의 냄새까지. 흑마법과 강령술의 잔재인 걸까.
걸음을 옮길수록 냄새는 더욱 독해지고 있었다. 바르카의 기척을 따라 걷던 두 사람이 어느 방에 도달했다. 수상쩍은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공간에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집무실인가?”
웨어타이거의 체구에 비하면 그다지 넓지는 않은 공간이었다. 로난의 기숙사 두 배 정도 크기의 방에는 책상과 의자, 침대 같은 일상적인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바르카가 몸을 감출만 한 곳은 없어 보였다.
“여기에는 없죠?”
“응. 조금 더 가야해.”
로난의 질문에 아데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혈계침도 반대쪽 벽에 난 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던 로난의 시선이 책상 위에 닿았다. 웬 양피지들이 무더기로 놓여 있었다.
“···뭐지?”
단순히 넘기기에는 신경 쓰이는 점이 제법 있었다. 해진 테두리와 멀리서 봐도 개성 있는 필적이 특히나 그러했다.
지렁이가 춤을 추는 듯 호쾌한 필적은 분명히 그가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양피지 한 장을 집어든 로난이 미간을 좁혔다.
“이건···자이파의 글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