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227)
230. 바닷길, 용의 도시로(3)
#230
저 멀리 파샨티 군도의 밀림 위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솟구쳐 올랐다. 크기로 보나 기세로 보나 조금 전의 얼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좆됐음을 감지한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개시발.”
“무, 무, 무슨···!”
살기를 감지한 청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림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다만 섬뜩한 기척만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으음.”
불현듯 기척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슐리펜이 머리 위로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낮게 떠다니던 구름이 갈라지며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슬쩍 드러났던 시커먼 그림자가 다시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빗나갔군.”
슐리펜이 혀를 찼다. 나머지 두 사람도 요격을 위해 두리번거렸지만 더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지나친 건가 의문을 갖는 찰나였다. 갑판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히, 히이이익···!”
거센 날갯짓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짙어진 살기가 온몸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꼭 선인장 농장을 뒹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이렇게 됐군. 한숨을 내쉰 로난이 입을 열었다.
“드라하비에냐?”
【란도하이델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아는 필멸자들이 이런 짓을 저지른 건가.】
아버지라는 명칭으로 미루어 보아 독룡 드라하비에의 아들인 듯했다. 로난이 말을 이었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엄연히 기습은 그쪽이 먼저 했어.”
【몸을 돌려 나를 봐라.】
로난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나머지 두 사람도 그렇게 했다. 거대한 그린 드래곤 한 마리가 머리 위의 상공에서 날갯짓하고 있었다.
뾰족하고 납작한 머리통은 여러모로 뱀, 그중에서도 밀림에 사는 독사를 연상케 했다. 길고 유연한 모가지가 이리저리 꿈틀거리고 있었다. 비늘도 기분 나쁜 암녹색을 띠는 것이 여러모로 징그러운 드래곤이었다. 간신히 졸도를 면한 아셀이 탄식을 터트렸다.
“드, 드, 드래고오오온···!”
“······강하군.”
슐리펜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적대적인 드래곤을 마주하는 것은 세 사람 모두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직 어린 개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압박감이 엄청났다. 확실히 이타르간드보다는 오래 산 놈이었다.
동강이 난 채 침몰 중인 갤리온 주변에서는 여전히 생존자들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파도가 철썩일 때마다 한두 명씩 사라지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다. 그들과 로난 일행을 번갈아 쳐다보던 란도하이델이 입을 열었다.
【필멸자 치고도 어려 보이는데, 저게 너희가 한 짓인가.】
“그렇다면?”
로난이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되물었다. 란도하이델이 침묵했다. 그를 면밀하게 살피던 로난이 눈썹을 으쓱였다.
‘이거 잘 하면···.’
시선을 내린 그가 빠르게 친구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의도를 파악한 아셀과 슐리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짜로? 진짜로 그게 맞는 판단이야?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작전 회의가 이어지던 와중이었다. 마침내 란도하이델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흐음···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의 각인을 받고 종복이 되어라. 목숨을 건재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 너희의 비루한 생에 다신 없을 호사를 누리게 해 주마.】
청년들의 눈이 커졌다. 이건 또 의외의 제안이었다. 능력만 좋다면 갤리온 세 척을 부숴 먹었는데도 봐 주는 건가. 의외로 괜찮은 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냐.”
【드래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만약 제안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지?”
【잘 알고 있을 텐데 묻는군. 너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주검이 되어 바닷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저기 나를 인도한 쓰레기처럼 말이지.】
란도하이델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노인의 시체를 향해 눈짓했다. 독기에 완전히 오염된 노인의 시체는 이제 사람이라기보다는 해조류의 일종으로 보였다.
“···잠깐 친구들하고 상의 좀 해도 될까. 자비로우신 란도하이델 님.”
【2분 주겠다.】
“아량에 감사하지.”
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로난은 나머지 두 사람과 어깨동무를 한 채 등을 돌렸다.
눈짓으로만 행해지던 작전 내역이 긴밀하게 오갔다. 일 분 정도를 속닥거리던 로난이 고개를 들었다.
“방금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다들 싫다는군. 안타깝지만 같이 못 갈 것 같아.”
【그렇다면 죽는 수밖에. 남길 말이 있느냐.】
“좆이나 까잡숴.”
로난이 칼자루를 잡아당겼다. 동시에 란도하이델의 입이 벌어졌다. 거의 수직으로 찢어진 아가리 안쪽에서 독의 숨결이 쏟아져 나왔다. 콰아아아아! 보랏빛을 띠는 포이즌 브레스는 로난 일행과 그들이 타고 있는 슬루프의 형체를 완전히 삼켜 버렸다.
【아깝군.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았는데.】
허무한 결말에 란도하이델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껏 자신의 독을 맞고 살아난 필멸자는 아무도 없었다. 접촉하는 순간 온몸의 피를 쏟아 내며 절명했겠지.
배는 스며든 독기가 좀 빠지면 멍청한 부하들을 구하는 데 쓰면 될 것 같았다. 서서히 독무가 가라앉던 와중이었다. 보랏빛 구름 안쪽에서 웬 기척이 느껴졌다.
【···음?】
란도하이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즉사하지 않은 건가? 기다란 목을 뻗은 그가 구름 안쪽으로 머리를 집어 넣었다. 완전히 건재한 슬루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째서···?】
란도하이델의 눈이 커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세히 보니 투명한 장막 같은 것이 선박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필멸자가 내 브레스를 방어막으로 막았다고? 두리번거리던 그의 시선이 어느 붉은 머리의 소년에게 닿았다. 필사적으로 방어 주문을 외우던 아셀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끄아아아악! 드, 들켰다!”
【대단한 마법사구나. 다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란도하이델의 입이 다시 벌어졌다. 이번에는 막지 못할 것을 직감한 아셀이 헛숨을 들이켰다. 그때 란도하이델의 사각에서 로난이 튀어나왔다. 어지간한 맹독도 중화시켜주는 가면은 이전에 카리볼로의 밀렵꾼인 아론데일에게서 노획한 것이었다.
【뭣이!】
란도하이델이 당혹성을 흘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반응할 새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지만 로난이 더 빨랐다. 순식간에 턱 아래에 도달한 그가 검을 휘둘렀다. 기다란 목 위로 붉은 선 하나가 사선으로 그어졌다. 촤아아악!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보랏빛 선혈이 하늘을 적셨다.
【크에에에엑!】
“제기랄.”
란도하이델이 휘청거렸다. 치명타가 아닌 것을 눈치챈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란도하이델이 갑자기 움직이는 탓에 목의 2할 정도를 써는 것에 그쳤다.
어쨌든 기습은 성공이었다. 로난과 마찬가지로 사각에 숨어 있던 슐리펜이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바다 너머에서 불어온 강풍이 쓸모를 잃은 독무를 전부 날려 버렸다.
“하, 진짜 좋아졌네.”
로난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대장장이 카탄이 의기양양하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오로라 스칼에서 벼린 라만차는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날카롭고 빨라져 있었다.
피를 머금은 칼날이 사나운 예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오묘한 색채는 북녘의 하늘을 불사르던 극광을 닮아 있었다.
란도하이델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가 막 날아오르려는 순간이었다. 배 바깥으로 도약한 로난이 란도하이델의 날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어딜 가.”
이번에도 로난이 빨랐다. 박쥐를 닮은 피막이 길게 찢어지며 다시 한 번 피가 솟구쳤다. 란도하이델의 거체가 바다로 추락했다.
【크악! 네, 네놈이!】
“아셀!”
“으, 응!”
로난이 외치자 대기하고 있던 아셀이 주문을 영창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추락하던 로난을 갑판 위로 끌어당겼다. 퍼엉-! 란도하이델이 물에 빠짐과 동시에 마스트보다 높게 일어난 파도가 배를 덮쳤다.
촤아악! 백경해의 바닷물이 피로 젖은 갑판과 청년들의 몸을 시원하게 씻어 주었다. 머지않아 고개를 쳐든 란도하이델이 노기 어린 포효를 터트렸다.
【가만두지 않겠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선체가 진동할 지경이었다. 그가 곧바로 날개를 펼치며 부상하려던 차였다. 어디선가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란도하이델의 망막을 스치며 지나갔다. 촥! 번들거리던 눈동자 위로 피가 튀어 올랐다.
【큭···!】
슐리펜의 폭풍검이었다. 금세 재생하겠지만 잠시 앞을 가리기에는 충분했다. 손끝의 감촉을 느낀 그가 못마땅하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단단하군.”
안구조차 제대로 베지 못하다니 드래곤은 역시 드래곤이었다. 로난의 검은 도대체 무슨 처리를 했길래 저렇게 날카로워졌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탕! 그때 눈을 감은 채 주문을 영창하던 아셀이 갑자기 손바닥으로 갑판을 내리쳤다. 플랜B의 하이라이트였다. 고위 마법사나 사용하는 마법의 이름이 그의 입술 사이로 튀어 나왔다.
“프, 프로즌 필드!”
촤아아! 작은 손 아래에서 발현된 냉기가 전방으로 뻗어 나갔다. 빠르게 전진하던 하얀 손아귀가 란도하이델을 덮쳤다. 콰직! 주변의 바닷물이 일제히 얼어붙으며 버둥거리던 드래곤을 속박했다. 그와 동시에 솟구친 거대한 얼음 가시들이 란도하이델에게 적중했다.
【크아아악! 캬아악!】
란도하이델이 고통 어린 비명을 터트렸다. 대부분은 비늘을 뚫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얇은 피막 부분은 얼음 가시에 관통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지금도 몸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새하얀 얼음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뼛속가지 얼어붙어서 옴짝달싹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얼음 위로 뛰어내린 로난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목을 내밀어라!”
【이, 이놈···!】
란도하이델의 눈이 커졌다. 저 인간이 들고 있는 검은 유일하게 비늘을 찢고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갈 수 있는 무기였다. 간격은 순식간에 좁혀졌다. 유채색의 칼날이 조금 전에 베었던 자리를 다시 한 번 파고들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독룡 드라하비에의 아들이다!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쾅! 얼음 속에 파묻혀 있던 날개가 폭발하듯 펼쳐졌다. 산산이 조각난 얼음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거센 풍압에 튕겨나간 로난이 뱃머리에 충돌했다.
“쓸데없는 발악을···!”
로난이 이를 악물었다. 완전히 몸을 빼낸 란도하이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피막이 넝마 쪼가리가 되었기는 하지만 어찌어찌 날 수는 있는 모양이었다.
바닷물과 얼음 부스러기, 맹독성 핏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코어에 정신을 집중한 로난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내려와라!”
파아아···! 라만차의 검신이 노을의 색채로 물들었다. 적을 끌어당기는 빛무리가 그에게 닿으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목을 꺾어 아래를 돌아본 란도하이델이 브레스를 뿜었다. 검보랏빛 숨결이 하늘을 뒤덮었다.
“이런.”
시야가 완전히 가려져서 조준할 수 없었다. 로난은 급한 대로 자신이 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검기를 어림짐작으로 발사했다. 붉은 초승달이 독무를 찢으며 날아갔다. 보랏빛 구름 너머에서 짧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억···!】
맞기는 맞은 모양이었다. 다급히 팔을 치켜든 아셀이 슬루프를 방어했다. 슐리펜이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불어닥친 강풍이 독기를 완전히 날려 버렸다. 란도하이델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로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발.”
란도하이델의 모습은 이미 녹색 점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만취한 듯이 비틀거리며 북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바다에는 그의 꼬리로 보이는 큼직한 고깃덩이가 둥실둥실 떠 있었다. 아마 조금 전의 검기에 맞아 잘린 것 같았다. 황급히 달려간 로난이 타륜을 쥐며 외쳤다.
“쫓아간다. 다들 거들어!”
“쪼, 쫓아간다고?!”
“꼴을 보아하니 얼마 못 갈거야. 그리고 여기서 죽여버리는 게 나아.”
어차피 적으로 돌린 이상 독룡과의 마찰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나중에 힘을 회복한 놈과 아버지를 동시에 상대하느니 하나를 여기서 완벽히 끝내 버리는 것이 나은 판단이었다. 설득당한 아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 확실히···.”
“그럼 어서 도와줘. 동료를 부르기 전에 잡아야 하니까.”
로난이 타륜을 돌리자 뱃머리가 젖혀졌다. 수동 항해는 처음이었지만 어찌어찌 될 터였다. 슐리펜의 바람과 아셀의 염력을 추진력 삼은 슬루프는 청새치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날이 맑아서 잘 보여. 그리고 피를 따라가면 돼.’
추적은 생각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란도하이델이 흘린 피가 바다 위에 궤적처럼 남아 풀어지고 있었다.
세 시간 정도가 지나자 서서히 간격이 좁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점처럼 보이던 그의 모습이 슬슬 드래곤으로 인식될 즈음이었다. 쾅! 불현듯 바다 위에서 쏘아진 광선이 란도하이델을 꿰뚫었다.
【커억!】
“썅, 뭐야?!”
깜짝 놀란 로난이 혀를 깨물었다. 검은 벼락이 하늘을 향해 떨어진 것 같았다. 일순 경직된 란도하이델은 창문에 부딫힌 참새처럼 속절없이 추락했다.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작은 섬 위로 추락한 터라 물보라는 치솟지 않았다.
“···서두르자.”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일행은 배의 속도를 더 높였다. 그들은 삽십 분 정도가 지나고 란도하이셀이 추락한 위치에 도착했다.
어째서인지 인근의 바다는 온통 선명한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가 배를 까뒤집은 채 수면을 떠다니고 있었다. 일행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 이, 이게 도대체 무슨···!”
“···맙소사.”
아셀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슐리펜도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란도하이셀이 추락한 곳은 섬이 아니었다. 그의 세 배는 될 법한 거대한 드래곤의 시체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벙쪄 있던 로난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드라하비에?”
거룡의 미끈한 비늘은 밤의 열대우림처럼 푸르죽죽했다. 기다란 목과 뱀처럼 생긴 머리통이 그와 란도하이셀 간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었다. 란도하이셀의 시체는 그 거룡의 날갯죽지 위에 포개진 채 놓여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바다 위로 끓어오르는 독기 때문에 공간이 일그러져 보일 지경이었다. 거룡의 정체는 누가 봐도 독룡 드라하비에였다.
곰 가면을 뒤집어쓴 로난이 뱃머리 쪽으로 다가갔다. 두 시체의 몸에는 아름드리나무로 꿰뚫린 것 같은 구멍이 휑하니 뚫려 있었다. 문득 익숙한 기운을 느낀 로난이 눈썹을 치켜떴다.
“이건···!”
시커먼 마나가 구멍의 테두리를 타고 잉걸불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이 흉악한 기척은 도저히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로라 스칼에서 마주친 검은 남자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