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277)
280. 구원자(6)
#280
“우습게 보지 마세요. 저도 할 수 있다니까요!”
“너야말로 웃기지 마라 카인. 네가 무슨 고래를 잡는다고 그러냐.”
코웃음 친 사내가 카인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북실북실한 수염과 두꺼운 팔뚝이 인상적인 그는 카인의 아버지이자 마을에서 제일 가는 사냥꾼이었다.
올해로 열두 살이 된 아들은 그 무렵의 남자아이가 으레 그렇듯이 영웅적인 업적을 이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고 있었다.
“우씨, 잡아오면 어쩔 건데요?”
“크윽···그렇다면 창고에 있는 황금용의 알을 네게 주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창고에는 말린 생선이랑 땔감밖에 없잖아요! 누구를 바보로 아는 거예요?!”
“글쎄다. 고래를 잡아오는 열살배기 꼬마와 비슷하게 허무맹랑 한 것 같은데. 아, 얼마 전에 바다에서 잡은 요정도 같이 챙겨주마. 우하하핫!”
사내가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덩치만큼이나 웃음 소리가 커서 집 전체가 쩌렁쩌렁 울렸다. 얼굴을 붉힌 채 씩씩거리던 카인이 입을 열었다.
“두고 봐요. 반드시 우리 마을보다 큰 고래를 잡아올 테니까.”
“카인. 그런 게 낚싯바늘에 걸리면 우린 다 죽는단다. 여보. 이 녀석 좀 말려 봐.”
웃음을 멈춘 사내가 방 한구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만삭의 여인이 따스한 난로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흔들의자가 한 번 삐걱거릴 때마다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굴지 않아도 너는 좋은 형이 될 거란다. 카인.”
“윽···!”
여인이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꼬리 안쪽으로는 자신과 같은 주홍색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카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완벽하게 정곡을 찔리고 말았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태어나지도 않은 게 뭐 저랑 무슨 상관이라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란다. 너도 분명 몇 년 지나지 않아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냥꾼이 될 거야. 지금도 사냥감을 해체하는 실력은 네 또래 중에 가장 훌륭하잖니.”
“···헹, 제 또래가 아니라 우리 마을 사람을 다 데려와도 저한테는 안 될걸요.”
카인이 혀를 쭉 빼물었다. 실제로 그는 나이에 비해 칼솜씨가 유별나게 뛰어났다. 난생 처음 해 본 물개 손질을 아버지보다 빨리 끝낼 정도로.
“맞아. 그건 인정해. 저번에 슬쩍 봤는데 꼭 작은 악마 같더군. 돌아가신 할아버지보다 더 칼을 잘 다루는 것 같아.”
줄곧 카인을 놀려 먹던 아버지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쪽 뺨을 부풀린 카인이 그를 째려보았다.
“아들한테 악마가 뭐에요, 악마가.”
“우후후, 나중에 동생이 태어나면 잘 가르쳐 주렴. 그러고 보니 이름은 정했니?”
“아···.”
어머니가 물었다. 그녀는 곧 형이 될 카인에게 동생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주겠다고 했었다. 침묵하던 카인이 입을 열었다.
“···아벨.”
“아벨이라. 예쁜 이름이네···앗.”
말을 잇던 여인이 갑자기 멈칫거렸다. 무언가 배 안쪽을 툭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반응을 본 아버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찼어?”
“네. 마음에 들었나 봐요. 카인, 무슨 의미니?”
“몰라. 방금 대충 지었어요.”
카인은 훽 고개를 돌렸다. 물론 대충 지은 것이 아니라 제안을 들었을 당시부터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며 정한 것이었다. 괜스레 부끄러워진 그가 문간에 놓인 작살을 집어들었다.
“어쨌든 마음에 들었다니 거 다행이네요. 낚시 다녀올게요!”
“이렇게 늦었는데 어디를 가려고?”
쾅! 카인은 듣지 못한 척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닫힌 문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아이도 참···.”
“내버려 둬. 동생한테 얕보이고 싶지 않은 거겠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누구를 닮아서 저러는지.”
“글쎄요. 다른 건 몰라도 솔직하지 못한 건 확실히 당신을 닮았어요.”
“크흠···그런가?”
사내가 멋쩍게 수염을 매만졌다. 허리를 숙인 그가 부인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저래 뵈도 네 형은 대단한 사람이란다. 아벨. 정말로 나중에는 마을보다 큰 고래를 잡아올지도 몰라. 누가 뭐래도 내 아들이거든.”
“그거 봐요.”
여인이 웃었다. 북풍이 우짖는 소리가 나무로 된 벽 너머로 들려오고 있었다. 설원을 터벅터벅 걷던 카인이 고개를 들었다.
“···내 동생.”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은 별의 바다가 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시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은하수 안쪽에서는 울긋불긋한 성운이 신비한 색채를 흩뿌리고 있었다.
가끔씩 떨어지는 유성이 가느다란 빗금을 그리고 있었다. 극광은 보이지 않았지만,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카인은 오히려 오늘 같은 날이 더 마음에 들었다. 고개를 슬쩍 돌리자 이미 한참이나 멀어진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 떨어졌으면 들리지 않겠지. 눈을 감고 손을 모은 그가 하늘을 향해 읊조렸다.
“별님. 부탁해요. 동생이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 주세요. 우리 엄마도 아프지 않게 낳게 해 주시고, 아빠는···조금 짜증 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니까 사냥이 잘 풀리게 해 주세요.”
어머니가 임신한 이후로 매일 빌던 소원이었다. 까칠하게 굴기는 했지만 카인은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있었다. 상냥한 어머니와 강인한 아버지, 곧 태어날 동생 또한 그 범위 안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칼 다루는 법을 알려 줘야지. 낚시도, 별을 보고 길을 찾는 방법도 다 내가 가르쳐 줄거야.’
머지않은 미래를 상상한 카인이 히죽거렸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존경받는 형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미 자신의 비밀 창고에는 동생을 위해 만든 작은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슬슬 돌아갈까.”
한참을 기도하던 카인이 몸을 일으켰다. 무릎에 묻은 눈을 털어 내던 와중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확 밝아졌다. 이상하게 여긴 그가 고개를 들었다.
“저건···?”
카인의 눈이 커졌다. 웬 번쩍거리는 덩어리 하나가 비스듬이 떨어지고 있었다. 대기를 불사르며 타오르는 덩어리는 꼭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연상케 했다.
“아, 안 돼!!”
문제는 그 이상한 별이 정확히 마을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작살을 내던진 그가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별은 마을과 닿으리만치 가까워져 있었다.
길게 늘어선 집의 그림자가 발치까지 뻗어 있었다. 빛에 휩싸인 마을이 분해되어 가고 있었다. 카인이 뭐라 외치려던 차였다.
콰아아아아앙-!!!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굉음과 함께 카인의 의식이 끊어졌다.
****
“···다 죽었어요?”
구원자의 과거를 듣던 로난이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거인의 시체를 앞에 두고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다.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야기를 푸는 내공이 남달랐다.
“그래.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단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나만 빼고.”
구원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득한, 정말로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였지만 아직도 눈을 감으면 당시의 상황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속눈썹 사이로 흔들리는 눈동자가 애수에 젖어 있었다.
“빌어먹을.”
로난이 입술을 비틀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으나 기분이 더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불현듯 어떤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잠깐만. 그러면 아벨이라는 놈이랑 관계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에요? 본인은 아버지랑 자기가 쌍둥이 형제라고 하던데?”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단다. 그나저나···막상 들으니 기분이 꽤 이상하구나.”
“엉?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방금 나를 처음으로 아버지라 불렀잖니.”
“윽.”
구원자가 미소지었다.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절대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튀어나온 명칭이었다. 괜스레 무안해진 그가 툭 내뱉었다.
“쳇,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는데요?”
“지금부터 말하려고 했단다. 그러니까···.”
****
“허억···!”
카인이 눈을 떴다. 막 수영을 하고 나온 것처럼 몸이 차가웠다. 밤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마을과 충돌하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가 생각나지 않았다.
“마, 마을이···아윽.”
불현듯 몸을 일으키려던 카인이 이를 악물었다. 온몸에서, 특히 다리 쪽에서 견디기 힘든 통증이 불처럼 일어났다. 머리만 슬쩍 들어 시선을 내린 그가 헛숨을 들이켰다.
“다, 다리가···!”
두 다리는 기괴한 방향으로 비틀려 있었다. 정강이로 추정되는 새하얀 뼈가 바지를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자신의 몸이었음에도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뒤늦게 덮쳐온 본격적인 통증에 카인이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아악!!”
숨도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참지 못하고 몸을 뒤틀면 더한 격통이 닥쳐왔다. 힘이 풀린 방광에서 새어나온 소변이 바지를 물들였다.
“흐, 흐으으···.”
카인은 기절했다 깨어나는 것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평정 비스무레한 것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계에 다다른 몸은 통각을 의식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문득 부모님의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
“어, 엄마···아빠···.”
정신을 차린 카인이 가족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본 그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웠다.
“아, 안 돼. 안 돼···!”
그는 넓고 깊은 구덩이 안에 떨어져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 여기가 바로 마을이 있던 자리였다. 작은 점처럼 보이는 구멍에서 스며드는 별빛이 구덩이가 얼마나 깊은지 알려 주고 있었다.
저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살아난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가까스로 살아났음에도 별로 기쁘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인의 주변에는 한때 마을과 주민들을 구성하던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다. 부러진 대들보, 새카맣게 타 버린 뼈 토막. 아버지가 사용하던 작살과 어디서 많이 본 상자.
“이건···.”
상자에 시선이 닿은 카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반쯤 열린 상자의 안쪽에는 작은 낚싯대나 주머니칼 같은 소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동생을 위해 준비한 물건들이었다.
“아···아아아···.”
시야가 김이 서린 것처럼 부옇게 물들었다. 땅에 머리를 처박은 그의 입에서 쥐어짜내는듯한 목소리가 새나왔다.
“아벨···!”
심장이 산산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동생에게는 태어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같이 낚시를 할 수도, 사냥감을 멋지게 해체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없었다.
‘별. 빌어먹을 별.’
으득. 카인의 입 안쪽에서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슬픔의 말미에서 피어난 분노가 그를 잠식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별을 향해 기도하던 나날이 더없이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어.”
그가 손톱이 벗겨질 때까지 바닥을 긁어 대던 와중이었다. 별안간 눈앞이 핑 돌더니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아무래도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았다.
그렇구나. 가족을 다 데려갔으니 마지막으로 나를 데려가려는 거구나.
이쯤 되니 눈물이 아닌 헛웃음이 나왔다. 킥킥거리던 카인이 눈을 감았다. 어차피 다리가 망가져서 뭘 해볼 수도 없었다. 의식이 흐릿해지던 차였다.
『원통하구나.』
“뭐야?”
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카인이 눈을 떴다. 고래가 사는 깊은 바다처럼 낮고 굵은 목소리였다. 방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인기척이 별빛이 닿지 않는 구덩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거기 누구 있어요?”
카인이 말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몸을 뒤집었다. 다리는 완전히 못 쓰게 되었지만 두 팔은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었다.
“허억···허어억···.”
카인은 두 팔을 사용해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망가진 다리가 바닥에 끌릴 때마다 뼈 갈리는 소리가 났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붉은 길을 만들고 있었지만, 어차피 신경이 죽어 이동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는 카인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살아남을 희망 따위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이건···!”
머지않아 현장에 도착한 카인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는 잠시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산처럼 거대한 인간이 얼음벽에 처박힌 채 죽어 있었다.
전신이 눈처럼 새하얀 거인의 등에는 네 쌍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 날개와 피부 곳곳에는 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카인은 본능적으로 이 거인이 조금 전에 떨어진 별의 정체라는 것을 눈치챘다.
추락하면서 다치기라도 했는지 그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다처럼 푸르고 걸쭉한 것이 카인이 기존에 알던 피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발끝을 타고 흘러내린 피는 작은 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큼직한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건 본 적이 없었다. 가쁜 호흡을 억누른 카인이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저기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방금까지는 살아 있었는데 막 숨이 끊어진 듯했다. 카인은 웅덩이 바로 앞까지 이동해서 자리를 잡았다. 파란 샘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도대체···이게 무슨···.”
맹추위 속에서도 식지 않는 것이 꼭 온천을 연상케 했다. 카인이 상체를 든 채로 거인을 바라보던 차였다.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며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어?”
뭘 할 새도 없었다. 풍덩! 카인의 작은 몸이 웅덩이에 빠졌다.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도 이 정도로 뜨겁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얼떨결에 푸른 피를 들이킨 그가 비명을 질렀다.
“······!”
하지만 소리는 새나가지 않았다. 그의 몸은 웅덩이 깊숙한 곳까지 계속해서 가라앉았다. 온통 푸르른 세상 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카인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돌아가고 싶다.’
점멸하던 시야가 결국 꺼졌다.
.
.
.
“형. 일어나.”
“으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카인이 눈을 떴다. 오랫동안 자다가 일어난 것처럼 정신이 몽롱했다. 뺨을 스치는 바람에서는 바다 냄새가 났다. 상체를 일으킨 그가 눈썹을 치켜떴다.
“···어?”
더는 몸이 아프지 않았다. 시선을 내리자 완전히 멀쩡해진 팔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몸 곳곳에 새겨졌던 부상도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눈앞에는 방금까지 자신이 누워 있던 구덩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일이 꿈이 아닌가 생각될 지경이었다. 불현듯 카인의 옆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나 추워.”
“뭐?”
조금 전과 같은 목소리였다. 카인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열 살도 되지 않은 것 같은 어린 소년이 쪼그려 앉은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너는···.”
“이제 우리 뭐 해. 응?”
카인이 얼어붙었다. 소년의 생김새는 자신과 완벽히 닮아 있었다. 하얀 머리카락과 주홍색 눈동자는 피가 이어지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요소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호흡을 고르던 카인이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아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