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38)
39. 로돌란(1)
#39
로난은 시릴라와 에두온을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뒤따라 들어온 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연행되었다. 병사들은 혹시나 시릴라가 연행 도중 죽지 않도록 기본적인 조치를 취했다.
“엘프의 출혈이 심하다. 포션과 붕대를 들고 오도록.”
시릴라의 왼쪽 무릎 아래는 깔끔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그녀의 출혈은 포션을 들이붓다시피 하고 나서야 멈췄다.
“이, 이건 도대체 뭐야? 팔다리가 자라나고 있는 거야?”
반면 에두온에게는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의 사지가 있던 자리에서 새싹 같은 촉수들이 꾸물럭거리며 자라나고 있었다.
들것으로 에두온을 나르던 병사들이 사색이 되었다. 다가온 로난이 병사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횃불을 낚아챘다.
“이리 줘 봐요.”
“엇!”
치이이익! 로난은 네 개의 절단면을 모조리 횃불로 지졌다. 끄흐으으윽···! 기절한 에두온의 입에서 고통 서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발버둥치던 촉수들이 오그라들며 재생이 멈췄다.
밥맛이 뚝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로난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니미, 이것도 마법의 일종일까요?”
“나도 이쪽에는 조예가 없어서 모르겠군”
“아무리 마법이 멋져도 이딴 건 배우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이 새끼들은 어디로 가는 거죠? 꼭 물어봐야 하는 게 있는데.”
“음, 개인이 아닌 제국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 행위니 아마 곧장 로돌란으로 호송될 거다.”
“로돌란? 그 여명해에 떠 있는 감옥이요?”
“그래. 그곳의 심문관들이 저들이 아는 모든 것을 토해내게 할 거다.”
로난도 익히 들어본 곳이었다. 비명의 요새 로돌란. 절규와 눈물이 그치지 않는, 제국에 위해를 끼친 범죄자들을 가두고 심문하는 곳.
가학성과 집요함을 기본 소양 삼아 종사하는 로돌란의 심문관들은 말 그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의자들의 자백을 받아낸다고 했다.
“정 불안하면 내가 따로 대면할 자리를 마련해 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제기랄···오늘따라 멋져 보이네요 교관님. 진짜로요.”
멋져 보이네요. 그 말을 들은 나비로제의 눈이 한순간 커졌다. 코웃음을 친 그녀가 턱 끝으로 라만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흥, 그나저나 특이한 검이군. 도론 장인께서 만든 건가?”
“네. 죽여주죠?”
나비로제가 침묵으로 긍정했다. 검신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교관으로서의 체통만 아니었다면 나중에 한 번 바꿔서 휘두르자 해 보고 싶을 정도였다.
“아무튼 고생했다 로난. 너와 네 친구들이 세운 공은 돌아가는 대로 교장님께 보고드릴 예정이다.”
“그냥 할 수 있어서 한 거예요.”
“원체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라 공석에서 수상은 불가능하겠지만, 분명 별도의 치하가 있을 거다. 그란 카파도키아에 신세를 진 사람으로서 감사를 표하마.”
나비로제가 싱긋 웃었다. 휘어지는 눈꼬리가 서글서글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웃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아데샨의 말처럼 정말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겠군. 로난은 그런 생각을 하며 횃불로 에두온의 팔다리를 한번 더 지졌다. 치이이익!
“끄허으으윽···!”
로난은 나비로제와 함께 그란 카파도키아로 향했다. 폐허가 된 대장간에서는 구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필레온의 교육진들, 경장 차림의 제국군이 분주히 움직이며 사람과 물자를 옮기고 있었다.
“거기! 잔해를 먼저 치우도록. 아직 건재한 장비들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라.”
“넵! 아바르 소령님! 이렇게라도 봬서 기쁩니다!”
“전역한 지가 언젠데 소령님은 무슨···자, 조금만 더 힘내자!”
제국 검술 교관인 아바르가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동물 형상의 정령 수십 마리가 잔해를 나르고 있었다. 정령사로 추측되는, 귀에 피어싱한 엘프는 기다란 담뱃대를 꼬나문 채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와하하하! 덩칫값을 못 하는건 여전하구나 동생아. 오랜만에 보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사냥술 교관 기도칸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벽에 기대앉아 있는 디디칸에게 물을 건네며 껄껄 웃고 있었다. 덩치가 훨씬 큰 디디칸이 세상 정중하게 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안하게 됐수, 형님.”
“미안할 만하지! 마음만 같으면 내 당장 기도칸 류 호신술을 가르쳐주고 싶지만···지금은 저 아래에 다녀와야겠다. 혹시 사람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형님은 언제나 기운이 넘치는군. 고생하쇼···.”
코를 벌름거리던 기도칸이 광산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로난의 예상대로 부상자들을 찾아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었다.
로난과 눈이 마주친 디디칸이 손을 들어 인사를 보냈다.
“오, 로난. 동굴 거인의 왕은 잘 만나고 왔나?”
“더 대단한 일이 있었지. 그란 카파도키아를 새로 올릴 부지도 발견했고.”
“부지···?”
디디칸의 행색을 본 로난이 씩 웃었다. 여전히 초췌해 보이기는 했지만, 몸에 산재해 있던 부상은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아마 시타가 고쳐줬겠지. 디디칸이 폐허의 한구석을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참, 네 친구들은 저기 모여 있어. 이루 말할 수 없이 신세를 졌군. 정말 고마워.”
“됐어 인마, 도론은 네가 구한 거야.”
“단지 도론 영감 때문만이 아니야. 다친 사람은 많지만 사망자는 거의 없어.”
별안간 디디칸이 다리를 후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허리를 반으로 숙이며 로난에게 감사를 표했다.
“너는 그란 카파도키아뿐만 아니라 제련술의 미래를 구했어. 정말 고맙다. 잊지 않을게.”
참 거창한 감사였다. 로난은 한 번 멋쩍게 웃어준 뒤 디디칸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
아직 지상으로 옮기지 못한 부상자들을 눕혀 놓는 장소였다. 일렬로 깔린 기다란 거적 위로 부상자들이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다.
“저기다가 두면 돼요?”
“그, 그래. 아직 어린 아가씨가 힘이 장사구나···.”
머지않아 구호품이 든 상자를 다섯 개씩 나르는 마르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로난을 발견한 그녀가 반갑게 외쳤다.
“로난, 살아 있었구나!”
“그럼 살았지 죽었겠냐?”
마르야가 상자를 내려놨다. 팔을 벌리며 다가온 그녀가 로난을 포옹했다.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
“거인왕의 주먹을 칼로 받아냈거든.”
“또 이상한 소리를 하네···.”
“그런데 슬슬 놔 주시면 안 될까요 아가씨. 진짜 죽겠어요.”
원체 큼직한 흉부 때문에 숨이 막혔다. 얼굴을 붉힌 마르야가 황급히 몸을 뗐다. 현장을 둘러본 로난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수고했어. 많이도 끌고 왔네.”
“응. 다들 생각한 것보다 일을 심각하게 여기시길래 뭔가 했는데···그럴 만했네. 정확히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돌아가면 제대로 설명해 줄게. 이야기가 길어서.”
“앗, 고생해!”
마르야를 지나친 로난이 거적을 따라 걸었다. 아셀과 시타는 가장 목이 좋은 자리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로난이 그들의 머리맡에 쭈그려 앉았다.
“고생했다.”
“허억···헉···으응···로난?”
“삐야아아아···.”
둘 다 확연하게 초췌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구조 작업에 힘을 지나치게 소진한 탓이었다. 로난은 시타의 배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실력이 더 늘었던데 아셀. 대마법사 납셨어 그냥.”
“아, 아니야···나는 아무것도···.”
“이럴 때는 당당하게 굴어 인마. 니들이 아니었으면 저 난쟁이들은 죄다 무덤 팔 필요도 없이 땅속에서 뒈졌을 거라고.”
“그, 그런···.”
“니들이랑 마르야 덕분에 할 수 있었어. 님버튼에서부터 나를 따라와 줘서 고맙다. 아셀.”
로난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셀의 큼직한 눈망울에 물기가 차올랐다. 날개를 쭉쭉 뻗으며 뒹굴거리던 시타가 서운하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뺘앗!”
“시타 너도.”
거인들을 죽이고 원흉을 제거한 것은 그였지만 칼은 칼에 불과하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다시금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은 로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난 다녀올게. 쉬고 있어.”
“엇···어디 가?”
“매달아서 팰 개새끼 두 마리가 있거든.”
로난은 나비로제와 호송을 맡은 병사들을 따라 지상으로 이동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내리며 한 시간 가량 걷자 탁 트인 밤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폐부를 휩쓰는 바람은 지하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상쾌했다.
“여기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는 청록빛 숲이 일렁이고 있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풍경에 로난이 눈을 크게 떴다. 페나르도 샘을 방문할 때 들렀던 곳. 제도의 지근거리에 있는 셰모 숲이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호송을 맡은 장교가 회중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밤하늘 저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로돌란에서 파견된, 두 마리의 그리폰이 끄는 호송 차량이었다.
-퓌요오오오!
“장난 없네 진짜.”
그리폰을 본 로난이 혀를 내둘렀다. 로돌란에서 파견된 간수들은 온통 새카만 옷에다가 새 부리 형상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병신이 된 시릴라와 에두온에게 추가적인 구속구를 채웠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시릴라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뭐라뭐라 외쳤다.
“잠까···읍···으읍!···읍!!”
푹. 그 모습을 본 간수 한 명이 시릴라의 목에 주사기를 박아 넣었다. 초록색 약물이 흘러들어 감과 동시에 시릴라가 고개를 떨구었다.
인수인계는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되었다. 마지막까지 침묵을 지킨 간수들은 두 사람과 함께 호송 차량에 올라탔다. 로난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참 조용한 사람들이네요. 파티 같은 자리에서 환영받지는 못하겠어요.”
“필요 없는 행위를 구분할 줄 아는 거지.”
그리폰이 날아오르며 발생하는 풍압에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로난은 호송 차량이 점이 되어 사라지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
로난은 다시 그란 카파도키아로 돌아가 사람들을 도왔다. 구조 작업은 다음날 정오 무렵에야 일단락되었다.
“나 왔어요 루시···.”
“어머! 몰골이 왜 그러신가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일단 좀 잘게요···참···나 양말 좀 벗겨···.”
털썩. 너털걸음으로 기숙사에 돌아온 로난은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그는 하루 내내 퍼질러 자고 나서야 몸에 축적되어 있던 피로를 떨쳐낼 수 있었다.
“···뭐야, 이건?”
이틀만에 눈을 뜬 로난의 머리맡에는 몸을 웅크린 시타와 편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한 로난이 밀봉을 뜯었다.
편지를 천천히 따라 읽던 로난의 눈이 커졌다.
“···벌써?”
로돌란에서 온 편지는 두 사람에 대한 심문이 끝났음을 고지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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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가 거칠었다.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이 머리를 헝클어 놓고 있었다. 마중을 나온 노년의 남성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두 분 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편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괜찮다.”
“나쁘지 않았어요. 엉덩이가 가로로 쪼개질 뻔하긴 했지만.”
나비로제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편지를 받은 당일 오후. 로난과 나비로제는 그리폰이 끄는 차량을 타고 로돌란으로 이동했다. 승차감은 최악이었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본 여명해가 워낙 아름다운 덕에 참을 수 있었다.
“다행이군요.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부드럽게 미소 지은 노인이 몸을 돌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의 허리춤에는 새 부리 가면이 매달려 있었는데, 일전에 간수들이 쓰던 것과는 형태가 달랐다. 나비로제가 말했다.
“간수가 아닌 심문관이다. 로돌란의 죄수들이 꿔야 할 수많은 악몽 중에서도 유달리 지독한 악몽이지.”
“니미, 저렇게 사람 좋아 뵈는 영감님이요?”
“겉모습만으로 세상을 재단할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 그나저나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왜요?”
“천 번을 생각해도 학생을 데리고 올 만한 곳은 아니니까. 그들을 잡은 것이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데려오지 않았을 거다.”
나비로제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로난은 고개를 들어 비명의 요새 로돌란을 바라보았다. 바다 한복판에 솟아난 이 거대하고 뾰족한 구조물은 어떠한 선박도 좌초시킬 수 있는 암초처럼 보였다.
로돌란의 문이 열리자 예상외로 세련되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로난은 이곳이 제법 괜찮은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귀머거리 한정으로.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흐느낌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그만, 그만!!”
“죽여줘, 제발 죽여줘···!”
“이히···이히히히···.”
로난은 사내를 따라 요새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긴 복도의 양옆으로는 두꺼운 철문이 빼곡하게 달려 있었다. 저마다 다른 비명이 각각의 문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삽십 분 정도를 걸었을까. 마침내 노인이 발걸음을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여지껏 보아온 것보다 훨씬 두껍고 튼튼해 보이는 문짝이 드리워 있었다. 기다랗고 복잡하게 생긴 열쇠를 꺼내 든 노인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차후에 정식으로 작성된 문서가 보고되겠지만, 우선 로돌란에서 알아낸 것만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네뷸라 클라지에. 그게 저들 조직의 이름입니다.”
“네뷸라 클라지에?”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생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네. 근 1년간 대륙 곳곳에서 벌어졌던 원인 모를 대형 사고의 배후에 그들이 있었습니다. 교차 검증이 확실하게 끝난 것은 나란다 곡창지대를 휩쓸었던 대화재, 마공학 연구소 에테멘에서 벌어진 폭발 사고 등이 있습니다.”
노인은 시릴라와 에두온. 그러니까 네뷸라 클라지에가 저지른 범행에 대해 나열했다. 모두 특정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만한 중범죄들이었다. 노인의 설명을 다 들은 로난이 손을 들며 질문했다.
“혹시 ‘별의 도래’가 뭔지도 말하던가요?”
“그건···처음 듣는군요. 그런 게 있었습니까?”
“그래요? 지독한 놈들이네. 내가 물어보죠 뭐.”
“이거 참, 다 뱉어낸 줄 알았는데 아직 숨기던 게 있었군요···.”
노인의 얼굴에 균열 같은 웃음이 드리웠다. 한순간 풍겨온 섬뜩한 기운에 로난은 하마터면 칼자루에 손을 올릴 뻔했다.
그는 허리춤에 있던 새 부리 가면을 얼굴에 눌러썼다. 시체를 파먹는 독수리를 연상케 하는 가면이었다.
“노파심에 여쭙겠습니다. 나비로제 님은 몰라도 로난 님은 아직 어린 학생이시니까요. 혹여나 어린 마음에 충격이 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 연놈들 팔다리를 자른 게 나에요.”
“후후후···그때와는 또 다른 모습일 겁니다.”
노인은 더 되묻지 않고 열쇠를 문구멍에 꽂았다. 수십 개의 잠금장치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도저히 사람이 낸 것이라 믿어지지 않는 끔찍한 신음소리가 나지막이 새나왔다.
“아아아···우우···.”
“끄륵! 꺼어어어···.”
“씨발.”
에두온과 시릴라의 모습을 본 로난이 미간을 좁혔다. 백 명에게 보여주면 장님을 제외한 아흔 아홉 명이 구토하거나 졸도할 만큼 끔찍한 몰골이었다.
심문관의 새 부리 가면 아래에서 익살맞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좋은 꿈들 꾸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