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464)
2-134. 너를 위한 이야기
#134
세치카를 만난 것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수 시간이 더 지난 뒤였다.
나와 아데샨은 멍청한 멸균복을 입고 그녀의 침대 옆에 서 있었다.
“고생했다. 세치카.”
“아버님. 오셨어요?”
세치카가 상체를 일으키며 인사했다. 그냥 누워 있으라 해도 고집불통이었다.
원래는 아셀과 마르야 부부도 함께 올 예정이었지만, 긴장이 풀린 두 사람이 동시에 쓰러지는 바람에 우리가 첫 번째로 오게 되었다.
“으. 그 호칭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아버님이라니.”
“아하하, 그래도 슬슬 적응하셔야죠. 계속 삼촌이라 부르면 이상하잖아요.”
“그렇긴 하지···몸은 좀 어때? 여간 고생한 게 아닌 것 같은데.”
걱정스레 물었다. 세치카의 얼굴은 하룻밤 사이에 반쪽으로 변해 있었다.
아셀에게 물려받은 붉은 머리카락은 야생 덤불처럼 헝클어진 채였다.
그녀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낳을 때는 힘들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란세가 고생을 많이 했죠.”
“별 거 아니었어.”
“별 거 아니었기는. 머리카락 잡혔을 때 막 소리도 질렀잖아.”
“난 그런 적 없어. 네가 잘못 들은 거겠지.”
란세는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연히 허세였다. 녀석은 고양이 도적단이 아니라 고양이 연합군에게 붙잡혔다 간신히 석방된 전쟁 포로와 같은 몰골이 되어 있었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은 원형탈모와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손목과 얼굴에는 세치카의 손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더럽게 아팠을 것이다. 세치카는 아셀의 마법적 재능과 더불어 마르야의 완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애였으니까.
“아들.”
“네?”
“욕봤다. 나는 역시 네가 자랑스러워.”
나는 낄낄거리며 란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훌륭하게 남편 노릇을 한 공로에 대한 치하였다. 중간에 한 번 나오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녀석은 마지막까지 세치카의 곁을 지켜냈다.
“······고마워요.”
고개를 돌린 란세가 소매로 눈가를 문질렀다. 감정이 북받친 모양이다.
아데샨도 그를 포옹해 주었다.
란세가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의사가 병원 역사에 남을 만한 난산이라고 했어요.”
“그래 보이더라. 머리가 뒤집히기라도 했냐?”
“네. 그것도 있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어요. 산모가 위험한 수준까지 가서···막바지에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정말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젠장, 별 일이 없는 게 기적이구만.”
가슴을 쓸어내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기는 작정하고 버티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상태가 급속도로 호전된 것은 대략 출산이 끝나기 20분 전.
내가 혼잣말로 반드시 지켜 주겠다는 맹세를 뇌까렸을 즈음이었다.
‘신기하기도 하지.’
단순한 우연의 일치겠지만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문득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줄곧 들고 있던 원고를 란세에게 내밀었다.
“그래, 이거 받아라.”
“응? 이게 뭐에요?”
“내가 쓴 동화책. 아직 퇴고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읽을만 할 거야. 네가 갖고 있다가 손주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넘겨 줘. 아직은 복사본이 없으니까 조심해서 다루고.”
“아, 아버지가 책을 쓰셨다고요?”
란세가 경악했다. 휘둥그레 떠진 눈이 상당히 무례했다.
불을 다루는 원숭이를 발견한 탐험가가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왜, 난 책 쓰면 안 되냐? 벽에 똥을 펴바를 때까지 칼만 휘둘러야 해?”
“그, 그건 아니지만 너무 의외라서요. 고마워요 아버지.”
“내가 재밌어서 썼는데 고마울 것 까지야. 재차 말하지만 너 말고 손주한테 주는 거다.”
“꼭 전달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이제 손주 얼굴 보셔야죠.”
“그래야지.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세치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포대기에 감싸진 갓난아기가 그녀의 옆에 곤히 누워 있었다. 내 손주였다.
아데샨은 이미 두 손을 모은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세치카가 말했다.
“보세요 아버님. 너무, 너무 예뻐요···.”
“뭔가 저보다는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요. 특히 눈이.”
“흠. 그래?”
천천히 침대로 다가갔다. 손주는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기 중의 아기였다.
너무 며느리를 고생시켜서 혹시나 했는데, 다행히도 머리에 뿔이 나 있거나 꼬리가 달려 있지는 않았다. 가만히 녀석을 쳐다보던 내가 픽 실소했다.
“닮기는. 고구마처럼 생겼구만 뭘.”
“여보.”
아데샨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나는 낄낄거리며 아기를 안아들었다. 깃털처럼 가벼웠다. 배냇머리는 나와 란세처럼 완벽한 검은색이었다. 신생아 주제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보아하니 미래에 못생겼다 놀림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사내놈이지? 위로 쭉 째진 눈에다···풍성한 숱에다···아주 그냥 대장군감이네.”
“딸이에요.”
“그럴 줄 알았지. 어쩐지 예쁘다 싶었거든. 요즘 들어 보니까 얘처럼 눈꼬리가 올라간 여자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더라. 고양이상이라나? 하하.”
나는 황급히 사태를 수습했다.
손녀는 언짢은 듯 눈을 감은 채 말도 뭣도 아닌 소리를 내고 있었다.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흠흠, 애 이름은 정했냐?”
“아직이에요. 아버님이 지어 주세요.”
“내가? 진짜로?”
“네. 원래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란세가 이름은 꼭 아버님이 지으셨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고요. 워낙에 아버님을 존경하잖아요.”
“세, 세치카···!”
란세가 당혹성을 흘렸다. 의외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기던 아들놈이 나를 그토록 존경했을 줄이야. 물론 기분은 나쁘지 않았기에 요청은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좋아. 그럼 바로 지어주지.”
“예쁜 이름으로 부탁해요.”
“걱정 마라. 이름 하면 또 나 아니냐. 조금만 기다려 봐.”
고민이 시작됐다. 자신만만하게 외쳤지만 정하려니 이게 또 쉽지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서 카인으로 할까? 아니면 드래곤식 작명으로 다섯 글자라거나.
무수히 많은 후보가 머릿속을 스치듯이 지나가던 차였다.
코트의 안주머니에서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뭐야?”
별일이었다. 사란테가 선물로 준 롱코트는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었다. 세탁하면서 무언가 섞인 것 같았다.
별 생각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가느다란 사슬이 달린 구슬이 집혀 나왔다. 영롱한 수정구 속에는 나침반에 쓰일 법한 바늘이 들어 있었다.
익숙한 물건이었다.
나는 잠깐 숨 쉬는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건···!”
세 번째 평행세계에서 얻은 보물인 마나 추적자였다.
평행세계에서 돌아온 이후 한 번도 작동한 적이 없던 물건. 가벼운 진동은 둘 중 하나를 의미했다. 각인한 대상의 마나가 탐지되었거나, 삼 미터 이내로 다가왔거나.
마나를 추적하는 바늘은 내 품에 안긴 손주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평행세계에서 마지막으로 각인시켜 놓은 대상은.
분명.
“······아카샤.”
“아카샤?”
세치카와 란세가 갸웃거렸다. 아데샨이 입술을 동그랗게 말았다.
서로를 마주보던 란세 부부의 얼굴이 동시에 밝아졌다.
“괜찮은 거 같은데, 무슨 뜻이에요? 돌아가신 할머니 성함이 카샤라고 들었는데 혹시 거기서 따온 거에요?”
“저는 예쁜 거 같아요 아버님. 아카샤. 아카샤 데 발투아. 뭔가 입에 착착 감기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늘은 여전히 손녀에게 고정된 채였다. 그때 입맛을 짭짭 다시던 손녀가 눈을 떴다.
“아웅.”
“세상에, 벌써 눈을 뜨니?”
“누, 눈을 떴다고요?”
아데샨이 감탄했다. 란세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아기가 하루에서 사흘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손녀의 눈동자는 나와 같은 노을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란세가 눈썹을 으쓱였다.
“오호, 이름이 마음에 드나 봐요.”
“예쁘다아···눈이 란세 너를 꼭 닮았어.”
“나보다는 아버지를 닮은 것 같은데. 내 눈은 이렇게 날카롭지 않은걸.”
“어머, 듣고 보니 그렇다. 어쩜 아버님이랑 똑같네요. 격세유전인가?”
세치카가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나는 물끄러미 손녀를 내려보았다.
그 말대로였다. 아직 선이 또렷하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유사성이 느껴졌다. 내 아버지 카인하고도 엄청 닮아 있었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좋아. 오늘부터 네 이름은 아카샤야. 건강하자 아카샤.”
“아카샤. 엄마 해봐. 엄마!”
“너도 참. 막 태어난 애가 어떻게 말을 해?”
“눈도 뜨는데 못할 것도 없지 뭘. 꺅! 너무 귀여워!”
“내가 네 할머니란다 아카샤···아하하, 할머니라 하니까 갑자기 팍 늙은 것 같네.”
아데샨이 내 팔뚝을 치며 웃었다. 손녀의 이름은 아카샤가 되었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가 벙쪄 있던 와중이었다.
곰실거리던 아카샤가 나를 향해 팔을 뻗었다.
“우아.”
“어머 어머, 어머. 얘 좀 봐.”
세치카와 아데샨이 호들갑을 떨었다. 아카샤의 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았다. 꼬물거리는 다섯 개의 손가락은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검지를 가져다 댔다. 아카샤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오므렸다. 작은, 하지만 따뜻한 손이 흉터투성이인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
형용 못할 전율이 일었다. 천 개의 벼락에 직격당한 것 같았다. 아카샤가 내 손가락을 쥐는 순간 깨달았다. 이 아이는 평행세계 모험 내내 나와 대치했던 아카샤와 동일한 인물이었다.
나는 지금 미래에 강림한 재앙을 품에 안고 있었다.
“······거 참.”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모른다.
이 고구마가 어쩌다가 신장이 3미터가 넘는 괴물이 되는지.
무슨 연유로 평행세계를 순회하며 시간을 되돌리는 구슬을 만들었는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음에도 왜 미래의 세상을 파괴하려 드는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래, 아카샤.”
“아우?”
“이 몸이 네 할아버지 되신다.”
나는 이 아이를 지킬 것이다. 미래가 어떤 식으로 뒤틀리든 간에.
슐리펜 녀석이 말한 것처럼, 맹세란 반드시 지켜져야 하기에 맹세였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아카샤가 웃음을 터트렸다.
“꺄하하.”
“만나서 반갑다. 어서 와라.”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따뜻하다. 나는 아카샤를 든 채 창가로 이동했다. 커튼을 걷어내자 햇빛이 와락 쏟아졌다. 구름 없는 하늘 아래로 제국의 수도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 아버님?!”
세치카가 당황했다. 란세와 아데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카샤를 번쩍 들어올렸다. 막 뜬 눈동자에 세상이 담겼다. 내 눈에도 마찬가지였다.
푸른 하늘 저편에 시선을 둔 채 말을 맺었다.
“이 세상은, 너를 위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단다.”
[석양이 하늘을 불사르고 있었다.
『■■■···.』
아카샤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서늘한 저녁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다. 거대한 참나무가 등받이 역할을 해 주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성이 어둑한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거인의 근원이 파괴되며 해방된 영혼들이었다. 아마도 이 별에 살아가는 모두가 보고 있을 장관이었다.
이제 모든 세계를 통틀어서 거인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던 아카사가 가면을 벗었다.
“아으, 답답해!”
가면이 떨어지는 순간 기괴한 목소리는 부드러운 미성으로 변했다.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코는 높고, 날카로운 눈은 타오르는 석양과 같은 색이었다.
다시 하늘로 시선을 옮긴 아카샤가 히죽 웃었다.
“임무 완료.”
길고 힘들었지만 어찌어찌 잘 끝났다.
불현듯, 가면에서 번갯불이 튀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히약?!”
아카샤가 어깨를 움츠렸다. 뭔가 손을 쓰기도 전에 가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황급하게 재착용해 봤지만 음성 변조 기능도, 디스플레이 연출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으아, 어쩜 좋아. 디디칸 아저씨가 겨우 고친 건데···!”
가면을 내던진 그녀가 머리를 쥐어싸맸다.
싸우다가 특수 외피를 날려먹은 것도 모자라서 제도 빌딩 열 채 어치 예산이 들어간 가면까지 망가뜨리고 말았다. 백발 성성한 웨어울프가 뒷목을 잡으며 쓰러지는 장면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아카샤가 허둥거리던 차였다.
“댁은 누구쇼?”
“헉···!”
아카샤가 고개를 돌렸다.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님버튼이 있는 쪽이었다. 눈매가 예리한 사내는 낡아빠진 제국군 군복을 입고 있었다.
“거긴 내 지정석인데.”
“아, 미안해요. 지금 막 가려고 했어요.”
“농담이야. 그냥 앉아 있어.”
사내가 말했다. 성큼성큼 다가온 그가 벌렁 드러누웠다. 입에는 담뱃대가 물려 있었다. 분명 저쪽에서는 초면일 텐데 거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
아카샤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네에.”
“내 이름은 로난인데, 그쪽 이름은 뭐야?”
“아카샤라고 해요.”
“아카샤. 누가 지어줬는지는 몰라도 멋지구만.”
“가, 감사합니다.”
로난이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머지않아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본인이 소개했듯 그의 정체는 로난이었다. 아데샨이 회귀의 구슬을 얻은 평행세계의 로난.
그는 지금 님버튼에서 누나와 함께 살고 있었다. 세 거인을 아카샤가 일찍이 치워 버리는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끄러미 아카샤를 쳐다보던 로난이 입을 열었다.
“행색을 보니까 너도 고생깨나 했나봐.”
“네?”
“무슨 거적떼기를 걸치고 있잖아. 시간 괜찮으면 잠깐 저 아래 마을에 같이 갈래? 우리 누나가 바느질은 또 기가 막히게 하거든.”
그가 검지를 뻗어 아카샤의 로브를 가리켰다. 확실히 엉망이긴 했다.
원래 세상에서 온 로난과 혈투를 벌인 흔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어서 후반에는 어느 정도 진심을 내야 했다.
“아하하.”
로난을 바라본 아카샤가 큭큭거렸다.
심드렁한 말투와는 달리 눈빛에는 걱정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이대로 집에 따라가면 옷은 물론, 천사처럼 예쁜 이릴 고모할머니에게 든든한 감자 스튜까지 대접받을 터였다.
로난이 눈썹을 으쓱였다.
“불안하면 그냥 내가 옷만 가져다 줘도 되고······으잉? 왜 웃어?”
“아뇨 그냥. 어느 세상이든 변함없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엉?”
로난이 뭐라 말하기도 전이었다. 쪼그려 앉은 아카샤가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은 로난이 허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런 젠장, 갑자기 뭐 하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아카샤가 눈웃음쳤다. 그녀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거대한 균열이 아가리를 벌렸다. 로난이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너···!”
“또 만나요. 할아버지.”
아카샤가 균열 속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로난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균열이 닫히며 풍경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벙찐 채 서 있던 로난이 입술이 닿았던 자리를 만지작거렸다.
“···할아버지라고?”
석양이 하늘을 불사르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 5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