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467)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 516화
에필로그
#Epilog
안녕하세요. 서관도입니다.
지금까지 작품에 나온 모든 ‘■’ 의 해석본을 준비했습니다.
원래는 작가 후기에 첨부하려 했는데, 무료분에 풀었다가는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여기에 남깁니다. 뜻이 궁금하셨던 분은 한 번씩 비교해서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가벼운 단편도 하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 내가 이런 잡지 부록 같은 걸 보려고 백원을 낭비했구나!”
라고 생각하셨던 독자님들.
결제를 후회하며 제 미간에 백원을 꽂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신 독자님들은 그 이야기를 보고 노여움을 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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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43화
1. “■···?”
→ 음···?
2. “■■? 이릴? ■■ ···■■ ■■ ■■ ?”
→ 카샤? 이릴? 뭐야···누가 여기 있나?
3. “이릴, ■■ 오셨나 보다. 마중 나가 드리렴.” / “와! ■■ ~”
→ 이릴, 아빠 오셨나 보다. 마중 나가 드리렴. / 와! 아빠~
4. “■ ■■■ ···.”
→ 이 아이가···.
5. “■■■ .”
→ 있었어.
6. “■■. ■ ■■■. ■■ ■■■.”
→ 카샤. 난 가야해. 여긴 위험해.
7. “■■···.” / “왜, 왜 그래요 ■■?”
→ 카샤···. / 왜, 왜 그래요 여보?
8. “■■, 이릴···.”
→ 카샤, 이릴···.
9. “■■ ■ ■■■···.”
→ 모두 내 죄로다···.
10. ■■■, 이릴···■■. ■■ ■■■■ ■■···.”
→ 카샤, 이릴···로난. 나를 용서하지 마라···.
11. “■?!”
→ 응?!
12. “■···■■?”
→ 음···너는?
13. “■■■■!”
→ 물러나라!
14. “■■.”
→ 그만.
15. “···■?”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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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44화
1. “■■···!”
→ 설마···!
2. “■■ ■■ ■■■■. 로난.”
→ 나를 다시 찾아다오. 로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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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66화
1. – ■■■■!!
→ 키에에엑!
2. -■■···.
→ 로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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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27화
1. “고생했다. ■■.”
→ 고생했다.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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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28화
1. “알리브리헤. 엘시아랑 ■■과 함께 몇 개월만 인근의 공사를 감독해 주시겠소?”
→ 알리브리헤. 엘시아랑 아벨과 함께 몇 개월만 인근의 공사를 감독해 주시겠소?
2. “■■···.”
→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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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29화
1. 【■■! 네가 감히!!】
→ 아벨! 네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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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89화
1.【■■이 말했던 아이가 너였구나. 왜 내가 진작에 알아보지 못했을까. 이렇게 닮았거늘.】
→ 카인이 말했던 아이가 너였구나. 왜 내가 진작에 알아버지 못했을가. 이렇게 닮았거늘.
2. 【아아, ■■말이구나.】
→ 아아. 카인 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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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91화
1. “네가 제대로 본 게 맞단다. 이 아이는 ■■의 아들이니까.” / “네? ■■라면, 요새를 세웠다는 그···.”
→ 네가 제대로 본 게 맞단다. 이 아이는 카인의 아들이니까.” / “네? 카인이라면, 이 요새를 세웠다는 그···
2. “■■이 지내던 방이다. 이 독방에서 엘시아와 함께 여기서 3년 동안 연구에 매진했었지. 그 뒤로도 종종 나를 찾아오기는 했지만 여기에 들른 적은 없었다.”
→ 카인이 지내던 방이다. 이 독방에서 엘시아와 함께 여기서 3년 동안 연구에 매진했었지. 그 뒤로도 종종 나를 찾아오기는 했지만 여기에 들른 적은 없었다.
3. “음? ■■과 엘시아라고 했단다.”
→ 음? 카인과 엘시아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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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92화
1. “여기는 이 요새가 지어지기 전부터 존재하던 방이다. 여기를 중심으로 퍼올린 지반 위에 드리무어가 세워졌지. ■■은 이 요새의 설계자이기도 했거든.”
→ 여기는 이 요새가 지어지기 전부터 존재하던 방이다. 여기를 중심으로 퍼올린 지반 위에 드리무어가 세워졌지. 카인은 이 요새의 설계자이기도 했거든.
2. “저주···? 아하. 그래서 네가 ■■의 이름을 알아듣지 못하는 거구나.”
→ 저주···? 아하. 그래서 네가 카인의 이름을 알아듣지 못하는 거구나.
3. “■■이 마지막으로 나를 찾아온 시기온 시기와 네 나이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지. 고작 십수 년 전의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단다. 설마 수명에 대해 물어보는 건 아니겠지? ■■은 너도 익히 아는 로르혼처럼···”
→카인이 마지막으로 나를 찾아온 시기온 시기와 네 나이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지. 고작 십수 년 전의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단다. 설마 수명에 대해 물어보는 건 아니겠지? 카인은 너도 익히 아는 로르혼처럼···
4. “엘시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그녀는 천 년 전쯤에 ■■과 함께 나를 찾아왔단다 ■■의 조수라고 자신을 지칭했었지.”
→ 엘시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그녀는 천 년 전쯤에 카인과 함께 나를 찾아왔단다 카인의 조수라고 자신을 지칭했었지.
5. “그래. 어쨌든 순식간에 사라진 ■■과 달리 엘시아는 최근까지 여기 드리무어에 있었단다. 내가 봤던 정령사 중 가장 뛰어났는데, 갑자기 떠나서 많이 아쉬웠지.”
→ 그래. 어쨌든 순식간에 사라진 카인과 달리 엘시아는 최근까지 여기 드리무어에 있었단다. 내가 봤던 정령사 중 가장 뛰어났는데, 갑자기 떠나서 많이 아쉬웠지.”
6. “불가능해. ■■은 그걸 갑옷이라 칭했지. 우리가 살아가는 별이 탄생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방어막인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복구할 수가 없다는구나.”
→ 불가능해. 카인은 그걸 갑옷이라 칭했지. 우리가 살아가는 별이 탄생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방어막인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복구할 수가 없다는구나.
7. “그래서 ■■은 떠났다. 모두를 구하는 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 그래서 카인은 떠났다. 모두를 구하는 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8. “그래. 애초에 ■■이 여기에 기거했던 것도 그 연구를 위해서였으니. 별의 갑옷에 버금가는 방어막을 만든다거나, 자신과 같은 힘을 다른 이들이 다룰 수 있도록 한다든가. 하여튼 굉장한 아이였지.”
→ 그래. 애초에 카인이 여기에 기거했던 것도 그 연구를 위해서였으니. 별의 갑옷에 버금가는 방어막을 만든다거나, 자신과 같은 힘을 다른 이들이 다룰 수 있도록 한다든가. 하여튼 굉장한 아이였지.
9. “■■도 참 지독하더구나. 아무리 뜻이 있다고는 해도 아이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나는 ■■을 믿지만, 이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한다.”
→ 카인도 참 지독하더구나. 아무리 뜻이 있다고는 해도 아이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나는 카인을 믿지만, 이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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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93화
1. “···태울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야. ■■. 이런 식으로 해주를 막아 놓았나.”
→ ···태울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야. 카인. 이런 식으로 해주를 막아 놓았나.
2. “모르겠구나. 네 마나에 반응해서 지도가 바뀐 거 보면 ■■이 직접 남겼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 모르겠구나. 네 마나에 반응해서 지도가 바뀐 거 보면 카인이 직접 남겼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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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94화
1. “아이야, 나도 네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분명히 당장 전선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겠지. 마법을 베어내는 ■■의 능력을 물려 받은 만큼, 어지간한 불멸자들보다 나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단다.”
→ 아이야, 나도 네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분명히 당장 전선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겠지. 마법을 베어내는 카인의 능력을 물려 받은 만큼, 어지간한 불멸자들보다 나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단다.
2. “나는 네가 더욱 큰 그림을 그려 봤으면 한다. 모두를 구하는 법을 찾아 헤메던 ■■이나 엘시아처럼.”
→ 나는 네가 더욱 큰 그림을 그려 봤으면 한다. 모두를 구하는 법을 찾아 헤메던 카인이나 엘시아처럼.
-여기서부터 2부입니다-
410화/2부 31화
1. 『■ ■ ■ ■ ■ ■ ■ ■ !』
→ 크 아 아 아 아 아 앙! (제 딴에는 겁을 주려고 지른 소리)
2. 『■■■■···■■···■■■■.』
→ 할아버지···내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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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화/2부 34화.
1. 『···■.』
→ ···엑.
2. 『■■■■ ■■■!!』
→ 너무하네 진짜로!!
3. 『■■!』
→ 비켜!
4. 『■■■■!!』
→ 그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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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화/2부 62화.
1. 『■■■.』
→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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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화/2부 63화.
1. 『······■.』
→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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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화/2부 64화.
1. 『■■■■!!』
→ 끼아아악!!
2. 『■■.』
→ 바보.
3. 『■■···■■■ ■ ■■■■■···!』
→ 역시···완벽한 제 우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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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화/2부 65화.
1. 『■.』
→ 음.
2. 『■■ ■■■ ■■■■?』
→ 이건 어때요 할아버지?
3. 『■■.』/『■■.』
→ 안녕.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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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화/2부 66화.
1. 『■■!』
→ 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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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화/2부 67화.
1. 『···■■?』
→ ···으응?
2. 『■■■···.』
→ 하아아···.
3.『■?』
→ 엥?
4. 『■■?!』/『■■···!』
→ 우왓?! / 오오···!
5. 『■?』
→ 오?
6. 『■!!』
→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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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화/2부 68화.
1. 『■!!』
→ 웩!!
2. 『■■.』
→ 느려.
3. 『■■■!』/『■■■!』
→ 느려요! / 아직은!
4. 『■. ■■.』
→ 응. 합체.
5. 『■?』
→ 웅?
6. 『■···■!』
→ 으···아!
7.『■■ ■■■■ ■■■■■.』
→ 제발 죽지말고 버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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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화/2부 77화.
1. 『『교주님. ■어가도 되겠습■■.』
→ 교주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2. 『■■.』
→ 안뇽.
* 아벨이 아카샤의 얼굴을 보고 아는 얼굴이라 한 이유는 그녀의 얼굴이 카인과 닮아서였습니다. 로난은 카인은 닮았고, 아카샤는 로난을 판박이처럼 닮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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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화/2부 81화.
1. 『■ ■■■ ■■ ■■ ■■■.』
→ 네 혈족의 입을 빌어 고한다.
2. 『■■■ ■■.』
→ 방해하지 마라.
* 일이 끝나고 굉장히 부끄러워 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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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화/2부 83화.
1. 『■. ■■■■■.』
→ 아. 외할아버지.
2. 『■■■.』
→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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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화/2부 90화.
1. 『■···■■■.』
→ 음···왔구나.
2. 『■?』
→ 헤?
—
470화/2부 91화.
1. 『■■■.』
→ 으히히.
2. 『■■■. ■■ ■■■.』
→ 귀엽다. 너무 귀여워.
3. 『■■.』
→ 이크.
4.『■···■■■■?』
→ 어···괜찮아요?
5. 『■?』
→ 흠?
6. 『■■.』
→ 어라.
7. 『■■■■. ■■■■ ■■■■ ■■■■?』
→ 놀랬잖아. 괜찮아요 평행세계 할아버지?
8. 『■■!!!』
→ 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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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화/2부 92화.
1. 『■■■···!』
→ 맙소사···!
2. 『■?』
→ 엑?
3. 『······■?!』
→ ······뭣?!
4. 『■■■-!!』
→ 크아앗-!! (필사적인 연기. 사실 하나도 안 아프다)
5. 『■■■■!』
→ 잠깐만요!
6. 『■···■■■.』
→ 으···어지러. (생명력 과다 흡수 부작용)
7. 『■■, ■■■■!!』
→ 히엑, 특수복이!!
8. 『■■■!』
→ 으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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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화/2부 125화.
1. 『■■. ■■.』
→ 끝을. 내죠.
2. 『■.』
→ 얍.
3. 『■■?!』
→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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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화/2부 126화.
1. 『■■! ■■■■■!』
→ 끄악! 진정하세요!
2. 『■■···■■■···.』
→ 으아···기어코···.
3. 『■■■■···!』
→ 할아버지···!
4. 『■■■!』
→ 받아랏!
5. 『■■-■!』
→ 하아-압!
6. 『■■!!』
→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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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화/2부 127화.
1. 『■!』
→ 얍!
2. 『■■···!』
→ 흐아···!
3. 『■?』
→네?
4. 『■■■■ ■■■■!』
→ 할아버지 손녀에요!
5. 『■■■■···!!』
→ 으에에엥···!!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욕을 계속 먹으니 서러워졌음. 원래 세상에서는 로난에게 한 번도 욕을 들어본 적이 없다.)
6. 『■■! ■■!』
→ 몰라! 미워!
7. 『■.』
→ 흑.
8. 『■■■!!!』
→ 미워요!!!
9. 『■···■■···!』
→ 흑···흐엥···!
10. 『허억···■어■···.』
→ 허억···허어억···.
11. 『■런···.』
→ 이런···.
12. 『■■···!』
→ 벌써···!
13. 『■■■■■■···.』
→ 후아아아아아···.(살아 있어서 다행이에요 할아버지)
14. 『■■■.』
→ 쉬세요.
15. 『■■ ■■■■■■.』
→ 이제 끝낼테니까요.
16. 『···■■.』
→ ···좋아.
17. 『■. ■ ■■■■■■ ■■■■.』
→ 응. 곧 헤어지겠네요 할아버지.
18. 『■■.』
→ 설마.
19.『■■■···?』
→ 어떻게···?
20. 『■■!』
→ 잠깐!
21. 『■···!』
→ 허···!
22. 『■■■···.』
→ 대단해···.
23. 『■■■■?』
→ 고맙다뇨?
24. 『■ ■■■■ ■■■?』
→ 다 죽어가는 처지에?
25. 『■■···!』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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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화/2부 128화.
1. 『허■!』
→ 허억!
2. 『■■■■···.』
→ 일출인가···.
3. 『■■!』
→ 우웩!
4. 『■?』
→ 에?
5. 『■···!!』
→ 헉···!!
6. 『■···!!!』
→ 욱···!!!
7. 『■■···■■!』
→ 좋아···그만!
8. 『■■. ■■■■■.』
→ 가요. 마지막으로.
—
508화/2부 129화.
1. 『■■.』
→ 자요.
—
513화/2부 134화.
1. 『■■■···.』
→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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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화/2부 136화.
1. 『■■■■■■■!』
→ 다녀오겠습니다!
2. 『■■!』
→ 안녕!
[이상입니다.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다면 좋겠습니다.
43, 44, 189, 191, 192, 193, 194화는 수정된 버전으로 읽어주셔야 해석이 일치합니다.
이어질 이야기가 마지막입니다.
부디 종점의 경치를 즐겨 주시길.
***
“아데샨. 오늘 출발한다고 했니?”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졌다.
식탁에 앉아 스테이크를 썰던 아데샨이 고개를 들었다. 키가 자신만큼이나 큰 여인이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냉철한 군인이지만 집에 돌아오는 주말에는 저렇게 요리사로 변하고는 했다.
아데샨이 말했다.
“네. 엄마.”
“그럼 오빠들이 돌아오기 전에 떠나는게 좋겠구나. 어젯밤 내내 나를 괴롭혔거든. 아직 주머니에 넣어 다녀야 하는 꼬맹이가 무슨 배낭여행을 가냐면서.”
“주머니 한 번 크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이제 다 큰 아가씨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으니 원···이제 석 달 뒤에 필레온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는 어떻게 보내려고 그러는지.”
“괜찮아요. 그만큼 저를 아낀다는 뜻이니까요.”
“어머, 속이 깊기도 하지. 그럼 조금 기다렸다 인사하고 갈래?”
“아뇨. 잘먹었습니다.”
아데샨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껴 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두 오라버니의 장점은 여동생을 너무 사랑한다는 거였고, 단점도 여동생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자칫 눈에 띄었다가는 여행이 최소 사흘은 늦춰질 터였다.
사냥개에게 물린 담비처럼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되겠지.
아데샨이 어머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사랑해요. 다녀올게요.”
“나도 사랑한다. 거실에 있는 아빠한테도 인사하고 가렴.”
“네.”
아데샨이 거실로 나섰다.
주말이라 가게를 쉬는 아버지는 아침부터 찾아온 손님과 체스를 두고 있었다.
손님의 덩치가 원체 커서 거실이 꽉 차 보였다. 아버지 쪽이 유리한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시커먼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치던 손님이 으르렁거렸다.
“···비겁하군.”
“허허, 한 수 물려 드릴까요?”
아버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덩치가 자신의 세 배에 달하는 웨어타이거를 앞에 두고도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이 손님이 고작 체스에서 진 걸로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성벽 너머에서나 북부의 패자 소리를 듣지, 여기서는 그냥 친구였으니까.
자이파가 말했다.
“필요 없다. 전사를 동정하지 마라.”
“그럼 3수 이내로 끝납니다만.”
“말도 안 되는···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보여 드릴까요?”
아버지가 손을 뻗었다.
정확히 세 번 말을 움직이자 킹이 쓰러졌다. 자이파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침묵하며 꼬리만 휘적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하자.”
“얼마든지요. 어라, 아데샨. 어디 가니?”
그제야 딸을 발견한 아버지가 눈썹을 으쓱였다.
아데샨이 끄덕거렸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여행이요.”
“아하. 그 배낭여행 말이구나. 조심해서 다녀오렴. 배웅을 나가야···”
“저는 괜찮아요. 그냥 자이파 아저씨랑 계세요.”
“좋은 아침이군. 아데샨.”
자이파가 히죽 웃었다. 아데샨은 손을 흔들어 인사해 주었다.
원래 삶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일이다.
송곳니의 밤을 일으킨 학살자, 가정을 파괴했던 원흉은 이제 심심하면 집에 놀러오는 동네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아저씨도 좋아 보이네요. 수인 친구분들은 다 잘 지내시죠?”
“그래. 네 덕분에.”
“제가 뭘 했다고요. 잘 지내신다니 다행이네요.”
아데샨이 눈웃음쳤다. 말로는 점잔을 뺐지만 사실 그녀가 한 일이 많기는 했다.
2년 전. 그녀는 자이파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진실을 말해 주었다. 흑막이던 바르카는 즉시 쳐형당했다. 자이파는 송곳니의 밤을 일으키는 대신 황제와 자진해서 타협에 나섰다.
아데샨은 외교관으로 동참했고, 일은 어찌어찌 잘 풀렸다.
“다행이에요. 정말.”
이것이 세니엘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네 번의 삶을 훌륭하게 마친 대장군에게 주어진 선물.
아벨을 처치하고 죽어가는 로난에게 남은 생명력을 양도한 그녀는 흔히 매체에 표현되는 사후세계로 가는 대신 한 번의 삶을 더 살게 되었다.
끊어졌던 의식이 돌아왔을 때, 아데샨은 소녀가 되어 변경백령 바르사의 고향 집에 서 있었다.
‘무능함의 대가를 치르는 줄만 알았지.’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솔직히 지옥에 떨어진 줄 알았다. 다시 운명의 굴레가 자신의 목을 옥죄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회귀는 달랐다. 넋의 형태로 구슬에 깃들었을 때까지 포함해서 모두 네 번의 삶을 살아본 아데샨은 미래에 벌어질 일을 모조리 알고 대처할 수 있었다. 그녀의 삶을 지옥으로 빠뜨린 송곳니의 밤은 일어나지 않았고, 가족 중 누구도 죽지 않았다.
‘그림자의 마나도 빨리 개화했고.’
사실상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매 순간마다 살아가는 재미를 배우고 있었다.
심지어 이 세상은 천국보다 좋은 곳이 될 여지가 남아 있었다.
이번 배낭여행은 그 마지막 조각을 찾으러 가는 여정이었다.
자이파가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눈빛이 심상치 않군. 먹잇감이라도 사냥하러 가는 건가?”
“비슷하죠. 남편 될 사람 잡으러 가는 거니까요.”
“커헙!”
아데샨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며 증류주를 마시던 아버지의 코와 입에서 강렬한 분수가 터져 나왔다.
체스판과 자이파의 털이 흥건하게 젖었다.
“이봐. 괜찮나.”
“죄,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그만···잠깐만 기다려 보렴 아데샨. 누굴 데리고 온다고?!”
“걱정 마세요. 다들 좋아할 테니까. 저 눈 높은거 알잖아요.”
“오빠들이 알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죽을 거야!”
“그 사람이 더 세니까 괜찮아요. 사랑해요 아빠 안녕.”
아데샨이 집을 나섰다. 아버지의 기침 소리는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이어졌다.
하늘이 맑았다. 바르사의 잿빛 성벽 너머로 하얀 산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위령비가 세워졌을 자리에는 황제와 자이파가 악수를 나누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숨을 들이내쉴 때마다 찬바람이 폐를 씻어주는 감각이 상쾌했다.
새털구름을 바라보던 그녀가 혼잣말했다.
“참 좋구나. 걱정거리가 없다는 건.”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린 채였다. 그녀는 회귀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윤택한 삶을 살고 있었다.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잔다는 의미였다. 십 년 뒤에도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아캬사···.”
이 세상에는 거인이 없다. 정확히는 있었는데 없어져 버렸다.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성벽 위를 거닐면서 미래 대비책을 세우던 와중, 갑자기 공간이 찢어지며 예쁘장한 소녀 한 명이 튀어 나왔다. 놀라우리만치 로난을 닮은 소녀였다.
아카샤라는 이름의 소녀는 자신이 평행세계에서 온 로난의 손녀라고 소개했다.
– 우와, 다섯 번째 세계가 있길래 뭔가 하고 왔는데···! 반가워요 대장군님!
– 반갑다. 그런데 아무리 후손이라지만 너무 닮은 것 아닌가.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이냐며 내치기에는 얼굴이 지나칠 정도로 판박이었다. 게다가 풍성한 흑발과 사근사근하게 웃는 모습은 자신과 똑 닮아 있었다. 아카샤는 거인은 이미 자기가 멸종시켰으니, 대장군님은 행복한 삶을 보내는 데만 집중하라고 말해 주었다.
이 또한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거대한 균열을 펼쳐서 멸망하는 거인의 별을 보여 주었다. 며칠 전에 벌어졌던 수수께끼의 천체 현상은 거인들의 근원이 파괴되며 풀려난 혼이었다. 목적을 상실한 네뷸라 클라지에는 아카샤에 인해 몰살당하거나 극소수만 살아남아 로돌란에 투옥당했다.
하지만 정말 충격적인 것은 그 뒤에 이어진 말이었다.
당시의 대화를 떠올린 아데샨이 메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참 미련하군···상병.”
아데샨은 자신이 죽으면서 떠나온 세상이 평행세계로 남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원래 멸망했어야 할 세계가 모조리 로난에게 구원 받았고, 죽어가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구슬을 건네 준 사람 역시 로난이었다는 사실도.
심지어 로난이 평행세계를 구하고자 했던 계기 중 하나는 천국에 있을 자신이 마음고생을 할까 걱정돼서였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성벽 위에 주저앉은 채 소리 내어 울었다.
아침이 밝고 아카샤가 떠날 때까지.
그래,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익다 했다니까.
흐려진 눈앞을 문질러 닦은 아데샨이 발걸음을 옮겼다.
“가볼까.”
이제 출발할 시간이었다.
고향 집을 등진 그녀가 바르사의 성문을 통과했다.
서늘한 북부를 떠나자 눈이 녹은 땅이 나왔다.
공간 이동 스크롤은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평화로워진 세상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갈증이 나면 맑은 냇물에서 목을 축이고, 배가 고프면 나무열매를 따먹거나 직접 사냥을 했다. 다리가 지쳤을 때는 풍광 좋은 곳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다양한 마을과 도시를 방문하며 사람을 만났다. 매 순간이 즐거웠다. 거인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살아가던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씩 마주치는 도적들도 여행의 묘미였다.
젊은 처녀가 혼자 여행하는 모습에 흑심을 품고 다가온 이들은 모조리 정신 장악의 먹잇감이 되었다. 대부분은 결박해서 인근 마을에 자수하게 했지만, 죄질이 나쁠 경우 자살시키거나 스스로 눈을 뽑게 만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데샨은 쓴웃음을 지었다.
거인이나 네뷸라 클라지에가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악인이 존재했다.
이번 삶은 세상에 만연한 어둠을 몰아내는 직업을 가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세상이겠지.’
어쨌거나 아데샨은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녀는 목적지 삼아 출발했던 서부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굽이치는 강줄기가 봄꽃 움트는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곳곳에 피어난 들꽃은 투박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녀가 온 방향에서 터오르는 해가 풍경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좋은 곳이군.”
주변을 둘러보던 아데샨이 작게 탄성했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른 잠에서 깬 양 몇 마리가 언덕과 언덕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을의 이름은 님버튼.
첫사랑의 고향이었다.
“후우우우···.”
아데샨이 심호흡했다. 달리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아버지나 자이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막상 만날 때가 되니까 긴장감 때문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자신은 대리만족만 했을 뿐, 본인의 연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진정하자···이미 다 알고 있잖아. 나는 녀석의 모든 것을 보았다.”
넋의 형태로 관전이라도 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런 경험이라도 없었다가는 아예 졸도해버렸을 터였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의 누구보다 로난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그건 용기를 내는 것과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그 아이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그나마 이른 아침인 것이 다행이었다.
아직 대부분이 잠들어 있을 테니 정신을 다잡을 여유가 조금 있었다.
작은 거울을 꺼내든 그녀가 차림새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셔츠 단추를 조금 더 풀어야 하나? 머리는 뒤로 묶는 게 낫나? 인사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미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뭘 해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차라리 백만의 군대를 통솔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웠다.
그녀가 이상한 신음을 흘리며 고민하던 찰나였다.
“동작 그만.”
“뭣.”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이 팔려 있어서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무로 된 봉이 아데샨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드디어 잡았다. 양 도둑놈. 내가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기다릴 줄은 몰랐지?”
“···양 도둑?”
“그래. 여자라고 봐줄 거라 생각하면 곤란해. 감옥에 처넣기 전에 아주 쓴맛을 보여주마. 먼저 양 분장을 시킨 뒤 마을을 세 바퀴···”
그는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새끼양 열댓 마리가 발치에 도열한 모습이 보였다. 너무 긴장해서 무의식적으로 정신 장악을 펼친 듯했다.
최악의 만남이군.
아데샨이 말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네. 나는 양 도둑이 아니야.”
“모두가 그런 변명을 하지. 시끄럽고 뒤 돌아. 그 뻔뻔한 낯짝이나 보게.”
“···그러지.”
아데샨은 두 손을 어깨까지 들어올린 채 뒤를 돌았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난이 서 있었다.
소년 시절의 로난이었다. 그녀가 기억하던 것보다 확연하게 앳된 티가 났다. 피부는 부드러웠고, 키도 자신보다 훨씬 작았다. 아데샨과 마주친 로난이 얼어붙었다.
“뭐···.”
나무봉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의 시선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아데샨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데샨도 마찬가지였다. 정신 장악에서 풀려난 양떼가 도망치고 있었지만 그런 데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속설이 아주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입을 뗀 것은 로난이었다.
“······쳇, 반반하게 생기긴 했네.”
“고맙군.”
“정말로 도둑 아니야?”
“아니다. 하지만 양이 주변에 모여든 건 내 잘못이 맞아. 이 점은 사과하지 로난.”
“내 이름을 어떻게···읍.”
로난이 미처 말을 맺기도 전이었다.
성큼 다가온 아데샨이 그의 뒤통수를 끌어당기며 입을 맞췄다.
“······!”
로난의 눈이 커졌다. 입술만 살짝 맞닿는 가벼운 키스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윽고 떨어진 두 사람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던 로난이 나지막이 탄성했다.
“···우와.”
“글쎄.”
아데샨이 배시시 미소지었다.
붉어진 채 벙찐 얼굴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웠다. 극광 아래에서 키스한 로난이 왜 자신을 보고 웃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인생이었다.
가만히 로난을 마주보던 아데샨이, 참나무 솟아난 언덕을 향해 눈짓했다.
“그런 사소한 건, 저기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하지.”
完.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 517화
완결 후기
#Period
안녕하세요. 서관도입니다.
댓글로는 감정을 미처 담아내지 못할 것 같아 맺는 글을 남깁니다.
첫 번째 소설이라 그런지 생각이 많아지네요.
그래도 여운이 미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니까 너무 길지 않게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가 완결났습니다.
2022년 2월 12일부터 2024년 4월 23일까지.
총 801일에 이르는 로난과 아데샨의 대장정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는 제 인생을 바꿔 준 소설입니다.
작품이 연재되는 801일동안 저는 똥 싸는 기계 신세를 벗어나고, 아내가 될 여자를 만나고, 가난한 지망생 시절 내내 밥을 사 주던 친구들에게 역으로 밥을 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벗들이 해 준 덕담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합니다.
몇 가지만 꼽아 보자면···.
“당신은 가문의 실패작이야.”
“사람은 생긴대로 놀아야 하는 거야. 니 얼굴에는 글이 없어.”
“네가 쓴 글은 트래픽을 좀먹는 사이버 해양쓰레기에 불과해.” (안읽어봄)
“관도야 생산라인에 자리 비워놨음. 말만 해라 ㅇㅇ”
아! 가슴은 물론 머리까지 뜨거워지는 우정이여!
그들이 아직까지 미천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이유는 덕담을 해 줄 때마다 제게 밥을 사 주었기 때문입니다. 백원씩 던지면서 욕하는 악성 도네랄까요. 자기들은 모르지만 로난이라는 캐릭터의 형성에도 큰 도움을 준 친구들입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분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부모님, 정상적인 방법으로 응원해준 친구들, 작가 동기, 피디님과 와이프(진)이 없었더라면 저는 절대로 지금의 후기를 남길 수 없었을 겁니다. 독자님들은 당연하고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잠깐 이야기가 샜습니다.
어쨌든 그 외에도 멋진 일은 잔뜩 일어났습니다. 일일히 다 적기 힘들 정도로. 아카천칼을 연재한 801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로난은 세상을 구하는 겸사겸사 저도 구했습니다.
첫 화를 올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본가의 제 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법 쌀쌀한 저녁이었습니다.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찬바람과 노을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2부 마지막 장면에 나온 것처럼 보라색으로 녹아내리는 노을이었습니다. 원래 냉증에 시달리는 손은 추위와 긴장감으로 완전히 얼어붙은 채였습니다.
수도 없이 고민하다가 업로드 버튼을 눌렀습니다.
당시의 제목은 ‘못 배운 천재 칼잡이’ 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생각해도 괜찮다 생각하는데, 제목을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라 바꾸기 전까지 정말 지독하리만치 인기가 없었습니다. 가끔씩 그때 연재를 그만뒀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연재를 포기하지 않은 과거의 자신이 여느 때보다 자랑스럽습니다.
2부 이야기도 잠깐 하겠습니다.
저는 솔직히 1부 완결을 깔끔하게 낸 편이라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외전도 마찬가지고요. 원래 계획되었던 마지막 회차인 333화 ‘로난’ 의 결말도 썩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풀지 못한 이야기는 남아 있었습니다.
나비로제와 바렌, 자이파, 에르제베트와 같은 주역급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 2부를 관통하는 주제인 회귀 구슬의 정체 등이 그러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러프하게나마 구상하고 있었지만 미처 풀어낼 여건이 되지 않았죠.
전업 작가인 이상 굶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작품을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어설프게 손댔다가는 기존 결말의 여운을 망칠까 두렵기도 했고요.
하지만 웹툰화가 이루어지면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독자님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저는 남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특별 외전과 2부를 보여드릴 수 있던 것은 오롯이 근사한 웹툰과 웹툰을 보고 찾아와주신 독자님들 덕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예정입니다. 소설을 쓸 예정입니다.
서관도라는 필명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어디선가 서관도라는 놈이 소설을 연재하고 있으면 그건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를 쓴 저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제 글을 맺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길어졌다가는 다음 소설에서 만나뵜을 때 무안할 것 같네요.
결국 제가 후기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말은 이 두 문장인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를 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독자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관도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