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90)
90. 여명을 향해 쏴라(3)
#90
로난의 손에는 이미 뽑혀 나온 라만차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7서클 마법사의 몸에서 새나오는 마나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농도가 진했다. 두 사람을 내려보던 아운 필라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과 대화하고 싶소. 잠시 괜찮으시오?”
“저, 저희랑요?”
에르제베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운 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둘 다 신입생으로 보이는데 실력이 굉장하더군. 전도유망한 후배들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소.”
“후배?”
“나 역시 필레온 출신이오. 767기 입학생이지.”
로난의 눈이 커졌다. 그가 아카데미 선배라는 것보다 그런 얼굴로 서른 초반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콧수염을 매만지던 아운 필라가 로난을 바라보며 말했다.
“특히 그대의 능력은 매우 흥미로웠소. 도대체 어떻게 검격으로 화염구를 소멸시킨 것이오?”
“그냥 뭐···잘게 썰으니까 없어지던데요.”
“그것 참 놀랍군. 이해하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지.”
“진짠데.”
영 믿지 않는 눈치였다. 정말 그게 전부인 로난으로서는 부연 설명할 것이 없었다. 아운 필라가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대화가 좀 길어질 것 같군. 내 집무실로 모시고 싶은데, 다들 괜찮소?”
“무, 물론이죠!”
에르제베트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고의 다섯 마탑 중에서도 입지가 높은 여명 마탑. 그곳의 탑 메이지이자 탑주 대리의 초대를 받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으니.
“나도 좋아요.”
로난 역시 흔쾌히 승낙했다.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던 차였다. 아운 필라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응해 줘서 기쁘군. 그럼 따라오시오.”
아운 필라가 앞장서서 그들을 안내했다. 불기둥을 타고 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세 사람은 평범하게 걸어서 이동했다. 몸을 원소화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냥 화상만 입고 끝난다는 이유였다.
“타인을 아무 제약 없이 이동시킬 수 있는 건 공간 속성 마법이 유일하오. 혹시 아직도 크라티르께서 필레온의 교장직을 맡고 계시오?”
“그렇죠.”
“과연 로르혼 님의 수제자답군. 아마 다음으로 9서클에 도달하는 자가 나온다면 분명 그 분이겠지.”
아운 필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필레온에 다니던 시절에도 크라티르가 교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여튼 대단한 늙은이었다. 최후의 전투 당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머지않아 그들은 여명 마탑의 정문으로 들어섰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상아색 석재로 이루어진 실내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비례하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1층은 여타 고층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로비 역할을 하고 있었다. 타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거대한 조각상이 그 중앙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붉은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아운 필라와 마주칠 때마다 합장한 채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보냈다. 주변을 둘러보던 로난이 눈썹을 으쓱였다.
“생각보다 평범하네.”
괴상망측한 필레온 마법과의 본관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여기에는 거꾸로 붙어 있는 계단도, 갑자기 시비를 거는 초상화도 존재하지 않았다.
역시 필레온의 주문쟁이들이 이상한 거였어. 그리 생각하던 찰나 로비 한구석에서 배를 뒤집어 깐 채 잠들어 있는 다리 여섯 개 달린 도마뱀이 눈에 들어왔다. 로난의 얼굴이 굳었다.
‘씨발. 샐러맨더잖아.’
하마터면 칼을 뽑을 뻔했다. 누군가 전생에서 상대하기 좆같았던 몬스터를 열 마리만 적어 보라고 종이와 펜을 준다면 당당하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괴물이었다.
인간 따위는 날숨 한 번으로 태워버리는 화염의 도마뱀. 족히 3m는 되어 보이는 미끈한 몸은 뜨겁지 않은 불에 휩싸여 있었다. 에르제베트와 함께 왔던 필레온의 학생들이 인솔자로 보이는 마법사의 안내를 듣고 있었다.
“지금 보고 계시는 건 120년 전부터 여명 마탑에서 기르는 샐러맨더 낸시입니다. 귀엽죠?”
“와아, 샐러맨더는 처음 봐요. 만져봐도 돼요?”
‘미친놈들.’
그걸 또 깔깔대면서 듣고 있는 꼴을 본 로난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여튼 마법사라는 족속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법으로 움직이는 승강기를 타고 곧장 탑의 정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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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운 필라의 집무실은 여명 마탑의 최상층에 자리해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넓은 아치형의 창문 너머로는 아직 기지개를 켜고 있는 태양과 넘실거리는 여명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아운 필라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저 멀리 지평선 근처에서 비명의 요새 로돌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은 응접용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금 벌어진 사태에 대한 감사와 필레온의 근황이 주요한 주제를 이루었다.
“오오,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아칼루시아 가의 영애였군. 세 가지 속성을 다룬다고?”
“네. 불, 바람, 염력이예요. 가장 자신 있는 속성은 불이고요.”
“불과 바람을 함께 타고나다니,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재능이군. 졸업 후 여명 마탑으로 오실 생각은 없소? 그랑시아의 삼녀도 잘 지내고 있으니 생활에 모자람은 없을 것이오.”
“후후후, 생각해 볼게요.”
에르제베트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하여튼 칭찬을 참 좋아하는 계집애였다. 그나저나 방금 그랑시아라고 하지 않았나? 잘못 들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차에 아운 필라가 말을 이었다.
“로난 그대도 마찬가지요. 그대는 틀림없이 위대한 검사가 될 거요.”
“고마워요.”
“빈말이 아니오. 그대의 기량은 결코 제국의 샛별에 밀리지 않소. 부디 정진하여 세상의 어둠을 베어 내는 검사가 되기를 바라오.”
아운 필라가 말했다. 그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아주 간혹 찾아볼 수 있는, 선의를 연료 삼아 살아가는 유형에 속했다.
‘일단은 말이지.’
다만 아주 마음을 놓기에는 걸리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분위기도 많이 풀어졌으니 슬슬 본론을 꺼내도 될 것 같았다. 로난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운 필라, 궁금한 게 있어요.”
“으음? 무엇이오?”
“아까 왜 더 빨리 도와주지 않은 거예요? 격추당할 뻔했을 때.”
아운 필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로난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의 눈을 응시했다.
느닷없는 취조에 에르제베트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그건···.”
“솔직히 화염구를 막을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있었잖아요.”
생각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탑에 마법사가 정확히 몇 명이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수백 명은 될 터였다.
설령 아운 필라 본인이 파이어 볼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들 중 한 명은 발견하고 조처를 했어야 했다. 아운 필라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콧수염만 매만졌다. 마침내 한숨을 푹 내쉰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파이어 볼을 발견한 것은 그대가 배에서 뛰어내린 직후였소.”
“예?”
“말 그대로요. 마탑의 누구도 파이어 볼이 발사되어 날아가는 과정을 보지 못했소. 정확히는 그대가 공중에서 검을 휘두르는 순간 파이어 볼이 나타났소. 그때는 이미 손쓸 수 없이 지근거리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지. ”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갑자기 파이어 볼 일곱 개가 나타났다는 소리였다. 로난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
“탑 메이지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소. 여명 마탑은 그대들이 탄 비공정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었소.”
설명이 이어졌다. 아운 필라는 네뷸라 클라지에의 자폭 사건 이후 마탑의 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들은 비공정이 마탑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소환수들을 보내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따위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사가 끝나는 대로 진상을 밝히려고 했소. 처음에는 말할까 했지만, 괜히 손님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킬 것 같더군. 나를 비롯한 마탑의 모두가 같은 현상을 체험했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로난이 단체로 약이라도 한 거냐고 물으려는 순간이었다. 잠자코 경청하던 에르제베트가 입을 열었다.
“설마 인식 저해 마법일까요?”
“현재로서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소. 그걸 제외하고는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아운 필라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제베트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도 안 돼요. 이렇게 넓은 범위에 인식 저해 마법을 걸다니···그게 사실이면 탑 메이지님도 걸리셨다는 소리잖아요?
“그렇소.”
“도대체 누가 그런 강력한 마법을··.”
에르제베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대상의 존재를 인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인식 저해는 기본적으로 시전자보다 마법 내성이 낮은 이들에게만 통하는 마법이었다.
우수한 마법사들이 널려 있는 여명 마탑에서, 그것도 7서클의 경지에 도달한 아운 필라에게까지 인식 저해를 동시에 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로르혼 님이 짓궂은 장난이라도 치신 걸까요···?”
“그건 아닐 것이오. 연구에 몰두하고 계셔서 저번 탑주 회의 때도 참석하지 않으셨으니까. 어쨌든 누군가 우리에게 인식 저해 마법을 사용한 거라면, 분명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마법사겠지···.”
아운 필라가 말꼬리를 끌었다. 확실히 단순한 오발 사고는 아닌 듯했다. 이번에는 실종자에 대해 질문하려던 차였다. 별안간 몸을 일으킨 아운 필라가 옷깃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일어서겠소?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말이오. 그 전에 여명의 요람을 구경시켜 드리겠소.”
“세상에, 정말요?!”
그 순간 수상한 기류는 온데간데없이 날아가 버렸다. 에르제베트는 거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기세로 기뻐했다.
여명의 요람은 마법사들이 모여 새로운 마법을 개발하는 일종의 실험실이었는데, 원래대로라면 마탑의 일원이 되고도 오 년가량 경험을 쌓아야 출입이 허가되는 장소였다. 로난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저는 됐어요.”
“으음? 무슨 일이라도 있소?”
“더는 시간이 지체되면 안 될것 같아서요. 도서관을 가 봐야 하거든요.”
물론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언젠가는 마법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고, 이런 귀중한 경험은 훗날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컸으니까.
하지만 그가 오늘 여명 마탑을 방문한 목적은 어디까지나 해주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함이었다. 아운 필라가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시오. 마탑주 대리가 아닌, 필레온 아카데미의 선배로서도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릴 테니까.”
“말만이라도 고맙네요.”
“참, 그대에게 줄 게 있소.”
안주머니를 뒤적이던 아운 필라가 웬 금속으로 된 납작한 곽을 내밀었다. 안쪽에는 검지손가락만한 두루마리 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죠?”
“내가 만든 스크롤이오. 필레온 아카데미에 다닌다면 틀림없이 위험한 실습도 많이 할 텐데, 비상시에 쓰도록 하시오.”
아운 필라는 프로미넌스 버드를 비롯한 자신이 즐겨 쓰는 마법들이 각인되었다고 설명했다. 로난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의 귀가 먹은 것이 아니라면 그가 준 것은 결코 호신용에 적합한 마법이 아니었다.
‘···역시 마법사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프로미넌스 버드는 아하유테와 싸울 당시에도 사용하던 마법이었다. 돌아 버린 것이 아니고서야 텃밭에서 딴 채소 건네듯이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고마워요.”
물론 거절하지는 않았다. 헛웃음을 친 로난이 금속 곽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상당히. 에르제베트가 말했다.
“고생 많았어요 로난 님. 혹시 마탑에는 얼마나 머무르실 예정이신가요?”
“글쎄다. 못해도 사나흘?”
“후후, 비슷하네요. 기회가 되면 또 보자구요.”
“그래. 친구들하고 같이 밥도 같이 먹고 그래. 맨날 혼자 있지 말고.”
“쓰, 쓸데없는 참견이에요!”
세 사람은 다 같이 승강기를 타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여명의 요람이 도서관보다 위층에 있던 터라 로난은 두 사람을 먼저 보내줘야 했다. 승강기가 다시 내려가려는 순간, 아운 필라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참, 사악한 금서를 읽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금서?”
곧바로 승강기가 내려가는 탓에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로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경고보다는 노파심에 조언하는 듯한 말투였다. 머지않아 승강기가 멈춰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도서관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웅장한 자태를 본 그가 헛웃음을 쳤다.
“···대단하군.”
대륙에서 손꼽히는 장서량을 보유한 거대한 도서관은 24층으로 구성된 마탑에서 여섯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섯 개의 층을 하나로 합쳐놓은 도서관의 천장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에 자리해 있었다.
둥그런 벽면을 따라서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마찬가지로 원기둥 형상을 한 책장 수십 개가 천장까지 솟구쳐 있었다.
군데군데 난 창문을 통해 새어드는 햇살이 책을 읽는 데 최적의 광원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중을 떠다니는 발판에 올라서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로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기라면 자신의 저주에 대한 단서가 한두 개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책의 도시를 바라보던 그가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중얼거렸다.
“한번 해 보자고.”
로난은 곧장 행동에 착수했다. 첫 단계는 사란테가 말한 사서를 찾는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정보를 모으려고 했다가는 사흘은커녕 일 년간 뒤져도 모자랄 판이었다.
문제는 워낙에 도서관이 넓은 탓에 사서를 찾기도 힘들다는 점이었다. 원체 사서처럼 생겨먹은 안경잡이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외모만으로는 추론하기가 어려웠다.
설마 한 명씩 붙들어서 물어봐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던 차였다. 뒤쪽에서 웬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혹시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으음?”
로난이 고개를 돌렸다. 아담한 체구의 소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오렌지색을 띠는 단발과 아셀만큼이나 작은 키가 인상적이었다.
“필레온 아카데미에서 오셨나 보군요. 필요하신 게 있다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설마…그쪽이 사서에요?”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앳된 얼굴을 본 로난이 침음을 흘렸다.
‘··친분이 있을 만큼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은데.’
도저히 수백 년 전에 은거한 사란테와 접점이 있다고는 생각되지가 않았다. 목소리 또한 천진하여 기껏해야 자신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어리게 보였다. 로난이 영 미심쩍다는 듯이 질문했다.
“혹시 사서가 그쪽 말고 더 있어요?”
“네? 아뇨. 도와주시는 분들은 많지만, 사서는 저 혼자예요.”
“음···그럼 맞겠죠 뭐. 기다려 봐요.”
말없이 주머니를 뒤적이던 로난이 반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은빛 고리 한가운데 박힌 보석이 반짝이고 있었다. 여명 마탑의 사서를 만나면 보여주라던, 사란테의 유품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반지를 본 사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그건…!”
“내 친구가 이걸 댁한테 보여 주라 하더라고요. 아는 사람이에요?”
“어, 어떻게···이런···말도 안 되는···.”
산책하다 용을 마주쳐도 저렇게 놀랄 것 같지는 않았다. 반지와 로난을 번갈아서 쳐다보던 사서가 별안간 그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누구보다 잘 알아요. 따라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