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145
아카데미 담당 일진 145화
또각- 또각-
복도에서 들리는 당자인의 구두 소리를 들은 학생들은 서둘러 자리에 착석했다.
드르륵-
“차렷, 경례!”
“안녕하십니까!”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학생들의 인사에 놀란 표정을 지은 당자인은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역시 특임반 학생들은 다른 반 학생들이랑 다르네요, 호호-”
강단에 선 그녀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임무를 나갔다 왔다고 하던데 크게 다친 곳은 없죠?”
“네, 없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제 특임반 시절 때는 꼭 누군가 한 명씩은 어딘가 부러져서 오거나 잘려서 오고는 했었는데, 확실히 이번 특임반 학생들은 능력이 출중한가 보네요.”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이 어떤 임무를 나가든 항상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라요, 그러면 출석을 불러볼까요?”
“네!”
교탁 위에 놓아둔 검은 파일철을 집어 든 당자인은 출석을 불러 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백일진 학생?”
“네, 있습니다.”
“좋아요.”
출석을 전부 부른 당자인은 들고 있던 파일철을 손바닥에 툭툭 가져다 대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 강의를 시작해야겠죠?”
“네!”
“오늘은 여러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실기 수업이에요.”
“네?”
“실기 수업이요……?”
실가 수업이라는 말에 학생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제 막 임무에서 돌아왔는데 실기 수업까지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
“갑자기 표정이 확 어두워졌는데 혹시 불만 같은 거 있는 학생 있나요?”
학생들은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불만이 있다 한들 감히 독희 당자인에게 불만을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좋아요, 그럼 전부 다 좋다고 생각할게요?”
“네!”
“그럼, 오늘 강의는 강당에서 진행할 테니 전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오도록 해요.”
“네, 알겠습니다!”
홈베이스에서 옷을 갈아입던 남궁종수는 상의를 벗은 채 거울로 자신의 근육을 점검하며 말했다.
“강당 수업은 진짜 오랜만이네.”
“그러게, 우리 중간고사 임무 나가기 전이 마지막 아니야?”
“하, 아직 근육통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무슨 실기 수업이야.”
모용석은 투덜대는 남궁종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존스, 다 우리를 위한 수업이다.”
“내 이름은 종수다, 용석.”
“…….”
어느새 옷을 다 갈아입은 황보철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도 아니고 무공 실기 수업이라니 너무 싫다……. 오늘은 뭘 배우는 건지 알아?”
“나도 모르겠다. 강의 계획서를 보면 알지 않겠나?”
“특임반은 강의 계획서 의미 없는 거 알잖아, 하도 바뀌는 일이 많으니까.”
“그건 그렇지.”
“다 입었어?”
“다 입었다.”
“가자.”
어느새 체육복으로 환복을 마친 특임반 학생들은 강당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생들이 어느 정도 들어온 것을 확인한 당자인은 마이크를 들었다.
“남학생들은 왼편에 여학생들은 오른편에 서주세요. 반장은 인솔을 도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원진은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손으로 강당 한쪽을 가리켰다.
“철수, 일진 너희는 저기 왼쪽에 서면 된다.”
“네, 선배.”
“하이린, 엘리아, 수정, 하윤 너희는 저기 오른쪽.”
왼쪽으로 가는 백일진의 뒷모습을 보던 엘리아가 고개를 휙 돌리며 물었다.
“원진 선배, 저도 그냥 같이 왼쪽에 서면 안 돼요?”
“응? 그건 안 되지…….”
“왜요?”
“그야, 교수님이 시켰으니까…….”
엘리아는 강단에 서 있는 표독한 표정의 당자인을 힐끗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학생들이 전부 정렬을 마치자 당자인은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아아,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 지은 이유는 오늘 배울 합동 공격이 의도치 않은 신체 접촉이 많기 때문입니다.”
“합동 공격이라면 합격진(合擊陳)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비슷해요. 단, 합격진은 여러 명이 한 조를 구성하는 반면에 오늘 배울 합동 공격은 2명이 짝을 이룬다는 것이 다른 점이죠.”
그때 남궁종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남학생 25명 여학생 25명 둘 다 홀수라서 짝이 맞지 않습니다! 한 조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맞춰야 할 것 같은데요!”
“좋은 지적이에요! 다들 남궁종수 학생에게 박수!”
짝짝짝-
학생들을 둘러보던 당자인의 시선은 황보수정에게 닿았을 때 멈췄다.
“흠, 아무래도 황보철수 학생과 황보수정 학생이 짝을 이루는 게 맞겠죠?”
당자인의 말을 들은 황보철수가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교수님, 저는 싫습니다!”
황보수정도 황보철수가 있는 곳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야, 나도 싫어!”
학생들은 혹여나 당자인이 화를 낼까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자인이 황보철수와 황보수정의 상황을 공감했기 때문.
‘하긴 나도 오빠랑 짝을 하라고 하면 죽기보다 싫겠지.’
그렇다고 해서 남학생과 여학생을 붙여놓을 수는 없다.
“그러면 혹시 이 반에 커플이 있나요?”
예자원은 고개를 돌려 남궁종수에게 눈치를 줬다.
‘빨리 말해!’
그녀의 시선을 느낀 남궁종수는 당황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고 예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손을 들려던 찰나.
“있어요!”
당자인은 소리가 들린 여학생 쪽을 바라보았다.
“방금 말한 학생 누구죠?”
“저요!”
“엘리아 학생?”
“네, 엘리아입니다!”
학생들은 당당하게 일어나는 엘리아를 보고―
‘엘리아가 커플이었나?’
‘엘리아가 누구랑 사귄다고? 누구지? 부럽다…….’
‘아니, 엘리아는 나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자인은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는 의아함이 가득 담긴 눈을 하고는 엘리아를 불러냈다.
“엘리아 학생, 이쪽으로 나와보세요.”
“……네.”
엘리아는 강단으로 나가면서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 내가 왜 그랬지? 정말 미쳤나 봐…….’
최근 들어 백일진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던 엘리아는 커플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버린 것.
‘……푸른 잎사귀 망신은 내가 다 하겠네…….’
백일진의 성격상, 엘리아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 커플이라고 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아, 괜히 손은 들어가지고…….’
엘리아의 얼굴이 시뻘건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당자인은 강단 위로 올라온 엘리아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대었다.
“엘리아 학생이 커플이라는 건가요?”
“네? 아직 커플은 아닌데…….”
“그럼 왜 손을 든 거죠?”
“아, 저기…… 그게, 곧 커플이 될…… 예정이라…….”
“……상대는요?”
“저기…….”
엘리아는 소심하게 손을 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의 끝에는 백일진이 특유의 무표정을 지은 채 멀뚱히 서 있었다.
“배, 백일진?!!”
순간, 강당 내부가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졌다.
“백일진이랑 엘리아가 커플이라고?”
“근데 백일진은 설하윤이랑 뭐 있는 거 아니었어?”
“아니야, 황보수정이랑 뭐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무슨 소리야, 백일진은 황보철수 좋아하잖아.”
마지막 말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는지, 백일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마지막은 아니다.”
백일진은 단순히 마지막 말을 부정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학생들은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헤엑- 그러면 다른 애들이랑은 썸씽이 있는 걸 인정하는 건가?”
점점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모용석은 크게 손뼉을 치고는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뒤에서 다른 사람 얘기하지 말고 본인 연애들이나 잘해라.”
“…….”
“…….”
또각또각-
백일진의 앞으로 다가온 당자인이 마이크를 가져다 대면서 물었다.
“엘리아 학생의 말이 맞나요?”
백일진은 입을 열지 않고 엘리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엘리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일진을 보고 있었다.
-후회하고 있군.
-홧김에 저질렀나 본데? 어떻게 할 거냐, 백일진.
‘어떻게 해야 할 건지 고민해야 할 정도인가?’
-당연하지!
‘아니라고 하면 되지, 별것도 아닌 걸 고민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데.’
-네가 생각하기에는 별것도 아닐 수도 있어도, 저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백일진은 강단 위에서 초조하게 서 있는 엘리아를 응시했다.
그렇게 물끄러미 시시각각 변하는 엘리아의 표정을 바라보던 백일진은 순간 어이가 없어져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저지를 때는 당당하게 저질러 놓고 왜 저렇게 초조해한단 말인가.
‘귀엽네.’
처음으로 엘리아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 번 도와주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래, 저 엘리아라는 녀석의 자존심상 네가 거절하면 한 달간은 아카데미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저 엘리아라는 아이를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너도 싫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면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백일진이 입을 열려던 순간.
“일진아! 이게 무슨 소리야!”
학생들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황보수정이 체육복 소매를 걷으며 씩씩대고 있었다.
“……백일진 학생?”
“네.”
“학생은 설마 황보수정 학생도 마음에 두고 있는 건가요?”
“…….”
-사면초가구만.
-진퇴양난이야.
-고립무원이구만.
-설상가상이야.
‘조용히 좀 해라.’
백일진도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엘리아의 입장이 이상해질 테고, 맞다고 하면 황보수정이 난감해질 테니.
그때.
다른 여학생들도 앞다퉈 손을 들기 시작했다.
“저도 일진이랑 뭔가 있어요!”
“뭐야? 그럼 저도요!”
당자인은 그런 여학생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학교 다닐 때가 생각나네.’
물론 자신이 백일진의 입장이었지만.
강당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당자인은 엘리아를 내려보내고는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자, 그냥 남녀 조는 황보철수와 황보수정 학생이 짝을 짓는 거로 할게요.”
이미 이렇게 난리가 난 이상, 거절할 수 없었던 황보 쌍둥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철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다가, 자신보다 더 안 좋은 표정인 남궁종수를 바라봤다.
“존스, 너 왜 그래, 추워? 왜 이렇게 몸을 떨어?”
남궁종수는 예자원의 눈치를 보느라 황보철수에게 대답해 줄 정신이 없었다.
“……아, 아니다.”
다시 단상 위로 돌아온 당자인은 앞에 강대상을 치워 버리고 그 앞에 섰다.
“자, 지금부터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짝을 지으세요. 아까 말했듯 황보철수 학생과 황보수정 학생은 앞에서 둘이 짝을 지으시구요.”
남궁종수는 자신의 옆에 있는 백일진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부 짝을 지었으면 주(主)와 보(補)를 나눌 거예요. 빠르게 짝을 지어야 하니 조금 더 키가 큰 쪽이 주, 키가 작은 쪽이 보의 역할을 맡을게요.”
“네!”
“전부 짝을 지었으면 제가 하는 동작을 따라 해주세요, 먼저 주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해야 하는 동작부터 보여주도록 할게요.”
당자인은 곧바로 강단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그것을 보고 당자인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잘했어요. 이번엔 보의 역할을 한 학생들의 차례예요.”
당자인이 다른 움직임을 펼치고 있던 도중, 천마검이 백일진을 불렀다.
-어이 백일진.
‘응?’
-천마신공으로 저 교수의 내공을 가늠해 볼 수 있겠나.
‘굳이?’
-굳이가 아니지, 네놈처럼 기감이 약한 녀석은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지.
-내 생각도 천검과 같다. 천마신공과 천마기만 있으면 부족한 기감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개벽환까지 가세하자 백일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하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