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18
아카데미 담당 일진 18화
쉬는 시간, 남궁종수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투덜댔다.
“방금 강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모드 마법이고 뭐고 이해를 하지 못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얼른 무공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남궁종수의 등을 탁! 쳤다.
“존스, 이해 좀 못 할 수도 있지, 너무 상심하지 마. 그리고 나도 이해 못 했어.”
“존스가 아니라 남궁종수. 그리고 특임반에 들어가려면 마법도 어느 수준 이상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건 그렇지만…….”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고 50여 명 정도로 보이는 일련의 무리가 들어왔다. 강단 위로 올라간 이들의 교복에는 푸른색 수실이 매달려 있었다.
“어? 푸른색 수실이면 2학년?”
“2학년 선배들이 여길 왜…….”
“파, 팔을 봐. 팔에 완장이 있어.”
그 말대로 그들의 팔에는 붉은 사자가 그려진 완장이 채워져 있었다. 그 완장을 알아본 어떤 학생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혀, 혈사자 비그리 선배다.”
“그게 뭔데.”
“몰라? 선배잖아. 작년 비무대회에서 우승했던…….”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와중, 무리의 대표 격으로 보이는 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신입생들, 반갑다. 나는 18대 혈사자 비그리라고 한다. 다들 알고 있을 테지만 우리는 아카데미 동아리의 동쪽 파벌 대표 동아리 혈사자회다.”
비그리는 혈사자라는 별호에 걸맞게 붉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고, 눈매도 사자처럼 날카로웠다.
“오늘은 우리를 홍보하기 위해 왔지. 강해지고 싶다, 아니면 이미 강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우리 혈사자회로 들어오길 바란다.”
자기소개를 마친 비그리가 옆에 있는 학생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혈사자회 부회장, 푸른 불꽃 루덴스다. 재밌는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우리 혈사자회로 들어오도록.”
“총무, 월아검 조운창.”
“기획부장, 아리화 진예하예요. 무공전형이나 마법전형은 환영하고 필기전형은 오지 말아주시길…….”
혈사자회 간부들의 부리부리한 눈빛은 신입생들의 몸을 흠칫 떨게 했다.
그 후로도 그들은 마지막까지 눈을 빛내며 한 명, 한 명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웬 이상한 홍보 전단을 돌리고 나서야 강의실을 비웠다.
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황보철수는 혈사자회 홍보 전단을 들고 있는 남궁종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존스, 너는 어떤 동아리 들어갈지 결정했어?”
“안 했다.”
“흠…… 난 어디로 가지. 축제 때 동아리끼리 대항전도 한다는데…….”
동아리.
아카데미 생활의 꽃, 공통된 목적이나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인 집단. 하지만 그 의의는 변색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각자의 영향력을 행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고, 경쟁을 용인하는 아카데미 측에서도 그것을 묵인했기에 학생들에게 끼치는 동아리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방금 홍보를 왔던 혈사자회는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아리 중 하나였다.
“몰라, 일단 반 배치고사도 안 봤는데 무슨 동아리냐. 일단 특임반으로 들어가는 게 먼저다.”
관심 없다는 듯 말했지만, 사실 남궁종수는 동아리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
‘말해 뭐 해. 여학생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들어가야지.’
그렇게 생각한 남궁종수는 턱을 괴고는 눈알만 굴려, 옆에서 핫도그를 먹고 있는 백일진을 힐끔 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녀석이랑은 같은 동아리에 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
흠칫!
‘천하의 남궁종수가 상대방을 피할 생각을 하다니…….’
[남자로 살아가는 법] 3장 127페이지, ‘상대를 두려워하는 남자는 이미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그럴 수는 없지.’
남궁종수의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핫도그를 다 먹은 백일진은 이번에는 아공간에서 초콜렛을 꺼내 물었다.
‘근데 이 자식은 온종일 먹기만 하나.’
남궁종수가 백일진을 질린 듯 쳐다볼 때,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딩동댕동- 강의 시간입니다.]문을 열고 카리스가 들어왔다. 그는 어느새 정장 차림에서 가벼운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모양새였다.
“친구들 잘 쉬었어요?”
“네!”
대답을 들은 카리스는 학생들에게 뭔가를 나눠줬다. 받아보니 푸른색 원단에 옆에 세 줄무늬가 있는 체육복이었다.
“홈베이스에서 이걸로 갈아입고 강당으로 오세요. 2교시는 실습이니까.”
“네!”
학생들은 삼삼오오 홈베이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개중에 가장 신난 것은 황보철수였다.
“실전 마법 수업! 기대된다! 일진, 너도 기대되지?”
“뭐, 그냥 그렇다.”
황보철수는 어찌나 신이 나는지 홈베이스 안에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까지 추고 있었다.
“야! 황보철수.”
“어? 존스 왜?”
“된장 통 좀 가만히 놔둬. 왜 이렇게 된장을 섞어대냐.”
엉덩이춤을 추던 황보철수는 남궁종수에게 쓴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지 계속해서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그때, 그 옆에 서 있던 황보철수만큼이나 풍채가 있는 소년도 남궁종수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 가만히 좀 있어라, 정신 사나우니까.”
“어? 용석? 너 오랜만이다!”
“어제 봤잖아. 그리고 내이름은 용석이 아니라 석이다.”
모용세가의 삼남, 모용석.
남궁세가의 남궁종수와 소림의 원각을 제치고 당당히 무공전형 1번으로 들어온 학생, 그는 짧게 자른 리젠트 컷 헤어를 하고 있었는데 표정부터 고고해 보이는 것이 마치 ‘나 명문세가 자제요’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철수, 잠깐 비켜봐.”
“응?”
모용석이 황보철수의 엉덩이를 툭 밀고는, 그 앞에 떨어져 있던 남궁종수의 리폼된 교복을 집어 들었다.
“어이, 종수, 너도 이런 이상한 데 신경이나 쓰니까 발전이 없는 거다.”
“뭐라고? 너 뒤질래?”
남궁종수가 발끈하며 모용석에게 다가갔지만, 모용석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남궁종수에게 교복을 던져주고는 백일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너.”
어느새 백일진의 앞에 선 모용석이 백일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주물렀다. 내공이 담겼는지 찌릿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계속 눈에 거슬리는데 잘 좀 하자. 면학 분위기 해치지 말고.”
툭-
백일진은 그의 손을 툭 쳐내고 똑같이 어깨를 주물러 줬다. 물론 내공을 담아서.
“너나 잘해라.”
모용석은 순간 어깨에 파고든 강력한 침투경에(浸透勁 상대방의 몸에 내공을 불어넣어 고통을 주는 것) 속으로 흠칫했다.
‘……이 자식 뭐야.’
가까스로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게 버틴 모용석은 백일진의 손을 쳐내고는 ‘흥’ 하며 홈베이스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뒤따라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황보철수와 백일진도 홈베이스를 나갔다.
“흠…… 모용석, 저 자식은 어릴 때부터 재수 없는 건 여전하군.”
홀로 남은 남궁종수가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근데, 저 백일진이라는 녀석은 도대체 뭐 하는 놈이지?”
분명히 모용석이 백일진의 어깨에 내공을 불어넣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런데 어떻게?’
모용석은 단순한 후기지수가 아니다.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 재능으로만 따지면 황보철수와 맞먹는 게 바로 모용석이다.
‘필기가 모용석의 침투경을 버틴다고……?’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는 자신의 악수도 버텼다. 맥이라도 잡아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백일진이 범상치 않은 녀석이라는 건 확실했다.
“아무리 봐도 만만하게 볼 녀석은 아니야…….”
* * *
강당은 벌써 친목을 다지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둘러보니 중소방파는 중소방파끼리, 마탑은 마탑끼리, 독학이나 학원 출신 학생들도 삼삼오오 무리를 짓고 있었다.
문제는 오대세가와 육대문파였는데 그들은 같은 무림 연맹 안에 속해 있었지만, 서로 뭉쳐 있지 않았다.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하지만, 황보철수는 오대세가도 아니고 육대문파도 아닌 마탑 학생들과 같이 있었다.
“정말? 마탑에서는 그런 것도 알려줘?”
“으, 응.”
“이야, 대박이다. 너 이름이 라트 엑스라고 했지? 언제 한 번 너네 마탑 놀러 가도 돼?”
“아…… 그건 좀…….”
라트 엑스의 불편한 기색을 본 황보수정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는 황보철수의 귀를 잡고 끌고 나왔다.
“아아아- 아파.”
“내가 못 살아. 눈치 없게 왜 거기 끼어 있어.”
얼추 학생들이 다 모였을 때 즈음, 어느새 강당 가운데 단상 위로 올라간 카리스가 마이크를 들었다.
“다 모였나요?”
“네!”
“그래요, 그럼 수업 시작할까요?
“네!”
“지금부터 마법진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볼 거예요. 데칸트 교수님 수업 시간에 마력 호흡법 구결은 전부 다 배웠죠?”
“네!”
“…….”
필기전형과 마법전형 학생들의 우렁찬 대답과 달리 무공전형 학생들은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마력 회로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 익히긴 했지만, 구결은 군데군데 까먹었기 때문.
“뭐 마력 회로를 사용하기만 하면 되지.”
“마, 맞아, 마력 호흡법 안 쓰고 내공심법을 사용해도 똑같아.”
“그건 그래.”
저들끼리 웅성거리며 떠드는 학생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던 카리스가 말했다.
“그럼 마법진 만드는 방법은 다들 알고 있나요?”
“네!”
“…….”
이번에는 마법전형 학생들만 크게 대답을 했고 나머지는 또 침묵을 지켰다. 카리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학생들을 바라봤다.
“그럼, 가장 먼저 마법진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게요.”
딱-
카리스의 핑거스냅과 동시에 모든 학생이 카리스가 만들어낸 환상에 들어왔다. 환상 안에서는 온몸의 감각이 카리스의 통제하에 이루어졌다.
“지금부터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순서를 기억하세요. 그 순서가 바로 마력회로의 순서니까요.”
백일진도 환상 안에서 마력회로를 느끼고 있었다.
단전부터 시작돼 임맥과 독맥을 거치지 않은 마력이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느낌.
내공과 본질은 같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내공은 꾸덕꾸덕한 느낌이라면 마력은 묽은 느낌이랄까.
“마력회로를 거친 기운을 오른손으로 방출해 동그라미를 그려내 보세요.”
마력을 담은 백일진의 손끝이 물감을 묻힌 것처럼 푸르게 변했다. 이윽고 그는 주위에 푸른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원 안에 주문을 적은 룬어로 별 모양을 그리면 마법진이 완성됩니다.”
모든 마법진 안에는 룬어로 만들어진 별이 있다. 그렇기에 마법진의 개수로 몇 성인지를 나누는 것.
‘룬어?’
하지만 룬어의 개념에 대해서 모르는 백일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마법전형을 제외한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참! 마법진 안에서 주문을 담는 언어, 즉 별을 그리는 언어를 모두 룬어라고 말해요.”
그 말과 동시에 학생들이 환상에서 깨어났다. 그런 그들 앞에 카리스가 마력을 이용해 허공에 글자를 써가며 설명했다.
“룬어를 만들 때, 언어의 종류는 상관없어요. 로체트어, 중원어 또는 자신만의 언어까지. 그 모든 언어가 전부 룬어가 될 수 있어요.”
그 말에 모용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그럼, 룬어로 마법 주문을 만들 때는 뭐가 필요한가요?”
“주문에는 반드시 키워드가 들어가야 해요.”
“키워드요?”
“한 마법진 안에는 보통 [속성 키워드], [외관 키워드], [작동 키워드]가 들어가 있어야 해요. 2성급 마법은 마법진이 두 개가 필요하니까 키워드도 당연히 두 배가 필요하겠죠?”
무공전형 학생들과 필기전형 학생들은 카리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주문의 구성은 아주 간단해요. 사용하고 싶은 마법의 주문을 묘사하는 거예요. 바로 이렇게!”
카리스의 마법진에는 로체트어로 [[바람]과 함께 타오르는 [화염] 속 [응집]된 [구체]여, 적에게 [유도]하여 [폭발]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마법진에선 이내 이글거리는 파이어 볼이 만들어졌다.
“2성급 마법 파이어볼이에요. 로체트어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만들었죠? 여기서 필수 키워드는 [바람], [구체], [화염]이예요. 나머지는 자신만의 키워드를 넣어도 상관없죠.”
“그럼 마법의 위력이 달라지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거기서 드러나는 게 마법사의 역량이예요. 수준 높은 마법사는 같은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때에 따라 키워드를 바꿀 수 있어야 하는 법!”
그러고는 다시 파이어볼 마법진을 소환해 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요즘 사용하는 룬어. 제 방식으로 만든 언어라 아무도 읽을 수 없죠.”
확실히 그 안에 그려진 룬어는 뭐라고 쓰여 있는지 읽을 수 없었다.
“그럼 모두 마법을 펼쳐볼까요?”
그 말과 동시에 카리스의 주변에 밝은 빛의 구가 생겼다.
“1성급 마법 라이트, 이 마법은 아주 간단해요. 밝게 빛나는 장면을 상상하고 거기서 온 영감을 룬어로 묘사해 마법진을 만들면 끝. 라이트 마법은 두 가지 키워드만 충족해도 발동하는 아주 쉬운 마법이니까 다들 만들어 보세요!”
카리스는 깜빡했다는 듯 윙크하며 말을 덧붙였다.
“아, 참! 필수 키워드는 [빛], [구체]예요. 이 마법은 아주 간단한 마법이라 외관 키워드와 속성 키워드만으로 발동하죠.”
그 말을 듣고 학생들은 눈을 감고 마법진을 그려내었다. 주위를 보니 마법전형 학생들은 벌써 라이트 마법을 띄우고 있었다.
“아! 난 왜 안 돼!”
하지만 황보철수는 마법진을 만드는 것부터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황보수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야, 벽력심공으로 마력을 움직이니까 그렇지.”
다른 무공전형 학생들처럼 마력 호흡법의 구결을 까먹은 황보철수도 그들처럼 내공심법으로 마력 회로에 마력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황보세가의 벽력심공은 내공 자체에 벽력의 힘을 더해주는 상승심법이기에 마력회로에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황보철수의 마법진에서는 치직치직- 전기 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데칸트 교수님의 마력 호흡법 기억나?”
“구결을 까먹었는데…….”
“내가 알려줄 테니까 그 방법대로 내공을 이끌어봐.”
황보수정은 황보철수의 귀에 대고 구결을 계속해서 읊어주었다.
“좋았어! 다시 간다!”
시간이 지나니 무공전형 학생들도 하나, 둘 마법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무공전형 학생 중 가장 먼저 마법진을 만들어낸 남궁종수가 다가왔다.
“황보철수, 마법, 마법 떠들더니 마법진 하나 못 만드는 거냐.”
남궁종수의 오른손에는 뚜렷하게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입가엔 승리자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황보철수는 남궁종수의 마법진을 힐끔 훔쳐봤다. 아직 자신만의 룬어를 만들지 못하는 남궁종수의 룬어는 로체트어였기에 주문 내용이 훤히 보였다.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그대여, 그 누구보다 광휘를 발하는 [구체]여. 환하고 아름답게 내 앞을 비추라.]푸흡.
황보철수는 남궁종수의 마법진에 새겨진 주문을 보고 웃어버렸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아니, 1성급 라이트 주문 쓰는 데 누가 주문을 저렇게 써. 누가 보면 제네시스 마법이라도 쓰는 줄 알겠어.”
남궁종수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황보철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턱을 들고 가슴팍을 내민 다음 말했다.
“쯧쯧, 원래 멋진 남성이란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다.”
“어…… 그래.”
하긴, 아직 자신은 만들지도 못하면서 마법진을 만들어 낸 사람을 어찌 비웃을 수 있겠는가. 굳게 마음을 먹은 황보철수도 계속해서 도전하기 시작했다.
“와! 나도 마법진 만들었다!”
그 후로도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황보철수도 결국 마법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남궁종수나 황보수정의 마법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고 옅었지만, 스스로 마법진을 발동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 나도 엄마처럼 마법사가 될 수 있어!’
그 무렵, 백일진도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었다.
‘이건가?’
백일진도 밝게 빛나는 구체를 상상하고 자신의 마법진에 자신만의 룬어를 새겨 마법을 발동시켰다.
[빛, 구체.]펑-
또 마법진이 터져 나갔다.
‘왜 안 되지?’
분명히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이해했는데, 웬일인지 라이트 마법을 발동시키기만 하면 마법진이 터져 나가면서 마법이 시전되지 않았다.
‘흠……. 왜 안 되는 거지.’
그 모습을 본 황보철수가 다가와서 뭐라고 조언을 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마법진은 왜 이렇게 허약한 거지.’
잠깐, 허약하다? 마법진이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 나간다?
‘아!’
뭔가를 떠올린 듯 백일진은 다시 마력회로에 내공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과 달리 강제로 마력을 통제하지 않은 채 마법진을 그렸다.
“어? 일진! 그건…….”
백일진의 마법진을 본 황보철수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백일진의 손에 만들어진 마법진은 다른 학생이 만든 마법진의 30배 정도는 되는 크기였기 때문.
“라이트!”
반짝-
그 말과 동시에 마법진에서 엄청난 빛을 발하는 구체가 소환되었다. 일순간, 눈앞의 시야를 가릴 정도로 눈부신 구체를 본 학생들이 소리쳤다.
“악-! 내 눈! 눈뽕 누구야!”
“으아악! 앞이 안 보여!”
“뭐야! 저거! 라이트 마법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