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64
아카데미 담당 일진 64화
카리스와 데칸트가 단상 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마치 면접이라도 보는 듯한 모양새였다.
조별로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던 카리스가 학생들에게 손짓했다.
“순서는 오른쪽 아래부터 1조라고 생각하고 시계 방향으로 돌겠습니다.”
황보철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조가 2번이었기 때문. 발표를 맡은 하이린은 벌써 눈물을 그렁그렁하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아, 참고로 저와 데칸트 교수님은 심사와 진행만 할 뿐, 한 조의 발표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학생들이 술렁였다.
“그러면 어떻게 심사를 하신다는 거지?”
“정말 마법만 보겠다는 건가?”
“에이, 그래도 조별과젠데.”
저들끼리 속닥이던 학생들은 데칸트의 미간에 ‘내 천’ 자 주름이 깊어지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카리스가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고는 학생들을 바라봤다.
“저희 교수들은 발표 내용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질문은 누가 하나요?”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겁니다. 참고로 질문하는 능력, 질문에 대처하는 능력도 평가할 거예요.”
“아-”
학생들은 눈에 독기를 품고는 다른 조를 흘겨봤다. 자신이 점수를 더 받기 위해서는 다른 조의 단점을 찾아야 할 테니.
데칸트는 학생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학생들을 참 잘 다루는군.”
“뭐, 거짓말은 아니잖아요.”
평가 점수 중 질문에 대한 부분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카리스가 발표에 대해 언급을 함으로써 학생들은 다른 조의 발표에 집중할 것이다.
“가끔 자네를 보면 다혈질 마검사라는 말보다는 ‘요물’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네.”
“다혈질도 다 옛날 말이죠.”
“그렇구만, 일단 시작하지.”
카리스의 손짓을 본 첫 번째 조가 앞으로 나왔다.
1조는 제갈무혁, 원각과 원진, 예자원, 티모스 마브로, 그리고 마법전형 학생 셋이 속한 조였다.
발표 담당은 티모스 마브로와 제갈무혁이었다. 제갈무혁은 화려한 언변으로 발표를 이끌었다. 그리고 티모스 마브로는 걸걸한 드워프 특유의 목소리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발표할 것은 ‘에어 머신건’이라는 마법이오.”
발표 자료를 띄우고 있는 원각과 원진, 마이크를 잡은 티모스 마브로를 제외하고 마법전형 학생 셋과 제갈무혁, 예자원까지 총 다섯 명이 앞으로 나왔다.
“첫 번째 키워드는 속성 키워드 [공기] 작동 키워드 [유도] 외관 키워드 [총].”
“두 번째 키워드는 속성 키워드 [공기] 작동 키워드 [유도] 외관 키워드 [총].”
“세 번째 키워드는 속성 키워드 [공기] 작동 키워드 [유도] 외관 키워드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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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키워드는 속성 키워드 [공기] 작동 키워드 [유도] 외관 키워드 [총].”
그들의 키워드는 그냥 일반적인 에어 건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학생들은 그들의 마법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키워드 설명을 마친 1조의 인원들은 강당 더미에 마법을 사용했다.
여럿이서 계속해서 에어 건을 사용하니 일반적인 에어건과 달리 연발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제갈무혁이 티모스 마브로에게 마이크를 도로 돌려받고 말했다.
“혹시 질문할 분 계신가요?”
크리스가 손을 들었다.
“1조의 마법은 합동 마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마법을 여러 명이 사용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이에 관해 설명해 주시죠.”
“합동 마법의 뜻이 뭡니까. ‘여럿이서 마법을 사용했을 때의 시너지를 내는 마법’ 아닙니까?”
“맞습니다.”
“굳이 키워드를 바꾸지 않더라도 여럿이서 사용했을 때 시너지가 나기에 에어건 마법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일견,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럿이서 한 마법을 사용하면 효과가 더 크게 나는 것은 어느 마법이든지 똑같다.
“그건 파이어 볼, 라이트닝 스피어, 체인 라이트닝같이 어떤 마법을 써도 똑같은 거 아닙니까?”
제갈무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턱을 받치며 말했다. 그 모습이 재수가 없어 보였던 남궁종수가 혀를 찼다.
“재미있는 질문이군요. 크리스 학생, 학생께서는 파이어 볼, 체인 라이트닝, 아이스 스피어 같은 마법을 연발로 날릴 수 있습니까?”
“그, 그건…….”
“본인 스스로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죠? 하지만 이 ‘에어 머신건’은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시너지를 더하는 합동 마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더 질문 없으시면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1조의 질문 시간이 끝난 후, 곧바로 카리스의 손짓에 따라 2조의 인원들이 앞으로 나왔다.
“저희 2조는 백일진, 모용석, 황보철수, 황보수정, 설하윤, 하이린, 엘리아, 남궁종수가 속해 있습니다.”
학생들이 손뼉을 쳤다. 발표 담당인 모용석과 하이린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학생들 앞에 나섰다.
‘후우-’
숨을 가득 들이쉬며 심호흡한 하이린은 떨리는 가슴을 뒤로한 채 외웠던 대본을 떠올렸다.
‘어?’
하지만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버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어떡하지?’
몇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상황.
하이린은 안색이 파리해지더니 곧이어 입안이 건조해졌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눈치챈 모용석이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자신의 손으로 옮겼다.
그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학생들은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단상 뒤에서 지켜보는 카리스만이 눈을 빛냈을 뿐.
“저희 조는 ‘매직 로켓’이라는 합동 마법을 만들어 봤습니다.”
“매직 로켓?”
“무슨?”
“여기 보시죠.”
모용석에 손짓에 맞추어 황보수정과 엘리아가 마법 영사기를 작동시켜 자료를 띄웠다.
“합동마법의 장점이야 누구나 알고 있듯이 부족한 마력을 보완할 수도 있고, 마법 실력을 보완할 수도 있죠. 또 여러 명이 함께 만들기에 거대한 위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모용석이 고개를 사선으로 틀었다. 그리고 양손을 들고 가볍게 ‘X’ 자를 취했다.
“하지만 단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죠. 혼자서는 사용하기 힘들고 여러 속성을 다뤄야 하기에 위험도가 높죠. 아까 1조가 보여줬던 에어 뭐시기는 예외지만요.”
하하하하-
모용석의 재치 있는 디스에 학생들은 웃었지만, 1조의 인원은 똥 씹은 것처럼 얼굴이 구겨졌다.
1조의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코웃음을 치며 저들끼리 호박씨를 까기 시작했다.
“모용석, 쟨 아직 발표할 줄 모르네. 합동마법 조별과제에서 합동마법의 단점을 얘기한다고?”
“저러면 나중에 질문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일단 2조는 제치고 시작이다.”
모용석의 귀에도 1조 조원들의 이죽거림이 들렸다. 하지만 모용석은 흐트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발표를 이어나갔다.
“저희는 합동마법이라고 해서 여러 명이 뭉쳐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마법 그 자체로서의 완벽함을 추구했습니다.”
알아듣기 쉬운 딕션, 부드러운 목소리 톤, 좌중을 압도하는 발성까지. 모용석의 능숙한 연설은 어느새 학생들을 그의 발표에 빠져들게 했다.
“이후는 같은 조의 하이린 학생이 설명해 드릴 겁니다.”
모용석은 하이린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린은 왠지 용기가 샘솟았다. 지금 이런 분위기라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연습 많이 했잖아. 힘내자!’
마이크를 든 하이린이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저는 2조의 하이린이라고 합니다. 이 뒷부분은 제가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금발이 영사기에서 갈라진 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몇몇 남학생들의 얼굴이 새초롬하게 변했다.
“모용석 학생의 말대로 저희는 합동 마법이면서 단일마법인 ‘매직 로켓’이라는 마법을 만들어냈습니다.”
“단일마법으로 쓴다고?”
“쟤들 매일 강당에서 매직 미사일로 장난치길래 설마 했더니 진짜 과제를 저걸로 하나 보네.”
하이린이 뒤를 돌아보고 조원들을 불렀다. 이름이 호명된 조원들이 앞으로 나섰다.
“첫 번째 키워드입니다. 속성 키워드 [바람, 마법], 외관 키워드 [미사일], 작동 키워드 [접착].”
침을 꿀꺽 삼킨 황보철수가 나서서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었다. 4주간의 연습이 헛되지 않았는지, 다행히 정상적인 크기의 매직 미사일이 소환되었다.
유급생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매직 미사일은 1성급 마법, 속성 키워드를 두 개나 넣는다는 건 미친 짓이다.
“아니, 이건 아니잖아!”
“매직 미사일은 1성급 마법이라고!”
하지만 그들과 달리 카리스에게 ‘모드 마법’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던 신입생들은 자책하고 있었다.
“아, 우리가 저거 해야 했는데.”
“왜 생각을 못 했지?”
하이린은 그들이 떠들든 말든 다음 주자를 호명했다.
“두 번째 키워드도 마찬가지로 속성 키워드 [바람, 마법], 외관 키워드 [미사일]. 작동 키워드 [접착].”
남궁종수가 나와서 매직 미사일을 만들었다.
“세 번째, 속성 키워드 [바람, 마법], 외관 키워드 [미사일], 작동 키워드 [투척].”
“네 번째, 속성 키워드 [바람, 마법], 외관 키워드 [미사일], 작동 키워드 [가속].”
“다섯 번째, 속성 키워드 [바람, 마법], 외관 키워드 [미사일], 작동 키워드 [가속].”
자료를 띄우고 있는 엘리아와 황보수정, 발표 중인 하이린을 제외한 5명이 각자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었다.
“와, 근데 ‘접착’이라는 키워드가 있었어?”
“나도 태어나서 저거 쓰는 마법 처음 봐.”
“그러게 진짜 쓸모없는 키워드인 줄 알았는데.”
그것들은 하나로 엉겨 붙어 마치 로켓 같은 모양새를 이루고 있었다.
“발사.”
하이린의 신호에 따라 그들은 더미에 매직 미사일을 쏘아냈다. 엉겨 붙은 세 개의 매직 미사일이 먼저 출발했고, 그 뒤에서 [가속] 키워드가 달린 매직 미사일이 먼저 간 매직 미사일을 밀어주며 속도를 더했다.
콰아아아아앙-
순식간에 매직 로켓에 직격당한 더미가 반쯤 부서졌다. 학생들은 이 놀라운 위력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경악에 빠졌다.
“말이 되냐?”
“저게 매직 미사일만 다섯 개 뭉쳐서 쏜 거라고?”
“아니, 이건 아니지…….”
마법을 사용하고 나서 하이린에게 도로 마이크를 건네받은 모용석이 좌중을 보며 말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수많은 학생이 손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데칸트 교수도 손을 들었다. 학생들의 조별과제에 그가 손을 들어 질문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학생들은 심사와 진행만 한다던 데칸트가 손을 올린 것을 보고 자신의 손을 내렸다.
“자네들 매직 미사일의 키워드가 좀 독특하던데……. 어디서 배운 건지 알 수 있나?”
카리스의 등허리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자식들, 미친 거 아니야? 모드 마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해!’
자신이 모드 마법의 키워드를 가르쳤다는 게 알려지기 일보 직전이다.
카리스는 허둥지둥하면서 데칸트의 질문을 뭉개려고 했지만, 데칸트의 ‘카리스 교수는 가만히 있으시게’라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에 도로 앉았다.
모용석은 카리스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웃음을 삼키고는 품에서 뭔가 서책을 꺼내 들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속성 마법의 이해’라는 책에 수록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저 책이 어떻게 아직도 아카데미에……?”
저 책은 데칸트가 어린 시절, 모드 마법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기 전에 만들어진 책으로, 당시 한 괴짜 마법사가 여러 가지 속성 마법을 실험한 것을 기록한 책이었다.
당시 마법사들은 너도나도 이 책을 구매했고 ‘속성 마법의 이해’는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것을 따라 하다 죽는 마법사들이 점점 늘어갔고, 그 결과 20년 전쯤 금서로 지정되어 모두 파기되었다.
“그래, 알겠네. 그 책은 파기시켜야 하니 가져오도록.”
다음 질문은 예자원이었다.
“저는 하이린 양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이렇게 키워드를 뒤흔드는 마법을 주제로 구상할 때는 위험성을 생각했을 텐데 굳이 밀어붙인 이유가 있나요?”
예자원의 날카로운 눈빛에 하이린은 또다시 머릿속이 새하얀 도화지처럼 변했다.
“어…… 음…… 질문? 지적? 아무튼, 뭐 가, 감사합니다……. 그건 저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교, 교수님의 판단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 책에서 나온 키워드인 건 맞나요?”
“네? 네, 맞습니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신입생들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카리스 교수가 알려준 거 아니냐고 말하려던 찰나, 카리스가 쾅- 소리 나게 단상을 두들겼다.
“조용!”
겨우 한숨 돌린 카리스가 서둘러 2조의 질문 시간을 끝내고 다음 조를 불렀다.
“다음 조, 나와주세요!”
3조는 지태경과 토마스, 크리스가 속한 조였다. 그들은 화염 마법에 바람 마법을 더하는 마법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한 달 전쯤, 크리스와 지태경이 다투었기 때문에 조별과제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학생들의 생각을 비웃듯 완벽한 호흡으로 완벽한 합동 마법을 펼쳤다.
그들의 마법을 본 백일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야. 크리스, 토마스 선배야 원래 수준급 마법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걸 알았지만, 지태경 선배도 그에 못지않군.’
지태경, 크리스 조 다음으로도 조별과제의 발표가 주욱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단체 비행 마법까지 본 백일진은 기지개를 켰다.
‘끝이군.’
이로써 1학년 1학기의 조별과제가 끝이 났다. 6조까지의 발표를 전부 본 데칸트는 태블릿에 뭔가를 끄적였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카리스와 뭔가 의견을 주고받은 뒤, 이윽고 합의됐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내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눈을 감고 소리 나지 않게 중얼거리며 기도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조별과제의 결과를 발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