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70
아카데미 담당 일진 70화
“뭐야, 이게 진짜야?”
“어? 이거 월간 아카 아니야?”
남궁종수는 황보철수가 들고 있는 잡지를 보고는 아는 체를 했다. 황보철수는 그런 남궁종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존스, 이걸 어떻게 알아?”
“임마, 이거 나름 유명한 월간지잖아. 음유시인이라는 동아리에서 발행하는 거로 아는데, 왜 백일진 이 자식이 여기 실렸지?”
황보수정은 황보철수가 들고 있던 월간 아카를 빼앗듯이 가져갔다.
“빨리 읽어보자!”
기사의 제목은 타이틀의 제목과 같이 [지태경에 이어 2학년 진철까지 폭행, 아카데미 역사상 최악의 불량아 백일진, 랭킹 껑충!]이라고 쓰여 있었다.
“존스, 읽어줘.”
“알았다.”
남궁종수는 목을 큼큼 풀더니 기사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의 행보는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신입생들의 특이한 행실이 잇따라 제보되는 가운데, 월간 아카에서도 최초의 필기 전형 특별합격생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던 백일진의 행보는 더욱 유별나다.]“뭐야 일진이가 기사에 나온 적이 있었어?”
“있긴 했지, 맨 뒤편에 조막만 하게 나왔긴 했지만.”
“마저 읽는다.”
[입학 첫날부터 지각을 일삼은 백일진은 교복도 입지 않고 아카데미를 나오기 일쑤였다. 그리고 미안한 태도 없이 교수와 학생들에게 짧고 무례한 사과를 하기도 했고 또 수업시간에 껌을 씹는가 하면 심지어는 급우를 폭행하기도 했다.]“기사 내용이 너무 악의적인데?”
“아니, 이게 맞아? 기사 어디서 낸 거야.”
“조용히 좀 해봐, 계속 듣게.”
[일례로 특임반의 학생 A 씨의 주장으로는 백일진이 자신과의 의견이 다르다며, 반장 선거 비무를 핑계로 같은 반 유급생인 지태경(19)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증언했다.]기사를 읽다가 잠시 멈춘 남궁종수가 반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뭐냐, 어떤 놈이 입방정을 떨었나 본데?”
“누구지?”
“누구냐.”
황보철수와 모용석도 남궁종수를 따라 주변을 훑었지만, 찾는다고 한들 나올 리가 없었다.
설하윤은 마저 읽기나 하라는 듯 남궁종수를 보며 손짓으로 재촉했다.
“알았어.”
[또한, 이것뿐만이 아니다. 유력 동아리의 중앙 정복 전쟁 당시에도 지태경은 백일진에게 안와 골절, 코뼈 골절, 안구 파열, 치아 여섯 개가 부러지는 등의 피해를 본 바 있다.]“이건 아니지. 지태경 선배가 먼저 공격한 건데!”
“와, 일진이를 아주 삼류 불량배로 매도해 놨네.”
집중하며 듣고 있던 황보철수가 크리스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지태경 선배는요?”
“모르겠네, 이제 곧 오지 않을까?”
“쉬, 쉿. 왔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지태경이 들어왔다. 지태경은 그들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에 엎어졌다.
“그럼 계속 읽을게.”
“응, 멈추지 말고 좀 읽어.”
[백일진의 폭행 전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독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백일진은 ‘초여름의 끝자락’ 뒷골목에서 2학년 특임반 선배인 진철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당시에 그와 동행했던 이들로는 백일진과 같은 반인 하이린, 엘리아, 남궁종수, 설하윤, 모용석 등이 있다.]남궁종수가 씨익 웃었다. 좋은 기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여기 우리 이름도 나오는데?”
“어? 그러게.”
“나는 없는데?”
정말이었다. 동행인 목록에 황보철수와 황보수정의 이름은 쏙 빠져 있었다.
“뭐야, 수정이는 취해서 집에 갔으니 그렇다 쳐도 황보철수 너는 이름이 왜 빠져 있냐?”
“그러게?”
“장난하나.”
이유는 간단했다. 카리스는 이런 기사에 도저히 조카들의 이름까지 집어넣을 수가 없었고, 편집 과정에서 황보철수와 황보수정의 이름을 빼버린 것.
“끝났어?”
“아니, 아직 한 단락 더 남았어.”
“뭐라고 써 있는데?”
[한편, ‘월간 아카’에서 분석한 백일진의 전투력 랭킹은 1학년 1위에 랭크되었고, 전체 랭킹 목록에도 진철보다 한 단계 위인 490위에 랭크 되었다. 아카데미 역사상 1학년 학생이 전체 랭킹 500위 안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기에, 이를 향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비행을 일삼는 학생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폭행의 강도가 지나쳤다고는 하나 전부 정당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이기도 하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학생을 쫓아내는 건 큰 손실이라는 의견이었다.]“와, 무슨 랭킹도 매겨?”
“그러네, 랭킹까지 매기는 건 몰랐네.”
남궁종수는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며 랭킹이 적혀 있는 페이지를 찾았다. 랭킹은 월간 아카의 가장 뒤 페이지에 있었다.
“1학년 1위 백일진.”
마침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백일진의 귀에 그 소리가 들렸다. 그는 남궁종수를 바라보고 물었다.
“뭐가.”
“아, 아니야.”
남궁종수는 들고 있던 월간 아카를 급하게 덮고는 크리스에게 넘겼다. 받아 든 크리스도 당황한 나머지 등 뒤로 월간 아카를 숨겼다.
“뭐지?”
“아무것도 아니다.”
백일진은 그들의 이상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 강의는 뭐지?”
“역사학 강의잖아.”
“아, 역사학……. 머리 아프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아카데미에 나오니까 공부하기 싫긴 하군.”
남궁종수는 아공간에서 강의 서적을 꺼낸 뒤, 한탄하면서 앉았다. 황보철수도 남궁종수와 같은 기분이었다.
“하아…… 그러게, 빨리 중간고사나 왔으면 좋겠다. 빨리 임무나 하고 싶어. 앉아서 공부하는 건 정말 내 스타일 아니야.”
공부도 공부였지만 특히 역사학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몸으로 고생하는 게 훨씬 나았다.
그리고 니어만의 특성상 무림에 대한 역사를 배우기보다는 로체트 왕국에 대한 역사를 많이 배웠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기도 했다.
“오늘은 강의 안 했으면 좋겠다. 제발…….”
황보철수의 간절한 바람에도 수업은 시작되었다. 니어만은 들어오자마자 학생들을 훑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원진이 대표로 인사를 건넸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니어만은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고는 입을 열었다.
“곧 있으면 중간고사를 보겠군. 수련들은 열심히 하고 있나.”
“…….”
“쯧,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게다. 혹시 중간고사에 대해 궁금한 점 있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니어만은 치누타 느어드를 가리켰다.
“질문하도록.”
“교수님, 특임반은 다른 반과 달리 중간고사를 시험으로 보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면 과목들의 점수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점수 처리는 종합이다. 임무의 결과 등급이 모든 과목에 들어간다. 그 외에는 개인 과제, 조별 과제, 상, 벌점으로 평가를 하지.”
대답을 들은 치누타 느어드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 나는 개인 과제를 쪽지 시험으로 낼 생각이다.”
“아…….”
“아아아.”
학생들의 한탄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니어만의 살벌한 눈빛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지금부터 수업을 시작하지. 313 페이지다.”
“네!”
니어만의 강의 실력은 여전히 뛰어났다. 역사학을 싫어하는 황보철수도 적어도 잠이 오지는 않았을 정도니.
“관무불가침–혹은 관마불가침-이라는 조항을 들어봤나?”
“네!”
“무림인들이 처음 이주했을 당시, 왕실에서는 무림인들을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힘으로 제압하기에는 크나큰 희생이 불가피했지.”
학생들은 뭔가를 끄적이던 펜도 멈추고 니어만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래서 로체트의 국경 미개척지를 무림인들에게 넘겼다. 그 뒤로 무림인들은 미개척지를 개발해 자신들의 영지로 삼았다.”
“오-”
“그렇기에 오대세가의 수장들은 전부 후작이라는 작위를 가지고 있지만, 별로 의미가 없지. 하지만 영지 내에서는 왕실보다도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들이다.”
니어만의 말마따나 같은 로체트라는 테두리에 묶여 있긴 하지만, 각각의 영지는 하나의 나라나 다름없었다.
“그럼 육대문파는요?”
“육대문파도 하나의 나라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들은 좀 복잡하지.”
“복잡이요?”
“육대문파의 땅인 ‘장안’은 오대세가의 모든 영지를 합한 것만큼 거대하다. 로체트 왕국의 면적 1/3을 차지할 정도니 말할 것도 없지.”
“아-”
열심히 강의하던 니어만은 더웠는지 셔츠 소매를 걷었다.
“하지만 장안은 영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 황실의 땅을 ‘무림 연맹’이라는 단체가 임대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왜요? 육대문파도 오대세가처럼 자신들만의 영지를 가지면 되잖아요.”
“문파들은 보통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서 법적으로 자신들만의 땅을 가질 수 없다. 법을 고칠 수도 없지. 주신 ‘에이원’이 국교인 로체트에서 타 종교에게 땅을 내어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림 연맹과 척을 질 수도 없으니 ‘장안’을 무림 연맹이라는 단체에 임대 형식으로 내준 것이지.”
그 뒤로 니어만의 강의는 쉬는 시간도 없이 4시간이나 이어졌다.
[딩동댕동- 시원한 공기를 마실 시간입니다.]“오늘 배운 내용들은 하나도 잊지 말고 오도록, 다음 주에 이 내용을 바탕으로 쪽지 시험을 보겠다. 내 개인 과제는 이걸로 대신 하지.”
“네에…….”
“그래.”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오늘 강의가 끝이 났다. 학생들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책상에 엎드렸다. 황보철수도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으으- 머리 아파서 죽을 것 같아.”
누군가 그렇게 엎어져 있는 황보철수의 등에 손을 올렸다.
“일진? 왜?”
“찰스, 집 가기 전에 매점 들렀다가 가자.”
“그래, 가…….”
순간, 엘리아와 황보수정의 눈이 마주쳤다. 지금 매점에 가면 월간 아카를 본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백일진을 쳐다볼 것이다.
그녀들은 백일진이 그 악의적인 기사에 대해 알기를 바라지 않았다.
‘황보철수 저 눈치 없는 자식.’
‘황보철수 이 눈치 없는 자식.’
엘리아는 그들을 가로막고는 황보수정을 보고 말했다.
“무슨 매점을 가니? 맛있는 것도 많은데, 그렇지?”
“그렇지!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지!”
늘 투덕거리는 황보수정과 엘리아였지만, 이번에는 환상의 호흡이었다. 이에 하이린까지 가세했다.
“맞아, 괜히 사람도 붐비고 그냥 다른 데 가서 먹자.”
그 광경을 본 남궁종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백일진 이 자식……!’
백일진이 상처받을까 봐 감싸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남궁종수는 깊은 곳으로부터 부러운 감정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땀내를 풍기는 남학생들을 보니 괜한 숙연함이 찾아왔다.
가만히 멈춰서 주먹을 꽉 쥐는 남궁종수를 본 남사모 회원들이 남궁종수를 불렀다.
“어이, 남궁 씨. 거기 서서 뭐 해, 집에 안 가?”
“니들끼리 좀 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날카로워. 예자원 선배한테 차였어?”
“그래, 차였다! 새끼들아!”
결국, 매점을 가는 것을 포기한 백일진은 황보철수, 하이린, 엘리아, 황보수정과 함께 장안 시티에 나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하윤, 너는 안 가?”
“……나는 무공 수련하러 가야 해.”
“용석, 너는?”
“나도 무공 수련.”
그렇게 교문 밖을 나서려 할 때. 걸걸하고 낮은 목소리가 백일진의 귀에 들려왔다.
“백일진.”
“……?”
고개를 돌려 보니 팔에 선도부 완장을 착용한 언철진이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네.”
“잠시 시간 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