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92
아카데미 담당 일진 92화
동굴 안은 사방이 전부 늪같이 진득한 액체가 있어 밟는 곳마다 질척거렸다. 더군다나 풍기는 악취마저도 엄청나 괴물의 입이라는 이름이 정확히 어울렸다.
끼에에엑-
들어온 지 5분도 되지 않아 개구리를 닮은 인간형 몬스터가 그들에게 솟구쳐 날아왔다.
피식 웃은 황보철수는 왼쪽 어깨 뒤에 있는 남궁종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주먹을 내밀었다.
“준비됐어, 존?”
남궁종수는 황보철수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맞부딪치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이지, 찰.”
그들은 프로그맨들을 거의 학살하다시피 처리했다. 너무 일방적인 모습이라 복마단원이 도움 줄 일은 딱히 없었다.
“실전 연습이 하나도 안 되는데?”
“그러게.”
남궁종수와 황보철수가 나누는 얘기를 들은 해청은 나지막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놈들이 센 거지.’
저들에게 학살당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 프로그맨은 쉬운 몬스터가 아니다. 독을 뿜는 건 기본이고, 생명력도 끈질겨 처리하기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래도 꼴에 아카데미 학생들이라고 강하긴 강하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해청만이 아니었다. 복마단원들도 재능의 벽을 느끼고 있었으니.
“근데 아카데미 학생들은 역시 엄청나네…….”
“역시 아카데미는 다르구나.”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특히 남궁종수와 모용석이 몇 마리씩 몰아온 프로그맨들을 일격에 처리하는 황보철수의 모습은 복마단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근데 남궁종수는 들어본 적 있는데, 황보세가의 자제가 저렇게 강했나?”
“그러게.”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아무리 오대세가와 육대문파가 서로 내외하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저 정도로 강한데도 소문이 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물론, 그들과 달리 천마검의 눈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지만.
-쯧쯧, 동작이 너무 크고, 낭비되는 힘이 너무 많아.
복마단원들은 백일진을 보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보철수처럼 화려한 벽력은 흩뿌리지 않았지만 필요한 만큼만 가볍게 움직여 프로그맨의 머리통을 박살 내는 장면은 복마단원들이 벽을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저건 무공도 아니고 그냥 주먹질인데…….”
“검도 안 꺼내고 상대하고 있네.”
정기용은 그런 자신의 사제들을 타박했다.
“너희들 무학에 자부심을 품어라. 공동의 무학이 저들의 것보다 못한 건 하나도 없다.”
“에이, 사형, 그냥 한 말이죠.”
“쯧, 그리고 공동은 최소한 낡은 검을 주지는 않는다.”
정기용은 백일진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볼품없는 검병을 응시하며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자랑했다.
고풍스럽게 조각된 검병과 날카롭게 벼려진 검신이 눈에 들어왔다.
“사형, 그게 뭡니까?”
“이게 6성급 마법이 걸려 있는 아티팩트 구름의 검이라는 거다. 스승님께서 빌려주신 거지. 저기 저 녀석이 차고 있는 낡아빠진 검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우와.”
괜히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인 천마검이 발끈했다.
-구름의 검? 같잖은 소리 하는구나. 검 같지도 않은 장난감을 어디다 비비는 거냐.
하지만 백일진이 보기에도 정기용이 들고 있는 구름의 검이라는 아티팩트는 상당히 근사해 보였다.
-쯧, 겉만 화려한 쓰레기가 뭐가 멋있다고.
어느새 주변에 있던 프로그맨들은 전부 머리가 박살 났거나 온몸이 지져진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뒤따라 온 해청이 손을 들고 외쳤다.
“사체 처리반! 프로그맨 사체를 한곳에 모아놓는다!”
“네!”
뒤에 다소곳이 따라오던 하해파의 사체 처리반은 착착착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사체들을 날랐다.
“저것 때문에 기어코 따라오려고 한 거군.”
“그러게. 근데 오크 보스는 어디 있는 거야.”
“몰라, 곧 나오겠지.”
움직이기 힘든 환경임에도 사체 처리반의 인부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프로그맨 사체들은 어느새 작은 동산처럼 쌓였다.
“이봐, 고 씨! 월급 받기 싫어? 빨리빨리 움직여!”
“네, 갑니다! 가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사체 처리반의 작업을 감독하던 해청은 고개를 두리번두리번하더니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 종종걸음으로 이동했다.
‘꼭, 아무도 없을 때 써야 한다. 누구한테 들켜서도 안 돼!’
‘근데, 문주님. 이런 건 어디서 난 것입니까?’
‘암시장.’
‘네?!’
‘쉿, 걸리면 너나, 나나 둘 다 끝장나는 거야.’
해청이 주머니에서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스크롤을 펼쳐보니 보기만 해도 불쾌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모르겠다. 나도.”
그는 잠시 종이를 쳐다보다가 여러 갈래로 찢었다. 찢어진 종이는 흩날리듯 동굴 곳곳으로 순식간에 스며들었다.
‘빨리 나가야 한다.’
해청은 곧바로 동굴의 입구를 향해 달렸다. 그가 동굴을 빠져나가자마자, 동굴 내에서 ‘쿵-’ 하는 소음이 일었다.
“뭐야?”
“무슨 소리야!”
갑작스러운 소음에 모두가 허둥지둥하고 있는 순간, 소음이 한 번 더 울렸다.
쿠웅-
“비상이다, 한곳으로 모여!”
사체 처리반 인원들은 들고 있던 프로그맨 사체들을 내려놓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복마단, 경계 태세!, 정일, 정이, 정삼은 뒤로 빠지고, 나머지는 내 옆으로 온다.”
정기용은 능숙하게 복마단원들을 다뤘다. 복마단원들이 체계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군대 같았다.
쿵-
쿠웅-
굉음은 점점 더 커졌고, 시야는 흔들려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느낌이 났다.
“빨리 와!”
“일진!”
백일진도 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니 뛰어가려 했지만, 돌연 불어온 세찬 바람이 그의 앞을 막았다.
‘뭐지?’
몸을 밀어내는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힘을 끌어 올릴 새도 없이 바람에 밀린 그는 동굴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쉬이이이익-
눈앞이 핑 돌았다.
‘윽.’
눈앞이 일그러지는 경험은 그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웠다.
‘떨어진다.’
눈이 아려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느낌으로 중력을 타고 어디론가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푹신-
‘푹신?’
분명히 공중에서 떨어졌는데 전혀 아프지 않고 오히려 쿠션에 몸을 내던진 듯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아아악-”
익숙한 목소리에 밑을 보니 엉덩이 아래에는 남궁종수가 깔려 있었다.
“야! 나와!”
“미안.”
“아, 일단 좀 나오라고!”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주변에 빛 한 점 없이 새카맸다.
“다른 애들은?”
“몰라, 다행히 다른 애들은 이쪽으로 안 끌려왔나 봐.”
“다행이군.”
그 순간.
슥- 슥-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화들짝 놀란 남궁종수가 소리를 질렀다.
“기습?!”
어두컴컴한 주위 환경 때문에, 사람인지 몬스터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았다.
퍼억-
백일진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그 주먹은 정확히 그들에게 다가오는 ‘그것’에 맞았다.
재차 달려간 그는 그것을 들어서 땅에다가 패대기를 쳤다. 그리고 연속으로 주먹을 내리갈겼다.
뻐억- 콰직-
소리만 들었는데도 남궁종수의 몸에 닭살이 돋았다.
‘으…… 살벌한 새끼.’
백일진은 쉬지 않고 그것을 때리더니, 일어나서는 발로 걷어차려 했다.
“잠깐!”
다급한 목소리에, 백일진은 걷어차려던 발을 내리고 남궁종수를 쳐다봤다.
“왜 그러지?”
“멈춰봐. 그거 사람인 것 같은데.”
“사람?”
“라이트!”
남궁종수는 급하게 라이트 마법을 켜고 가까이 비췄다. 쓰러져 있던 이들은 그들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정기용……?”
“뭐야,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여기 왜 있어.”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그가 자랑하던 경갑 아티팩트는 찌그러져 있었고, 얼굴은 팅팅 부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옆에 우수수 떨어져 있는 치아들은 정기용이 나가서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을 이렇게 패면 어떡하냐.”
“몰랐다.”
사실 알고 있었다. 이 정도의 어둠으로는 그의 시야를 막을 수 없었으니.
-기회가 생기면 팬다더니, 정말 팼군.
아니, 정말 몰랐던 것도 있었다. 그냥 왠지 얄미워 몇 대 때렸는데 이렇게까지 다칠 줄은 몰랐다.
‘내공도 안 실었는데.’
-야, 인마. 다 죽어가는 할배가 때려도 그만큼 때리면 저렇게 다치겠다!
백일진은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정기용의 얼굴 위에 대충 부었다.
내공을 담아 때리지 않았기에 다행히 내상은 없을 테고, 얼굴에 있는 타박상도 포션을 뿌리니 금방 회복됐다.
쪼그려 앉아 정기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궁종수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나저나 이 새끼, 어떻게 할까.”
“그러게.”
데려가기는 싫은데, 안 데려갈 수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이었다.
“버릴 수는 없으니 업어라.”
“내가 왜…….”
“그러면 내가 업어?”
피투성이가 된 정기용을 둘러업은 남궁종수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백일진을 흘겨봤다.
‘이 자식 가만 보면 힘으로 협박하는 것 같아.’
그러던 남궁종수가 업혀 있던 정기용을 다시 땅에 패대기쳤다.
“왜 그러지?”
“일단 정찰 좀 갔다 올게.”
“정찰?”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해야 하잖아.”
“알았다.”
잠시 후.
정찰 나갔던 남궁종수는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왔다.
“뭐지?”
“여기 앞에 거미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더라고.”
“그래? 몇 구나?”
“수북하게 쌓여 있던데?”
“쌓여 있다고?”
-이상하다. 자연적으로 몬스터들끼리 다툰다면 그렇게 수북하게 쌓일 수가 없다.
‘누군가 있는 모양이군.’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들처럼 이쪽으로 떨어진 사람일 수도 있다.
원래라면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가자.”
“하, 이 새끼 업어주기 싫은데.”
동굴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남궁종수가 들고 왔던 거미 사체와 똑같은 거미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린 스파이더야. 독도 없고 위험하지도 않은 녀석이니 빠르게 뚫자.”
남궁종수의 말마따나 초록색 거미는 크기만 컸지 걱정한 만큼 위험하지도 않았고 일반인들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녀석이었다.
“똑똑하군.”
백일진의 칭찬을 들은 남궁종수는 머쓱했는지 코 밑을 슥 닦았다.
“하하, 뭐 상식이지. 우리 안휘에도 종종 출몰하는 녀석이야.”
문제는.
콰직- 퍽-
끝이 없다는 것.
‘지금 때려잡은 것만 해도 족히 수십 마리는 되는 것 같은데…….’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니,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헤엄치는 느낌이었다.
“헤엑, 헤엑.”
힐끔 옆을 보니 남궁종수의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숨소리도 거친 것이 꽤나 지쳐 보였다.
“도대체 몇 마리가 처나오는 거야!”
남궁종수는 어느새 눈앞에 또 나타난 20여 마리의 그린 스파이더를 보고 소리를 치며 달려들었다.
그들이 이 거미 몬스터를 잡는 방식은 단순했다. 거미의 몸통을 으깨 버리는 것.
콱- 콰직-
“그나마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도 잡을 수 있다는 점은 다행이네.”
남궁종수는 하나씩 죽여서는 답이 없다고 느꼈는지 업고 있던 정기용의 발목을 잡고 휘둘러 거미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마지막 20여 마리의 그린 스파이더까지 죽이니 더 이상 거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끝났나?”
“헥, 헥. 그런 것 같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그래.”
잠시 휴식을 취한 그들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라이트 마법에 의존에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큰 공터 같은 곳이 나왔다.
침을 꿀꺽 삼킨 남궁종수가 공터 중앙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그린 스파이더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크기는 수천 배는 큰 거미가 매달려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보스 아니야?”
“겁먹었나.”
“겁먹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나 보스 몬스터는 처음 본다고!”
백일진이 남궁종수의 등을 툭- 두드렸다. 그리고 자신만 믿으라는 듯 턱을 추켜 올리며 말했다.
“가자.”
“하, 무서운데.”
“안 죽는다.”
끄덕.
둘은 동시에 보스 거미 쪽으로 달려나갔다. 보스 거미는 깊은 잠에 빠졌는지 그들이 지척까지 왔음에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백일진은 주먹으로 보스 거미의 오른쪽 앞 다리를 후려쳤다. 남궁종수도 마찬가지로 왼쪽 앞다리를 잘라냈다.
키에에에에엑-
잠에서 깨어난 보스 거미는 반사적으로 걸레짝이 된 두 개의 앞다리를 제 입으로 뜯어버리고, 거미줄을 이용해 공중으로 올라갔다.
“어딜.”
어느새 몸이 푸른 기운으로 뒤덮인 남궁종수가 폴짝 뛰어올라 공중으로 오르는 거미의 다리를 붙잡았다.
“뭐 하는 거냐, 내려와라.”
“야 백일진, 내가 이 새끼 끌고 내려갈 테니까 큰 거 한 방 준비해.”
그리고 거미의 다리를 타고 몸통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어이 몸통까지 올라간 남궁종수는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발로 거미를 찍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힘이 많이 빠져 버린 그의 발차기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내려가! 내려가! 이 새끼야! 좀 떨어지라고.”
계속된 발길질이 헛발로 돌아가고, 어느 순간 남궁종수는 보스 거미가 내뿜은 거미줄에 휘어 감기기 시작했다.
“이까짓 거미줄…… 거미줄!!”
뚜드득-
감겨 있는 거미줄을 찢어냈지만, 새로 감기는 줄이 더 많았다. 점점 거미줄에 감겨 고치가 되어가는 남궁종수를 본 백일진이 소리쳤다.
“일단 내려와.”
“별거 아니니까 밑에서 큰 거 한 방 준비나 하라고!”
자존심 때문에 자신 있게 말은 내뱉었지만,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으, 으윽!’
어느새 거미줄은 남궁종수의 몸 전체를 감싸 고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두고 볼 수 없던 백일진은 바닥에 버려져 있는 정기용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가 차고 있었던 검을 뽑아서 보스 거미 쪽으로 던졌다.
쌔애애액- 짜아악!
정기용의 구름의 검은 그가 자랑하던 명품 아티팩트답게 가볍게 거미의 배를 뚫었다. 배가 찢어진 거미는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땅으로 추락했다.
쿵-
추락하는 동안에도 거미는 남궁종수를 집어삼키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존스, 괜찮나.”
“괜찮아!”
파앗-
백일진은 땅을 굴러 거미의 앞으로 다가갔다. 단순히 땅을 박찬 것뿐인데 어느새 거미의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러를 잔뜩 품은 주먹을 내질렀다.
찌지지직-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콰과과광!
그다지 멀리 있지 않았기에 남궁종수는 백일진의 시선을 볼 수 있었다.
‘거미가 아니라 그 뒤를 보고 있다. 뭘 보고 주먹을 내지른 거지?’
주먹이 거미에 닿기도 전에, 전해지는 압력만으로 거미가 박살이 났다.
‘이게 무슨 이제 무공을 배운 지 석 달 된 필기전형이야…….’
순간 기절에서 깨어난 정기용도 치아가 싹 부러져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발음으로 놀람을 표출했다.
“저, 저게 무슨…….”
상대하던 보스 몬스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음에도 백일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구름의 검을 들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야! 백일진! 어디 가!”
거미를 뚫은 구름의 검에는 분명히 거미의 초록색 피만 묻어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구름의 검이 떨어진 자리에는 마치 사람의 피처럼 붉은 핏자국이 고여 있었다.
“뭐야, 이 피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생각할 새도 없이 보스 거미의 사체가 비처럼 투둑투둑 떨어지며 그의 앞길을 막았다.
“아 진짜 짜증 나네!”
이미 시야 밖으로 사라져 버린 백일진을 뒤로한 남궁종수가 정기용에게 다가왔다.
“넌 괜찮…….”
정기용은 눈을 부릅뜨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궁종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뒤! 뒤!”
남궁종수는 급하게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보스 그린 스파이더의 시체가 분열하고 있었다.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거미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