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01)
“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조, 좋아요! 이번 한 번만은 특별히 그냥 넘어가드리도록 하죠! 하지만 고, 곤란한 일이 있다면 쓸데없이 나서지 말고 저를 부르세요. 아시겠나요?”
마지막으로 가슴 위에 손을 척하고 올리면서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는 올리비아까지.
뭐야.
얘네 왜 이래?
‘다들 뭐 잘못 먹었나?’
[쯧쯧. 역시 파트너는 나쁜 남자구만 그래.]흑태자의 말을 무시하면서 그녀들에게 배웅인사를 건넨다.
“후배 군, 여기 입부 원서랑 관련 서류야!”
카스미 선배가 주는 입부 원서 여러 장과 고문 교관 관련 서류, 펜을 받은 뒤에 부실 문을 나선다.
별관을 나서자 흑태자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파트너. 소녀들한테 그렇게 큰소리 뻥뻥 치고 나왔는데, 고문 교관은 정했어?]‘당연히 정했지.’
부활동 존속의 계획을 세운 순간부터, 고문 교관을 누구로 할지는 이미 결정했다.
마유즈미 마유.
우리 반의 담임이자 S랭크 영웅 ‘파괴의 마법소녀’.
호구 같은 성격이기에 받은 부탁은 잘 거절 못 하고 자기 반 생도를 아끼는 그녀라면 반드시 부활동 고문 교관이 되어줄 거다.
원작 주요 캐릭터를 모은다는 내 목적에도 부합하고.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입력한다.
[마유즈미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깐 상담 가능할까요?]너 엄청 눈치 빠르구나
메시지에 답장이 없다.
원래 보내면 바로 답장이 와야 정상인데.
이상하네.
[답장이 없는데. 파트너. 정말 이 사람 맞아?]흑태자가 옆에서 깐족댄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바쁜 모양이지. 다른 일부터 처리하자. 부원 2명.’
생도의 메시지는 절대 무시하지 않는 마유즈미 선생이다.
못 읽는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에이, 그런 거 아닌 거 같은데. 씹힌 거 아냐?]‘시끄러.’
팔랑.
부실에서 나올 때 카스미 선배가 챙겨준 입부 원서 두 개를 손에 들고 길을 나선다.
[입부 권유는 누구한테 할 생각이야? 설마 전에 그 남자 둘?]‘잘 아네. 걔네야. 유지랑 이시하라.’
[그 정도면 뭐, 나쁜 인선은 아니네. 좋아. 나는 찬성.]네가 찬성해서 어쩔건데.
하여간 말 많은 에고소드 아니랄까 봐, 한 시도 참견을 안 할 때가 없다.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걔네 어디 있는지는 알아?]물론 안다.
요즘 유지랑 이시하라가 붙어 다니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지금 시간으로 미루어봐서는 아마도.
‘연습동.’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겠지.
[와우. 매일 소녀들이랑 하렘 파티를 즐기는 파트너보다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친구들인데?]하렘 파티는 무슨.
어질어질 파티겠지.
흑태자의 쓸데없는 잔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연습동에 도착했다.
[안에 안 들어가?]‘남정네들 땀내 나는 라커룸에 내가 들어가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그냥 밖으로 불러내야지.’
[오우. 그건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야. 파트너.]네 동의 같은 거 필요 없거든?
휴대폰을 꺼내 이시하라와 유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시하라, 쿠로사와. 나 지금 연습동 앞 자판기 근처 벤치니까 나와. 할 말 있어.]읽음 표시와 함께 가겠다는 답장이 돌아온다.
답장 재깍재깍해서 좋네.
마유즈미 선생의 채팅방을 들어가 본다.
여전히 읽음 표시가 뜨지 않는 채팅방.
아직 안 본 모양이다.
[너무 신경 쓰지 마. 파트너.]달카닥.
자판기에서 콜라 한 캔을 뽑아 벤치에 앉아 홀짝인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이시하라가 유지를 괴롭혔었지.
몇 달 전일인데 몇 년은 된 것처럼 빛바랜 기분이다.
‘동복에서 하복으로 갈아입어서 그런가?’
지금은 6월.
봄을 지나 슬슬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이기에, 당연히 교복도 동복에서 하복으로 바뀌었다.
나만 해도 지금 하얀 하복 와이셔츠를 입고 회색 얇은 하복 긴 바지를 입고 있는 상황.
주변을 둘러보니 하복인 하얀 세라복을 입은 여생도들도 보인다.
[세라복 좋네. 이야. 역시 일본이야.]흑태자가 세라복을 보고 이상한 감탄사를 낸다.
누가 라노벨 캐릭터 아니랄까 봐 여동생 바보, 경박함에 호색한까지.
다 마신 콜라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그때.
“김, 불렀어?”
“무슨 일임까? 형님?”
체육복을 입은 두 명의 남정네가 내 앞에 다가왔다.
유지와 이시하라다.
연습하다 온 모양인지 헐떡이는 모습이 보인다.
시커먼 사내 따위와 오래 대화할 필요는 없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들어가는 게 맞다.
[저 녀석이 아키라의 아들······. 닮았구만.]유지를 본 흑태자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댄다.
부활동 가입 원서 두 장을 내민다.
“부활동 만들려고 하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가입 좀 해라.”
“요리부? 형님. 요리가 취미셨음까?”
원서를 본 이시하라가 멍청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가끔.”
취미까지는 아니지만 자취하면서 요리는 필수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보기보다 가정적인 남자셨군요. 형님. 존경함다.”
이시하라가 눈을 반짝이면서 펜을 들고 입부 원서를 작성한다.
가정적은 개뿔.
“김의 부탁이라면 해줄게. 그런데 김. 우리 말고 다른 부원도 있어?”
유지가 원서를 적으며 묻는다.
“카스미 선배, 린, 니시자와, 올리비아, 마코토, 나.”
“나랑 이시하라만 들어가면 부활동 최소 인원수 충족이구나. 음음. 알았어.”
쿠로사와 유지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부 원서를 작성한다.
“여기. 다 썼어.”
“작성 완료했슴다. 형님. 다른 시키실 일은 없으심까?”
“없어. 연습들 해.”
입부 원서를 받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다음은 마유즈미 선생이다.
*
김덕성이 떠난 후.
연습동 근처 벤치.
스포츠음료 두 개를 자판기에서 뽑은 유지가 이시하라에게 하나를 던진다.
“오쓰. 고마워. 쿠로사와.”
“아냐. 뭐. 별거 아닌데.”
유지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스포츠음료 캔을 딴다.
꿀꺽꿀꺽.
유지가 스포츠음료를 들이킨다.
그 모습을 보던 이시하라가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쿠로사와. 형님이 입부 원서 해달라고 해서 작성하긴 했는데 말이야······.”
유지의 검은 눈동자가 이시하라를 향한다.
“나 요리 못 하는데, 정말 괜찮을까? 혹시 형님께 민폐가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야.”
이시하라가 뺨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는다.
처음에 강제로 도게자했을 때는 그를 진심으로 섬기지는 않았던 이시하라다.
하지만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열린 게이트 사태 당시 그의 완벽한 지휘와 남자다움에 감복해서 그를 진심으로 ‘형님’으로 모시기로 결심한 이시하라였다.
그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벚꽃놀이 사태 이후에도 김덕성의 거침없는 행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는 이시하라가 동경하던 진정한 남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때 좋아했던 시노자키 린을 향한 마음조차, 형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여겨 포기했을 정도.
그런 이시하라였기에 우상인 김덕성에게 민폐가 될 만한 행동은 되도록 지양하고 싶었다.
이시하라의 진지한 걱정에 유지가 웃는다.
“뭐야. 쿠로사와. 왜 웃냐? 본인이 요리 잘 한다고 지금 내 진지한 고민을 무시하는 거야? 형님께 민폐가 될 수는 없다고! 지금부터 요리 학원을 알아봐야 하나.”
“그럴 필요 없어. 이시하라.”
유지가 고개를 젓는다.
이시하라의 표정이 굳는다.
“아앙? 쿠로사와. 그게 무슨 소리냐? 아무리 너라도 형님께 민폐가 된다면······.”
“우리가 요리를 할 일은 별로 없을 거야.”
유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단언한다.
그의 말에 이시하라가 고개를 갸웃한다.
“부활동 멤버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이 부활동. 김한테 어필하려는 소녀들이 모여 결성한 부활동인걸? 요리라는 주제도 명목에 불과할 테니까 괜찮아. 본질은 사랑의 경쟁일 테니까.”
유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소꿉친구인 린뿐만 아니라 올리비아, 에리, 카스미, 마코토 등등.
주변 미소녀들이 김덕성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딱히 부럽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유지에게 있어 김덕성은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이자 룸메이트.
친구는 응원의 대상이지 시기의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내게는 복수의 사명이 있는걸.’
그렇기에 유지는 지금까지 일부러 소녀들의 연애 사업에 방해되지 않게 이시하라를 데리고 조용히 사라졌던 거다.
‘나와는 다르게 이시하라는 자리를 피해줄 정도의 눈치가 없으니까.’
앞으로도 쭉 자신이 이시하라를 전담 마크해야 한다.
그게 자신의 친구인 김덕성을 위한 길이라고 유지는 생각했다.
“오오오오오. 과연 형님! 검은 귀축의 이명에 걸맞게 도내 최고 미소녀들을 거느리는 하렘을 구축했구나! 남자의 로망!”
이시하라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한다.
“그래. 하지만 이건 김한테는 비밀이야. 소녀들의 경쟁은 어디까지나 공정해야 하니까. 그가 그 사실을 눈치 채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거든.”
“알겠어. 쿠로사와. 너 엄청 눈치 빠르구나!”
이시하라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유지가 남은 스포츠음료를 전부 마신다.
‘경쟁이 치열해지겠는데, 린한테 조언 좀 해야겠어.’
이왕이면 소꿉친구인 린과 김덕성이 맺어지는 편이 좋다.
유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 먹은 스포츠음료 캔을 조심스럽게 쓰레기통에 넣었다.
*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연습동을 떠나는 길에 휴대폰을 확인한다.
[아직도 답장이 없네. 파트너. 이 마유즈미 선생이라는 사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그럴 리가.
하지만 짐작 가는 상황은 있다.
마유즈미 마유의 원작 설정을 떠올린다.
주인공 반의 담임 교관.
현역 시절 파괴의 마법소녀라는 오글거리는 이명으로 불렸던 S랭크 영웅.
배려 많고 부탁은 거절 못하고 생도를 아끼는 상냥한 성격.
그리고, 퇴근하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맥주와 오코노미야키, 콘솔 게임 즐기기가 특기인 건어물녀.
‘설마 퇴근한 건가?’
퇴근하고 맥주에 취해 있다면 그럴 수 있다.
[아까 소녀들한테 혼자 다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잖아. 파트너. 남아일언은 중천금. 한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지. 남자로서.]프랑스의 흑태자가 고사성어를 인용하다니.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신경꺼.’
[그래. 파트너. 옆에서 지켜보도록 하지.]이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닫는 흑태자.
조용해서 좋네.
가장 먼저 들릴 장소는 본관 교무실이다.
연습동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본관.
교무실에서 나는 잔업 때문에 아직 남아있던 교관에게서 예상했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마유즈미 교관? 오늘은 일찍 퇴근했는데. 지금쯤이면 관사에서 쉬고 있을 거야. 왜. 무슨 일이라도 있니?”
“아뇨. 급한 일은 아닙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잉.
자동문이 닫힌다.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이제 어떡할 거냐?]‘관사로 찾아가야지.’
[어딘지는 어떻게 알고?]‘다 아는 방법이 있어.’
휴대폰을 들고 세이라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사장님. 부활동 고문 교관 부탁 때문에 그러는데 혹시 마유즈미 선생님 관사 호수 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마유즈미 선생과는 다르게 곧바로 읽음 표시 후에 돌아오는 답장.
[우리 꼬마가 또 재미있는 일을 벌이는 모양이구나 ◝(⑅•ᴗ•⑅)◜..°♡] [마유즈미의 방에 가서 응큼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ロ°) !]대체 사고방식이 어떻게 되어먹으면 저런 발상을 떠올릴 수 있지?
휴대폰으로 답장을 입력한다.
[아니니까 빨리 알려주십시오.] [더 놀리고 싶지만, 꼬마가 곤란해하니 어쩔 수 없구나@^▽^@] [좋다. 이 몸이 특별히 알려주지 (≧∀≦)] [마유즈미의 방은 교관 관사 201호실이니라 ε٩(๑> ₃ <)۶з]어김없이 따라붙는 역한 이모티콘에서 정보를 알아낸 나는 곧바로 관사로 향했다.
[오랜만이구만. 세이라도.]머릿속에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아까 유지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경박한 분위기의 평소와는 다른 진지하고 차분한 목소리.
같은 파이브 크라운즈 소속 동료라 그런 모양이다.
침묵을 지키는 흑태자와 함께 도착한 관사.
201호실이라 쓰인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딩동.
초인종을 여러번 누른 그때.
[기, 김 군?! 서, 선생님 지, 집에는 어쩐 일로 왔어요?]초인종 스피커에서 마유즈미 선생의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상담 가능합니까? 선생님?”
[조, 좋아요. 생도의 상담을 외면할 수는 없죠. 자, 잠시만 기다려요! 김 군!]뚝.
초인종 스피커가 꺼진다.
쾅! 콰광! 우당탕탕! 와장창!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효과음이 문 너머로 들린 직후.
끼익.
문이 열린다.
빼꼼히 열린 문 너머로 마유즈미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이마 근처에 수건을 둘러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분홍색 머리, 콘택트렌즈를 뺀 모양인지, 렌즈 대신 착용하고 있는 뿔테 안경, 펑퍼짐한데도 가슴이 도드라지는 분홍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미녀가 있다.
화장을 지운 생얼인데도 불구하고 예쁜 미모도 눈에 들어온다.
하여간 다들 생긴 거 하나는 더럽게 예쁘다.
[이거 개판이구만.]흑태자가 신랄한 평가를 내린다.
마유즈미 선생의 얼굴이 붉어진다.
“누추한 방이지만······. 드, 들어와요. 김 군······.”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맥주 캔이 굴러다니는 방안에 들어선다.
마유즈미 선생의 방에 입성했으니, 이제 부활동 창설 팔부능선은 넘었다.
남은 건 손쉬운 설득뿐이다.
나쁜 꼬마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