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25)
벨라가 내게 정중히 인사하면서 곁에 다가와 속삭인다.
“아가씨를 모셔다드린 후에 한서진 씨와 함께 주인님의 주인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숙소에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올리비아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
긴히 할 말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짐작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올리비아의 본국 호출에 대한 추가 정보겠지.
“알았어. 그렇게 해.”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의 주인님. 그럼 아가씨. 저와 함께 귀가하시지요.”
벨라의 시선이 올리비아를 향한다.
올리비아가 살짝 움찔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알았어요. 벨라.”
올리비아의 시선이 잠깐 나와 마주친다.
“바보. 흥.”
올리비아가 볼을 부풀리면서 고개를 돌린다
마지막까지 츤데레다운 퇴장이다.
올리비아와 벨라가 사라진 후, 축제 현장에 남은 건 한서진뿐.
“그럼 저도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김덕성 님. 차량은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타시겠습니까?”
한서진의 차분한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여름 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올리비아 구출 작전을 구상해야 할 시간이다.
진짜 치트키였나?
슈오우 영웅 학원.
숙소.
발코니 테이블에 앉는다.
쪼르륵.
한서진이 콜라를 얼음이 담긴 유리잔에 따른다.
차가운 콜라가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원래라면 신나게 떠들었어야 할 흑태자도 아까 불꽃놀이부터 침묵하고 있다.
본인 여동생이 걸린 일이니만큼 생각이 많아진 거겠지.
나도 생각이 많아지는 건 마찬가지다.
올리비아가 프랑스로 귀국하는 전개 같은 원작에는 없었으니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주인님의 주인님. 벨라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걸 꼭 물어보네.
“문 열어주고 와.”
“알겠습니다. 김덕성 님.”
내 지시를 받은 한서진이 사뿐사뿐 걸어가 방문을 연다.
방문 밖에는 메이드복 미녀, 벨라가 서 있다.
탁.
한서진이 방문을 닫고 벨라와 함께 들어온다.
두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선다.
방금 벨라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때 분명 내 귓가에.
“할 말이 있다고 했었지. 무슨 말인데?”
질문을 받은 벨라가 옷깃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본국, 프랑스의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본국의 사정, 긴박.
두 개의 키워드를 머릿속에서 조합했을 때 나오는 결론은 하나다.
“설마 약혼식이라도 추진하는 건 아니겠지?”
약혼식 추진.
원작인 최약영웅에는 안 나왔지만, 다른 라노벨에서는 흔해 빠진 전개다.
약혼자가 따로 있는 히로인.
강제로 본국에 불려가서 약혼자와 약혼식을 억지로 치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화려하게 약혼식에 난입한 뒤, ‘이 약혼은 무효다’라고 선언하며 공주님 안기로 히로인을 구출해 나오는 뻔한 전개.
약혼자 배틀의 가능성이 사라진 지금, 그나마 가장 유력한 미래는 약혼식뿐이다.
안 그러면 굳이 올리비아를 프랑스까지 부를 이유가 없다.
“주인님의 주인님의 예상이 맞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귀국해서 직접 주인님의 주인님과 맺은 전속 시녀 관계를 소명하라는 요청이지만, 실제로는 이를 명분으로 영국 왕실 측에서 강력하게 약혼식 개최를 요구하고 있고, 본국에서도 거의 수용 단계까지 간 상태입니다.”
벨라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올리비아 약혼 건이 정사와 어긋난 이유를 깨달았다.
‘나 때문이군.’
정확히는 그녀가 원작과는 다르게 내 전속 시녀를 자처한 것 때문이다.
원작에서 유지와 올리비아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생도 대 생도의 관계.
라노벨답게 올리비아가 유지에게 호감을 표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통상적인 학원 생활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프랑스 황실에서 굳이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의 유지와는 다르게, 나와 올리비아는 유사 주종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
물론 올리비아의 행동은 진짜 전속 시녀와는 좀 거리가 멀기는 했지만, 그런 실체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의 황녀가 일반인인 나와 주종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것도 내가 주고 올리비아가 종으로.
[그렇군. 영국 왕실에서 왜 불만을 제기했는지 알겠어.]흑태자의 말이 머릿속에서 울린다.
결국 전속 시녀가 이 사단을 불러온 거다.
그때 전속 시녀 어쩌고저쩌고할 때 말렸어야 했나.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파트너?]역시 약혼식 깽판뿐인가.
그런 라노벨 같은 전개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올리비아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문제는 정당성이다.
무지성으로 약혼식에 난입해서 싸우자고 할 수는 없다.
원작에서도 약혼자 배틀 이후에 윌리엄의 약쟁이 행각과 왕세자인 이복형 더글러스를 제거하려는 반역 계획이 폭로된 다음에야 놈의 약혼자 지위가 박탈됐다.
‘단순하게 힘으로만 밀어붙여서는 안 돼.’
[그러면?]‘전 세계에 놈이 올리비아의 약혼자로서 부적격이라는 사실을 알려서 정당성을 확보해야지.’
그러려면 역시 그 녹취록이 필요하다.
가레스와 뉴 월드 리그가 윌리엄을 협박하기 위해 따놓은, 쿠데타 계획과 약쟁이 행각이 기록된 녹취록이.
원작 6권 마지막, 가레스는 벨라와의 싸움에서 13사도라는 본인의 정체가 탄로나 체포당할 위기에 놓이자 세간의 어그로를 윌리엄으로 돌리기 위해 녹취록을 세계에 공개한다.
충격적인 녹취록의 내용에 당황한 사람들의 시선이 윌리엄에 쏠린 사이, 가레스가 유유히 도망가는 모습이 6권 메인 에피소드의 끝.
웹소설이라면 적을 왜 놓아 주냐고 무수한 5700자 댓글과 쪽지의 요청이 들어올 만한 마무리.
그 녹취록을 확보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약혼식에서 틀어버리면 게임 끝이다.
[정공법이라면 정공법이로군. 그런데 파트너, 그 부적격 사유가 뭔지는 알고 있어?]흑태자가 묻는다.
그래, 그게 문제다.
빙의자인 나는 온갖 시시콜콜한 정보를 전부 알고 있지만, 그걸 타인에게 전달하는 건 다른 문제다.
내가 ‘가레스의 개인 컴퓨터에 윌리엄의 약점이 될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왜 알고 있는지에 한서진과 벨라에게 그럴싸하게 설명할 만한 핑계가 없다.
이럴 때마다 만능으로 써먹던 국정원 치트키는 한서진이 이 자리에 있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무슨 뾰족한 방법 없을까?’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 흐음. 역시 제일 수상한 건 둔재였던 윌리엄이 갑자기 초월무장의 주인이 된 부분이야. 거기서 구린내가 진동해. 그 부분을 파라고 하는 건 어떨까, 파트너?]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2% 부족하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로군.’
흑태자가 말한 부분에 살을 붙여서, 어린 시절과 비교했을 때 수상할 정도로 갑자기 강해진 윌리엄을 언급하고, 닥터 모로모로가 만든 약물을 넌지시 언급해서 약물과 윌리엄, 가레스 사이의 연결 고리를 파도록 유도해야 한다.
빙빙 돌아가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그 다음은 벨라와 한국 국정원의 첩보능력을 믿는 수밖에.
솔직히 국정원의 능력은 원작에도 나온 바 없고, 이런 진지한 첩보전도 라노벨에서 나올 만한 에피소드가 아니라서 약간 불안하지만.
이 방법뿐이다.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파트너. 올리비아의 오빠로서 여동생을 그런 놈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암 그렇고말고.]흑태자가 드물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대본을 정리한다.
좋아.
완벽해, 이제 말만 하면 된다.
천천히 입을 뗀다.
“한서진.”
“예, 김덕성 님.”
“윌리엄에 대해서 조사 좀 해 봐, 특히······.”
“영국 2왕자에 대한 조사를 말씀이하는 거라면 이미 한참 전에 완료한 상태입니다.”
한서진이 내 말허리를 자른다.
잠깐, 한참 전에 완료했다고?
그 말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인지, 벨라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한서진 씨. 윌리엄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조사했습니까?”
벨라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녀가 묻는다.
“올리비아 씨가 김덕성님한테 접근했을 때부터입니다.”
한서진이 담담한 목소리로 답한다.
뭐?
그때부터라고?
언제나 침착한 무표정을 유지하던 벨라의 입이 살작 벌어진다.
무표정 냉미녀 메이드조차 침착함을 잃어버릴 수준의 진짜 광기가 한서진의 몸에서 뻗쳐 나온다.
[파트너, 저 한서진이라는 아가씨. 대체 뭐냐?]흑태자마저 경악할 정도.
그러게, 이쯤 되면 슬슬 진지하게 약간 무서워지려고 한다.
“아니 대체 왜 그걸 그때부터······.”
“김덕성님은 대한민국 국적의 유일한 영웅 전력. 김덕성님한테 접근하는 생도들의 신상명세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건 제 업무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내 질문을 들은 한서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그런 설정이었지.
왠지 납득된다.
그와 동시에 원작에서 이 정도 서포트를 받고도 결국 빌런으로 타락한 김덕성은 대체 뭐 하는 놈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수상할 정도로 작가의 악의가 느껴지는 캐릭터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회색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래서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여기서부터는 영국과 프랑스, 양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제1세계 자유진영 전체의 안보에 관련된 문제가 됩니다.”
한서진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제1세계라.
그래 이 빌어먹을 불쏘시개 세상은 제정 프랑스뿐만 아니라 제2세계 공산진영의 수장인 소련도 아직 멀쩡하다는 설정이다.
즉, 냉전이 21세기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
대책 없이 분량을 늘이는 불쏘시개 라노벨답게 14권~15권에서 뉴 월드 리그가 조장한 3차 세계대전 위기를 한낱 학원 생도에 불과한 주인공과 조력자, 히로인들의 우정과 사랑으로 막아낸다는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급조해낸 설정.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된 걸 실감하니 어이가 없다.
21세기에 실존하는 소련이 뉴 월드 리그와 협력 관계라니, 대체역사 커뮤니티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도 남을 설정이다.
“따라서 벨라 씨. 아무리 당신이 우방국의 요원이라 하더라도, 이번 계획에서 당신이 우리 대한민국과 완전한 협력 관계가 되지 않는다면 이 이상의 정보는 말씀해드릴 수 없습니다.”
한서진이 깜짝 놀랄 정도로 한기가 도는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와 협력하시겠습니까?”
한서진의 회색 시선이 벨라를 향한다.
벨라가 잠깐 고민에 빠지더니 답한다.
“협력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탁.
한서진이 태블릿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녀가 스크린을 터치하자 태블릿 스크린에서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윌리엄 왕자는 영국 왕실의 일원에다 차세대 영국 영웅 전력을 이끌 인재로 기대되는 인물인 만큼 당연히 정보를 빼내는 것은 극도로 어려웠습니다. 국정원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한서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최근, VIP의 명령과 정치권의 전폭적인 협조 덕분에 국정원을 중심으로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군 정보사령부, 국군 777사령부, 경찰청 정보국, 한국 헌터 협회 안보지원국 등 국내의 모든 정보 전력을 총동원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의 정보, 민간, 외교 라인을 총동원한 대규모 협력 작전 끝에 윌리엄에 대한 유의미한 첩보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설마 전에 대통령이 영국 총리랑 회담한 것도 이거 때문? 에이. 설마.
[파트너, 나 진심으로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저 사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흑태자가 경악한다.
그러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그 결과가 바로 이 녹음 파일입니다.”
한서진이 화면을 터치하자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음파가 요동친다.
[가레스.] [예, 윌리엄 전하.] [혁명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나? 군의 포섭은?] [물론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전하의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점점 전하 쪽으로 줄을 대는 장성과 유력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크크크크, 그래. 유약한 데다 영웅도 아닌 더글러스 따위는 왕의 자리에 걸맞지 않지. 이 ‘용살의 왕자’ 윌리엄이야 말로 버킹엄 궁의 주인이 될 남자란 말이다!] [맞습니다. 전하.] [그 약은, 언제 도착하지? 이제 슬슬 약효가 다 떨어져가. 이대로라면 내 진짜 실력이 들통나고야 만다고. 그 약이 있어야 아스칼론이 말을 들어쳐먹는단 말이다. 빌어먹을 칼 같으니.] [내일 도착할 것입니다. 너무 심려치 마소서. 전하.]애니메이션과 소설에서 나왔던 내용 그대로의 녹취록이 흘러나온다.
내용을 들은 벨라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는다.
“이상입니다.”
한서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돈다.
“한국의 정보 전력이 뛰어나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역시 대단하군요. 윌리엄이라는 작자가 이 정도로 쓰레기일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만······.”
간신히 표정을 수습한 벨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벨라의 눈빛에 조용한 분노가 타오른다.
[약물이라, 내 그럴 줄 알았어! 이 빌어먹을 자식!]흥분한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와.
이걸 입수하다니.
변명이 아니라 국정원이 진짜 치트키였나?
놀라는 것도 잠시.
머리를 차갑게 식힌다.
수단이야 어떻게 됐건, 아까 걱정하던 명분이 내 손에 쥐여졌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고, 강력한 카드를 손에 쥔 이상 이제 남은 건 계획 수립과 실행뿐이다.
[어떻게 할 거야, 파트너. 이거 당장 까발릴 거야?]‘아니. 당장 까발리는 건 하책이야. 이 약물, 리그와 관련 있을 확률이 높아. 지금 당장 폭로하면 윌리엄의 일은 해결되겠지만, 약물을 제공한 배후인 리그는 잡을 수 없어.’
[과연.]‘적을 양지로 끌어낸 뒤에, 도주가 봉쇄돼서 낙장불입이 된 상황에서 폭로해야 해.’
[윌리엄의 배후에 있을 리그를 끌어낼 수 있는 상황, 그게 약혼식이라는 건가?]‘그래.’
약혼식이라면 가레스도 당연히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때가 기회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국혼에서 녹취록을 공개 폭로하면서 깽판을 친다면, 가레스도 원작처럼 도망갈 수 없다.
윌리엄, 나아가 가레스까지 잡아 뉴 월드 리그에 타격을 주는 것.
그게 내 진짜 목적이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벨라와 한서진의 협력이 필요하다.
“벨라, 한서진. 할 말이 있다.”
두 사람을 부른 나는, 방금 흑태자에게 말한 그대로 내가 세운 계획을 설명했다.
“······그렇게 약혼식에서 녹취록을 폭로해 윌리엄은 물론 이번 쿠데타의 진짜 배후를 일망타진하는 거야.”
내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합리적인 계획입니다. 주인님의 주인님의 계획에 따르겠습니다. 주인님의 주인님이 이토록 치밀한 분일 줄은 미처 몰랐군요.”
벨라가 말한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벨라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해.”
벨라의 승낙은 받아냈고, 이제 남은 건 한국의 협력뿐이다.
내 시선이 한서진에게 향하는 순간.
“국내 협력자라면 이미 준비됐습니다.”
탁.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서진이 태블릿을 터치한다.
홀로그램 영상의 내용이 바뀐다.
[내일부터 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시작됩니다. 대통령 임기 중 두 번째인 이번 해외 순방은 일본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뉴스가 흘러나온다.
갑자기 왠 대통령 해외 순방 뉴스야.
[설마 그 협력자라는 게?]아니겠지?
한서진의 닫힌 입술이 열린다.
“VIP께서 직접 김덕성님을 도울 것입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