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5)
한서진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다.
한숨을 쉬며 문자를 보낸다.
[잘했어.] [감사합니다.]즉각 대답이 돌아온다.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본다.
어지러운 국뽕 너튜브 썸네일과 천문학적인 조회수가 보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다.
재주는 내가 넘고 돈은 국뽕 너튜브가 번다?
용서할 수 없다.
한서진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나 가지고 너튜브에서 수익 창출하는 영상이랑 채널들, 전부 초상권 신고 넣어서 수익 창출 내 쪽으로 돌려줘.] [신속하게 조치하겠습니다.]이번에도 1초만에 돌아온 답장.
자칭 ‘전속 시녀’인 누구랑 다르게 믿음직스럽다.
아무튼, 이제 저 조회수도 내 돈이 된다.
돈복사 시작이다.
안 그래도 국뽕 웨이브 때문에 숨 막혀 죽을 지경이다.
이 정도 부수입은 챙겨도 괜찮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아니, 닭갈비가 맛있어서.”
올리비아의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답한다.
대답을 들은 올리비아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 제가 고른 가게가 맛없을 리가 없잖아요?”
대답 대신 젓가락으로 닭갈비를 집어 먹는다.
빈말이 아니라 이 집 닭갈비가 생각보다 맛있다.
한류 관광지라 비싼 가격만 빼면.
슬슬 배가 찬다.
젓가락을 놓는다.
“올리비아.”
“왜 부르셨나요?”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부탁이 있어.”
“부탁이요?”
올리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역시 이 제가 필요한 일이 또 생겼군요! 어떤 부탁이죠?”
그녀가 자신만만한 아가씨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좋아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백염검식, 전수해줬으면 좋겠는데.”
올리비아의 얼굴이 진지해진다.
“그건······.”
그녀가 뒷말을 흐린다.
“보나파르트 황실의 비전, 외부인에게 함부로 전수할 수 없어요. 다다당신이······. 아, 아니에요.”
라노벨 히로인답게 쓸데없는 상상이라도 한 모양인지 얼굴이 빨개진다.
예상 답안이다.
이 세계에서도 검식을 포함한 스킬은 가문 또는 유파 내부로만 전승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백염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백염검식과 흑광검식, 보나파르트 황실의 두 비전을 모두 익혀야만 숨겨진 비전인 ‘천지검식’에 접근할 수 있으니까.
완결권에서 천지검식을 깨우친 올리비아는 주인공과 대등한 수준으로 강해진다.
그걸 생각해본다면,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내가 네게 흑광검식을 가르쳐준다면?”
그러니까 미끼를 던져야 한다.
흑광검식.
흑태자의 스킬이자, 지금은 잊혀진 보나파르트 황실의 비전.
“흐, 흑광검식이요?!”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그래. 나는 네게 흑광검식을 가르쳐주고, 넌 나한테 백염검식을 가르쳐주고. 일대일로 서로 교환하는 거지. 어때?”
올리비아가 입술을 우물거린다.
고민에 빠진 모습.
닭갈비를 먹으며 그녀의 대답을 느긋하게 기다린다.
“조금······.”
남은 닭갈비를 거의 다 먹었을 때.
그녀가 입을 연다.
“······시간이 필요해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고개를 든다.
올리비아의 혼란스러운 표정이 보인다.
입가에 호선을 그린다.
이 정도면 100% 넘어왔다고 장담한다.
흑태자를 동경하며, 그의 발자취를 뒤쫓던 그녀다.
그의 스킬을 배울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다.
“최대한 빨리 답변해줬으면 좋겠군. 가능한 이틀 안에.”
그래야 시노자키 린을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럴게요.”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시선이 텅 비어버린 닭갈비 철판으로 향한다.
“뭐예요? 왜 하나도 없어요? 당신이 다 먹었어요?”
무슨 당연한 말을 묻지?
“꼬우면 더 시키던가.”
“으으으으! 바보! 멍청이!!”
올리비아가 나를 바라보며 발끈한다.
그날.
결국 나는 그녀와 함께 치즈 닭갈비 한 접시를 더 해치운 뒤에야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도쿄 교외.
마천루가 즐비한 최첨단 도시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본 전통식 대저택이 있다.
일본 최고 명문가, 시노자키 가문의 저택이다.
시노자키 저택의 최심부.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방에 어두운 초록색 눈동자와 머리색을 지닌 중년인이 있다.
일본의 EX랭크 영웅이자 새로운 시대의 강자인 뉴 크라운즈의 일좌를 차지한 괴물.
일본 영웅 협회장, 검귀(劍鬼) 시노자키 이치로다.
그의 우울한 녹색 눈동자가 다다미 위에 꿇어앉은 남색 포니테일의 미소녀, 시노자키 린에게 향한다.
“너와 대련이 예정된 생도, 분명 이름이 김덕성이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시노자키 린이 답한다.
“김덕성, 김덕성이라······.”
그의 머릿속에 오늘 있던 일이 떠오른다.
세례의 관.
기프트를 후천적으로 부여하는 충격적인 유물.
그걸 발굴한 생도가 분명 프랑스의 기사공주인 올리비아와.
“한국의 영웅 후보생, 이름은 김덕성이었지.”
그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흥미롭군.”
이치로의 혼잣말에 린은 침묵했다.
이 가문에서 그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일족을 지배하는 당주에게 반문하는 건 허락되어 있지 않다.
“린.”
“예, 당주님.”
“이번 대련, 패배하는 일은 없겠지?”
“시노자키의 이름 아래, 결코 패배는 없습니다.”
“그 말, 이번에는 반드시 지키도록.”
이치로의 말에 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예 당주님.”
쪼르르, 딱.
정원에 있던 대나무 물받이 통, 소즈(添水)가 물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다.
개똥도 약에 쓸데가 있다
슈오우 영웅 학원 기숙사.
톱 클래스 우등생에게만 주어지는 1인 특별 숙소.
기숙사보다는 호텔 스위트룸에 가까울 정도로 넓은 공간.
올리비아가 발코니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새하얀 도자기로 된 찻잔을 매만지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으으으으······.”
정말 긴 하루였다.
오늘 있던 일을 회상하던 그녀의 볼에 바람이 들어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어요.”
방과 후.
김덕성이 그녀에게 찾아와 같이 외출하자고 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살짝, 아주 살짝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평범하게 거리를 거닐고 싶었다.
모두가 그녀를 우러러보는 고국, 프랑스에서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
흑태자의 유언으로 후계자가 됐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베르사유 궁전과 황실 별장 바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어딜 가도 선망과 기대의 눈길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올리비아는 김덕성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한국의 유일한 영웅 후보생인 그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도쿄의 명소라는 명소는 전부 조사했는데 소용이 없어졌잖아요······.”
신오쿠보뿐만 아니다.
하라주쿠, 오다이바, 신주쿠, 키치죠지, 도쿄 타워 전망대, 도쿄 스카이트리와 스미다 아쿠아리움, 긴자의 고급 초밥집 등등.
가고 싶은 장소가 산더미처럼 많았고, 계획도 전부 짜뒀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소풍 가기 전날 밤처럼.
나들이를 기대하며 모처럼 단장도 했건만.
심통이 난다.
“주인님의 주인님이 신경 쓰이십니까?”
벨라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 앞에 놓인 잔에 따뜻한 홍차가 채워진다.
“누누누가 신경 쓴다고 그래요?”
올리비아가 화들짝 놀란다.
“따,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거든요? 그, 그냥 어디까지나······. 평범한 나들이를 기대했을 뿐이에요.”
그녀가 입술을 삐죽댄다.
올리비아의 어깨가 내려간다.
벨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주인님의 주인님과 저녁 식사는 어땠습니까?”
딸깍.
벨라가 올리비아 앞에 초콜릿 크림이 어우러진 에클레어가 올려진 그릇을 내려놓는다.
“그건, 뭐······.”
올리비아가 에클레어를 바라보며 입술을 우물댄다.
“나쁘지 않았, 아니. 별로였어요. 계획한 코스의 1%도 둘러보지 못했다구요!”
“그러셨습니까?”
“거기다가 마지막에는······.”
올리비아의 머릿속에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
백염검식을 가르쳐달라는 말이.
그녀의 뺨이 붉게 물든다.
외부인에게 황실의 비전을 가르쳐줄 수는 없다.
혼약자라면 또 모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올리비아가 고개를 흔든다.
“으으으······. 바보, 멍청이, 변태, 파렴치한, 무뢰한! 수수숙녀에게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다니!”
얼굴이 상기된 그녀가 에클레어를 입 안에 욱여넣는다.
단맛이 입안 가득 느껴지자 그나마 조금 머리가 식는다.
“······아무튼 오늘 진짜 최악이었어요. 흥.”
“정말 그랬습니까?”
“······.”
벨라의 질문에 올리비아가 침묵한다.
그녀의 머릿속에 그의 다음 말이 떠오른다.
흑광검식과 백염검식을 일대일 교환하자.
‘오라버니의 스킬······.’
흑태자를 동경하는 그녀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올리비아는 무의식적으로 본인의 마음이 기울어지는 걸 느꼈다.
찻잔을 들어 홍차를 마신다.
다 식은 홍차의 묘한 쓴맛이 입안에 감돈다.
“······아주, 최악은 아니었어요.”
올리비아의 대답에 벨라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진다.
쪼르르.
빈 찻잔에 따뜻한 홍차가 다시 채워진다.
*
삑.
생도 수첩을 찍자 기숙사 방문이 열린다.
지친 몸을 질질 끌고 침대에 엎어진다.
푹신한 매트리스와 이불이 나를 반긴다.
역시 침대가 최고다.
“늦은 시간까지 수고했네.”
귓가에 주인공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린다.
같은 검은 머리지만 재수 없게 잘생긴 주인공 놈의 면상이 보인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하냐?”
빌어먹을 치즈 닭갈비 추가 주문 때문에 통금에 아슬아슬하게 걸릴 뻔할 정도로 늦은 시간.
정상인이라면 자야 할 시간인데, 안 자고 있다는 건.
“할 말이라도 있는 거냐, 혹시?”
“역시 김은 날카롭다니까.”
쿠로사와 유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간신히 적응했다 생각했는데.
여자도 아닌 남자가 눈앞에서 저러고 있는 꼴을 보니 아까 먹은 닭갈비가 역류하려고 한다.
“오늘 김의 활약, 아카데미 채널의 풍문을 통해 들었어. 생도 레벨에서 유적 탐색이라니, 확실히 대단하던걸? F랭크인 나랑은 완전 딴판이구나 싶었어. 하하하······.”
그의 힘숨찐 기만질을 들으며 휴대폰을 켜서 아카데미 채널에 접속한다.
[오늘의 빅 뉴스! 기사공주 유적을 발견하다! ヽ(°〇°)ノ] [기사공주가 유적을 발견했다고? 과연 엘리트는 생도 레벨부터 다르구나! ∑(O_O;)] [한국의 생도도 함께 했다고 들었어] [>> 한국의 생도면 김덕성 말하는 거지?] [기사공주 옆에 있으니 초 럭키의 연속이네 ww] [한국의 생도 부럽다. 나도 기사공주님과 함께 유적 탐색하고 싶어 (。•́︿•̀。)] [>> 그건 좀 무리 www 공주님 입장도 생각하라구 wwwww] [한국의 생도 어떤 사람일까? 리미트라고는 해도 기사공주를 이기고, 이번에는 공주님과 함께 유적 탐색까지. 혹시 숨은 실력자가 아닐까?] [>> C랭크가 숨은 실력자라니 그거 초 무리 ww] [>>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일 뿐,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올리비아 얘기로만 가득한 커뮤니티 반응을 보니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솔직히 그 정도 국뽕은 좀, 많이 부담스럽다.
커뮤니티를 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기만질이 다냐?”
재수 없는 놈.
“그건······. 기만할 의도는 절대 아니야. 그렇게 들렸다면 정말 미안해!”
그가 침대에서 일어나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합장한다.
씨발.
역시 이 미친 세상은 나를 매일 시험에 들게 한다.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말한다.
“됐고, 본론.”
“린, 아니 시노자키한테 들었어. 시노자키가 김, 너랑 대련 약속을 잡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