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77)
“환자의 외출에는 보호자가 필요하니······. 내, 내가 그 보호자 역할을 해주겠다. 그래도 괜찮나? 덕성. 보, 보여줄 것도 있고······.”
그녀가 살짝 소심한 말투로 내게 말한다.
“난 상관없는데.”
“알겠다. 그럼 바로 채비하도록 하겠다.”
대답을 들은 린의 얼굴이 환해진다.
그녀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한다.
“여도 같이 외출······.”
“어머, 트릭시 양. 트릭시 양은 소녀와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와요.”
중간에 끼어들려는 베아트리체를 저지하는 에반젤린.
“그럼, 외출 잘 다녀오시어요. 김덕성 님. 시노자키 공.”
“흥.”
에반젤린이 우아하게 인사하고, 베아트리체가 볼을 부풀린다.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면서 병실을 나선다.
외출 수속까지 끝낸 뒤, 사복으로 환복하고는 린과 함께 병원 정원을 걷는다.
한낮이라 그런지 여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쬔다.
바깥 공기를 크게 들이마신다.
병실 내부 공기와는 다른 청량한 공기가 폐부에 가득 들어찬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뺨을 때린다.
“덕성, 혹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나?”
내 옆에서 걷던 린이 묻는다.
“딱히······.”
그냥 밖에 나오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보, 보여줄 것도 있으니까······. 나, 나와 함께 호텔 수영장에 가지 않겠나?”
린이 손을 내밀면서 얼굴을 붉힌다.
호텔 수영장?
“대체 뭘 보여주려고 그러냐?”
“그, 그건······. 가, 가서 봐야 한다! 그, 그래서 가, 같이 가 줄 거냐, 덕성······.”
린이 새빨개진 얼굴로 말한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린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상태의 린은, 본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울거나,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어차피 딱히 갈 곳을 정해놓고 한 외출도 아니니, 그녀의 고집을 한 번쯤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보여줄 게 뭔지도 궁금하고.
“그래. 가자. 호텔 수영장.”
“아, 알겠다······. 내, 내가 앞장서겠다!”
린이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앞장선다.
그녀를 따라 병원을 벗어난 뒤, 숙소인 해변 호텔로 향한다.
마침내 도착한 호텔 실내 수영장.
“자, 잠시만 기다려라······.”
수영장에 도착한 린은 그 한 마디를 남긴 채, 탈의실로 잽싸게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 내부, 찰랑거리는 푸른 물결이 보인다.
수영장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코 끝에 스쳐 지나간다.
얘는 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
이런 생각이 슬슬 다시 올라오려던 순간.
덥석.
린이 뒤에서 양 손바닥으로 내 두 눈을 가린다.
“다, 됐다. 더, 덕성······.”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 이제 도, 돌아봐도······. 조, 좋다······.”
스윽.
그녀가 손을 뗀다.
린의 말대로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 어떤가······. 시노자키류의 최종병기가······. 너만을 위한 승부 수영복이다! 덕성······!!”
머리에는 젖소 귀와 소뿔이 달린 머리띠를.
목에는 카우벨이 달린 목걸이를.
젖소 무늬 장갑을 끼고, 젖소 무늬 사이 하이 삭스를 신은 린이 젖소 무늬 비키니를 입은 채,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비키니에 감싸인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흔들린다.
젖소 비키니?
이런 건 원작에도 없던 건데?
딸랑.
린의 목에 걸린 카우벨이 흔들린다.
·······예쁘긴 하네.
올리비아의 매도 콤보
그녀의 젖소 비키니를 보고 처음 느낀 감정은 당혹이었다.
대체 왜 이런······.
당황스러워서 뭐라 할 말이 안 나온다.
[파트너, 이게 무슨······.]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말을 더듬거린다.
그러고 보니 얘도 있었지.
‘야, 넌 눈 감아라.’
괜히 기분이 살짝 가라앉는다.
[왜, 아. 파트너. 자기 여자는 자기가 지킨다는 마인드야? 오올. 우리 파트너 이제 완전 남자야. 남자.]머릿속에서 흑태자가 흐뭇하게 웃는다.
남자는 무슨.
[알았어. 짜식. 이 형님은 눈 감고 귀 막을 테니까, 시노자키 아가씨랑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파트너.]흑태자가 또 쓸데없이 형 소리를 한다.
즐거운 시간?
대체 뭘 착각하는지 모르겠다.
“여, 역시 이상한가······. 이런 복장······.”
린이 고개를 숙인다.
그녀가 손가락을 꼼질댄다.
린의 모습을 본다.
젖소 비키니.
서비스신에서 자주 등장하는 복장인데, 이걸 현실로 그것도 내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당황스러운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보자니.
린과 잘 어울리기는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히로인들 중에서 제일 몸매가 좋은 린이라 뭘 입어도 잘 어울린다는 편이 맞다.
특히 비키니 같은 몸매를 전부 드러내는 옷은 더더욱.
얼굴이 화끈거린다.
솔직히 예쁘고 잘 어울리고 좋기는 한데, 조금 민망하다.
여기에 그녀랑 나, 둘밖에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니, 별로 이상하지는 않은데.”
대답을 들은 린의 남색 눈동자가 반짝인다.
“그냥 잘 어울린다고.”
“저, 정말인가?”
린의 눈동자가 커진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잘 어울리는 게 팩트긴 하니까, 뭐.
“후후. 다행이로군. 고생해서 승부 수영복을 마련한 보람이 있다.”
린이 배시시 웃는다.
“대신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는 절대 보여주지 마라.”
솔직히 그러면 기분 나쁠 것 같다.
”그건 당연하다. 이건 너만을 위한 승부 수영복.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말에 린이 진지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한다.
딸랑.
카우벨이 흔들린다.
요즘 왜 저렇게 린이 예뻐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내가 미쳤나?
그건 아닌데.
“사실 원래 무인도 해변에서 단둘이 있을 때 너한테 보여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린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무인도에서 그렇게 가방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던 이유가 저거였나.
작은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너한테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녀가 옆머리를 넘기며 웃는다.
스윽.
내게 다가온 린이 팔짱을 낀다.
젖소 비키니에 감싸인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팔뚝에 뭉개진다.
검정색 스타킹부터 비키니에 오일 바르기까지.
지금까지 린의 온갖 육탄 공세를 그냥 넘긴 나였지만, 원작에도 안 나오던 젖소 비키니만큼은 솔직히 좀 버거웠다.
미치겠네, 정말.
“후후. 덕성. 너라면 내 전부를 줄 수 있다. 이 가슴도, 허벅지도, 그리고 내 마음도 처음부터 당연히 전부 너의 것이다.”
린이 요염하게 웃는다.
오늘따라 그녀의 분홍색으로 물든 얼굴이 괜히 더 예뻐 보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가 끓고 심장이 뛴다.
“······너라면 나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 덕성. 비록 아직 우유는 안 나오지만······. 그래도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평소의 초조한 모습과는 다른, 어딘가 여유가 느껴지는 모습.
이럴 때마다 머릿속에서 한마디 하는 흑태자는 아까 잠수 선언 이후 아무 말도 없다.
아니 근데 우유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어질어질하다.
쓸데없는 데서는 계속 참견하더니, 정작 중요할 때는 아무 말도 없다니.
이렇게 쓸모없을 수가.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자, 린이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아니면 혹시 싫은가?”
“그런 건 아닌데······.”
이건 또 무슨 가불기야.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실수가 아닌 진짜로······.”
린이 웃으면서 내 품에 안긴다.
그녀의 붉어진 얼굴이 내 앞으로 다가온다.
린의 달콤하고 따뜻한 숨결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서로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핑크빛 분위기.
린의 말랑한 분홍빛 입술과 내 입술이 서로 맞닿기 직전, 근거리까지 좁혀진 순간.
“시노자키 양! 지, 지금 저, 전속 시녀인 저의 허락도 없이 그한테 대, 대대대체 무슨 파렴치한 짓인가요?!”
수영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고개를 돌린다.
거기에는, 백금발을 허리까지 기른 미소녀,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린 채로 얼굴을 붉히며 린을 향해 삿대질하고 있었다.
“저, 저저정말이지 믿을 수 없어요! 명가의 아가씨인 당신이 어떻게 그런 파렴치하고 음란한 복장을 입고 그의 입술을 훔치려 할 수 있는 거죠?! 시노자키 양! 다, 다다당신이라는 사람은 수, 수치라는 개념을 모르는 건가요?!”
저벅, 저벅.
올리비아가 빠른 걸음으로 린을 향해 다가와 소리친다.
린이 내 품에서 살짝 떨어진다.
“아, 보나파르트로군. 실습은 잘 끝냈나?”
평소와는 달리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반격하는 린.
의기양양한 그녀의 미소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빨개진다.
“지, 지지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빼액.
올리비아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 양팔을 아래로 내린 채 소리친다.
“황녀님의 말이 맞아. 젖소. 젖소 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젖소 비키니라니, 어떻게 그런 천박한 발상을 할 수 있어? 부끄럽지도 않아? 그런 음란한 지방 덩어리로 주인님을 유혹하려 들다니······. 으으으으으······.”
빼꼼.
올리비아 옆에서 에리가 스르륵하고 투명화를 풀면서 말한다.
그녀의 주황색 트윈테일이 흔들린다.
“맞아. 시노자키 양. 우리가 실습 나간 사이에 새치기하는 건 반칙이야. 후배 군은 모두의 소유니까.”
“주군, 가슴이라면 나도······! 나도 지지 않아!”
그 뒤로 카스미 선배와 마코토가 나타난다.
얘네는 또 어떻게 여기를 알고 온 거야.
어이가 없다.
[에이 파트너, 텄네, 텄어.]흑태자가 혀를 찬다.
텄다니 대체 뭘 텄다는 거야.
[파트너, 아주 복에 겨웠구만. 겨웠어. 쯧쯧.]분홍색 레이스 비키니를 입은 에리가 샐쭉한 눈빛으로 린의 가슴과 얼굴을 번갈아 가며 쏘아본다.
“빨래판, 너도 있었군. 젖소라. 한때는 네가 붙여준 그 별명을 수치스럽게 여기기도 했었지······.”
훗.
린이 웃는다.
척.
그녀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빨래판. 나는 네가 붙여준 별명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젖소······.”
젖소 무늬가 도드라진 비키니에 감싸인 린의 커다란 가슴이 흔들린다.
“그 별명이야말로 모성애 가득한 풍만한 가슴, 여자력의 상징, 풍요의 상징, 다산의 상징, 현모양처의 상징인 내 가슴을 일컫는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 젖소······.”
린이 역으로 강하게 나가자 당황하는 에리.
“뭐, 뭐예요, 시노자키 양······.”
올리비아 역시 놀란 표정을 짓는다.
“검은 귀축인 후배 군, 그런 거야? 후배 군은 가슴마인이었던 거야?! 내 가슴도 그,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이이이이이······.”
놀라는 카스미 선배와 입으로 의성어를 소리내는 마코토.
이것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살짝 반갑기는 무슨.
벌써 머리가 어지럽다.
가슴마인?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어이가 없다.
“그렇다. 빨래판, 보나파르트. 나는 젖소다. 하지만 난 그 사실에 한 점 부끄럼도 없다! 내 가슴이 덕성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현모양처기 때문이다!”
린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한다.
또 저 현모양처 얘기.
오랜만에 저 꼬라지를 보니 아까 도진 두통이 더 심해지는 기분이다.
“여, 여기서 당당하게 아내 선언?! 시노자키 양 원래 그런 캐릭터였어?!”
린의 말에 놀라는 카스미 선배.
카스미 선배 옆에는 마코토가 소심한 표정으로 뒤에 숨어 있다.
“이봐요. 시노자키 양. 대체 무인도에서 그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맞아. 젖소. 평소랑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 말해. 사실대로. 전부.”
한 발짝.
올리비아와 에리가 린 앞으로 다가와 말한다.
“덕성과 말인가? 그곳에서 많은 일이 있었지. 그의 손을 잡고 마침내 어른의 계단을 올랐다고나 할까?”
린이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웃는다.
“자, 잠깐. 뭐야. 젖소. 네가 왜 주인님을 이름으로 불러.”
덕성.
그 말을 들은 에리의 주황색 눈썹이 꿈틀한다.
“모르고 묻는 건가? 그야 내가 덕성한테 요비스테를 허락받았기 때문이지. 아, 아직도 덕성과 요비스테를 못한 다른 사람들한테는 조금 실례되는 발언이었나? 그렇다면 사과하지.”
훗.
자신만만하게 웃는 린.
“요, 요비스테를요?! 이봐요 당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거, 거기다가 어, 어른의 계단이라니! 설마 이 도둑고양이와 거기서 그, 그렇고 그런 파, 파렴치한 짓이라도······!”
올리비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파르르 떨린다.
“후배 군은 나빠. 나한테는 아무것도 허락해주지 않고서는······. 역시 후배 군은 큰 가슴이 좋은 거야? 가슴마인에 검은 귀축 후배 군······. 최저야.”
“······주군. 제, 제 가슴도······!”
볼을 부풀리는 카스미 선배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는 마코토.
아니 무슨 제 가슴도야?
진심 어이가 없네.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잠깐이나마 이 세상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한 내가 미쳤던 게 틀림없다.
염병할 라노벨 세상 같으니.
“젖소······. 으으으으으으······.”
에리가 앓는 소리를 낸다.
“다, 답해보라고요!”
올리비아가 내 앞에 서서 귓불까지 붉어진 얼굴로 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