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90)
“후후후후, 황녀님. 여전히 귀여워.”
“으으으으으······. 시, 시끄러워요!! 가, 감히 전속 시녀인 저의 허락도 맡지 않고, 하, 함부로 뽀, 뽀뽀하다니······!!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요!!”
팔랑팔랑.
올리비아의 손에 들린 잡지가 흔들린다.
그 모습을 본 에리가 꽃받침을 하면서 말했다.
“진심이야. 에리링, 마코삐랑 황녀님이랑 호시노 선배가 주인님이랑 가까이 지내는 건 괜찮아. 젖소만 빼고 말이야.”
“나만 빼고?”
꿈틀.
린의 눈썹이 휘어진다.
“그래. 젖소. 묘하게 요즘 더 재수 없어진 것 같아. 뭐, 그래도 상관없어. 이미 에리링과 주인님은 서로 진하게 뽀뽀했으니까! 후후.”
에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개목걸이를 매만진다.
“뽀뽀라······. 훗. 빨래판. 네 자신감의 원천이 겨우 그것이었나? 빈약한 가슴만큼이나 부실한 근거로군. 어이가 없어.”
그 모습을 본 린이 웃음을 짓는다.
에리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뭐야, 젖소. 태도가 왜 그렇게 묘하게 여유가 넘치는 거야? 마음에 안 들어. 지금 주인님이랑 에리링이랑 뽀뽀했다니까? 너는 못 한 뽀뽀 말이야. 젖소.”
부우우.
에리가 볼을 부풀린다.
그녀는 린의 여유 넘치는 태도와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시 무인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에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무리하게 웨딩 촬영을 기획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저 젖소 때문이다.
척.
린이 가슴 위에 손을 올린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흔들린다.
“왜냐하면 나는······. 비록 사고긴 하지만 무인도에서 덕성과 서로 입술을 맞췄기 때문이지. 진하게. 3분 넘게.”
린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상기된다.
그녀가 입술 부근을 손으로 만진다.
린의 입에 수줍은 미소가 떠오른다.
그녀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무인도에서 있었던 뜨거운 입맞춤을.
“뭐어?!”
에리의 눈동자가 커진다.
무인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 짐작하기는 했었다.
그런데 그게 키스라니.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젖소가 에리링보다 먼저······.”
에리의 입가가 파르르 떨린다.
“자, 자자자잠깐, 지금 뭐라고 하신 건가요? 시노자키 양. 이, 입술에다 3분 넘게요?!”
뒤이어 올리비아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이건 용납할 수 없어요! 저, 전부 말도 안 돼요! 도둑고양이들 같으니!!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올리비아가 입술을 깨문다.
그와 가장 가까운 건 전속 시녀인 자신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여유를 부렸었다.
그런데 못 본 사이에 웨딩 촬영에 뽀뽀 촬영도 모자라 이제는 입맞춤이라고?
입술 키스는 아직 전속 시녀인 그녀조차 못 해본 영역인데, 어떻게?
거기에 3분 넘게? 진하게?
인정할 수 없다.
“니시자와 양, 시노자키 양. 이제 두 사람 모두 그한테 접근 금지예요! 아시겠나요?!”
척.
올리비아가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소리친다.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두 여자의 접근을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은하 제일 바보는 절제력이 부족하니까.
전속 시녀로서 보좌해야 한다.
“보나파르트. 네가 아무리 방해해도 시노자키류의 신부 수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각오하도록.”
그 모습을 본 린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무리 황녀님이라도, 접근 금지 명령은 좀 심했어. 에리링. 절대 주인님 포기 못 해.”
뒤이어 에리가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터뜨린다.
“누누누누누가 지, 지지지질투한다고 그래요?! 이, 이건 그러니까, 그래. 전속 시녀로서의 명령이라고요!”
또다시 전속 시녀를 들먹이며 얼굴을 붉히는 올리비아.
세 사람이 난장판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카스미가 낮은 목소리로 한탄한다.
“수많은 소녀의 순정을 빼앗은 검은 귀축인 후배 군은 역시 나쁜 남자야. 그렇지, 카미야 양?”
“······나도 주군이랑 키스······. 하고 싶어······.”
마코토가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렇게 부실에서 일어난 한바탕 캣 파이트가 마무리되고 있을 때.
부실 바깥 복도.
“여자들의 세계도 무섭네.”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은 이시하라 다이키가 오한이 든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떤다.
“맞아 이시하라······. 그러니까 김이 더 대단한 거지.”
옆에 있던 유지가 싱긋 웃는다.
“무엇보다 다들 김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걸?”
“맞슴다. 형님이야말로 마성의 남자가 아니겠음까?”
이시하라의 대꾸에 유지가 웃는다.
마성의 남자.
그 말도 어떻게 보면 틀리지는 않았다.
자신의 베스트 프랜드, 김덕성.
그의 곁에는 늘 사람이 북적거리니까.
“그래. 맞아. 김은 좋은 친구고, 좋은 사람이야.”
겉으로는 쌀쌀맞은 척, 냉정한 척하지만 실은 속정이 깊은 친구.
그게 쿠로사와 유지가 생각하는 김덕성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소녀들이 반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유지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떠오른다.
‘힘내, 김.’
그는 마음속으로 친구인 김덕성의 연애사를 응원했다.
기왕이면 소꿉친구인 린과 그가 맺어지기를 바라면서.
*
슈오우 영웅 학원.
산책로와 벤치가 조성된 기숙사 뒤뜰.
평소에는 산책하는 생도들이 간간히 보이지만, 지금은 방학이라 한산한 이 장소에서 지금 은밀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합숙을 한국으로 오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회색 단발 정장 미녀.
한서진이 그녀답지 않게 살짝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네. 후배 군을 포함해서 우리 부원 전원 한국으로 부활동 합숙을 갈 예정인데······. 저희가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이렇게 한서진 씨한테 부탁을······.”
카스미가 소심한 목소리로 말하던 그때.
“믿고 맡겨 주십시오.”
한서진이 말허리를 자르면서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최고의 합숙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 으, 응. 응. 고마워요. 한서진 씨.”
카스미가 감사 인사를 건넨다.
한서진의 눈동자에 무서울 정도의 열망이 피어올랐다.
카스미와의 만남을 끝낸 한서진은 즉시 상부에 김덕성의 귀국과 부활동 합숙을 보고했고.
그날,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가 소집됐다.
주요 의제는 ‘김덕성 귀국 관련 준비와 부활동 여름방학 합숙 지원’이었다.
바야흐로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알던 서울이 아니야
슈오우 영웅 학원.
학생회장 전용 연습실.
이곳에서 나는 아리스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귀찮기는 하지만, 방학 때도 훈련은 빼먹을 수 없다.
여기는 웹소설처럼 날로 먹는 게 어려운 엿 같은 라노벨 세상이기 때문이다.
휘익.
듀랜달을 휘두른다.
“자세가 틀렸습니다.”
아리스가 차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녀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내게 붙는다.
“여기······. 이렇게······.”
마치 백허그처럼 뒤에서 감싸 안은 듯 내 팔뚝을 만지며 자세를 교정한다.
아리스의 몸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코 끝에 스친다.
“······됐습니다.”
아리스가 얼굴을 붉힌 채 살짝 떨어진다.
그 이후로도 훈련은 계속되었고, 그 사이에서 아리스는 자세를 봐준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내 몸에 달라붙었다.
솔직히 말해서 싫지는 않았다.
“끝났습니다. 오늘 훈련도 수고했습니다.”
그렇게 오늘 훈련도 끝났다.
늘 느끼는 거지만 힘들어 죽겠다.
연습장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운 채 차오르는 숨을 고른다.
“여름 학교 이후로 실력이 향상된 모습이 눈에 보이는군요.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습니다.”
아리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칭찬에 인색한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본다면 저 말은 극찬이나 다름없다.
“칭찬 감사합니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하여간, 파트너. 좋아 죽지? 응. 좋아 죽겠어.]흑태자가 머릿속에서 헛소리를 한다.
내 미소를 본 아리스가 움찔한다.
그녀의 뺨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아리스가 눈길을 피하면서 말한다.
“······칭찬은 아니었습니다. 착각은 금물입니다. 김덕성 군은 아직 부족한 곳이 많으니 좀 더 정진해야 합니다. 저와 하는 훈련도 절대로 빠지면 안 됩니다.”
특히 마지막에 훈련은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강조하는 아리스.
나도 훈련 빠질 생각은 없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스가 고개를 마주 끄덕인다.
그렇게 잠시간 정적이 흐른 뒤.
“김덕성 군.”
아리스가 내게 말을 건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아리스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든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면서 말한다.
“이번에 부활동 합숙으로 한국을 간다고······. 들었습니다.”
“네.”
부활동 관련 서류 결제는 학생회장이 하니까, 그녀가 합숙 목적지를 아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리스가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입술을 우물거린다.
내 시선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귓불까지 붉어진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선배?”
“아닙니다. 아무것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결단코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아리스.
라노벨 세상 특징인가, 왜 저렇게 생각하는 걸 그대로 입으로 내뱉는 건지 모르겠다.
평소에 차분한 아리스가 저러니까 조금 귀엽기는 하지만.
척.
그녀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합숙,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파렴치한 짓은 절대 삼가시길 바랍니다. 외국에 나가는 것이니만큼, 슈오우 학원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품행 단정한 행동을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회장으로서의 명령입니다.”
평소와 같은 잔소리.
이제야 좀 내가 아는 아리스 같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네, 알겠습니다. 사이온지 선배.”
“읏······. 흥.”
그녀가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그날의 연습이 끝났다.
*
아침.
한창 꿈나라에 가 있을 시기.
“김덕성님. 김덕성님. 기상하십시오.”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꺼풀을 무겁게 들어올린다.
“아, 일어나셨군요. 좋은 아침입니다.”
가물가물해진 시야가 또렷해진다.
회색 단발 미녀, 한서진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날 깨운 거다.
“으으으······.”
더 자고 싶은데.
하면서 눈을 감고 뒤척이려던 순간.
“오늘 합숙 출발일입니다.”
귓가에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확 달아난다.
고개를 들어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본다.
한서진의 말이 맞다.
오늘이 합숙 출발일이다.
기어코 빌어먹을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염병······.’
가기 싫다.
미치도록 가기 싫다.
대체 어떤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짐은 이미 전부 준비해뒀습니다.”
드르륵.
한서진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온다.
왜 이렇게 준비성이 철저해?
현기증이 난다.
“이제 곧 출발 시각입니다. 제가 보좌하겠습니다.”
묘하게 열기가 깃든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한서진.
[파트너. 어차피 정해진 합숙, 그냥 즐기다 오라고.]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또 한마디 날린다.
어쩌다가 한국에 가게 됐는지.
벌써 한숨이 나온다.
“알았어. 일어나서 가면 되잖아.”
침대에서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씻고 난 뒤에 한서진이 준비했던 사복으로 갈아입고는 기숙사를 나선다.
드르륵.
뒤에는 한서진이 캐리어를 들고 나를 따라오고 있다.
오늘따라 여름 햇살이 유독 뜨겁게 느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오만가지 잡생각을 하면서 걷던 그때.
“주인님! 주인님 왔어! 주인님이다!”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든다.
학원 정문 앞 주차장에 세워진 중형 버스.
그 앞에 옹기종기 모인 부원들이 보인다.
“덕성.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다.”
에리 옆에 있던 린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가 희미하게 웃는다.
“후배 군. 항상 지각인 후배 군은 나쁜 남자야.”
“주군! 오늘 드디어 주군의 조국에 같이 가는 거지?”
카스미 선배가 볼을 부풀리고, 마코토의 얼굴이 환해진다.
“흐, 흥. 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어쩜 그렇게 항상 지각인가요?! 정말이지······. 매너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바보 멍청이예요!”
평소처럼 츤데레 모드로 일갈하는 올리비아.
“김, 어서 와.”
“형님 오셨음까.”
마지막으로 구석에서 나를 반겨주는 유지와 이시하라까지.
이 일행 전원을 데리고 한국을 가야 한다니.
벌써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