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21)
거기다가 총기형 초상병기는 초월무장이 없다.
그러니 지금의 나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입맛을 다신다.
[다음 생도. 시노자키 린. 입장하세요.]마유즈미 선생의 방송이 다시 울린다.
이시하라가 퇴장하고 시노자키 린이 들어선다.
남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단정하게 묶고, 허리춤에 일본도 형태의 전용무장 토츠카노츠루기를 착용한 냉막한 인상의 미소녀가 화면에 비친다.
“지금 잘 봐둬요.”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돌려 옆자리의 그녀를 바라본다.
“흥.”
올리비아가 고개를 돌린다.
아직도 삐친 모양이다.
하여간, 징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스르릉.
시노자키 린이 조용히 토츠카노츠루기를 뽑는다.
차가운 칼날이 조명을 받아 빛난다.
번쩍. 섬광이 터지며 그녀의 전투 모드가 활성화된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남색 전신 장갑이 시노자키 린의 몸에 장착된다.
[그럼 소환할게요! 시노자키 양.]전투 준비를 끝낸 걸 확인한 마유즈미 선생이 기계를 작동한다.
섬광과 함께 거대한 이계종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타 랭크 이계종 스틸 터틀······. 강철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강력한 방어력이 특기인 이계종이죠. 검사 상대로는 까다로운 적이에요.”
올리비아가 기다렸다는 듯 해설을 자처한다.
이래서 설명충이 옆에 있으면 편하다.
괜히 원작 설정 떠올린답시고 안 낑낑대도 되잖아.
뭐, 다 맞는 말이다.
하나 빼고.
“마지막은 틀렸어.”
“뭐뭐뭐가 틀렸다는 거죠?”
“스틸 터틀의 등딱지는 극고온과 극저온에 약해.”
그러니까, 빙결의 기프트를 보유한 시노자키 린에게는 거저먹는 라운드라는 거다.
이래서 재능충이 문제야.
뭐든 날로 먹잖아.
나 같은 엑스트라는 아무리 염병해도 힘든데.
“그그그정도는 저도 알고 있었거든요?! 흥. 그리고 당신한테 물어본 적도 없어요!”
올리비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고개를 돌린다.
이젠 헛웃음도 안 나온다.
시선을 돌려 경기장을 응시한다.
쿵, 쿵.
스틸 터틀이 굉음을 내며 시노자키 린을 향해 돌진한다.
시노자키 린이 눈을 감는다.
그녀가 조용히 양 손으로 칼자루를 쥔 채 하늘로 검을 들어 올린다.
스틸 터틀이 시노자키 린의 코앞까지 돌진한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떠진다.
[얼어라.]차가운 한 마디와 함께 검에서 짙은 남색 마력이 폭발적으로 발산한다.
스틸 터틀의 몸은 물론, 경기장 전체가 순식간에 하얗게 전부 얼어붙는다.
북극을 연상시키는 얼음의 세계.
모두가 얼어붙은 극저온의 세상에서 시노자키 린이 검을 휘두른다.
토츠카노츠루기의 칼날에 남색 마력이 타오른다.
느릿한 일검.
하지만 빙결의 기프트로 이미 방어력이 약화된 스틸 터틀은 시노자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쿠웅.
스틸 터틀의 몸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진다.
압도적인 위력.
[끝이군.]시노자키 린이 사라지는 스틸 터틀의 환영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대단해······!”
“이게 입학 차석의 힘······!”
“역시 시노자키의 아가씨······!”
아 좀.
도서관 개장하면 어디 덧나냐?
“······마음에 안 들어요.”
올리비아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츤츤거릴 때와는 다른, 진심이 담긴 경멸이다.
얘는 갑자기 또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나?
그때.
[김덕성.]시노자키 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린다.
뭐야?
시선을 다시 돌린다. 거기에는 전투 모드를 해제한 시노자키 린이 이쪽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다.
그녀가 말한다.
아, 씨발.
또 히전죽 마렵게 하네.
너 열받으라고 이름으로 부른 거야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기분 나빠요.”
옆에 앉은 올리비아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번만큼은 그녀와 같은 마음이다.
[다음 생도. 김덕성 군. 입장하세요.]정적을 깨고 마유즈미 선생의 방송이 울린다.
이거 누가 짰나?
순서 배정이 왜 이따위야?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때.
“이봐요. 당신.”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린다.
올리비아가 진지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잘하고 와요. 쓸데없이 제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하여간, 얘는 꼭 안 해도 될 말을 뒤에 붙이는 게 문제다.
뭐, 그래도 나름 걱정해준 건 사실이니까.
대답은 해줘야 한다.
“알았어.”
“흥. 바보. 멍청이. 우주에서 제일 멍청한 남자.”
올리비아가 다시 시선을 돌린다.
오늘 들은 바보 멍청이 소리만 백 번은 넘는 거 같은데.
노예 초호기라 좀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매번 저렇게 틱틱대는 모습을 보면······.
말을 말지.
츤데레는 픽션에서만 귀엽고, 현실에서는 빡친다는 격언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이러니까 요즘 한일 양국에서 츤데레라는 츤데레는 전부 멸종이지.
올리비아를 뒤로 한 채 관중석을 걸어 내려간다.
연습장 입구에 도착한다.
훈련을 마치고 나오던 시노자키 린의 모습이 보인다.
“야, 린.”
성을 생략하고 다짜고짜 이름을 부르자, 시노자키 린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는다.
“일본에서는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 타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는 사실, 설마 모르나? 김덕성?”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한다.
요비스테?
“아니. 알고 있는데······.”
내가 본 라노벨만 몇 권인데, 설마 그걸 모르겠냐?
처음에는 성으로만 부르다가 나중에 친해지면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아.’라고 하는 게 라노벨의 주인공과 히로인 관계 진행의 정석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건 그거고.
“그냥 너 좆같으라고 이름으로 부른 거야. 린.”
“그 입 다물어라.”
면전에서 쌍욕을 들은 시노자키의 뺨이 파르르 떨린다.
그러니까 본전도 못 찾을 거면서 도발은 왜 하고 난리야.
그녀를 무시하고 말한다.
“우리 대련 말이야. 조건 하나 더 걸고 싶은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시노자키의 눈썹이 꿈틀한다.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도게자하기. 어때?”
원래는 그냥 아이템만 뜯어내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올리비아는 몰라도 얘한테는 진짜 도게자 좀 받아야겠다.
나도 이제 국뽕 너튜브 조회수로 돈 복사 좀 해보자.
“내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수락해야 하지?”
단칼에 자르는 시노자키.
예상했던 반응.
뭐, 상관없다.
“왜, 미래가 막 무섭냐? 나한테 도게자 할까 봐?”
열등감 덩어리인 그녀를 이렇게 조금만 자극해주면.
“누가 겁먹었다는 거지? 내가? 너한테?”
이런 식으로 나올 테니까.
시노자키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는다.
“아, 그럼 염병하지 말고 받던가.”
두 번째 도발을 날린다.
시노자키의 뺨이 분노로 파르르 떨린다.
애써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려 하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인다.
시노자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굳이 이런 불필요한 내기를 제안하는 저의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나 도게자 하는 게 소원이라면. 그래, 받아주지.”
“좋아.”
도게자빵 성립이다.
그녀가 나를 노려보며 말한다.
“후회나 하지 말도록.”
유치한 도발.
어차피 며칠 있으면 내 발밑에서 도게자 박을 상대인데, 이 정도야 웃으며 넘길 수 있다.
시노자키의 말을 무시하며 훈련장에 입장한다.
지잉.
자동문이 닫힌다.
생도들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
시노자키 린과 아까 한바탕 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테니,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도게자라고? 시노자키 일족의 아가씨한테?”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적합도도 C랭크라며?”
생도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판에 박힌 듯한 반응을 무시하며 듀랜달을 뽑는다.
스르릉.
듀랜달의 칼날이 조명을 받아 빛난다.
전투 모드를 활성화한다.
[듀랜달 온라인]알림음과 함께 검은 섬광이 터지며 흑색 전신 장갑이 온몸을 감싼다.
두근, 두근.
마력로가 달아오른다. 전신의 마력 회로에 뜨거운 마력이 흐른다.
[김 군. 환영 소환할게요!]파츠츳!
마유즈미 선생의 방송과 함께 기계장치가 섬광을 토해낸다.
[크르르르릉.]환영이 등장한다.
새빨간 화염으로 전신이 불타는 거대 도마뱀.
제타 랭크 이계종 샐러맨더다.
“좆같은 놈 하나 걸렸네.”
설정집에도 기록되고 애니메이션에서도 등장한 샐러맨더의 약점은 미간에 박힌 화염 보석.
보석을 부수면 화염을 더 이상 쓰지 못하는 건 물론, 비늘 방어력도 약해지고 큰 경직이 들어가 일격에 목을 쳐낼 기회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집채만 한 도마뱀의 미간을 정확히 노린다는 게 말이야 쉽지.
원딜이 아닌 칼잡이인 나에게는 엿 같은 건 마찬가지다.
샐러맨더를 바라보며 듀랜달을 바로잡는다.
어빌리티를 사용한다.
[동기화] [흑태자 라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슴에 박힌 축퇴로가 달아오른다.
뇌리에 흑태자의 경험과 재능이 업로드된다.
시야가 붉어진다.
지잉.
두통이 온다.
하지만 참을 만하다.
올리비아를 상대할 때, 유적을 공략할 때와는 다르다.
기프트를 각성해서인가?
‘기회는 한 번뿐.’
전신에 각인된 흑태자의 전투 감각이 속삭인다.
샐러맨더를 해치울 기회는 오직 지금뿐이라고.
[캬아아아아아아!]샐러맨더가 불꽃을 휘날리며 돌진한다.
쿵, 쿵, 쿵, 쿵.
지축이 울린다.
피하지 않는다.
“안 피하고 뭐 하는 거야?”
“왜 저래?”
피할 필요 없다.
기프트를 사용한다.
암흑의 기프트가 깃든 그림자가 일어나 방패를 형성한다.
[캬오오오!]순식간에 형상을 갖춘 암흑 방패에 샐러맨더가 그대로 돌진한다.
쾅.
굉음이 울린다.
불꽃과 어둠이 뒤섞인다.
방패가 속절없이 깨지며 샐러맨더의 돌진이 아주 잠깐 저지된다.
잠깐.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금강불괴]두 번째 어빌리티를 사용한다.
절대 방어력을 품은 흑광이 전신에 깃든다.
“이런 씨······.”
두 개 어빌리티를 동시에 사용하자 머리가 어질하다.
하지만 참을 만하다.
저번과는 다르다.
입술을 깨문다.
비릿한 쇠맛이 입 안에 느껴진다.
[비행 모드 전환]등 뒤로 부스터가 튀어나온다.
비행 모드의 부스터를 사용해 가속력을 더해 곧바로 돌진한다.
쐐애애애액.